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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게이트 표지 책 블루게이트의 표지다.
 책 블루게이트의 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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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게이트.

책 제목이 내용을 함축한다. '블루'는 청와대를 의미하는 동시에 슬프고 우울한 개인의 느낌을 표현한 단어다. '게이트'는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에 빗대기 위해 사용된 표현이다.

<블루게이트>는 장진수 전 주무관이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의 증거 인멸에 이용당하는 줄도 모르고 위에서 시키는 대로만 일을 하던 것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 과정에서 본인이 느꼈던 감정들, 사건 관련 인물들과 나눴던 대화를 세세히 기록했고, 사건에 대한 진실을 세상에 폭로하는 과정까지 담겨 있다.

정부는 민간인을 불법 사찰했고, 그에 대한 증거를 인멸하는 범죄를 저질렀다. 검찰은 청와대와는 연관된 사실들에만 까막눈이었다. 또 단체의 행동이 '조직적'으로 퍼지지 않게 하기 위해 꼬리를 자르는 수사를 해왔다. 부끄럽게도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다. 사건이 일어났을 때가 한창 대입준비를 위해 공부하던 고등학생 때라는 핑계를 댈 수 있겠지만 어쩌면 정부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을 것이라고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관심이 가지 않았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작 말단 공무원이 배치 받은 부서에서 일하기 위해 윗사람에게 돈을 바쳐야 한다는 것,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고자 각종 협박과 뻔뻔한 요구로 법에도 없는 승급 규율을 만드는 것, 검경으로부터 최대한 벗어나기 위한 전략으로 진술 거부와 묵비권 행사가 최고임을 부하 직원에게 가르치는 것, 진실을 고백하려는 자에게 고백으로 인해 모두가 다친다고 말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한 사람이 머리끝부터 묵직한 쇳덩이가 짓누르는 죄책감의 무게를 받으며 양심을 고민했다는 것.

이 모두는 책을 읽고 나서 크게 떠오르는 점들이었다. 무엇보다도 주무관이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고 읽은 나에게 책이 가져다준 일침은 나라가 이 모양, 이 꼴이라는 것이었다.

정작 상식과 신뢰를 포장하지 못한 국가

현 정권이 잘못한 일을 전 정권의 탓으로 돌리려는 묘책도 참 가관이었다. "노사모 회원으로 촛불집회에 자금을 댄 적이 있느냐"가 경찰이 KB 한마음 대표의 김종익 씨에게 한 질문이라고 한다. 그가 MB정부의 민영화와 4대강 사업 등을 비난하는 글을 썼다고, 쥐코 동영상을 올렸다고, 그를 보통 사람이 아닌 것처럼 조작해 의혹을 번지게 만들었다.

즉 이들은 그를 법정에 세우기 위해 근거 없는 사실을 허위 조작했고 동시에 불법사찰이 당연한 것처럼 포장하려 했다. 이들의 검은 권력을 포장하는 기술은 과연 혀를 내두를만했다. 국민을 사찰하고 억압한 사람이 국민을 섬기겠다고 국밥을 먹고 있는 모습이 포장 기술의 시초라고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비단 정부의 탓만 있는 것도 아니다. 권력으로부터 독립했다는 검찰이 증거 인멸의 충분한 시간을 제공한 뒤인 5일 째에 국무총리실 수사를 시작했다. 압수수색 결과물도 디스크 3개와 하나의 상자뿐이었다. 제대로 수사하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 부분이다.

또 어느 날 갑자기 들이닥친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장진수는 휴대전화를 압수당했고 그 때 장석명 비서관의 일방적인 거짓 주장을 언론에 보도했다. 장석명 비서관의 주장이 언론을 타는 동안 교묘하게, 장진수는 잠수를 탄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검찰이란 곳은 이토록 치밀했다. 정부의 악독함과 검찰의 도리에 맞지 않는 행동은 그 어디에도 비길 곳이 없었다. 후에 장진수의 고백으로 검찰은 재수사를 했지만 정작 사건의 '몸통'은 건드리지 않았다. 찝찝함을 넘어 서글픈 현실이다. 우리가 사는 이 땅에 너무나 당연하게 들리는 '인과응보' '자업자득'이란 사자성어가 통하지 않는 세계가 있었다.

국가기관이 동원된 불법 행위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 지금도 어디서, 얼마나 진행되고 있을까. 국가는 국민을 콩인지 보리인지도 구분 못하는 존재로 아는 걸까. 어떻게 그런 정신과 자세로 국민을 섬기겠다는 것일까. 흙탕물의 흙이 가라앉았다고 그 흙탕물은 맑은 것이 아니다. 국민은 그 맑지 않은 물에 비친 모습이 곧 그들이 속해있는 국가라고 생각한다. 국가는 국민의 신뢰를 소똥 보듯 보면 안 된다. 정치(政治)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것이다. 그 중요성은 아래와 같은 공자의 말씀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자공이 정사에 대해 묻자, 공자가 말했다. "양식을 풍족하게 하고, 군대를 풍족하게 하면, 백성이 믿을 것이다." 자공이 말했다. "어쩔 수 없이 꼭 버려야 한다면 이 세 가지 중에서 어느 것을 먼저 버려야 합니까?" 공자가 말했다. "군대를 버려야 한다." 자공이 말했다. "어쩔 수 없이 꼭 버려야 한다면 이 두 가지 중에서 어느 것을 먼저 버려야 합니까?" 공자가 말했다. "양식을 버려야 한다. 예부터 누구나 죽게 마련이지만 백성의 믿음이 없으면 그 어떤 것도 존재할 수 없다."

장진수가 읽어준 역사

장진수는 윗사람이 시키면 아무 생각 없이 복종하고 그에 대해 의심도 갖지 않는, 순수하지만 영혼없는 공무원이었다. '나는 그동안 윗사람이 시킨 일이라면, 비록 100% 완성해내지 못할지라도 최소한 하는 시늉만큼은 꼭 해야 한다는 것을 철칙으로 알아왔기 때문에 일단 뭐라도 해야 된다고만 생각했다(본문 98쪽).'

국무총리실에선 이런 사람을 뒤에 두고 진즉 계산이 끝난, 각종 약은 수법들과 언행들이 오고 갔다. 그리고 그들의 욕심이 한 사람을 나락으로 내몰았다. 자신들의 출세와 권력을 위해 저질러 놓은 일들을 일개 부하 직원에게 다 뒤집어씌우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21C, 표현의 자유, 민주주의 국가…' 이 단어들이 무색할 만큼 후퇴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정치가 이런 '의인' 장진수를 미운오리새끼로 만들고 있었다.

우리는 장진수의 고백을 '그까짓 것'으로 볼 게 아니다. 정의를 위해 불법을 밝히는 일은 매우 어렵다. 그는 개인의 양심과 현실 사이에서 괴로워했고, 처자식을 달고 사는 가장으로서 먹고 사는 일에 지장이 있진 않을까 무척이나 고민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그는 자신만의 회색시대를 벗어나 '국민을 위한 진짜 공무원'으로서의 양심을 택했다. 그는 폭로한 것에 전혀 후회가 없다고 했다. 오히려 고백하지 않았다면 훨씬 더 큰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을 거라고 자신했다.

진실한 마음은 감추려 해도 저절로 밖에 드러난다. 그의 진실한 마음이 용기를 불렀고 그 용기는 나를 비롯한 국민들이 이 사건의 진실을 알 수 있게 해줬다. 다시 말해, 한 정권의 추악한 행태를 절절히 느끼게 해줬다. 이제는 우리가 고단했을 장진수를 위로해야 한다. 우리가 이 사건을 기억해야 하고,  진실로써 역사를 읽어야 한다. 그래야 후손들이 역사를 배울 때, 우리가 당당하게 이 사건은 '민주주의의 오명'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storyK에 칼럼식 서평으로 송고.
개인 네이버 블로그에 게시.



블루게이트 - 불법 사찰 증거인멸에 휘말린 장진수의 최후 고백

장진수 지음, 오마이북(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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