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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름이 남한과 북한 공동으로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이 되었다. 당초 씨름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목록 등재는 남한과 북한이 각각 신청했었다. 그러나 뒤에 남한과 북한이 씨름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공동등재에 합의하였다. 상황이 이에 이르자 지난 26일 아프리카 모리셔스에서 열린 유네스코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에서 씨름 공동 등재 안건을 상정한 뒤 24개 위원국 만장일치로 등재를 결정했다.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의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 등재 심사는 원래 28∼29일로 예정되어 있었다. 그런데도 동 위원회가 회의 개막일에 씨름의 안건을 우선 상정해 등재를 만장일치로 결정한 것은 이례적이다. 뿐만 아니라 개별적으로 신청하여 지난 달 산하 소위원회에서 각각 등재권고 판정을 받은 종목을 긴급안건으로 처리해 공동등재를 결정한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씨름의 인류무형유산 남북 공동등재가 그만큼 특별한 사안이었음을 의미한다.

외교부에 따르면, 남북이 각각 신청한 씨름을 공동등재하자는 착상은 제1차 남북정상회담 이후에 하게 된 것이라 한다. 이후 이병현 유네스코 한국대사의 유네스코 사무국 및 김용일 유네스코 북한대사 접촉, 문재인 대통령의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 접견, 아줄레 사무총장의 유네스코 특사 북한 파견과 북한 당국 접촉 등이 이어졌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처음엔 다소 유보적이었던 북한도 씨름의 남북 공동등재에 대해 동의하였다.

제1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은 DMZ 유해 공동발굴, 휴전선 전방감시초소 철거,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비무장화 및 자유왕래, 한강 및 임진강 하구 수로조사, 남북철도 연결사업 등을 포함하여 여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남북이 공동사업을 다방면에 걸쳐 지속적으로 확장하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씨름의 유네스코 무형유산 남북 공동등재도 이러한 기류 위에서 이루어 낸 또 하나의 성과라고 하겠다.

남북이 진정으로 동행하며 궁극적으로 통일에 이르고 민족공동체를 복원하는 데 이를 수 있기 위해서는 당장 가능한 분야의 일부터 함께 하며 공동영역을 꾸준히 넓혀가야 한다. 곳곳의 분야에서 공동비전이 생기고, 공동목표가 설정되고, 공동연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이를 토대로 경제공동체의 구축과 문화공동체의 복원으로 나아가야 한다. 씨름의 남북 공동등재도 국제사회에서 민족문화공동연대의 출범이라는 측면에서 평가하며 환영할 일이다.

보도에 따르면,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는 "남북 씨름이 연행과 전승 양상, 공동체에 대한 사회적·문화적 의미에서 공통점이 있다"고 하면서 이번 결정이 "평화와 화해를 위한(for peace and reconciliation)" 차원이라고 덧붙였다고 한다. 유네스코가 남북 당국의 씨름 공동등재 합의를 중재하면서 최근 남북의 교류 의지를 이해하고, 이를 상징적으로 지원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유네스코 무형위원회에서 씨름을 특별 안건으로 다룬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씨름의 인류무형유산 남북 공동등재에는 유네스코의 이해와 중재가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중재의 기저에는 남북 당국의 공동연대 의지가 놓여 있다. 그러므로 이번 일을 통해 남북이 의지만 갖춘다면, 국제사회나 국제기구도 평화와 화합을 위해 함께 노력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우리는 이미 2018 평창동계올림픽 북한 참여를 위한 올림픽위원회의 중재를 통해 같은 경험을 한 바 있다.

정치와 외교적인 면에서는 남북이 화합의지를 갖춰도 풀어야 할 난제들이 많다. 그러나 문화와 스포츠 분야에 있어서는 남북의 의지에 따라 국제사회의 호응을 비교적 쉽게 끌어낼 수 있다. 따라서 남북은 국제사회에서 민족문화에 대한 공동연대를 더욱 넓혀 나갈 필요가 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북한 참가 이후 남북 소통이 본격화된 것처럼, 남북의 민족문화공동연대의 지속과 확장도 국제사회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남북의 문화공동체 복원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씨름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공동등재는 자연스레 아리랑을 생각하게 한다.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아리랑은 민족을 상징하는 노래이다. 그런데 현재 아리랑은 남북에 의해 각각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빗댄다면, 아리랑마저 분단되어 있는 것이다. 씨름을 통해 보여준 민족문화공동연대의 의지가 일회적 이벤트가 아니라면, 남북은 이제 아리랑의 공동등재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유네스코 무형유산으로 등재된 두 아리랑이 그간 남북의 분단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면, 아리랑의 공동등재는 평화와 통합을 향한 남북의 의지를 표상하는 일이 될 것이다. 그리고 하나의 아리랑을 통해 남북의 공동체 의식이 보다 상징적으로 제고될 수 있을 것이다. 씨름의 공동등재를 이끌어낸 남북의 의지와 유네스코의 협조를 다시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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