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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6.25 09:51 수정 2019.06.25 11:06
 

국내에서 생산되는 프리미엄 막걸리들. ⓒ 막걸리학교

 
2020년 1월 1일부터 맥주와 막걸리의 주세 체계가 바뀐다. 그동안 술값에 주세를 부가했던 종가세가, 술 생산량에 주세를 부가하는 종량세로 바뀐다. 이는 품질 좋은 술이 생산되기를 희망했던 이들과 국내 수제맥주회사들의 지속적인 요구에 따라 이뤄진 일인데, 1968년부터 시행되어 52년 동안 유지되던 철옹성 같던 세법이 바뀐 것이다.

좀 복잡하지만 52년 동안 유지된 주세 체계를 보자. 주세는 간접세로 술값에 포함되어 있어서, 소비자가 부담하는 것이지 생산자가 내는 것이 아니다. 생산자는 소비자가 낸 것을 대신 납부할 뿐이다. 그러니 우리가 마신 술에 세금이 얼마나 부과되었는지 살펴보자.
 

. ⓒ 허시명

 
주」 1. 발효의 방법으로 만든 주류로서 탁주, 약주, 청주, 과실주, 맥주가 아닌 것
2. 발효주와 증류주의 혼합, 기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것
3. 알콜분 95도를 초과하는 경우에는 그 초과하는 1도마다 600원 가산
※ 전통주는 기본세율 × 50% (2008.7.1 시행)
※ 수제맥주는 출고수량별 20∼60% 수준의 과세표준 경감혜택 부여 중
   
2017년에 한 해 동안에 국내 소비자들은 3조2754억원의 주세를 냈다. 주세법에서 술은 크게 발효주, 증류주, 기타주, 주정으로 나뉘어지는데, 이번에 종량세로 과세 체계가 바뀐 것은 발효주 안에서 저도주인 맥주와 탁주(막걸리) 두 종류뿐이다. 비록 두 종류이지만 전체 주세의 50.6%인 1조6548억을 차지하고 있으니, 주세의 절반이 종량세로 넘어온 셈이다.

맥주와 탁주에 종량세가 적용되면, 맥주는 1ℓ에 830.3원, 탁주는 1ℓ에 41.7원이 부과된다. 이 세액은 주세법이 변해도 술값이 당장 오르지 않도록 하려고, 맥주와 탁주의 최근 2년간의 출고량과 주세액을 합산하여 평균낸 값으로 설정되었다.
 

. ⓒ 허시명

 
종량세를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던 이들의 핵심 요소는 고품질의 술을 만들 수 있게 종량세로 바꾸자는 것이었다.

종가세는 술값에 세금을 매기다보니, 1천원짜리 일반 막걸리에 주세 5%를 적용하면 50원, 1만원짜리 프리미엄 막걸리에 주세 5%를 적용하면 500원을 부과했다. 종량세로 1ℓ당 41.7원을 적용시키면 일반 막걸리와 프리미엄 막걸리 사이에 존재했던 450원의 차이가 사라진다.

수입산 쌀로 원료비를 아껴 대량 생산하면 술값이 낮아지고, 좋은 원료로 오랜 시간 발효시키면 원가가 높아져 높은 주세가 붙어 술값이 비싸지는 현상이 발생했는데 이를 없앤 것이다.

포장이 좀더 화려해져도, 고품질의 술을 만들어도 술 생산량에 세금이 부과되니, 소신껏 국산 원료를 사용하여 개성있고 품질 좋은 술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이에 대해 프리미엄 수제 막걸리를 만든 업체들은 "다양한 막걸리의 출현과 좋은 품질의 막걸리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고 환영의 뜻을 표했다.
 

맥주의 경우도 종량세가 되면서, 대량 생산하는 저렴한 맥주와 원가 구성이 높은 수제 맥주 사이에 존재하는 주세 차이가 줄어들었다. ⓒ Pixabay

 
맥주의 경우도 종량세가 되면서, 대량 생산하는 저렴한 맥주와 원가 구성이 높은 수제 맥주 사이에 존재하는 주세 차이가 줄어들었다. 수입맥주의 경우도 비싼 맥주는 주세가 낮아졌지만, 저렴한 맥주는 주세가 높아졌다.

다만 용량이 적고 용기 값이 비싼 캔맥주의 주세는 1ℓ당 1,121원에서 830원으로 26%가 낮아졌고, 회수할 수 있어 술통 값이 들지 않았던 생맥주는 1ℓ당 519원에서 830원으로 59.9%가 늘었다. 이 때문에 국산 캔맥주의 경쟁력이 생기겠지만, 편의점에서 1만원에 4캔에 파는 수입 맥주의 위력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맥주의 종량세는 이것 말고도 국내 맥주와 수입맥주의 사이에 존재하는 미묘한 차별을 줄일 것으로 보인다. 국산 맥주의 경로는 생산자→도매업자→소매업자→소비자로, 수입 맥주는 생산자(수입신고가격)→수입업자→도매업자→소매업자→소비자로 이어진다.

국산 맥주는 생산자의 출고가격과 이윤과 판매관리비에 주세가 부과되는데, 수입 맥주는 수입신고가격에 주세가 부과되고 수입업자의 판매관리비와 이윤에는 주세가 부과되지 않기 때문에 도매업자에게 이어지는 판촉 경쟁에서 국산 맥주보다 유리했다. 이번 맥주 종량세는 이 차이를 줄인 것으로 평가된다.

종량세는 같은 주종 안에서 저도주는 적게 고도주는 높게 세금을 책정하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종량세에는 물가연동제가 적용되어, 해마다 물가 변동에 따라 술값이 변하면 주세도 변하게 된다. 2020년에 적용된 ℓ당 주세가 물가연동제에 따라 2021년에 변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전환은 저가 중심의 한국 술 시장에서 고품질의 술도 공존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소주가 빠진 종량세는 미완성이다.

소주는 여전히 술 원가에 112.96%의 세금이 부과되어 상품 가격이 된다. 소주 원가가 1천원이라면 1,129원의 세금이 붙어 2,129원짜리 제품이 되고, 소주 원가가 10만원이라면 112,960원의 세금이 붙어 212,960원짜리 제품이 된다.

알코올 도수가 같은 제품에 같은 주세가 붙게 되면, 1천원짜리나 10만원짜리 원가 소주나 동일한 1,129원의 주세가 붙는다. 소주가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뀌면, 주정에 물 타고 감미료 탄 희석식 소주 중심의 소주 문화가 원재료의 맛과 향을 살린 증류식 소주 문화로 이동할 수 있는 길이 넓어질 것이다. 한국 술 문화는 그 길을 넓혀내야 한다.

생산업자들은 좋은 재료로 좋은 품질의 술을 만들어낼 수 있고, 소비자는 좋은 품질의 술을 골라 마실 수 있는 풍토가 마련되어야 한다. 주세가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뀌는 것은 그 문화를 성취하기 위함이다.

주세는 생산자가 아니라 소비자가 내는 것이다. 종량세는 소비자 중심의 차별화된 술 문화를 구축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한국 주세 체계가 그 걸음을 성큼 내딛었다는 점에서, 이번 주세 개편은 호평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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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평론가, 여행작가. 술을 통해서 문화와 역사와 사람을 만나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술문화연구소 소장이며 막걸리학교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