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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공교육 강화 정책의 핵심이라는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 그중에서도 간판격인 자율형사립고가 시작도 못해 보고 휘청거리고 있다. 정부의 예상과는 다르게 자율형사립고로 전환하겠다는 학교가 소수이고, 그나마 조건을 만족시키는 학교들은 손에 꼽을 정도로 극소수이기 때문이다.

교육과학기술부와 시도교육청의 자료를 종합해보면, 6월 19일 현재 13개 시도가 신청을 마감한 가운데 전국적으로 43개교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나마 30개교가 신청한 서울을 제외하면 그 이외 지역에선 13개교에 불과하다.

인천-울산-전남-제주 신청 '0'... 강원-충북-대전도 현재 신청 없음

시도별로 살펴보면, 경기도에서 동산고 하나만 신청했고, 대구가 3개교, 부산(해운대고는 자립형사립고에서 자율형사립고 전환 신청)과 광주, 전북이 2개씩, 경남, 경북이 하나씩 신청했으며, 충남의 천안북일고는 (자율형사립고가 아닌) 자립형사립고를 신청했다.

신청이 마감된 인천, 전남, 제주, 울산은 신청학교가 하나도 없으며, 진행 중인 강원, 충북, 대전도 현재까지 신청 학교가 없으며, 앞으로도 자격을 갖춘 신청학교가 거의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청이 늘어나기는커녕 서울의 미림여고, 대원여고, 인창고 등 3개교, 대구의 영진고 등은 신청한 것도 철회하는 상황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사학이나 정부, 그리고 대다수의 언론은 재정 부담이 너무 크고, 학교 운영의 자율성은 거의 없다는 것을 원인으로 제시하고 있다. 과연 사학재단과 일부의 분석처럼 3~5%의 재단전입금이 너무 많고, 자율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 때문일까?

자율형사립고의 기본 전제는 경제적 자립을 전제로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을 준다는 것이다. 다르게 말하자면 학교가 자립하여 자율적으로 운영하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정부로부터 받는 재정결함보조금을 받지 않는 대신 (무한정 학생 등록금을 인상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재단에게 등록금 수입의 5%(도단위는 3%)의 전입금을 최소 조건으로 하고 있다.

역설1 : 부담이 너무 크다고? 재정적으로 자립할 능력이 없다!

사학은 3~5%의 재정 부담이 너무 많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그러나 이것은 현행법도 못 지키는 부실사학임을 스스로 증명하는 꼴이다.

 서울은 3개 학교가 신청을 철회하고, 나머지 학교 중 12개만 겨우 자격을 충족하고 있으며, 구별로 하면 9개 구에만 자율형사립고 기준을 만족시키는 학교가 있다. 전국에서 가장 부자라는 서울이 이 정도이니.....
 서울은 3개 학교가 신청을 철회하고, 나머지 학교 중 12개만 겨우 자격을 충족하고 있으며, 구별로 하면 9개 구에만 자율형사립고 기준을 만족시키는 학교가 있다. 전국에서 가장 부자라는 서울이 이 정도이니.....
ⓒ 김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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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이 낫다는 서울(2007년)에서 신청학교 30개 중 5% 기준을 충족시키는 학교는 12개밖에 되지 않는다. 계획대로 한 구에 하나씩 설립한다는 지역 안배 원칙을 따른다면 강남구, 서초구 등 9개 구에는 자율형사립고를 설치할 수 있지만 도봉구, 노원구, 금천구 등 16개 가난한 구에는 하나도 설립할 수 없다. 애초부터 1구 1자율형사립고 원칙은 도저히 지켜질 수 없는 그들만의 희망사항일 뿐이었다.

 인천과 울산, 제주, 전남은 신청 학교가 하나도 없고, 진행 중인 강원, 충북, 대전도 현재까지 신청교가 없다. 전국적으로 13개교 중 자율형사립고 재정 기준을 충족하는 학교는 단 2개밖에 안 된다. 재정적으로 자립할 능력이 거의 없다는 의미이다.
 인천과 울산, 제주, 전남은 신청 학교가 하나도 없고, 진행 중인 강원, 충북, 대전도 현재까지 신청교가 없다. 전국적으로 13개교 중 자율형사립고 재정 기준을 충족하는 학교는 단 2개밖에 안 된다. 재정적으로 자립할 능력이 거의 없다는 의미이다.
ⓒ 김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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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은 비참하다고 할 만큼 사정이 열악했다. 현재 진행 중인 대전, 강원, 충북을 제외한 모든 시도에서 신청을 마감한 가운데, 인천과 울산, 제주, 전남은 신청 학교가 하나도 없어서 전국적으로 13개교밖에 안 된다.

이들 13개 신청 학교 중에서 자율형사립고 기준을 만족시키는 학교는 대구 계성고와 부산 해운대고가 유일하다. 그나마 부산 해운대고는 현재까지 자립형사립고로 운영되다가 재정 부담 때문에 자율형사립고로 전환하는 경우이므로 실제로는 한 학교밖에 없다. 충남 천안북일고는 자율형사립고가 아니라 자립형사립고를 신청하였으므로 재단전입금 최소 기준이 25%인데 여기에 미달인 것으로 나타난다.

부산 동래여고, 대구 소선여고(중), 전북 익산고 등은 등록금 대비 재단전입금이 0.1%밖에 안 되고, 대구 경산고, 전북 중앙고, 경북 김천고, 경남 창신고 등은 0.5%도 안 되는 등 10개 학교가 최소 기준에 미달이다(자립형사립학교 신청교인 천안북일고까지 포함하면 11개).

사학들은 자율형사립고 기준인 3~5%가 너무 큰 재정 부담이라고 하지만 새빨간 거짓말이다. 35명짜리 10학급을 가진 학교를 기준으로 하였을 때 현재의 3배 수준으로 계산하면 1년 등록금 수입은 40억~50억 정도 된다. 이것의 3%~5%면 최소 1억2천만원에서 최대 2억5천만원 정도이다. 즉 도단위 학교에서는 1년 부담금이 1억2천만원 정도이고, 광역시 단위라고 해도 2억~2억5천만원 정도를 부담하면 자율형사립고 신청 자격이 된다는 의미이다.

이는 현행법에 의한 법정전입금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도단위 학교의 경우에는 3% 기준이 1년 법정전입금보다 오히려 더 적은 액수이다. 자율형사립고의 재정부담이 너무 큰 것이 아니라 사학들이 너무나 부실하여 재정적으로 자립할 여건이 전혀 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즉, 그나마 건전하다는 대한민국 대부분의 사학들이 기업으로 치면 퇴출 1순위 부실 영세 기업이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이것이 자율형사립고의 첫 번째 역설이다.

역설2 : 자율성이 없다고? 교육 과정을 자율적으로 운영할 의지도 없다

사학과 언론들은 자율형사립고 신청이 저조한 두 번째 이유로 자율성 부족을 꼽는다. 학교 교육에서 자율성의 요체는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성이다. 그런데 자율형사립고는 1학년에서만 국가교육과정의 50%를 운영하면 되고 2학년과 3학년에서는 100% 학교 자율이다. 즉, 전체 교육과정 6개 중에서 5개를 학교 자율로 운영할 수 있다는 의미로, 비율로 따지면 83%의 교육과정 자율성을 누린다는 의미이다.

현재 공립이 국민공통교육과정의 20% 내에서 자율성을 가지는 것에 비하면 파격적인 조치이다. 학교 자율성의 요체인 교육과정의 5/6를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자율성을 주었는데 자율성이 없다고 하는 것은 자율적인 교육과정을 운영할 의지가 없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는 꼴이다.

이뿐이 아니다. 교육과정의 자율적 운영을 위해서는 교원 인사의 자율성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교원 인사에 대해서 자율형사립고는 신규채용부터 전보, 징계 등 모든 인사권이 100% 학교 자율이다. 자율형공립학교는 게다가 교원 자격증이 필요없는 산학겸임 교사를 50%까지 뽑을 수 있다. 교장도 교장 자격증이 없는 초빙형 교장으로 임용할 수 있다. 즉, 거의 100% 교원인사의 자율성을 가진다는 의미이다. 이것은 교원인사에 있어서도 공립 자율학교가 교원의 10%를 초빙할 수 있는 것에 비하면 엄청난 권한이다.

학생 선발도 100%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정한 기준에 따라서 학생을 뽑을 수 있다. 다만 평준화 지역에서는 교과부와 협의를 통하여 전형 방법을 결정하도록 하고, 최종적으로 배수 내에서 추첨을 통하여 뽑는다. 학교 자체적인 생활기록부나 면접, 또는 다른 기준으로 학교의 건학이념에 맞는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거의 100% 보장되어 있다. 단 한 가지 못하게 한 것은 사교육비와 고교입시 부활에 대한 우려로 지필고사에 의한 선발시험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그들은 학교의 자율성이 없다고 한다. 교육과정이나 교원인사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약이 없고, 학생 선발에 있어서도 학교의 자율권을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사학들이 자율성이 없다고 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학교별 지필 시험을 통하여 공부 잘하는 학생들만 가려뽑을 수 있는 권리를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율형사립고를 하고자 했던 사립학교들이 원하는 자율성은 건학이념 실현을 위한 자율성도 아니고,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성도 아니며, 교원 인사의 자율성도 아니었다. 그들이 말하는 학교의 자율성이란 딱 하나 "선발 고사를 통하여 공부 잘하는 학생들만 가려 뽑을 수 있는 자유"를 의미하는 것이라는 점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결론적으로 자율형사립고가 원하는 다양한 학교 교육이란 "공부 잘하는 학생을 가려뽑아 명문대 많이 보내는 입시 명문고를 지향하는 교육"이었다. 이는 사학들이 스스로 교육과정의 자율성을 누릴 의지가 없음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것이다. 이것이 자율형사립고의 두 번째 역설이다.

자율형사립고의 역설

자율형사립고는 시작도 해보기 전에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자율형사립고 설립의 기본 전제였던 재정적 자립을 할 능력이 없음을 증명하고 있고,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성은 입시 명문고가 아니면 관심도 없다는 점을 드러냄으로써 의지 없음을 고백하고 있다.

MB 정부가 재정적 자립을 전제로 교육과정의 자율성을 준다는 것은 조건도, 결론도 모두 맞지 않는 부조리라는 점이 드러난 것이다. 이로써 자율형사립고가 이야기하는 학교 다양성은 거짓임이 명백히 밝혀졌다. 자율형사립고의 첫 번째 귀결은 재정적 자립이 불가능한 사학들이 학생의 등록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인하여 귀족학교임이 증명되었다.

자율형사립고의 두 번째 귀결은 교육과정운영과 교원인사, 학생 선발의 자율성을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지필고사 형태의 선발 시험이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식의 태도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입시명문고임을 또한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이 두 가지 자율형사립고의 역설이 자율형사립고 신청이 저조한 진짜 이유이다.

귀족학교, 입시 명문고로 귀결될 것이 확실한 자율형사립고는 우리 사회의 근본 문제인 학벌의 폐해를 더욱 키울 것이며, 사교육비 문제 또한 더욱 확대시킬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시작도 해보기 전에 이렇게 실패로 증명된 자율형사립고를 계속 추진해야 할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속담을 MB 정부가 생각해 보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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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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