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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자도 필자는 저렇게 캠핑을 하고 다녔다. 저렇게 다녔으니 야생동물들에게 밥을 많이 빼앗기지...  이 곳은 추자도다. 2011년 여름에 촬영한 사진이다.
▲ 추자도 필자는 저렇게 캠핑을 하고 다녔다. 저렇게 다녔으니 야생동물들에게 밥을 많이 빼앗기지... 이 곳은 추자도다. 2011년 여름에 촬영한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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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다니면 캠핑도 많이 하겠다."
"그렇지 뭐."
"어디서 캠핑하는 게 좋냐? 그냥 강가 같은 데서 하는 게 좋냐, 아니면 정식 캠핑장 가서 하는 게 좋냐?"

여행을 많이 다니다보니 지인들이 이런저런 아웃도어 정보를 물어온다. 하지만 나는 속시원한 대답을 해줄 입장이 못 된다.

# 술판 벌이는 캠핑장보다는 궁벽진 곳에다 야영을...

그간 텐트를 쳤던 장소들은 공동묘지, 동네 야산, 마을회관 공터 등이었다. 정식 캠핑장을 잘 이용하지 못했던 건, 돈이 없어 그러기도 했지만 시끌벅적한 캠핑장이 싫어서 일부러 피하기도 했었다.

"위하여! 먹고 죽자!"
"피박에 쓰리고네! 거기다가 독박까지 썼어!"

다음날 가야 할 길이 멀고도 먼데 옆 텐트에서 이런 소리가 나면 그날은 잠을 다 잔 것이다. 그래서 일부러 사람들이 오지 않는 궁벽진 곳에다 텐트를 구축했다. 조금 무섭기는 했지만 그럭저럭 잘 만했다. 서울에서는 들을 수 없는 산새소리들을 벗 삼아 잠을 청하면 그만이었다. 샤워문제나 식수조달 문제가 걸리기는 했지만 궁벽진 곳에서의 캠핑은 나름대로의 운치가 있었다. 

하지만 내 캠핑은 매번 같은 방식으로 제동이 걸리곤 했었다. 사람이 제동을 건 게 아니었다. 동물들이 방해를 한 것이다. 녀석들은 항상 내 텐트 주위를 맴돌았다. 텐트 안에 있던 침낭에 느긋하게 누워있던 너구리, 내 텐트가 자기 집인양 열심히 거미줄을 치고 있던 왕거미 등등. 하지만 이 정도는 애교다. 너구리는 쫓아버리면 되고, 거미줄은 날려버리면 됐으니까.

# 잡탕국을 맛있게 먹던 누렁이

경북 예천군 풍양면 풍양면 청운리에서 인심 좋은 '할매'들을 만났다. 저렇게 묵은 빨래들을 널어두고 회룡포를 다녀왔는데 할매가 빨래까지 거두워주셨다. 정말 몸둘 봐를 모를 정도로 감사했다. 그런 사람냄새나는 인심이 그리워 여행을 떠나는 건지도 모르겠다.
▲ 경북 예천군 풍양면 풍양면 청운리에서 인심 좋은 '할매'들을 만났다. 저렇게 묵은 빨래들을 널어두고 회룡포를 다녀왔는데 할매가 빨래까지 거두워주셨다. 정말 몸둘 봐를 모를 정도로 감사했다. 그런 사람냄새나는 인심이 그리워 여행을 떠나는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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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내 음식물을 노리는 녀석들이었다. 어차피 필자나 동물들이나 배고픈 건 매한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녀석들에게 내 음식을 빼앗길 수 없었다. 자비심을 베풀 수 없었다. 가뜩이나 가난뱅이 여행을 하는데 음식물까지 녀석들에게 빼앗겨 봐라. 얼마나 서글프겠는가!

이렇게 이야기를 하지만 녀석들에게 많이 빼앗겼다. 어느 동네에 갔을 때의 일이다. 나는 저녁을 준비할 때 다음날 아침밥까지 같이 준비한다. 그래야 아침 시간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날도 저녁을 지어 먹고, 나머지 음식물이 담긴 코펠들을 한쪽 구석에 놔두었다. 그리고는 동네 한 바퀴를 걷고 왔다.

그런데 다시 텐트로 돌아올 때 어떤 누렁이 한 마리가 코펠에 고개를 쳐박고 맛있게 음식물을 먹고 있는 게 아닌가! 그 녀석이 먹고 있던 것은 잡탕국이었다. 몇몇 장거리 여행자들은 점심을 식당에서 해결한 후 먹고 남은 반찬들을 쓸어 담아온다.

그렇게 담아온 음식물들은 저녁시간에 라면과 어우러져 잡탕국이 된다. 이 잡탕국은 그날 점심에 어떤 반찬들을 쓸어 담았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데 얼큰할 때도 있고, 시원할 때도 있다. 그래서 잡탕국인 것이다. 다음날 아침에 먹을 것을 고려해 넉넉하게 준비를 했는데 그 누렁이 녀석이 아침용 잡탕국을 '짭짭'거리며 먹고 있었던 것이다.

"저 망할 녀석 같으니! 감히 내 아침 음식을 건드려!"

아쉽지만 나머지 잡탕국을 버려야 했다. 정체 모를 누렁이와 같은 음식을 먹기가 꺼림칙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일들은 빈번하게 일어났다. 그래서 아예 텐트 안에다 남은 음식물이 담긴 코펠을 들여 놓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 방법도 유용하지 않았다. 밤에 뒤척이며 자다가 코펠을 건드려 잡탕국이 침낭에 쏟아진 것이다. 가뜩이나 좁은 텐트에 코펠까지 들여놨다가 그렇게 낭패를 당한 것이다.

# 예천 '할매'가 주신 밥 한 그릇

경북 예천의 삼막주막 예천에는 삼막주막이라는 유명한 주막터가 있다. 그 곳은 하천 세 곳이 만나는 곳이라 수로 교통의 요지였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나룻터가 생기고 주막거리가 생겼다고 한다.
▲ 경북 예천의 삼막주막 예천에는 삼막주막이라는 유명한 주막터가 있다. 그 곳은 하천 세 곳이 만나는 곳이라 수로 교통의 요지였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나룻터가 생기고 주막거리가 생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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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7월 18일.

당시 필자는 백두대간 자전거여행을 하고 있었다. 경북 안동을 거쳐 내성천이 흐르는 예천군으로 향했을 때다. 유명한 회룡포를 가려고 열심히 페달을 밟아댔지만 서산으로 해가 넘어가고 있었기에 다음날을 기약하며 예천군 풍양면에 있는 작은 마을로 진입했다. 하늘에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어 좀 불안했지만 다행히 마을회관 앞에 있던 오두막에 베이스캠프를 구축할 수 있었다.

조용한 시골마을에 낯선 여행객이 나타났다는 것만으로도 '이슈'가 되는 걸까? 다음날 아침부터 '할매'들의 방문이 이어졌다.

"어디서 왔노?"
"밥은 묵고 다니나?"

할매들의 그런 관심이 고마웠다. 외로운 여행길을 도닥여주는 할머니들의 아름다운 관심들이었으니까. 그런데 할매들은 이구동성으로 식사문제를 물었다. 그러면서 옥수수나 고구마 같은 간식거리들을 주시기도 했다. 어떤 분들은 밑반찬까지 건네줄 정도였다.

"이거 괜히 제가 와서 마을분들한테 민폐를 끼치는 게 아닌지 모르겠네요."

입으로는 그렇게 이야기를 했지만 손으로는 감사히 받았다. 애써 집에서 가져오신 귀한 음식을 그냥 돌려보낸다면 그것도 예의가 아니니까!

그런 할매중에는 아예 밥을 주신 분도 계셨다. 족히 2인분이 넘을 것 같은 밥을 그릇에 담아 전해주셨다. 보관을 잘 하라고 랩으로 잘 덮어주시기까지 했다. 정말 감사했다. 하지만 그때 필자는 아침을 막 먹었던 터라 밥그릇을 오두막 한편에 잘 놓아두었다.

"할머니 정말 고맙습니다. 덕분에 저녁 밥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은데요."

그렇게 감사를 표시한 후 간단히 짐을 꾸려 회룡포로 향할 준비를 했다. 전날은  비가 와서 그냥 텐트에서 대기를 했지만 그날은 햇살이 센 것 이외에는 자전거 타기 '딱' 좋은 날씨였다. 오두막 주위에다 묵혀 놓았던 빨래들을 널어놓고 출발했다. 

# 누가 내 밥을 도둑질 했나?

회룡포 색깔이 있는 벼를 심어 저렇게 논에다 '벼그림'을 그렸다. 논을 도화지 삼아 벼로 모양을 내다니, 정말 대단하다!  당시 내가 예천군을 방문했을 때는 <예천 곤충엑스포>를 앞두고 있었다.
▲ 회룡포 색깔이 있는 벼를 심어 저렇게 논에다 '벼그림'을 그렸다. 논을 도화지 삼아 벼로 모양을 내다니, 정말 대단하다! 당시 내가 예천군을 방문했을 때는 <예천 곤충엑스포>를 앞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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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룡포로 향하는 길에는 유명한 삼강주막과 내성천이 있었다. 내성천의 금빛 모래에 경탄하며 회룡포를 향해 열심히 페달을 굴렸다. 삼강주막, 내성천, 회룡포 탐방까지 했더니 예정시간보다 훨씬 늦게 다시 텐트로 돌아왔다.

'아까 할머니가 주신 밥이 있었지. 그거 잡탕국에다 말아먹으면 되겠다. 따로 밥 하기 귀찮았는데 잘됐네!'

텐트로 돌아왔더니 좀 이상했다. 널어두었던 빨래는 한 쪽에 쌓아 있었고, 밥그릇은 내가 애초 놓았던 자리에서 빗겨나 있었다. 또 랩은 살짝 벗겨져 있고 누군가 한 숟가락 크게 떠먹은 듯 밥이 덜어져 있었다.

'동네 분들 중에 배고픈 분이 한 숟가락 드셨나? 그건 아닌 것 같은데... 도대체 누가 내 밥을 먹었지?'

그 순간 필자의 시야에 확 들어오는 물체가 하나 있었다.

'저 녀석이다! 저 녀석이 분명 내 밥을 훔쳐 먹었을 거야!'

시커먼 고양이 녀석이었다. 어제부터 내 텐트 근처를 기웃기웃 거린 녀석이었다.

'내가 너무 안일하게 대처했어. 대낮에도 밥도둑들이 들끓을 줄이야!'

길 닦아 놓으니 뭐가 먼저 지나간다고, 할매들이 나 먹으라고 한 밥을 정체불명의 고양이가 먼저 입을 댄 것이다. 분노(?)를 삭이며 나머지 밥을 잡탕국에다 말아서 맛있게 먹었다. 할매들이 주신 귀한 밥이니 한 톨도 남기지 않고 먹었다. 처음에는 고양이가 입 댄 자리를 덜어내 버릴까 하다가 그것도 다 말아먹었다. 그날만큼은 그 고양이와 한솥밥 식구라고 생각하고 밥을 먹었던 것이다.

그 당시 검은 고양이는 억울했을지 모른다. 심증만 있지 확실한 물증이 있냐고 성토했을지 모른다. '시커먼 고양이가 나 혼자 뿐이냐!'며 앙칼지게 반론을 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녀석이 밥도둑이라는 사실은 움직일 수 없는 팩트였다. 그건 다음날 내게 밥을 주신 할매가 직접 말씀해주셨다.

"이제 가려고?"

나는 출발 준비를 하고 있었고, 내게 밥을 주신 할매가 다시 오셨다.

"예 이제 가려고요. 덕분에 밥도 잘 먹고 잘 쉬었다 갑니다. 근데 어제 제 빨래 걷어주셨죠? 안 그러셔도 됐는데... 정말 감사했습니다. "
"뭘 그거 가지고... 근데 어제 시커먼 고양이가 밥을 훔쳐 먹더라고."
"그렇죠. 고양이가 먹은 거 맞죠? 어쩐지 사람이 먹은 건 아닌 것 같더라고요."

내 추측이 맞았던 것이다. 다음부터는 절대 밥도둑들에게 밥을 빼앗기지 말자고, 굳게 다짐을 하며 길을 나섰다. 하지만 그런 다짐이 무색하게 난 밥도둑들의 계속된 타깃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나중에는 '나도 먹고, 너도 먹자'라는 식으로 생각을 고쳐먹기도 했다.

이렇게 현지분들에게 환대를 받고, 또한 음식물을 빼앗기는 재미난 에피소드들이 있기에 여행은 항상 나를 설레게 한다. 그래서 또 배낭을 꾸리고 지도를 살펴보는 것이 아닐까? 이번에는 어떤 재밌는 에피소드들을 만나게 될까, 하는 기대를 가지며...

내성천 황금빛 모래사장이 아름다운 내성천. 내륙 하천에서 저렇게 고운 모래사장을 보기가 쉬운 일인가? 그런데 영주댐이 건설된다면 저런 금빛모래사장도 사라질지 모른다. 자연은 자연 그대로 두는 것이 가장 좋다.
▲ 내성천 황금빛 모래사장이 아름다운 내성천. 내륙 하천에서 저렇게 고운 모래사장을 보기가 쉬운 일인가? 그런데 영주댐이 건설된다면 저런 금빛모래사장도 사라질지 모른다. 자연은 자연 그대로 두는 것이 가장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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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안녕하세요? 역사트레킹 마스터 곽작가입니다.

http://blog.daum.net/artpu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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