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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 상대방을 비방하는 '안하무인' '꼴통' '후안무치'라는 자극적인 표현이 들어간 현수막을 내걸었더라도, 분쟁이 되고 있는 문제에 대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모욕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왔다.

2003년 경기도 고양시내에 한 유치원이 개원하면서 인근 주민들과 마찰이 시작됐다. 주민들이 이 유치원에서 운행하는 통학버스에서 발생하는 매연, 소음, 사고 위험, 버스 주차 문제에 관한 민원을 계속적으로 제기하면서 분쟁이 계속됐다.

그러던 중 A(55)씨는 지난해 8월 주택가 외벽에 "숨을 쉬고파 잠을 자고파 안하무인 유치원", "알리는 건 명문 유치원, 알고보니 꼴통 유치원", "선량한 주민들 vs 후안무치 유치원, 우리 동네 살려내자"라는 등 '안하무인' '꼴통' '후안무치'라는 자극적인 표현이 들어간 현수막을 게시했다.

이로 인해 A씨는 모욕죄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 취지의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이에 A씨가 항소했고, 의정부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윤태식 부장판사)는 '꼴통·안하무인·후안무치 유치원'이라는 표현이 적힌 현수막을 내걸은 혐의(모욕죄)로 기소된 A씨에게 유죄를 인정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먼저 "피고인이 부착한 현수막 중 '안하무인', '꼴통', '후안무치'라고 표현한 부분은 일응 피해자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훼손할 만한 언사라고 볼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가 이 사건 현수막을 부착하게 된 동기나 배경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작성한 유치원이 운행하는 통학버스의 문제를 해결할 것을 시장에게 진정하겠다는 내용의 진정서에 주민 121명이 동의한 점, 그럼에도 유치원이 문제해결을 위해 별다른 노력을 보이지 않았던 점을 감안해 볼 때 피고인은 주민들 다수가 유치원 통학버스로 인해 고통을 느끼고 있음에도 유치원에서 문제해결에 미온적 태도를 보인다고 생각하고 유치원이 문제를 해결해 주도록 촉구하기 위해 현수막을 부착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유치원이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점을 비판하거나 그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기 위해 현수막을 부착하게 된 것으로 현수막 부착 경위나 배경을 살펴볼 때 문구 선정에 대한 피고인의 의견이나 판단 자체가 정확한 것인지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전혀 터무니없이 남을 비방하는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 "뿐만 아니라 유치원 인근 주민들이 자신들의 주택 외벽에 이 현수막과 비슷한 취지의 현수막을 부착하기도 한 점, '안하무인', '꼴통', '후안무치'라는 표현이 다소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어투이기는 하나 현수막 전체 내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다고 할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언론매체에서도 '안하무인', '후안무치', '꼴통'이라는 용어를 어느 정도 사회적 지위가 있는 사람이 그 자격에 걸맞는 언행을 하지 못하고 다소 극단적으로 처신하는 것을 비꼬아 널리 사용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춰 보면, 피고인은 많은 주민들이 유치원 통학버스로 인한 매연, 소음 문제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음에도 유치원이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고, 유치원에 해결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자신의 판단과 의견의 타당함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과장해 표현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런 제반 정황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에 해당된다"며 "따라서 공소사실은 죄가 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해 무죄를 선고해야 할 것임에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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