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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평균, 무조건 40일 휴가 가라!" 

이런 조건을 갖고 있는 직장이라면 급여에 상관없이 '대체 어떤 회사이기에' 하고 한 번쯤 관심 갖지 않을 수 없다. 

이주노동자 모옴은 한국에 온 지 7년째다. 상추, 치커리, 청경채, 얼갈이 같은 채소를 재배하는 비닐하우스가 일터요, 숙소다. 가락시장이 열리는 날은 무조건 일해야 하다 보니, 일요일에도 쉬는 법이 없다. 매월 격주 토요일에 쉬지만, 밖에 나갈 힘이 없을 정도로 일은 고되다. 
 
이주노동자들이 일하는 농장 많은 경우 시설재배 중인 배추와 같은 채소는 현재 이주노동자들이 노동력을 빌려 생산하고 있다.
▲ 이주노동자들이 일하는 농장 많은 경우 시설재배 중인 배추와 같은 채소는 현재 이주노동자들이 노동력을 빌려 생산하고 있다.
ⓒ 고기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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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본국에 다섯 번을 갖다 왔고, 내년 1월에 여섯 번째 휴가를 간다. 사장은 일감이 없는 겨울이면 늘 휴가를 갔다 오라고 요구했다. 모옴은 놀면서 돈 쓰느니 고향에 갔다 오는 게 낫지 않느냐며 떠미는 사장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그렇다고 휴가비나 항공료를 주는 것도 아니다. 갔다 올 때면 은근히 뭔가 바라는 사장 눈치 때문에 모옴은 휴가 때마다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게다가 원해서 가는 휴가도 아닌데, 늘 무급휴가다.

모옴은 매해 항공료와 오가며 드는 경비 외에 선물 등으로 한 달 이상의 급여가 나가는 게 억울했다. 그런 업체에서 4년 10개월을 일하고 성실근로자로 재입국할 기회를 얻었다. 마침 일감이 없던 혹한기였다. 사장은 재입국하자마자 다시 휴가를 가라고 했다. 무급휴가 때마다 불만이 없지 않았던 모옴은 그 요구를 거절했다. 오가며 드는 돈도 돈이지만, "어떻게 그렇게 자주 오가냐? 사장이 좋은 모양이다"라며 돈 빌려 달라고 손 내미는 동네사람들 보기도 민방해서였다.  

휴가 거절하자 '회사 나가라'고 한 사장

휴가를 거절하자, 사장은 안색이 변했다. 무급휴가가 싫으면 나가라며 모옴과 같이 재입국한 동료 나리를 해고해 버렸다. 모옴이 재입국하고 곧바로 이주노동자쉼터를 찾아야 했던 이유다.

해고 후에 일자리를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석 달이 다 되도록 일을 찾지 못했다. 구직유효기간인 석 달을 넘겨 미등록자가 될 지도 모른다며 불안해할 때, 무급휴가를 거절하자 내쫓았던 사장으로부터 '일할 생각이 없느냐'며 연락이 왔다. 모옴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여차하다간 구직 유효기간을 넘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마뜩치 않았지만 오라는 사장에게 갈 수밖에 없었다.

그곳에서 다시 일하고 올해 초에 40일간 휴가를 갔다 왔다. 모옴은 조금 억울하더라도 실직 기간 동안 마음고생하며 쓸 돈이면 마음 편하게 고향에 갔다 오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 추위에 약한 모옴에게는 체력도 키우고, 아이들과 함께 보낼 수 있는 기회였다.

모옴과 마찬가지로 성실근로자로 재입국한 나리의 생각은 달랐다. 어차피 고생하러 온 건데, 매해 귀국하느라 돈 쓰고, 그 기간 동안 못 버는 것까지 감안하면 한 해에 두세 달 급여를 버리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다. 나리는 모옴이 처음 업체로 돌아갈 때 함께 하지 않았다. 석 달이 지나지 않아 나리는 버섯농장에 취직할 수 있었다. 모옴은 그런 나리가 부럽기만 하다.

모옴과 나리를 보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탄력근로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탄력근로제가 실시되면 모옴과 같은 처지의 이주노동자들이 더 늘어날 게 분명하다. 사실상 경영상 이유로 휴무를 강제할 때는 유급휴가가 원칙이다. 평균임금의 70%를 휴업수당으로 지급해야 한다. 단, 상시 노동자가 5인 이상이어야 한다. 현재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는 업체들 중에는 상시근로자를 적게 두고, 아르바이트를 고용하는 곳들이 한둘이 아니다. 
 
일터이자 숙소 농촌 이주노동자들은 비닐하우스를 숙소로 쓰는 경우가 많다. 몸에게 비닐하우스는 일터이자 숙소다.
▲ 일터이자 숙소 농촌 이주노동자들은 비닐하우스를 숙소로 쓰는 경우가 많다. 몸에게 비닐하우스는 일터이자 숙소다.
ⓒ 고기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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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옴이 일하는 회사 역시 실제 일하는 사람은 항상 10여 명에 이르지만, 상시 노동자는 모옴과 단짝 동료 두 명뿐이다. 농장에서 모옴보다 오래 일한 한국 사람은 없다. 사장은 일이 많고 적음에 따라 아르바이트를 쓰고 있다. 평균임금의 70%를 휴업수당으로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업체라는 뜻이다.

이처럼 이주노동자들은 탄력근로제로 늘어난 노동시간에 대해 사측이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으면 실질 임금이 떨어진다. 여기에 휴가 기간을 무급으로 처리해 버린다면 이중으로 손해를 봐야 한다. 모옴은 탄력근로제가 아니더라도 실제 노동 인원과 달리 5인 미만 사업장이라는 이유로 연장근로수당 없이 고정급여에 잔업시간을 기본급으로 받고 있다. 모옴은 앞으로 일은 더 힘들어지는데, 급여는 더 적어지면 견딜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주노동자 고용업체들의 경우 편법이 워낙 많다 보니, 탄력근로제가 어떤 나쁜 영향을 끼칠지 살피지 않을 수 없다. "한 해 평균 40일, 휴가 무조건 가라!"는 회사를 은근 부러워하며 속사정을 살폈다가 혀를 차는 일이 한두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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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