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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매일 안산천에서 산책한다. 일년 사계절 야생 오리와 백로가 노닐고 송어가 헤엄치는 맑은 물이 흐르는 개천이 도심 한가운데 있어 산책하기에 제격이다. 아무런 근심 걱정 없이 느긋하게 걷는다. 퇴직 후 4달째, 세월은 무심히 흐른다.

길을 걸으면서 오가는 사람들을 가만히 본다. 앞모습도, 뒷모습도 키와 체중이 균형을 이루고 힘차게 걷는 모습은 아름답다. 그러나 그런 이들은 상당히 드물다. 대개는 지나치거나 부족하여 반쯤 그리다 만 그림처럼 안타까운 사람이 대부분이다. 조금만 더 살을 빼거나 찌우면 다른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사람들이 아주 많다.

'말라서' 들어야 했던 모욕적인 말들

내 몸은 어떠한가? 난 키 181cm에 62kg이다. 고등학교 이후로 37년 동안 61kg에서 63kg를 유지해오고 있다. 내 키에 표준 체중은 71kg 정도일 것이다. 적어도 9kg 정도 더 무게가 늘어야 한다. 남들이 보기에 난 너무 말라 보인다. 그래서 수십 년 동안 별의별 모욕적인 말들을 들으며 살아왔다.

전봇대, 젓가락, 허수아비, 멸치 등 대표적으로 '물기 없고 마른 것들'에 비유되곤 했다. 사람들의 관념은 이상하다. 비만인 사람을 보고는 마음 속으로는 뚱뚱하다고 생각해도 말로 표현하지는 못한다. 당사자 앞에서 "너 뚱뚱하다. 살 좀 빼라" 하고 말하는 강심장을 지닌 사람은 없다.

하지만 마른 사람의 경우는 다르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은 생각해주는 척하며 스스럼없이 말하곤 한다. '밥 좀 먹고 다녀라. 사는 게 많이 힘들어? 왜 그리 말랐어? 살이 많이 빠졌다.' 이런 말을 들으면 스트레스가 머리 끝까지 오르는 느낌이다. 그리고는 곧 기분이 몹시 우울해지고 왠지 모르게 화가 난다. 내가 살이 안 찌고 싶어서 그러는가? 나도 노력하는데 살이 안 붙는 걸 어떡하라고?

우리나라 성인 비만율은 35%, 저체중 비율은 3.5%라고 한다. 비만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아서 그런지 다이어트에 관한 사람들의 관심은 엄청나다. 주위에 보면 많은 사람들이 살 때문에 고통스러워하고 언론 매체에서도 다이어트에 관해 많은 기사를 쏟아낸다. 하지만 저체중에 대한 관심은 극히 미미하다. 저체중으로 사는 사람들도 비만인 사람 못지않게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살고 있는데도 말이다.

저체중이면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부담이지만 체력이 약해 어떤 일을 해도 다른 사람과 비교해 쉽게 지치고 성과가 낮다. 몸을 쓰는 운동이나 업무, 모든 면에서 뒤떨어지니 자신감도 부족하고 자꾸 의기소침하게 된다. 그래서 나와 같이 마른 사람들은(특히 남자들, 여자는 다른 것 같다) 필사적으로 살쪄서 몸무게를 늘리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살찌는 것은 살 빼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렵고 힘든 과정이고 성공하는 사람도 드문 것 같다. 물만 먹어도 체중이 늘어 괴로워하는 아내와 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 찌는 내가 한 집에서 수십 년을 함께 살아오면서 벌인 살과의 전쟁은 눈물겹게도 늘 패배로 끝나곤 했다.

살찌우기의 기본은 음식와 운동
 
 내가 살이 안 찌고 싶어서 그러는가? 나도 노력하는데 살이 안 붙는 걸 어떡하라고?
 내가 살이 안 찌고 싶어서 그러는가? 나도 노력하는데 살이 안 붙는 걸 어떡하라고?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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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까지 여러 번 살찌기에 도전해왔다. 인터넷에 보면 나처럼 마른 체형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한 살찌기 카페가 꽤 있다. 그런 카페를 즐겨찾기에 등록해 놓고 수시로 들어가 정보를 얻고 체중 늘리기에 온 힘을 기울여 보았다. 다이어트 방법과 마찬가지로 살찌는 것도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음식과 운동이다. 많이 먹고 운동하면 체중은 불어나게 되어 있다. 원리는 간단하나 실천은 극히 어려워서 문제다.

나는 입이 짧아 평소 많이 먹지 않는다. 간식도 먹지 않고 그저 하루 세끼 김치에 공기밥 한 그릇 먹는 것에 만족하며 살아왔다. 아내와 같이 길거리를 걸으면 아내는 음식점 간판을 보고 종종 말한다. "저기 저거 정말 맛있겠네요. 우리 먹고 가요?" 나는 시큰둥하여 타박한다. "저게 뭐가 맛있는 거야? 당신은 뭐든지 먹고 싶다고 그러네. 그냥 집에 가서 먹자. 먹는 것 말고 문화적인 것에도 관심 좀 가져 봐라." 이런 음식에 대한 생각이 비만과 저체중을 결정짓는 주요 요인인 것 같다.

이렇게 음식에 대해 담백(?)한 내가 많이 먹기에 도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소화 기능이 약해 밀가루 음식을 먹으면 소화 불량으로 속이 더부룩하고 찬 음식을 먹으면 설사를 해 아무 음식이나 마구 먹을 수도 없다.

어쨌든 여러 방법으로 살찌는 음식을 많이 먹으려고 노력해 봤다. 찬 아이스크림을 전자레인지에 넣어 녹여서 숟가락으로 퍼먹기, 저녁에 자기 전에 라면 한 봉지 끓여서 먹고 자기, 삼겹살을 아침 저녁으로 구워 먹기, 간식 싸가지고 가서 직장에서 옆 동료들 눈치 보며 몰래 먹기, 흑염소 농축 액기스 먹기 등등.
 
 찬 아이스크림을 전자레인지에 넣어 녹여서 숟가락으로 퍼먹기, 저녁에 자기 전에 라면 한 봉지 끓여서 먹고 자기... 내가 살 찌우려 노력했던 일들.
 찬 아이스크림을 전자레인지에 넣어 녹여서 숟가락으로 퍼먹기, 저녁에 자기 전에 라면 한 봉지 끓여서 먹고 자기... 내가 살 찌우려 노력했던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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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노력하면 어쩌다 1~2kg은 늘어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먹는 것에 신경이 무뎌져서 아무 생각 없이 먹거나 술을 마시고 며칠 고생하면 어김없이 원래의 체중 62kg 정도에 돌아와 있곤 했다. 건강의 상징이 일정한 체중 유지라는데 그런 점에서는 나는 평생 건강한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몇 년간은 헬스장에 다니면서 근육 운동을 열심히 해보기도 했다. 거의 매일 저녁 거르지 않고 한두 시간 운동을 하니 팔이나 가슴 등 상체에 제법 근육이 붙는 것 같았다. 운동을 마치고 거울에 비치는 모습을 보고 뿌듯해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자랑도 하였다.

단백질 보충제와 닭 가슴살을 먹어가며 제법 열심히 운동을 하여 몸무게가 64kg까지 늘어났다. 아마 꾸준히 지금까지 해왔더라면 몸짱은 아니더라도 보통 남자들보다는 괜찮은 근육을 유지하고 70kg 이상의 체중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근육 운동은 혼자 하니까 재미없고 고통스러운 운동이다.

또한 근육을 만들기 위해서는 음식도 가려 먹어야 한다. 그래서 근육 운동 매력에 푹 빠진 소수를 제외하고 일반인들이 오랫동안 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나도 핑계이지만 이사를 해서 다니던 헬스장과 멀어지고, 또 몸이 아파 병원에 며칠 입원하고 나서는 자연스럽게(?) 근육 운동과 작별을 고했다. 운동을 그만 둔 지 몇 달도 되지 않아 어렵게 만든 근육은 형체도 없이 사라지고 다시 가느다란 팔다리를 가진 마른 남자로 돌아왔다.

평생의 과업 살찌기에 다시 도전

올 8월에 32년의 직장 생활을 마감하고 자유인으로 돌아왔다. 9월 한 달을 준비하여 10월에 히말라야 트래킹을 다녀왔다. 11월부터 집에서 쉬면서 생각했다. 이제 매일 무엇을 목표 삼아 보내야 좋을까? 그러다 평생의 과업인 살찌기에 다시 도전해 보기로 하였다.

생존을 위해 꼭 해야 하는 의무적인 일에서 벗어난 지금이야말로 식단과 음식에 신경만 쓰면 살찌기에 성공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남들이 보면 '팔자 편한 소리'일지도 모르지만, 나 자신에게는 아무도 몰라주는 평생의 열등감이기에.

아침에 6시에 일어나 아침 운동으로 달리기를 한다. 아침 저녁으로 팔굽혀 펴기를 한다. 일주일에 세 번은 요가 교실에 나간다. 그리고 수시로 먹으려고 노력한다. 특히 세 끼 사이에 간식이 중요한 것 같이 늘 챙겨 먹는다. 저녁에 잠자기 전에도 꼭 뭔가를 먹으며 다음날 체중계의 바늘이 조금이라도 올라가길 마음속으로 빈다. 때로는 속이 더부룩하고 먹기 위해 사나 싶은 자괴감이 들기도 하지만, 1년 정도 꾸준히 노력해볼 생각이다.

내가 꿈꾸는 이상적인 몸무게는 73kg이다. 과연 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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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8월, 그 무더웠던 여름에 퇴직한 50대 남자 입니다. 퇴직후 제 2인생을 담담하게 글로 기록해 볼까 합니다.

오마이뉴스 에디터.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다다와 함께 읽은 그림책'을 연재하며,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