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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임산부 배려석을 둘러싼 갈등이 심상치 않다. 작년 이맘때 이 좌석에 앉은 남성들의 사진을 몰래 찍어 공유하는 인스타그램 계정 '오메가패치'가 등장해 큰 논란이 일었다. 경찰 수사 이후 해당 계정은 삭제됐으나 핑크색 의자에 앉은 남성들의 '몰카'는 최근까지도,바로 오늘까지도 SNS상에서 발견이 된다.

이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폭력이다. 이 몰카들엔 비록 촬영된 이들의 얼굴이 노출되진 않았다고 하나 이들의 차림새나 체격 등 이들의 용모나 신분을 유추해볼 수 있는 상당한 양의 정보가 제공되는 것이 보통이며, 그 아래엔 제시된 만큼의 정보를 근거로 뽑아낼 수 있는 최대한의 모욕적인 언사들이 댓글로 달린다. 이것이 폭력이 아닌 정의라면, 가임기 여성이 아님이 분명한 고령의 여성 또한 '핑크색 의자 몰카'의 대상이어야 한다는 모순 또한 발생된다.

반대로 임산부석의 존재를 대책 없이 비난하거나 임산부석에 앉는 이들을 비하하는 용어를 만들며 이죽대는 이들도 보인다. 용어가 무엇인지는 굳이 옮기지 않는다. 이 또한 말할 수 없이 심각한 폭력이다.

 임산부배려석에 앉은 남성들의 사진을 몰래 찍어 공유하는 '오메가패치'. 작년 이맘때 큰 논란 끝에 경찰 수사 이후 계정은 삭제됐다.
 임산부배려석에 앉은 남성들의 사진을 몰래 찍어 공유하는 '오메가패치'. 작년 이맘때 큰 논란 끝에 경찰 수사 이후 계정은 삭제됐다.
ⓒ 강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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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러한 폭력의 주체는 몇몇 얄팍한 정의감에 불타는 누리꾼들이었을지언정, 보다 본질적인 원인 제공자는 서울시와 정부라는 주장이 많다. 우선 '임산부 배려석'이라는 명칭이 모호하다. 임산부 '전용석'으로 임산부가 아니면 아예 이용하지 말라는 얘긴지, 아니면 임산부가 보이면 우선적으로 앉도록 해달라는 의미인지 알 길이 없다.

'배려'라는 표현을 보면 사실상 후자로 보이나 오메가패치 등의 등장을 보면 핑크 좌석의 의미를 전자로 인식하고 있는 시민도 적지 않아 보인다. 임신 사실이 눈에 띄거나 임산부 표식을 달고 있는 이가 열차 내에 없을 경우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합의된 바가 없다.

해당 좌석에 앉은 여성들의 임신 사실을 일일이 확인할 수 없는 만큼 해당 좌석이 사실상의 '젊은 여성 전용칸'으로 이용될 수 있는 부분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임신 사실을 눈으로 확인하기 어렵거나 임산부 표식을 달지 않은 여성 중에도 해당 좌석을 이용하는 이들이 많이 보인다. 이들 중엔 임신이 아닌 이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진짜 임산부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그런 얌체 시민들의 존재를 감안하더라도,임산부석은 필요하다. 한국 사회에서는 특히 그렇다.장애인 노약자 임산부석은 노인들의 텃세로 임산부들이 이용하기 매우 부담스럽고, 일반 좌석의 경우에도 임산부가 자신의 임신 사실을 먼저 알리고 좌석을 양보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비양심 승객의 존재로 인한 해당 좌석의 '여성전용석화'로 인한 피해보다, 임산부 승객들이 아무런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좌석의 마련으로 인한 사회 전체의 이익이 더 크다고 하겠다.

 서울 지하철의 임산부 배려석
 서울 지하철의 임산부 배려석
ⓒ 강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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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과 같은 식으론 곤란하다.어느 상황에서 어디까지 비워야 하는지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무엇보다 임산부들이 '실제로'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정책의 실효성이 필요하다.관련하여 스마트폰의 NFC 기능을 이용,임산부가 탔을 경우 임산부 배려석에 2m 정도만 접근하면 '임산부 승객이 탑승하였으니 자리를 양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와 같은 멘트가 송출되도록 해보자는 등 다양한 시민 의견이 있다. 초기 임산부들에게 제공되는 임산부 표식 등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정책에 대해서도 보다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보인다.

무엇보다,자리에 '분홍 칠'만 하고 임산부 배려를 위한 시 차원의 노력을 했다고 믿는 탁상행정이나, '배려석'이라는 애매한 표현이 가져올 수 있는 분쟁을 미리 예상하지 못한 시정의 무능을 반성할 일이다. 실제 임산부 시민들의 의견을 중심으로 분란 없이 더 높은 효용을 가져올 수 있는 임산부석 시스템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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