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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듣기 등록 2020.01.23 14:56 수정 2020.01.24 09:35
와인 글을 연재하니 내가 와인을 많이 마실 것이라 지레짐작하는 이들이 많다. 솔직히 말하자면 일주일에 한 번 집에서 아내와 와인 한 병을 반씩 나눠 마시는 정도다. 간혹 일주일에 두 번 마시기도 하지만 흔하지는 않다. 과도한 음주는 건강에 좋지 않으니 이 정도 수준으로 조절한다.

그런데 한 번 생각해보시라. 와인을 너무나 좋아해 글까지 연재하는 사람이 일주일에 한 번 마시니 그 시간이 얼마나 기다려지겠는가. 이번 주에는 뭘 마실지 어떤 안주를 곁들일지 구상하며 틈만 나면 열두 병들이 초저가 캐리어 와인셀러 주위를 서성이는 게 일상이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적어도 내 경우에는 이번 주 와인이 맘에 들었다고 다음 주에 또 마시지는 않는다. 다른 애호가에 비해 자주 마시는 편이 아니니, 기왕이면 새로운 와인을 시도해 끊임없이 경험치를 늘리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 탓에 대부분의 와인은 한 번 이상 경험하지 않는다. 다만 몇몇 와인의 경우 추후 재구매해 마시기도 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일주일에 한 번뿐인 시간을 재차 할애할 정도로 맛과 향이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판단이지만, 1만원 언저리 와인은 그 가격대 와인의 한계 탓인지 재구매로 이어지지 않았다. 맛과 향이 맘에 들어 재구매하게 되는 와인의 최저 가격대는 마트 할인가로 2만 원 언저리였다. '이 와인 꽤 괜찮은데? 다시 마셔볼까?'라는 생각이 떠오르게 만드는 최저 가격대라고나 할까.
 
그렇게 재구매로 이어진 2만 원 언저리 와인 중 TOP5를 골랐다. 일체의 협찬 없이 내 돈 내고 마신 후 맘에 들어 다시 사 마신 와인들이다. 마침 설 연휴이니 2만 원 언저리 와인으로 행복도를 12%가량 증가시킨다면 성공적 연휴가 되지 않을까.

5위 콜롬비아 크레스트 H3 메를로(Columbia Crest H3 Merlot)
 
콜롬비아 크레스트Columbia Crest는 와인 회사명, H3은 제품명, 메를로Merlot는 포도 품종이다. 와인 매장 직원의 추천으로 구입해 2017년 10월에 마셨다. 미국 와인 특유의 연유 향이 올라오면서 부드러운 목 넘김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당시 25,000원에 구입한 것으로 기억한다. 지인과의 고깃집 회동에 일부러 가지고 나가 함께 마실 정도로 만족스러운 와인이었다.
 

미국 와인 특유의 연유 향이 올라오면서 부드러운 목 넘김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 고정미

       
프랑스 와인이 자연스러운 느낌이라면, 미국 와인은 맛과 향에서 소비자가 선호할 만한 요소를 인위적으로 부각시켰다는 느낌이 있다. 와인 애호가들은 미국 와인의 그런 느낌을 종종 '화장빨' 혹은 'MSG'라고 표현한다. 와인에 그런 인위적 풍미가 과도하면 쉽게 질리기도 하는데, 콜롬비아 크레스트 H3 메를로의 경우는 화장빨 혹은 MSG가 적절하게 잘 먹힌 경우라 하겠다.
 
<와인 스펙테이터> 2009년 올해의 와인 TOP100 중 이 와인 2007년 빈티지가 43위에 뽑혔다. 노파심에 얘기하자면, 2009년에 전 세계 와인 중에 43번째로 맛있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와인 스펙테이터> TOP100은 맛뿐만 아니라 가성비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4위 산타 리타 메달야 레알 카베르네 소비뇽(Santa Rita Medalla Real cabernet sauvignon)
 
 

2018년 5월의 결혼기념일에 레스토랑에서 아내와 함께 마시며 좋은 인상을 받은 칠레 와인이다. ⓒ 고정미

산타 리타Santa Rita는 와인 회사명, 메달야 레알Medalla Real은 제품명,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은 포도 품종이다. 2018년 5월의 결혼기념일에 레스토랑에서 아내와 함께 마시며 좋은 인상을 받은 칠레 와인이다. 당시 코스 요리에 곁들일 글라스 와인을 주문했다.

별다른 기대 없이 적당히 스월링을 하다가 한 모금 넘겼는데, 나름 무게중심을 잡은 타닌에 입맛을 돋우는 적당한 산미가 더해져 꽤 인상적이었다. 코스 요리에 곁들여 마시는 내내 만족스러워서 한 잔 추가로 주문했던 것 같다.
  
나중에 마트 와인 매장에서 할인가 20,000원에 구매해서 다시 마셨다. 직접 준비한 안주가 레스토랑 코스 요리만 못해서인지 와인과 음식의 궁합이 결혼기념일만큼은 아니어서 다소 아쉬웠다.

2만원 대 초반에 구입한다면 괜찮은 가격이지 않을까 싶다. 이 와인 2004년 빈티지가 <와인 스펙테이터> 2007년 올해의 와인 TOP100 중 49위를 차지했으니 가성비로는 이미 검증된 와인이라 하겠다.
 
3위 펜폴즈 로손 리트리트 콜렉션 쉬라즈(Penfolds Rawson's Retreat Collection Shiraz)     

무엇보다도 모난 곳 없이 얄미울 정도로 균형 잡힌 맛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 고정미

    
펜폴즈Penfolds는 호주의 와인 회사명, 로손 리트리트 콜렉션Rawson's Retreat Collection은 제품명, 쉬라즈Shiraz는 포도 품종이다. 2019년 이마트 국민와인 시리즈 중 네 번째 와인인데, 당시 매장 직원의 추천으로 19,800원에 구입했다. 예전에도 호주 와인을 몇 번 마셔 봤지만 매번 호주 와인 특유의 고무향(?)이 거북했다.

그런 탓에 큰 기대 없이 마셨는데 그 불편한 고무향은 없고 의외로 맛있어서 깜짝 놀랐다. 무엇보다도 모난 곳 없이 얄미울 정도로 균형 잡힌 맛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이 와인 덕분에 호주 와인에 대한 인상이 180도 바뀌었다.
 
2019년 4월 당시 너무 만족스러워 페이스북에 와인 사진과 함께 다음과 같이 올렸다.

"요즘 와인 타율이 높다. 마시면 최소한 2루타 이상이다. 이놈도 가성비가 쥐기네!!"
 
나보다 먼저 이 와인을 경험한 페이스북 친구들이 다음과 같이 댓글을 달더라.

"저는 이것 때문에 이마트 자주 갑니다. 진짜 가성비 최고 같아요."
"저도 매장 매니저 추천으로 마시고 깜짝~ 정말 가성비 갑입니다."

 
2위 콘차 이 토로 그란 레세르바 카르미네르(Concha y Toro Gran Reserva Carmenere)

마트에서 항상 보이는 흔한 놈이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손이 잘 안 갔는데, 어쩌다 한 번 마시고 상당히 만족스러워 여러 번 구매해 마시게 되었다. ⓒ 고정미

 
콘차 이 토로Concha y Toro는 와인 회사명, 그란 레세르바Gran Reserva는 제품명(이라고 하기는 애매하지만 그렇다고 해 두자), 카르미네르Carmenere는 포도 품종이다. 마트에서 항상 보이는 흔한 놈이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손이 잘 안 갔는데, 어쩌다 한 번 마시고 상당히 만족스러워 여러 번 구매해 마시게 되었다.

마트에서 대략 20,000원 정도에 판매한다. 칠레의 대표 품종 카르미네르의 매력을 잘 보여주는데, (1위 와인에 비해) 저렴한 가격까지 고려해서 이 와인 1위로 할까 여러 번 고민했을 정도로 신뢰하는 와인이다.
 
내가 손님 접대할 때 자신 있게 내놓는 와인이기도 하다. 얼마 전 아내의 출간을 기념해 편집자분들과 술자리를 마련했다(아내 이름은 이유리, '화가의 출세작' 저자이다). 그 자리에서 그루에Gruet 샴페인, <신의 물방울> 와인으로 유명한 뿌삐유Poupille, 그리고 콘차 이 토로 그란 레세르바를 내놓았다.

그루에는 29,800원이고 뿌삐유는 할인가가 4만 원대이니 모두 콘차 이 토로 그란 레세르바보다 비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판사 관계자들이 콘차 이 토로가 제일 맛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1위 몬테스 알파 카베르네 소비뇽(Montes Alpha Cabernet Sauvignon)

와인은 잘 몰라도 몬테스 알파는 들어봤다고 할 정도로 한국인에게 유명한 와인이다. 확실히 유명세에 걸맞은 퍼모먼스를 보여준다. ⓒ 고정미

 
몬테스Montes는 와인 회사명, Alpha는 제품명,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은 포도 품종이다. 솔직히 이렇게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도 민망하다. 와인은 잘 몰라도 몬테스 알파는 들어봤다고 할 정도로 한국인에게 유명한 와인 아닌가.

원래 남들 많이 아는 건 일부러 피하는 비뚤어진 성격의 나조차도 이거 마시고는 인정했다. 1865와 함께 국민와인이라 불리는데, 확실히 유명세에 걸맞은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마트에서 할인 행사 때 2만 원대 중반으로 구매하면 좋은 선택이다.
 
초보를 위한 조언 한 가지. 라벨에 몬테스Montes가 적혀 있다고 무턱대고 구입하면 실수할 수 있다. 몬테스 사의 와인에도 여러 종류가 있으며 몬테스 알파는 그중 하나이기 때문에, 꼭 알파Alpha까지 확인하고 구매하길 바란다(사실 내가 헷갈린 적이 있다).
 
연초 분위기에 명절까지 겹치면 마음이 싱숭생숭하고 생각이 복잡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의외로 인생은 단순하다. 몬테스 알파 마신 날, 몬테스 알파 안 마신 날, 어느 날이 더 기분이 좋겠는가? 이미 답은 정해져 있다.
 

설 연휴 행복지수 올리는 2만 원대 최강 와인들 ⓒ 임승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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