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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은령 스튜디오뮤지컬 대표
 고은령 스튜디오뮤지컬 대표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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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뮤지컬'이란 (예비)사회적 기업을 운영하는 고은령 대표가 지난 10월 말 <보들극장-아빠가 사라졌다!>라는 책을 출간했다. '고은령의 장애 유형별 맞춤 연극 창작법'이란 부제가 달린 이 책은 고 대표가 배리어프리 연극 도전기를 담은 에세이와 '장애 유형별 맞춤 연극 창작법'이란 논문 그리고 고 대표가 집필한 <아빠가 사라졌다!>라는 뮤지컬 대본으로 구성했다.

책 출간 뒷이야기와 함께 배리어프리 공연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가 궁금해 지난 14일 서울 용산역 한 커피숍에서 고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다음은 고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 지난 10월 말 <보들극장-아빠가 사라졌다!>를 출간하셨잖아요. 처음인 것 같은데 소회가 있을 거 같아요.
"책 출간은 처음이라 걱정이 많았어요. 특히 올해 사업 일정이 많았거든요. 공연과 교육 일정 가운데 책도 준비하느라 힘도 들었고 한편으로는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그래도 그동안의 작업에 대해 중간보고를 마친 것 같아 뿌듯합니다."

- 얼마나 준비하셨어요?
"이 책은 2012년부터 시작된 저희 배리어프리 관련 연구와 작업에 대한 정리의 성격이 강합니다. 공연 작업으로 따지면 2012년부터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책 저술의 시작으로 보자면 작년 논문 준비 때부터라고 할 수 있겠네요. 지난해 같은 주제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석사(전문사) 학위 논문을 썼거든요. 그 논문을 좋게 봐주셔서 올해 서울문화재단의 예술연구 서적 발간 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책도 낼 수 있게 된 거랍니다."

- 반응은 어때요?
"사실은 많이 팔릴 것을 기대하고 쓴 책은 아닙니다.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책이 아니라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이 책을 집어들 분들이란, 공연을 만드는 사람, 그중에서도 장애인 관객에 관심 있는 사람이니까 그 수가 얼마나 적겠어요. 하지만 이 세상에 꼭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누군가는 연구하고 정리해둘 필요가 있는 분야에요. 장애인도 문화를 동등하게 향유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어떤 유형의 장애인이든 공연장에서 비장애인과 같이 공연을 볼 수 있는 것에 관한 책입니다. 예를 들면 감각에 결여가 있는 시청각 장애인들도 같이 볼 수 있게 하는 공연 말입니다. 그래서 일반 대중적 관심은 사실 큰 기대는 없었습니다만, 생각 외로 여러 매체에서 소개해 주시고 새로운 주제라는 데에 관심을 가져 주셔서 반응이 좋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 이전에 장애인들에 대한 생각이 어떠셨어요?
"이전이라 함은 이 분야에 대해 관심을 갖기 전 장애인에 대한 생각을 물으시는 것 같은데 그보다 이 작업을 한 후 변화에 대해 말씀드리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이전에는 장애인에 대해 특별히 '생각'이란 걸 많이 하지 않았으니까요. 반면, 장애인 관객을 위한 공연 작업을 시작한 후부터는 조금씩 또 매일 배우고 깨달아가고 있어요. 매일같이 '내가 정말 모르는 게 많구나'라는 걸 느끼며 배워가고 있습니다. 그만큼 비장애인들이 장애인과 분리되어 살아왔다는 거겠죠."

- <보들극장-아빠가 사라졌다>는 1부 배리어프리 연극 도전기고 2부 '장애 유형별 맞춤 연극 창작법' 논문 그리고 3부는 뮤지컬 '아빠가 사라졌다' 대본으로 구성했어요. 이유가 있을 거 같아요.
"먼저 말씀드렸다시피 논문이 출발이었습니다. 그래서 책이 좀 무겁고 딱딱한 느낌이 생기던 차였는데, 출판사 측에서 배리어프리 작업을 하게 된 계기나 과정, 뒷이야기 등보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부분을 넣자고 제안하셨어요. 감성적으로 관심을 이끌고 나서 본론인 '방법론'으로 들어가자는 거죠. 저도 동의했습니다. 고은령이라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낸 후, 2부에서 방법론을 보고 형식으로 정리했고, 3부에서는 그 실례라고 할 수 있는 <아빠가 사라졌다!> 대본을 증거자료로 보여드렸죠."

- 에세이에 아나운서 시절 이야기도 있더라고요. KBS 아나운서면 안정적이고 어디 가서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잖아요. 후회한 적 없으세요?
"그 질문은 정말 많이 듣는데 후회한 적 없어요. 제 기질이 직장인보다는 예술 쪽이나 사업 쪽인가 봐요. 2010년에 방송국을 그만뒀는데, 만약 그때 그만두지 못했다면 아마 다음 해든 또 그다음 해든 결국엔 그만뒀을 사람이지 않나 생각이 들어요, 월급 받으며 주어진 똑같은 업무를 하는 것보다 고생하더라도 해보고 싶은 일들을 이것저것 다양하게 하는 것이 좋은 사람이거든요."

"시각장애인에게도 보이고 청각장애인에게도 들리는 공연, 보들극장"

- 배리어프리를 잘 모르는 분이 많을 거 같은데 설명 부탁드려요.
"배리어프리에서 barrier는 장벽, free는 없다는 뜻입니다. '장벽을 없앤다'라는 뜻으로서 사회적 운동의 성격이 강한 용어이죠. 고령자나 장애인이 사용하기에 힘든 건축물과 시설을 바꾸어나가자는 뜻에서 시작된, 처음에는 건축학 용어로 시작된 말입니다. 그리고 점차 사회학적 운동으로 확장되었죠, 장애인과 고령자에 대한 차별을 없애기 위한 다양한 운동에 쓰여졌고 문화 분야에서 처음 쓰여진 것은 일본의 '배리어프리 영화제'에서부터입니다."

- 처음 어떻게 배리어프리를 접하게 된 거예요?
"저는 접한 것이 '본 것'은 아니고 '하는 것'으로 시작했어요. 누군가 배리어프리 공연을 하는 것을 보고 저도 해야겠다가 아니라 아무도 제대로 못 하니까 제가 해보자가 되었어요. 2012년에 <자리주삼>이라는 팟캐스트를 만들었었는데요. 오디오 뮤지컬을 만드는 작업이었습니다. 그 작품들을 들어주시는 시각장애인들이 계시다는 것을 알게 된 후 무대공연까지 만들게 되었습니다. 시각장애인 한 분이 듣고 계시다고 말씀해주셔서 알게 됐던 것이 시초라고 할 수 있겠네요."

- 시각장애인이 들으신다는 걸 처음 알았을 때 어땠어요?
"깨달음이랄까요. 원래 그 팟캐스트는 장애인을 위한 콘텐츠는 아니었습니다. 신인 창작자에게 기회를 주고 뮤지컬 애호가들에게 새로운 향유처를 주기 위해서 만든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시각장애인들이 즐기시는구나'를 깨닫게 되면서 시각장애인이 들으셨을 때 부족함이 없도록 만들려고 노력한다면 기술적 내용적 퀄리티도 더 좋아지고 나아가 시각장애인 맞춤 오디오 극이라는 새로운 장르가 나올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게 된 거예요. 새로운 관객을 발견하게 된 계기였죠."

- 원래 연극에 관심이 있으셨어요?
"네. 일단 KBS를 그만둔 이유도 연극 때문이었고요. 중학교 때부터 연극을 혼자 보러 다녔고 대학에서도 연극 동아리 활동을 했었죠."

- 배리어프리를 우리말로 한 게 '보들극장'이잖아요. 뒷이야기가 있을 거 같은데.
"배리어프리라는 단어를 기자님도 생소하다고 느끼셨고 많은 분이 생소해 하세요. 매번 한참 설명을 드려야 하는 용어이고 발음도 어렵잖아요. 영어인 데다가 시청각 장애인 당사자들도 어려워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배리어프리 공연을 만든다고 하시는 분들도 맞춤법이 틀리거나 발음을 틀리게 하세요.

무엇보다, 이 용어의 한계가 이미 학계에서 지적되었어요. 이 용어가 탄생된 미국에서 한계가 지적되었고 그 후로 배리어프리라는 말은 점차 폐기되어가고 있어요. 예술 장르에서까지 확장해서 쓰는 나라는 일본과 한국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더욱 이 말을 다르게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저희 공연에 맞는 이름을 지어 브랜딩하기로 했고 작년에 페이스북으로 투표를 했어요. 그 결과가 보들극장이죠. 시각장애인에게도 보이고 청각장애인에게도 들리는 공연이라서 보들극장이랍니다."

- 우리나라가 장애인들에게 인색하잖아요. 얼마 전엔 장애인 학교 설립 문제로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어요. 공연하기도 쉽지 않았을 거 같은데.
"가끔 공연장 대관하기가 힘들 때가 있어요. 예를 들어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공연장도 있잖아요. 그 경우 빌리려면 더 힘들어요. 장애인 관객들이 단체로 온다고 했을 때 걱정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시설 미비 등의 문제가 있다고 하시거나, 안전사고 위험이 있다고 하시는 등의 말씀을 하시며 다른 곳을 알아보라고 하시는 곳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실제로 장애인 시설이 미비한 공연장이 많습니다. 민간공연장일수록 시설이 제대로 갖춰진 공연장을 찾기가 힘들죠. 대학로 소극장 가운데에서 장애인 시설 갖춘 공연장은 정말 찾기 어려울 걸요?"

-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보는 뮤지컬과 연극을 하시잖아요. 근데 비장애인이 더 만족해 한다고 들었어요.
"그렇다고 장애인들이 불만족 하신다는 얘기는 아니고요(웃음), 장애인 관객들은 더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성적으로 보시고 조언해 주시는 데 비해 비장애인분들은 보다 더 감상적으로 봐주시더라고요.

제가 처음에 시각장애인 관객을 발견했을 때 깨달음을 얻고 그 깨달음이 저에게 큰 울림이 된 것처럼 비장애인분들도 별생각 없이 혹은 기대감 없이 봤다가 이런 공연이 있다는 걸 처음 깨닫고 감동을 받았다는 분들이 많으셨습니다. 백이면 백 이런 공연을 처음 알았다고 말씀하시고 비장애인에게는 역차별이 되는 공연일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더라고 다들 말씀하셔서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에도 효과가 있는 게 저희 공연 활동이 아닌가 싶습니다."

"비장애인들 또한 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많이 필요한 사회"
 
 <보들극장-아빠가 사라졌다> 책 표지
 <보들극장-아빠가 사라졌다> 책 표지
ⓒ 늘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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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 공연과 어떻게 다른 건가요?
"예를 들어 청각장애인을 위해서는 수어 통역사와 문자 자막 화면, 그리고 작년 같은 경우는 진동 팔찌까지 제공되었습니다. 진동 팔찌를 통해 소리 대신 비트를 느낄 수 있죠. 그리고 시각장애인을 위해서는 대본 자체를 장면이 보이지 않아도 충분히 흐름을 따라갈 수 있도록 대사 구성을 하는 등 맞춤으로 창작을 하고요, 장면 해설사가 무대 위나 아래에 배치되죠."

- 우리 사회 분위기가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하는 걸 꺼려 하잖아요. 그래서 장애인이 밖으로 못 나오는 면도 있는 거 같은데 이런 건 어떻게 보세요?
"꺼려 한다기 보다 경험이 없어서 두려워하거나 어색해한다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또한 비장애인의 시선과 인식 때문에 못 나오는 것도 있을 수 있지만 그럴수록 저는 시설과 해설/통역 등 배리어프리 서비스 마련이 급선무라고 생각합니다. 인식은 강요와 설득으로 개선되는 것이 아닙니다. 장애인이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하여 계속 함께 섞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야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할 기회가 늘어갈 것이고, 장애인에 대한 이해도도 자연스럽게 높아지겠죠."

- 뮤지컬 '아빠가 사라졌다!' 대본을 직접 쓰셨잖아요. 글을 써본 적이 있으신가요?
"네. 학부 때부터 부전공 등으로 썼고 대학원도 관련 전공이고요. 저희 회사에서 만드는 작품의 80%는 제가 쓰고 있습니다. 물론 회사의 비용 절감 차원의 이유도 크겠지만요(웃음)."

- '아빠가 사라졌다!' 허빛나라는 주인공 직업이 아나운서잖아요. 모티브를 대표님 자신에서 끌어온 건가요?
"제 경험도 들어가 있죠. 많은 작가가 자신의 경험,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소재를 담습니다. 어느 작가나 마찬가지이실 거예요. 저는 저희 관객에 대한 고려를 했을 때 가족 드라마를 쓰고 싶었습니다. 가족 드라마 가운데에서도 아빠와 딸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요. 그 딸의 직업이 제가 가장 잘 아는 직업인 아나운서가 된 겁니다."

- 아이템은 어떻게 잡으세요?
"저희 관객을 먼저 생각해요. 저희가 만날 관객의 특성을 정리할 수 있으니 이 부분을 먼저 생각합니다. 거기에 더해, 모실 때마다 시니어 계층이 많이 오시더라고요. 그래서 장애 유형의 특성과 연령대까지 고려해서 소재를 정합니다.

<아빠가 사라졌다!>도 그래서 아빠와 딸의 이야기를 하기로 했고, 그중에서도 아빠의 대사와 감정에 이입하실 수 있는 부분을 많이 생각했습니다. 어르신들이 하시는 말씀, 공감대를 느낄 만한 상황 등을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어른들이 많이 보시는 일일드라마도 가끔 본답니다."

- <보들극장-아빠가 사라졌다>라는 책을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모두를 위한 책입니다. 이 책을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함께 살아가는 거라는 것, 문화 또한 따로따로가 아니라 다 같이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합니다."

-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드려요.
"아마 이 인터뷰를 다 읽은 비장애인이시다면 '좋은 일 하시지만 내가 읽을 책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많이 드실 것 같아요(웃음). 네, 이 인터뷰를 읽으시고 책까지 사보라는 말은 드리지 않겠습니다.

그래도 이 기회에 장애인과 자주 만나지 않는 비장애인들 또한 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많이 필요한 사회이고, 비장애인의 이해가 높아져야 종국에는 장애인도 비장애인들도 다 같이 더 행복해지는 세상을 살 수 있다는 걸 생각해주시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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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너뷰'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