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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3일 토요일 아침도 여느 주말처럼 성당에서 반찬을 만들었습니다. 우리 봉사단체는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만 빼고는 성당 주방에서 반찬을 만들어서 어려운 가정 20여 세대에 배달하고 있습니다.

그날도 반찬가방을 들고 아파트 8층에 사는 댁을 방문하기 위해 승강기를 탔습니다. 승강기 안에 글씨를 크게 해서 써붙인 협조문이 보였습니다.
 
협조문
(쓰레기를 지저분하게 버린 사진)
이게 뭡니까~ 그래도 아파트에 거주한다는 분들이 인근 빌라에서 사는 분들과 뭐가 다릅니까? 종량제봉투는 제대로 묶어서 배출하고, 비닐 및 휴지는 봉투(10리터 1장에 310원) 구입 후 버리십시오.
00아파트 관리사무소
   
 아파트 승강기에 붙은 협조문.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파트 승강기에 붙은 협조문.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유정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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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보는 순간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찬을 노부부께 잘 전달하고 승강기를 타고 내려오면서 다시 그것을 눈여겨 봤습니다. 어떻게 저런 글을 공개적으로 붙일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됐습니다.

내가 사는 곳은 빌라가 아주 많습니다. 최근에 지어진 것도 있지만 수십 년 전에 지어진 것도 있어서 반지하 혹은 지하에서 생활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딘가는 빌라가 매우 고급이라서 웬만한 아파트보다도 더 비싸다지만 여기는 그렇지 않습니다. 빌라에 사는 사람들은 여건만 되면 아파트로 들어와서 살기를 원합니다.

밖에 돌아다닐 때 보면 쓰레기와 종량제 봉투가 곳곳에 버려져 있습니다. 지저분하기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치운다 해도 다시 지저분해집니다. 게다가 음식물쓰레기를 담은 작은 통들이 빌라 입구에 여러 개 놓여 있어서 미관상 보기도 좋지 않습니다. 제대로 버리면 그런 대로 괜찮겠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어서 냄새는 물론이고 파리 떼가 떠나지 않습니다. 

매일 그런 장면을 보며 나는 집에 들어옵니다. 아파트에 사는 나는 일반쓰레기는 물론 음식쓰레기까지 정해진 곳에 버립니다. 아무 걱정이 없습니다. 아주 깨끗합니다. '빌라에 사는 것과 여기 아파트에 사는 것은 다르다'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반찬을 배달한 그 아파트의 협조문에 바로 평소 내가 가졌던 생각이 반영돼 있었습니다. 얼굴이 말할 수 없이 화끈거렸고 몹시 부끄러웠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저런 글을 써서 붙여놓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빌라에 사는 사람들이 왜 쓰레기를 그렇게 버리는 것일까요? 그들은 왜 음식쓰레기를 집 앞 작은 통에 버려서 지나가는 사람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그들에게는 아파트와 같은 환경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정한 장소에 분리수거를 할 수 있게 하고, 종량제봉투나 음식쓰레기를 버릴 수 있게 여건을 만들어주었더라면 그들이 지금처럼 그렇게 할 까닭이 없지 않을까요?

'그래도 아파트에 거주한다는 분들이 인근 빌라에서 사는 분들과 뭐가 다릅니까?'라고 쓴 협조문은 공개적으로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과 빌라에 사는 사람들은 '격이' 다르다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 행동을 하면 빌라에 사는 사람들과 다를 바 없으니, 아파트에 사는 사람답게 쓰레기를 잘 버려달라고 했으니까요. 

그것을 보면서 내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나 역시 그동안 그런 마음을 은연중에 갖고 생활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빌라에 사는 사람들 입장을 생각해야지 이런 식으로 주거지의 다름이 곧 격이 다르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아파트 승강기를 거기에 사는 주민들만 쓰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주위에 사는 사람들도 사용할 겁니다. 그 글에 나와 있는 것처럼 인근 빌라에 사는 사람들이 그것을 본다면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요? 아이들이라면요? 최근 아이들 사이에서 빌거(빌라 거지)라는 말을 쓴다는 기사를 봤는데, 이런 협조문을 보니 부끄러워지는 군요.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에 산 지 벌써 20년이 지났습니다. 그럼에도 빌라에 사는 사람들이 쓰레기를 왜 그렇게 버리는지 이해하게 된 것은 얼마 안 됐습니다. 그것이 퍽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내가 가까이에 있는 빌라에 살고 있다면 그러고 싶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아파트처럼 그런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았으니까요. 그런 이해 없이 쓴 협조문이 계속 마음에 남아 몇 자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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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요즈음 큰 기쁨 한 가지가 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오마이뉴스'를 보는 것입니다. 때때로 독자 의견란에 글을 올리다보니 저도 기자가 되어 글을 쓰고 싶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우리들의 다양한 삶을 솔직하게 써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에디터.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다다와 함께 읽은 그림책'을 연재하며,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