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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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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꾼의 밧줄에 묶인 사자가 살려달라고 울부짖는다. 그것을 본 생쥐가 사자를 도와주겠다고 한다. 당연히 사자는 조그만 생쥐가 어떻게 자신을 도울 수 있느냐고 비웃는다. 그러자 사자는 자신의 이빨로 밧줄을 끊어 사자를 구한다. 여기까지가 <이솝 우화>에 나온 이야기다.

그런데 이야기는 여기서 다시 이어진다. 목숨을 구한 사자는 은인인 생쥐에게 감사하며 생쥐를 집으로 데리고 간다. 사자의 집에는 사자의 생환을 축하하는 잔치가 열리고 생쥐는 그 잔치의 주빈이 된다.

그런데 우쭐해진 생쥐는 그만 술에 취해 이 손님 저 손님 붙잡고 떠들기 시작한다.

"저, 바보 사자가 글쎄 힘만 셌지 밧줄에 묶이니까 무서워 벌벌 떨기만 하더라 이 말입니다. 그래서 내가 구해줬지요. 내가 목숨 하나 건진 거지요."

이 말을 들은 사자는 밑도 끝도 없이 자신을 구해준 생쥐를 큰 발로 내려치고 결국 납작해진 생쥐의 시체는 개미의 먹이가 되고 만다. 이것은 지금 소개하는 로버트 짐러의 <파라독스 이솝우화>의 결론이다.

포도를 포기하지 않은 여우는 어떻게 됐을까?

이 책은 우리가 어려서 읽은 <이솝 우화>를 '역설'로 이야기한다. 높은 가지에 달린 포도를 따 먹으려는 두 여우. 한 여우는 <이솝 우화>처럼 그 포도를 '신 포도'라고 생각하고 포도 먹기를 포기한다. 하지만 다른 여우는 '그 포도는 세상 어느 포도보다도 더 달콤하다'고 믿으며 포기하지 않고 포도를 따 먹으려 한다.

그 결과는? 포도를 따 먹지 못한 여우는 결국 미쳐버리고 여우의 울음소리를 들은 사냥꾼은 총으로 여우를 쏴 죽인다. 이 이야기의 교훈은 이거다. '한번 해 봐서 안 되면 다시 하지 마라'

고기를 물고 가다 외나무다리에서 고기를 물에 빠뜨린 개는 자신의 욕심 많음을 바로 깨닫지만 물속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고 도취하다가 이번엔 자신이 물에 빠져 죽는다. '늑대다!'라고 마을 사람을 속이는 양치기 소년은 오히려 농부들이 늦게 와서 늑대를 놓쳤다고 큰소리치고 이에 미안함을 느낀 농부들은 진짜로 늑대가 쳐들어오자 재빨리 모여 늑대로부터 소년과 땅을 지켜낸다.

마치 씨름의 뒤집기 기술을 보는 기분, 뭔가 다른 시각에서 현실을 볼 때의 즐거움. 이것이 학창시절 이 책을 보면서 느낀 가장 큰 재미였다. 정답만을 바라보고 정답만을 찾아야 했던 학창시절. 양치기 소년을 보면 '남을 속이면 안 된다'고 무조건 받아들이고, 고기를 물에 빠뜨린 개를 보면 '욕심을 부리면 안 된다'라고 마치 수학 공식 받아들이듯 딱딱 받아들여야 했던 그때에 접했던 책이었기에 그런 기분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뭐야? 양치기 소년 말에 계속 속잖아!

'정답'만이 모든 진리였고 '찍어서라도' 정답을 많이 맞춰야 성적이 올라가고 그래야 선생님과 부모님의 '매타작'을 피할 수 있었던 학창시절. 그때 배웠던 수많은 교훈을 생각하며 사회에 나갔더니 이건 웬걸, 오히려 '역설'이라고 생각한 것들이 세상을 지배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양치기 소년은 계속 '늑대다!'라고 거짓말을 한다. 우리가 배운 대로라면 이제 더이상 그 양치기 소년의 말에 속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수십 번, 수백 번을 속고 있고 여전히 그것을 믿는다. 그리고 계속 '늑대가 나타났다'고 우기는 이들은 '언론 권력'이란 이름으로 자신들의 부를 쌓고 있다,

높이 매달려 있는 포도는 그냥 '시어빠진 포도'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그나마 손해를 보지 않고 살 수 있다. 그렇지 않고 계속 그 포도를 따겠다고 발버둥치면 결국 누군가의 총에 맞아 죽을 수 있다. 지금도 당신에게 총을 겨누는 누군가가 분명히 있다. 높이 뛰려 하면 할수록 그것을 막으려는, 폭력으로 막으려는 이들이 지금 계속 나오고 있다.

거의 20년이 되어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 우리의 인생은 역시 정답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게다가 이 책에서 '역설'이라고 한 것이 오히려 지금 우리의 모습이 되고 우리가 받아들여야 하는 상식이 됐다. 우리가 배웠던 '정답'들은 지금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자국민이 불안에 떠는 줄 뻔히 알면서도 여전히 광우병 우려가 있는 미국 쇠고기를 수입하려 하고 게다가 미국의 입장만을 대변하는 정부 공직자들의 모습을 보며 우리는 또다시 '역설'이 지배하는 우리의 현실을 본다. '부디 이 괴상한(?) 책과 함께 즐거운 여행을 하시길 바라겠습니다'라는 '옮긴이의 말'처럼 이렇게라도 '즐거운 여행'을 해야할 것 같다. '역설'을 '상식'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이 시점에서.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IP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파라독스 이솝우화>, 로버트 짐러, 정신세계사, 1991



파라독스 이솝우화

로버트 짐러, 정신세계사(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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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솜씨는 비록 없지만, 끈기있게 글을 쓰는 성격이 아니지만 하찮은 글을 통해서라도 모든 사람들과 소통하기를 간절히 원하는 글쟁이 겸 수다쟁이로 아마 평생을 살아야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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