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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0여 년 간 남북은 서로 다른 체제로 각자의 사회를 구축했지만, 민족공동체로서의 의식마저 상실했던 것은 아니다. 비록 입장과 시각은 다를지언정 분단극복의 문제는 남과 북 각자의 사회에서, 또 양자 간의 문제에서 끊임없는 담론으로 존재해왔다. 분단시대를 살아왔지만 남과 북 모두 민족공동체의 자장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남북은 민족공동체를 의식하며 스포츠, 이산가족, 공연예술, 방송 등 여러 방면의 교류와 이벤트를 만들며 '우리는 하나'라는 것을 누차 연출해왔다. 그리고 이러한 이벤트에 남북은 아리랑을 함께 부르곤 했다. 특히 올림픽을 위시한 각종 스포츠 행사를 통해서 남북은 국기 대신 한반도기를 들고, 국가 대신 아리랑을 부르며 '갈라져 있어도 하나'임을 대내외에 보여주려 했다.
 
단일팀 첫 평가전, 한반도기와 아리랑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4일 오후 인천 선학링크에서 스웨덴과 첫 평가전을 벌였다. 경기에 앞서 한반도기(단일기)가 게양된 가운데 단일팀 국가로 아리랑이 울려퍼졌다.
▲ 단일팀 첫 평가전, 한반도기와 아리랑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4일 오후 인천 선학링크에서 스웨덴과 첫 평가전을 벌였다. 경기에 앞서 한반도기(단일기)가 게양된 가운데 단일팀 국가로 아리랑이 울려퍼졌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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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은 민족의식이 배어 있는 노래로서 남북 공동의 문화유산이다. 그러므로 아리랑은 우리 문화 중 '하나'임을 상징하기에 가장 적절한 대상이다. 그런데 분단 이후 남북의 아리랑은 각자의 사회체제에 따라 서로 다른 길을 걸었다.

아리랑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도 남북에 의해 각각 등재되어 있다. 그 명칭도 남한의 것은 '아리랑, 한국의 서정민요', 북한의 것은 '조선민요 아리랑'으로 달리 되어 있다. 아리랑도 남북으로 갈라져 분단되어 있는 것이다.

'하나'임을 연출하기 위해 아리랑을 부르면서 국제기구에는 아리랑을 각자의 것으로 올려놓은 것은 분명 모순이다. 그러므로 아리랑의 민족 상징성을 부정하지 않는다면, 남북은 아리랑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를 단일화해야 한다. 이것은 남한과 북한 당국 모두의 당위적 과제이며 동시에 함께 풀어야 할 현안에 해당한다.

근래 남북은 분단 이후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아리랑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 단일화 추진 시점은 지금이 적기이다. 남북의 현안을 푸는 제반 사업이 진행되거나 기획되고 있기 때문이다.

DMZ 공동유해발굴, 한강과 임진강 하구 공동이용, 남북 철도연결 등과 같은 차원에서 갈라진 아리랑을 하나로 복원하는 것도 남북 교류를 위한 또 하나의 사업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사업을 통해 남북은 아리랑의 문화공동성을 보다 선명히 드러내고, 아울러 남과 북, 곧 한민족의 분단 극복 의지를 세계에 천명하는 효과를 얻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아리랑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단일화는 기본적으로 남북이 함께 풀어야 할 현안이면서 또한 분단을 극복하는 남북 소통의 상징적 작업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의 등재 신청에는 해당 종목의 정의와 범주, 역사, 성격, 종류, 교육과 제도, 전승현황 등 제반 정보와 자료를 정리해 제출해야 한다. 그러므로 아리랑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단일화하기 위해서는 이미 각각 정리해 제출한 아리랑에 관한 정보도 정비해 단일화해야 한다. 현재 남북이 유네스코에 제시한 아리랑의 정보는 그 시각과 내용에서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유네스코의 남한 쪽 아리랑 정보는 아리랑을 한국과 한민족의 대표적 민요라고 하면서 '한민족을 하나로 묶고 소통하게 하는 힘'을 가진 노래로 설명한다. 북한 쪽 아리랑 정보는 아리랑을 민족의 정체성을 갖게 하고, 민족분단의 아픔과 통일의 염원을 표출하는 등 한민족의 역사를 반영한 노래라고 설명한다.

유네스코의 아리랑 정보가 남한의 것이 문화적 측면에 무게를 두고 있다면, 북한의 것은 정치사회적 측면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이다. 이밖에 세부 정보의 차이 또한 곳곳에 존재한다.

아리랑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 단일화를 위해서는 남북의 유네스코 아리랑 정보 차이는 하나로 조정되고, 또 남북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아리랑의 시각도 새로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작업을 해내기 위해서는 남북의 아리랑 연구자들과 관련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해야 한다. 자연스레 남북의 아리랑 공동 논의를 유발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아리랑이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단일화되면, 남북은 이를 기반으로 아리랑을 기리고 선양하기 위한 다음 단계의 사업으로 함께 나아갈 수 있다. 남북 공동의 아리랑 선양 사업은 민족화합의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키며, 남북 교류의 진전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아리랑은 단지 '하나'임을 드러내기 위한 이벤트용 가창물이 아니라, '하나'이기 위한 일을 매개하며 이끄는 보다 능동적인 존재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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