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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덕적기행, 둘
- 꽃상여를 만나다


잔설이 드문드문 남아있는 산길을 걸어 북리(北里) 가는 길, 꽃상여를 만나다. 산자락을 돌아가는 만장 위에 햇빛은 따스하게 꽂히고 문득 뒤돌아보면 무덤에서 빠져나온 발자국들만 내 뒤를 쫓고 있다. 무심히 남은 이파리들을 흔들어 주는 겨울나무들, 그 뿌리에 닿아 있는 무덤 속이 환하게 들여다보인다. 적막강산. 도처에 묻힌 뼈들이 관절을 푼 채 잠들어 있고 그 평화로운 잠 속으로 상여를 멘 사람들이 걸어 들어간다. 북망산 멀다더니 냇물 건너 북망산이로다. 상엿소리 지나간 자리마다 깊어지는 산울음소리, 어디쯤에선 산역(山役)이 한창이고……

 

삶이여, 내 목숨을 힘겹게 떠메고 가는 꽃상여여.

 

<시작 노트>

 

덕적도에서 이틀째 되는 날, 서포리에서 북리까지 난 산길을 걸어가는 도중에 화려한 종이꽃으로 치장한 꽃상여를 만났다. 겨울산 어디쯤 차가운 땅 속에 저 화려한 꽃상여의 주인공은 묻힐 것이었다.

 

그 꽃상여 행렬을 보면서 나는 내 삶이 묻힐 곳은 어디인지를 자문해 보았다.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내 육체가 바로 내 목숨이 담겨져 있는 상여임을. 우리의 삶이라는 것은 바로 그 무거운 육체를 짊어지고 무덤까지 힘겹게 걸어가는 상여의 행렬에 다름아니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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