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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벚꽃이라고 불리는 연한 초록빛의 벚꽃인데 개심사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봄이 오면 남도부터 시작해 전국을 뒤덮다시피하는 봄의 전령사 벚꽃이 이젠 다 지고 진달래꽃과 철쭉꽃등이 화사한 색상과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벚꽃이 지기는 커녕 만발하고 있는 곳이 있습니다. 충남 서산시 운산면에 있는 동네들과 (예를 들어 운산초등학교 교정) 개심사라는 절이 그런 곳입니다.

 

백제 의자왕 때에 지어졌다는 오래된 절인 개심사는 마음을 여는 절(開心寺)이라는 이름도 뜻깊고 유홍준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라는 유명한 책에도 소개된 곳이랍니다. 아담하고 수수한 절의 모습도 맘에 들고 절 뒷길로 이어지는 상왕산 산행길도 좋습니다만, 저는 무엇보다 이 절에 이맘때면 피어나는 왕벚꽃(혹은 겹벚꽃)의 아름다움에 꼭 찾게 됩니다.

 

오래된 절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서인지 연륜이 듬뿍 묻어난 벚나무들은 사월의 봄햇살을 받으며 치렁치렁한 벚꽃 머리결을 길게 늘어뜨리고 서있습니다. 특히나 개심사의 벚꽃들은 그 색깔과 맵시가 보기 드물게 곱습니다. 우리나라 자생 벚꽃이라고 하는 주먹만한 왕벚꽃들이 세가지색으로 그야말로 주렁주렁 피어 났네요.

 

벚꽃으로 보아왔던 분홍색외에도 희디 흰 순백색과 연한 초록색의 벚꽃은 정말 이색적이고 독특한 느낌이 듭니다. 개심사 가는 길 운산초등학교 앞에서 만난 어느 주민분이 알려주어 연한 초록색의 벚꽃이 청벚꽃이라고 알게 되었습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푸른빛이 도는 청벚꽃은 이 절처럼 오래되어 아름드리 나무 몸통과 꽃잎이 크고 풍성합니다.

 

벚꽃의 생김새도 남녘의 섬진강이나 제가 사는 서울에서 보았던 꽃잎들의 모습과는 매우 다른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러장의 꽃잎이 겹겹이, 촘촘히 들어차서 주먹만한 크기에 동그랗고 풍성한 모양인데 그래서 겹벚꽃이라고 이름 지은 것 같습니다. 꽃잎의 화려한 외모와는 다르게 꽃의 향기가 없는 것이 제가 만났던 다른 벚꽃들과 같은 점이네요.

 

감로수라고 써있는 절 안의 약수터에서 시원한 물을 마시고 앉아서 고즈넉하기 이를데없는 절에 봄햇살처럼 화사하게 비춰주는 벚꽃들의 향연을 감상합니다. 스님들은 절에 피는 벚꽃들을 피안앵(彼岸櫻)이라고 불렀다는데 벚꽃이 속세를 떠나 극락(피안)의 세계로 들어가는 상징이라해서 랍니다.


해우소라고 써있는 화장실에 갔더니 정말 나무로만 얼기설기 만들어진 속보이는 변소를 참 오랜만에 봅니다. 여기저기 속이 들여다보이는 변소인지라 앉아서 근심을 풀기에는 어려웠지만 변소 주변에도 신록의 나무들과 벚꽃들이 지켜서 있어 눈은 즐겁습니다.

 

용변을 마치고 옆에 있는 낙엽자루에서 낙엽을 한 줌 밑으로 뿌려 달라는 안내판의 글이 그야말로 생태 화장실이네요. 벚나무외에도 다른 이름모를 나무들이 궁금해 가까이 계시는 스님에게 물어보며 느꼈던 스님의 깨끗한 피부와 부드러운 말투가 좋습니다. 절입구 주변의 노점 땅바닥에는 주변의 산과 목장에서 캐온 나물들이 가득해서 벚꽃만큼이나 봄의 생기를 느낄 수가 있습니다. 저도 튼실하게 생긴 흙 묻은 두릅들을 한봉지 샀네요. 

 

 초록의 나뭇잎들과 벚꽃의 고운색이 절이 아니라 한복집에 온 것 같아요.

 수수하고 아담한 절 개심사는 지금 색색의 벚꽃들로 덮여 있어 절이 아니라 꽃대궐이랍니다.

 

 겹벚꽃 또는 왕벚꽃은 주먹만한 크기에 색깔도 곱고 참 탐스럽습니다.

 신록의 나무들과 벚꽃이 어우러져 해우소마저 정겨워 보입니다.

이렇게 개심사에서 만나는 봄풍경도 좋고 두번째로 좋은 것을 뽑으라면 개심사 가는 여행길이랍니다. 서해안고속도로 서산 IC에서 나와 개심사가 있는 운산면 방향으로 조금만 가다보면 어느새 눈이 시리도록 푸르고 넓디 넓은 목장이 쨘~ 하고 나타납니다. 우리나라는 산이 많고 땅이 좁은 지형이라 때론 끝간데 없이 속시원히 펼쳐진 평야가 보고 싶을때가 있는데 그런 한(?)을 풀어주는 넓은 목장이 있어 반갑습니다. 

 

서산목장이라 불리는 이 푸르른 평원의 초지는 소들과 염소들의 놀이터이고 먹거리를 주는 넓디 넓은 우리이기도 합니다. 저도 도저히 눈으로만 감상하며 그냥 휙 지나칠수없어 차에서 내려 눈에 띄는 목장길을 따라 걸어봅니다.

 

이 넓은 목장길에는 따로 표지판도 없어서 여기가 어디쯤인지도 모르고 초록이 주는 평원의 시원함에 취해 길가의 들꽃들과 눈을 맞추기도 하며 그냥 터벅터벅 목장길을 오릅니다.

저 밑에서 손가락만한 동네버스가 서더니 주민들이 내려서 어느새 같이 걷게 되었는데 이 목장길이 동네 집으로 가는 길이라네요. 도시인의 눈에는 참 전원적이고 낭만적인 귀가길입니다.

 

서산목장은 제주도의 오름처럼 부드러운 능선과 곡선의 길이 어우러져 그냥 한폭의 그림이 됩니다. 수십마리의 소들이 풀을 뜯으며 평원에서 평화로이 거니는 모습까지 더하면 더할 나위없는 풍경이고요. 그렇게 두어시간을 초록의 목장길에서 목적없이 헤매었더니 온몸에 초록물이 밴 것 같습니다.

 

서산목장을 지나 운산면의 운산초등학교앞에서 잠시 멈추었는데 그 이유는 동네 곳곳에 피어난 분홍색 꽃잎의 화사한 나무들 때문입니다. 이게 무슨 나무인가하고 지나는 주민에게 물어보니 겹벚꽃 또는 왕벚꽃이라고 하네요. 운산초등학교 교정에도 겹벚꽃들이 그야말로 흐드러지게 피어났습니다.

 

주민분이 개심사에 가면 청벚꽃도 있으니 꼭 보라고 얘기해주시네요. 도시속에서 계절을 잊고 바쁘게 살다보면 그야말로 속절없이 져버리는 벚꽃들에게 서운해할까봐 겹벚꽃으로 다시금 봄기운을 불어주는 자연의 섭리가 고맙습니다.

 

운산초등학교에서 조그만 가면 개심사가 나오는데 그 중간에 깊은 푸른색의 물빛이 인상적인 저수지가 있어서 또 다시 차에서 내리게 합니다. 벚나무를 포함한 주변의 숲과 나무들에 둘러쌓인 진한 푸른 물빛의 저수지가 춘심으로 들뜬 마음을 단정하게 해주네요.

 

봄이 오면 설레는 봄처녀처럼 개심사에서 마음을 연 벚꽃들은 4월 25일경부터 피어나 5월 중순까지 만발한다니 놓치지 마시고 꼭 가보셔서 피안의 세계를 느껴 보시기 바랍니다.

 

개심사에서는 따로 벚꽃축제를 하지 않으니 좀 더 여유로이 꽃놀이를 할 수 있답니다.

P.S) 개심사에서 가까우며 성곽 산책길이 좋은 해미읍성도 한 번 들리면 더 좋겠네요.

 

 서산목장의 푸르고 너른 들판이 보기만해도 속이 시원합니다.

 우적우적 소리를 내며 맛잇게 식사를 하는 소들과 목장의 풍경이 참 목가적입니다.

 서산목장을 거쳐 개심사 가는길에는 이렇게 낮고 소박한 집들이 논과 밭에 어울려 살고 있습니다.

 개심사 인근에 빙둘러 서있는 저수지가 뜰뜬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네요..저수지 둘레길를 따라 천천히 돌아가면 개심사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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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야 금속말을 타고 다니는 도시의 유목민. 매일이, 여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