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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진걸 민생경제 연구소장
 안진걸 민생경제 연구소장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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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까지 참여연대 공동 사무처장으로 우리 사회 문제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 함께했던 안진걸 민생경제 연구소장이 지난 9월 30년 학생운동과 시민운동을 정리하며 <되돌아보고 쓰다>라는 책을 출간했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민주주의'란 부재가 달린 <되돌아보고 쓰다>는 그동안 안 소장이 언론사 등에 기고한 글과 현재 대한민국에 관해 쓴 글을 묶은 책이다. 첫 책을 출간한 소회를 듣기 위해 지난 1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안 소장을 만났다. 다음은 안 소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

- 지난 9월 초 <되돌아 보고 쓰다-가난한 이들을 위한 민주주의>를 출간하셨잖아요. 첫 저서인데 출간한 소회가 어떠세요?
"제가 책을 내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올해 4월 참여연대 사무처장 임기 만료와 함께 민생경제연구소를 만들어서 사회 양극화 및 불평등·민생고 문제 해결 활동에 올인하는 걸 준비하는 과정에서 살펴보니, 지난날 우리 국민의 민생·복지·경제 민주화를 위해 애썼던 이야기를 써놓은 게 꽤 되더라고요. 그걸 묶어서 왜 민생, 복지, 경제 민주화가 중요한지, 부당한 권력에 대한 저항과 투쟁이 의미가 있는지를 정리해보고 싶었어요. 마침 '북콤마' 출판사에서 적극적으로 책을 내자고 하셔서 3분의 2는 그동안 썼던 글을 모으고 3분의 1은 최근에 새로 쓰거나 정리해서 책을 내게 되었어요. 지금도 책을 내고, 서평이 여기저기 언론에 실려서 몹시 쑥스럽기만 하네요."

- 책을 내시는 데는 얼마나 걸린 건가요?
"예전에 언론사와 참여연대에 기고한 글들이 매우 많지만, 최근 상황에 맞추어 글을 새로 쓰다 보니 그래도 몇 달은 걸리더라고요. 책 내는 게 정말 장난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작가님들과 출판사들이 많이 고생해서 책을 낸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최근 2쇄를 찍었고, 곧 3쇄도 찍을 것 같은데요. 아무래도 촛불 시민들이 저를 기억하고 책을 사주시는 것 같아요. 참 고마운 마음입니다."

- 박원순 서울시장, 최승호 MBC 사장, 장항준 영화감독이 추천사를 쓰셨던데.
"우리 사회에 정말 중요한 분들인데, 제게 과분한 응원과 격려를 보내주셔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추천사를 써주신 세 분께서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관심을 당부하시기도 했고요. 또 학생들이나 청년세대가 읽어보시면 교육적 효과가 있는 책이라고도 하셨고요."

- 부제가 '가난한 이들을 위한 민주주의'인데 이렇게 잡은 이유가 궁금해요.
"제가 1989년부터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해서, 지금 30년쯤 지났잖아요. 저의 일관된 관심사는 '서민들이 열심히 일하는데 왜 못살지?'였어요. 돌이켜 보니 제가 학생운동이나 시민사회 운동에 뛰어든 계기도 그래요. 광주 민중항쟁이나 1991년 강경대 열사 사건과 같이 부당한 권력에 의해 국민이 억울하게 희생당한 것에 대한 분노가 50% 정도였어요. 나머지 50%는 열심히 일하는 서민들이 생존에 대한 걱정 없이, 자식 교육비 걱정 없이, 늙어서 노후 걱정 없이 사실 수 있는 사회에 대한 열망 때문이었어요. 그래서 가난한 이들을 위한 민주주의로 한 거죠.

우리가 계속 민주주의를 외쳤는데, 그것만으론 부족하다는 생각입니다.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을 넘어서 of the poor, by the poor, for the poor(가난한 사람들의, 가난한 사람들에 의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로 발전되고 심회되어야 한다는 거예요. 국민 모두를 위한 정부이고 민주주의여야 하지만, 거기서 더 들어가서 정부와 사회가 최우선으로 빈민, 서민, 중산층들부터 챙겨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쉽게 오지 않는 '좋은 세월', 다른 길을 생각할 틈도..."

 
 <되돌아보고 쓰다> 책표지
 <되돌아보고 쓰다> 책표지
ⓒ 북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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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을 보니 법학 전공하셨더라고요. 과거 법학 전공이면 대부분 사법고시를 봤는데, 시민단체에 들어가셔서 시민운동을 해오고 계시잖아요. 방향을 전환한 계기가 있을까요?
"저희 부모님 소원은 제가 사법고시를 봐서 법조인 되는 거였는데, 그 꿈을 외면하게 되어서 너무나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전 과정적으로도, 결과적으로도 불효자입니다. 제가 91년에 중앙대 법대 합격해서 들어갔는데, 그때 명지대 강경대 열사가 공권력의 폭력으로, 백골단 쇠파이프에 맞아 숨졌어요. 박종철 열사, 이한열 열사도 경찰 물고문당하거나, 최루탄 직격탄 맞아 희생됐어요. 그런 모진 폭력의 역사가 있었는데, 그 실질적 책임자들이 한 번도 제대로 처벌받지 못했어요.

법과 제도가 정의를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국민을 탄압하고 억압하고 민주주의를 유린하는 데 악용되는 현실을 보면서 법학 공부에 흥미를 급속도로 잃고, 법조인의 길 보다는 학생운동과 사회운동에 전념해서 법과 제도를 바로 잡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겁니다. 우리 사회를 바로 세운 다음 마음 따뜻한 법조인이 되어도 늦지 않겠다고 생각했는데, 어느덧 훌쩍 30년 가까이 지나 비법조인으로서 있네요."

- 그럼 원래 법조인이 꿈이었어요?
"네, 따뜻한 법조인이나, 정의로운 기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대학 시절을 거치며 억울하게 죽는 사람 없는 사회를 만들고 하려고 했지만, 그러다 2018년이 되어서 이젠 못할 것 같아요. 다만 기자란 꿈은 <오마이뉴스>에 시민기자로 가끔 글도 쓰고, 기고도 하면서 조금 달성했다고 할까요(웃음). 그럴 때면 기자의 꿈을 일부라도 실현하게 해준 <오마이뉴스>와, 졸고임에도 글을 종종 실어주셨던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내일신문, 프레시안 등에 깊이 감사드리게 되더라고요.

법조인인 못된 아쉬움은 창립 30년째를 맞이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시민사회단체인 민변과 적극 연대하면서, 변호사님들을 열심히 응원하면서 잘 이겨내고 있어요(웃음). 최근 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가 소셜펀치를 통해 후원금 모금하고 있던데, 거기에도 얼른 동참하고 응원하는 글도 게재했어요."

- 법조인으로 세상을 바꿀 수도 있잖아요?
"저와 같이 활동했던 선후배 동료들이나 크고 작은 인연이 있던 분들이 변호사가 되어 민변에서 많이 활동하고 계세요. 그러나 저는 학생운동이나 시민사회운동에 뛰어들 때 진짜 좋은 세상이 오면, 그때 법조인이나 기자에 도전해보자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시간이 흘러버릴지 몰랐어요. 그야말로 나름 학생운동이나 사회운동에 올인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만큼 좋은 세상은 오지 않아서 다른 길을 생각할 틈도 없었고요.

또 제가 대학을 졸업할 즈음엔 IMF 사태가 터져서, 우리 국민들이 정리해고 당하고, 실업자 되고, 노숙자 되고 그런 고통이 엄청나던 때였어요. 그래서 그때도 법조인이나 기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뒤로 미루고, 이 문제부터 해결하는 데 뛰어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거예요."

- 후회 안 하세요?
"요즘은 체력도 달리고 머리도 예전 같지 않고, 가족들과 식구들에게 경제적 부담도 드린 것을 보면, '다른 길을 선택할 수도 있었을 텐데'라는 후회도 가끔은 들더라고요.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었고 제가 좋아서 한 일이니까 큰 후회는 없습니다. 사람의 모든 선택이 완벽할 수는 없잖아요.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무슨 일을 하든 불꽃처럼 살지 못하면 그게 진정한 후회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또 아무리 선택을 잘했다고 해도 늘 그 이면에는 고독함과 쓸쓸함도 있는 것 아닐까요? 그런 생각 하면서, 앞으로도 더 좋은 세상을 위해 열심히 살아야겠다면서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암튼 요즘은 체력과 정신력이 예전 같지 않아서 고민입니다(웃음)."

"정부에게만 맡기면 안 돼요, 우리가 함께 쟁취해야죠"

- 책에 담긴 글 중엔 예전부터 쓴 것도 있는데, 지금 상황에 안 맞는 내용도 있어요. 예를 들어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 나오는 부분이 있어요. 보통 책은 출간 시점을 기준으로 쓰잖아요. 지금 시점으로 정리하지 않았는데 이유가 있나요?
"제목이 '되돌아보며 쓰다'잖아요. 당시 상황에서 제가 어떤 고민을 했고 어떤 투쟁을 했는지를 그대로 둔 거죠. 당시 썼던 글이기 때문에 그 시절 호칭을 그대로 둔 것입니다. 큰 고민이나 기획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에요. 그래서 글마다 쓴 해가 표시되어 있습니다. 당시 있었던 일을 수록하는 게 의미 있어서 시점을 그대로 썼어요."

- 책에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요.
"노 의원님은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민생문제나 노동자·서민의 문제, 갑을 문제 등이 발생했을 때 제일 먼저 달려오신 분이셨죠. 보통 노동문제나 삼성 X파일 폭로 등을 많이 기억하는데, 실제론 사회경제적 약자들의 고통과 고충에 두루두루 함께하셨던 아주 뜨거운, 동시에 섬세한 휴머니스트가 아니셨을까 생각해봅니다. 노회찬 의원님만 생각하면, 지금도 믿기지 않고, 너무 슬프기만 합니다."

- 시민운동 해오며 기억에 남는 장면 몇 가지 소개해 주세요.
"최고로 기억에 남는 건 2016~2017년의 촛불 시민혁명이죠. 지금도 머릿속에 그 아름답고 평화롭고 장엄했던 촛불집회 장면이 생생해요. 어느덧 2주년이 다가오는데 한국 민주주의뿐만 아니라 세계 민주주의 역사를 다시 쓴 것으로 평가받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2008년 대규모 촛불집회도 늘 생각나고, 또 2011년 광화문을 가득 메운 반값등록금 시위 같은 게 많이 기억나요. 용산 화상도박장 폐쇄 운동 승리, 친환경 무상급식 확대 캠페인, 대형마트·SSM 확대 반대 및 중소상공인 살리기 운동, 이동통신요금 원가공개소송 승소도 기억나고요."

- 시민운동 앞으로 방향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지금 시민운동은 남북 화해와 한반도 평화,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 증대를 통한 소득주도 성장과 경제 활성화, 공정한 경제 그리고 적폐 청산에 올인해야 합니다. 정부에게만 맡기면 안 되죠. 우리가 그걸 함께 쟁취해야죠. 최저임금 인상했다고 엄청난 공격을 받았는데 최저임금 올리라고 하신 분들이 거기 반박이나 대응하지 않은 건 문제라고 생각해요."

- 적극적으로 대응 안 하는 이유는 뭘까요?
"정부가 알아서 하라는 냉소와 무책임이 있는 거죠. 그건 올바른, 책임 있는 태도가 아니에요. 모든 시민운동 세력이 정부에만 개혁을 맡기면 안 돼요. 잘하면 박수 치고 못하면 채찍질해야죠. 더 나아가 소득 증대하겠다는 걸 조중동과 재벌이 연합해서 백지화시키려고 하는데 그건 재벌 개혁과 경제민주화를 좌초시키려는 기획입니다. 적극적으로 맞서야죠. 경각심을 가지고 개혁을 좌초시키려는 세력과 투쟁하고, 더 많은 지지를 끌어내기 위한 활동이 필요합니다. 동시에 시민 속으로 들어가야죠. 국민 보기엔 여전히 시민단체가 멀어 보이고 문턱이 높아 보여요. 더 문턱도 낮추고 가슴도 활짝 열어젖히고 시민 속으로 들어가야죠."

- 문재인 정부 행보는 어떻게 평가하세요?
"저는 문재인 정부가 두 가지를 잘해야 성공한다고 생각해요. 남북화해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야죠. 남북 교류를 해서 한반도 평화와 남북 경제를 번영시키는 데 올인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서민 중산층 대다수 국민들의 경제 문제를 해결해야죠. 경제 문제가 안 풀리면 국민들로서는 당연히 불만이 높아져서 (정부를) 비판할 수밖에 없잖아요. 선거에서 (그 민심이) 드러날 수 있죠. 결코 방심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국민은 적폐세력에 대한 분노가 커서 적폐 청산을 일관되게 지지하지만, 내년 5월이면 만 2년이에요. 서민 경제가 나아지지 않으면 집권 세력에 대한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어요. 그것에 대해 강력한 책임감을 가지고 해야죠."

- 이 책으로 전하려는 메시지는 뭔가요?
"우리 국민들을 위해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많은 시민사회단체가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어요. 아직 많은 문제가 있지만, 바로 그러한 시민사회단체들 곳곳에서 공익활동을 하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조금씩이라도 더 좋아지고 있다는 걸 공유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많은 국민들이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참여나 후원, 응원을 함께 해달라는 이야기도 드리고 싶었고요.

또,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을 확립하는 게 안 되어 있으니까, 그것을 확립하기 위해 다같이 노력하되, 동시에 가난한 이들을 위한 민주주의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었고요."

-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드려요.
"강하고 더 좋은 민주주의, 민생 문제가 해결되는 민주주의가 되려면 좋은 정당과 노동조합, NGO, 개혁 언론이 지금보다 더 활성화 되어야 합니다. 좋은 정당 및 개혁 정당이나 노동조합, 시민단체, 개혁언론을 계속해서 더 많이 응원하고, 후원하고, (이들의 활동에) 참여하는 게 필요합니다. '한 시민이 한 시민사회단체 이상 가입하고 후원하고 참여하기' 같은 게 실현되면 좋겠네요. 그래서 이 책의 수익금 절반 이상을 문익환 목사님이 만드셨던 '통일맞이' 단체 등 NGO에 기부하기로 했고요. 책도 많이 홍보해 주시고 구매해 주시고 권유해 주시면 참 고맙겠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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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너뷰'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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