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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평양에서 열린 3차 남북 정상회담으로 교착상태에 빠졌던 북미 관계가 풀리고 있다. 지난 7일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방북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났다. 이때 2차 북미 정상 회담 일정 윤곽이 어느 정도 잡힐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2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더구나 미국은 중간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중간선거 이후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보이는데, 올해를 넘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한반도 정세를 둘러싼 남북미의 상황을 진단해 보고자 지난 16일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안정식 SBS 북한 전문 기자를 만났다. 다음은 안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
 
 안정식 SBS 북한 전문 기자
 안정식 SBS 북한 전문 기자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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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3차 남북 정상회담으로 한반도 평화 무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다음 달에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것 같은데, 현재 상황 어떻게 보세요?
"이제 정체됐던 비핵화 협상이 다시 활력을 찾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상당히 높아졌죠. 그런데, 막상 지금 상황을 보면 속도감 있게 진행되진 않고 있어요. 이 부분은 기대와 현실의 차이가 있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백두산에 가서 손을 맞잡는 것과 같은 강렬한 이미지 덕분에 '협상이 잘 풀려가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이 높아졌어요. 그러나 현실을 보면 실질적으로 비핵화 협상이 얼마나 진행됐는지, 아직 파악되는 게 없습니다. 기대는 높은데 현실은 기대를 못 따라가고 있는 게 아닌가란 생각도 듭니다."

- 7일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방북한 건 어떻게 보셨어요?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을 다녀온 후 미국의 평가가 좋게 나왔잖아요. 그런데 비핵화 협상이 앞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지금 현안이 되는 부분, 즉 핵 신고와 종전선언을 맞바꾸거나 아니면 우리 정부가 제안한 영변 핵시설 폐기와 종전 선언을 맞바꾸는 방안, 북한이 요구하는 제재 완화 부분까지 엮어서 타협하는 진전이 있어야 해요. 그래야 비핵화 협상이 앞으로 굴러갈 수가 있는데 그 부분에 있어서 아직 명확히 드러난 게 없어요.

그런 부분을 논의하는 실무 협상을 위해서 미국의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북한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조만간 만날 거라고 했는데 만났다는 얘기가 없죠. 폼페이오 방북도, 당국자들 얘기로는 무언가 될 것처럼 보이지만 구체적인 실체가 드러나는 건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 아닌가 싶습니다."

- 지난 인터뷰에서 비핵화 시간표 제출을 강조하셨잖아요. 여전히 딱 떨어지는 시간표는 제출하지 않고 있지요. 그러나 북측은 남북 정상회담에서 일정한 조건을 내걸고 영변 핵시설 폐기 의사를 나타냈고,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회담에서는 지난 5월 폐기한 풍계리 핵실험장에 사찰단을 받겠다고 했어요.
"말씀하신 대로 영변 핵시설 폐기 의사라든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사찰을 받겠다는 부분은 발전된 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번 인터뷰에서도 말했지만, 북한이 최종적인 핵 폐기를 어떤 스케줄로 갈 건지 정해야 하거든요. 그러나 그 점에서는 아직도 비핵화 시간표가 명확히 나와 있지는 않죠(관련 기사 : "남북정상회담 날짜 안 잡은 건 '압박'일 수 있다").

지금의 현안인 핵 신고와 종전선언을 바꾸든지 아니면 영변 핵시설 폐기와 종전 선언을 바꾸든지 이런 부분에 있어서 타협이 이뤄진다면, 또 한 단계 진전이 이뤄지는 건 분명합니다. 그런데 한 단계 진전하더라도 그다음 과제가 또 남거든요. 그래서 최종적인 핵 폐기까지 북한이 어떤 어떤 단계를 밟을 것인가, 이러한 단계에 관해 미국은 어떤 어떤 상응 조치를 해줄 것인가 하는 전체 스케줄이 나와야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 정부가 북미 간 중재하겠다고 나서고 있잖아요. 좀 더 적극적으로 비핵화 시간표를 만드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봐요. "

- 트럼프는 미국 중간 선거 후 북미정상회담 하겠다고 해요. 하지만 만약 미국 민주당이 승리한다면, 트럼프가 방향을 바꿀 수도 있어서 북미정상회담이 안 열릴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요?
"일반적으로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이 장애물을 만날 거라는 예측을 많이 하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공화당 승리나 민주당 승리가 트럼프 대통령 대북 정책에 어떤 영향을 줄지 아직 명쾌하지는 않은 거 같아요. 민주당이 승리하면 트럼프 대통령 대북 정책에 제동이 걸려서 지금까지 해온 '북한과 대화를 중시하는 정책'이 장애물을 만날 거라는 시각이 있지만, 역으로 공화당이 승리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급한 불은 껐으니까 입장을 바꿔서 '내가 지금까지는 많이 참아 줬는데 북한은 왜 속도를 안 내는 거냐'라고 나올 가능성도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꼭 민주당이 승리하면 트럼프 대북정책이 장애물을 만나고 공화당이 승리하면 그렇지 않을 거라고 보지는 않아요.

그리고 말씀하신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모든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 있는 겁니다. 실무 선에서 비핵화 협상이 잘 진전되지 않는다면 북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불투명해질 수 있겠죠. 그런데 1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과정을 보면 당시 성 김과 최선희의 실무 협상이 원활치 않았는데도 정상회담이 이뤄졌거든요.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지를 중시하는 스타일이잖아요. 김 위원장과 만나 악수하고 관계가 좋다는 걸 가지고 세일즈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정치 공학으로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북미 간 실무 협상이 잘 안 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또다시 이미지 정치를 하기 위해서 김 위원장과 만날 가능성은 있다고 봅니다."

"5.24 조치 해제? 치밀하게 조율해서 나온 발언 아닌 듯"

- 최근 강경화 외교 장관이 5.24 조치 해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해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는데요. 사실상 5.24 조치는 박근혜 정부부터 유명무실한 내용이잖아요. 더구나 해제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검토하겠다는 말이 논란이 된 건 잘 이해가 안 갑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5.24조치는 사실상 무력화 됐다고 볼 수 있는 측면이 있습니다. 물론 완전한 무력화는 아니에요. 왜냐하면 유엔 대북 제재가 살아있기 때문에 5.24 조치를 해제하고 싶어도 실질적인 내용 면에서는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측면이 있죠.

질문하신 부분에 대해서는 몇 가지 측면으로 나눠봐야 할 것 같은데요. 첫째, 5.24 조치가 발생한 이유를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5.24 대북제재 조치는 북한의 천안함 폭침 사건 때문에 생긴 거잖아요. 그리고 천안함 사건에 대해서 북한이 인정하거나 사과하는 조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원인 행위에 대한 조치가 하나도 이뤄진 게 없는데 정부가 5.24 조치를 해제하겠다고 나오는 것은 맞지 않는 측면이 있는 거죠.

또 하나는 그 발언에 대해 야당이 공격적인 공세를 취하니까 강 장관은 발언 잘못했다고 사과했다는 거죠. 강 장관이 사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답변한 거라고 봅니다. 사실 5.24 조치는 남북 간 제재 조치기 때문에 엄밀히 말해 주무 부처는 통일부입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거기에 대해 답변하는 게 맞는데, 강 장관이 국감 말미에 사과까지 한 것을 보면 현안 대해 잘 이해가 안 된 상태에서 발언한 것으로 보이거든요.

또, 지금 정부도 유엔 대북 제재를 유지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잖아요. 문재인 대통령도 제재 완화를 얘기하면서도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상당 부분 진행된 걸 전제로 제재 완화를 얘기한단 말이죠. 그런데 강 장관이 국감에 나와 뜬금없이 5.24 조치 해제를 검토 중이라고 말한 것은 지금 전반적인 정부 기조와도 안 맞는 부분이 있어요. 외교 안보 부처 장관의 입은 무거워야 합니다. 조심해야 되는데 강 장관이 조금 경솔했던 게 아닌가 싶어요."

- 트럼프 대통령이 5.24 조치 해제와 관련해서 "한국이 미국의 승인 없이 대북제재를 해제하진 않을 것이다"라는 발언을 했잖아요. 5.24 조치는 우리의 독자적 제재인데, 미국의 승인을 받아 해제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읽히는데요.
"이 발언은 대단히 잘못된 발언이라고 봅니다. 우리가 한미동맹 관계에 있지만, 협조 관계인 것이지 미국 승인받는 건 아니잖아요.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우리 국익을 위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미국이 동의하지 않더라도 할 부분은 해야 하는 거죠. 미국에 대해 항의할 부분이 있으면 항의도 해야 하고요.

그러나 지금 청와대가 '로키'(low-key)로 가는 건 현 단계에서는 한미공조가 필요하다는 현실적인 판단을 한 거 같고요, 여전히 제재 국면이라는 걸 인정하는 측면도 있거든요. 이렇게 보더라도 강 장관 발언이 정부 내에서 치밀하게 조율되어 나온 건 아니라고 보입니다."

- 판문점 선언에서 연내 종전 선언하기로 했어요. 그러나 2018년이 두 달밖에 남지 않은 현 시점에서 그게 가능할지 의문이기도 합니다.
"중간 선거 전에 2차 북미 정상회담할 거 같은 분위기가 있었잖아요. 그러다 중간 선거 이후로 북미정상회담을 미뤘는데, 최근 볼턴 미국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북미 정상회담 2~3개월 안에 열릴 거라며 또 시간을 미뤘단 말이죠. 제가 보기에 현실적으로 중간 선거 직후에 북미 정상회담이 바로 열리긴 어려울 거 같고 중간 선거 후에 북미 간 조율을 통해서 정상회담 날짜를 잡는 절차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고요.

또 한 가지는 실질적인 비핵화 협상의 진전, 핵 신고와 종전 선언을 바꾸든지 영변 핵시설 폐기와 종전 선언을 바꾸든지 제재 완화를 넣어 패키지딜을 하든지 이런 부분에 대해서 아직 실체가 나오지 않아서 올해 안 종전 선언이 확정적인 건 아닌 거 같아요. 물론 이전 경우를 보면 2~3주 안에 분위기가 확 올라가는 경우가 있으니까 예단할 수 없지만, 지금 이 상태로 흘러간다고 보면 중간선거 이후 2개월 동안에 바짝 협상의 진도를 빼서 남북미 종전선언까지 갈 수 있을지, 가능성을 반반 정도로 열어둬야 할 것 같습니다"

- 반반인가요, 가능성이 낮은가요?
"핵 신고나 영변 핵시설 폐기와 종전선언을 맞바꾸는 딜만 이뤄지면 가능성은 있겠죠. 왜냐하면 2차 북미 정상회담과 김정은 위원장 서울 답방이 올해 안에 이뤄지는 거로 돼 있잖아요. 만약 북미 정상회담을 판문점에서 한다면 문 대통령이 바로 판문점으로 가면 되는 거고요. 물론 그때 맞춰서 트럼프 대통령이 꼭 한국에 온다는 보장은 없지만, 김 위원장 서울 답방하는 것도 종전선언 가능성을 열어두는 이벤트거든요. 2차 북미 정상회담과 김 위원장 서울 답방 두 가지 이벤트가 아직은 살아 있기 때문에 올해 안 종전 선언이 물 건너갔다고 보지는 않아요."

- 북미 정상회담을 판문점에서 하고 북미 정상이 손잡고 서울에 올 가능성 있을까요?
"판문점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하고 문 대통령이 판문점에 가서 종전 선언하는 시나리오는 가능성이 있을 거 같은데, 판문점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하고 북미 두 정상이 같이 서울로 오는 건 어려울 거 같아요. 왜냐하면 김 위원장이 서울 오는 건 굉장히 준비가 필요한 일입니다. 경호 문제 등 우리 정부가 준비해야 할 게 많거든요. 북한 입장에서도 김 위원장이 서울 온다면 호위총국이나 의전 담당이 미리 답사하고 여러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쉽게 이뤄질 수 있는 건 아니고요.

판문점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하는 것 자체도 굉장히 준비가 필요하잖아요. 판문점에서의 북미 정상회담과 김 위원장 서울 답방, 둘 다 많은 준비가 필요한 작업이라서 두 가지를 한꺼번에 엮어서 행사를 치르기는 쉽지 않을 거 같습니다."

- 문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을 제안했고 김 위원장도 긍정적인 답변을 한 것 같은데 교황이 방북하게 되면 그 의미는 무엇인가요?
"교황에겐 평화의 사도라는 이미지가 있잖아요. 교황이 북한 가면, 한반도에 평화의 기운이 더 넓게 펴진다는 이미지를 전 세계에 전하는 효과가 있을 거 같고요. 교황을 북한 땅에 받아들임으로써 김 위원장이 남북 화해나 한반도 평화체제를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는 이미지를 보이는 효과도 있을 거라고 봅니다. 그리고 북한이 말로는 '종교의 자유가 있다'고 하지만 사실상 그렇지 않아 보이잖아요. 교황이라는 상징적 인물이 가면, 북한이 종교적인 측면에서도 열려있다는 메시지를 세계에 전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 부분은 북한에게 양날의 칼입니다. 교황이 평양까지 가면 북한 내 주민들 사이에서 종교에 대한 관점이 달라질 수 있거든요. 북한 입장에서 종교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현상은 체제 안전의 위해 요소로 보일 겁니다. 말로는 교황 방북을 열렬히 환영한다고 했지만, 막상 교황이 북한에 간다면 당국이 느끼는 부담감도 상당히 있을 거라고 봅니다."

-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드려요.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 발전을 통해서 남북관계와 한미동맹 속에 비핵화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대통령도 많이 뛰어서 일정 정도 성과를 거둔 측면이 있습니다. 지난 3차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15만 평양 시민에게 연설하고 김 위원장과 같이 백두산에 오르는 등의 강렬한 이미지를 통해, 비핵화 문제가 해결될 수 있지 않겠느냐라는 기대가 생긴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기대를 못 따라가는 부분이 있거든요. '남북관계 미래에 대한 기대'를 가지는 건 좋습니다. 하지만 지금 발 붙이고 있는 현실은 어느 단계에 있는 것인가라는 점은 '기대'와는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을 거 같아요. 우리가 좀 더 차분하게 현실을 냉철히 관찰하자는 거예요. 진보 보수 프레임도 별 의미 없다고 보는 게, 지금 중요한 건 진보적 시각인지 보수적 시각인지가 아니거든요. '어떻게 하면 지금 일어나는 현상을 가장 정확히 관찰하고 판단할 것인가'라는 냉철함이 지금 시점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말씀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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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너뷰'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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