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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최대 화두는 한반도 평화였다. 지난 연말 북한의 핵 무력 완성 선언으로 위기 상황에 놓였지만, 새해엔 완전히 달라졌다. 그 시작은 김정은 북한 국무 위원장의 신년사였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를 통해 남북 관계 개선 의지를 표명했다.

그 이후 남북 고위급 회담을 시작으로 평창 올림픽 그리고 3번의 남북 정상회담과 세기의 회담으로 불린 북미 정상회담이 열려 한반도 평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11월 미국 중간 선거 이후 북미 대화는 교착상태로 빠졌다. 올 한 해 남북미를 중심으로 한 한반도 정세를 되돌아보고 내년 전망을 하고자 지난 19일 서울 광화문 근처에서 안정식 SBS 북한 전문 기자를 만났다. 다음은 안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정치적 이벤트 통한 분위기 조성만으로는 부족"
 
 안정식 SBS 북한 전문 기자
 안정식 SBS 북한 전문 기자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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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한 해가 저물어갑니다. 연말이면 나오는 이야기가 다사다난했다는 건데 올해만큼 다사다난했던 해가 있었나 싶을 정도예요. 특히 한반도 정세가 그랬죠. 지난 연말만 해도 전쟁의 공포가 있는데 새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부터 평화무드가 된 것 같아요. 올 한 해의 한반도 정세를 되돌아보면 어때요?
"말씀하셨듯이 어느 해에도 없던 역사적인 사건이 많이 일어났던 해죠. 올 2월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북한이 대화 모드로 전환한 이후에 남북 정상회담이 3번이나 열렸고 역사상 처음으로 북미 정상회담이 열려서 한반도에서 핵 문제가 해결되고 평화체제로 갈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부풀었던 역사적인 해이죠. 다만 연말인 지금 상황을 보면 연초와 올해 중간에 가졌던 기대감에 비해서는 기대만큼의 성과로 마무리되지 못하는 아쉬움을 갖게 됩니다."

- 지난 인터뷰에서 북한이 내놓지 않으면 한국이라도 안을 내놔야 한다고 하셨는데 한국도 로드맵을 내놓지 않고 있어요.
"북미 간 비핵화 로드맵이 이뤄지면 가장 좋고 그게 잘 안 되면 우리나라라도 적극적으로 '안'을 가지고 북한도 설득하고 미국도 설득하는 작업을 해야 협상의 진전이 있을 거 같은데, 제가 볼 땐 아쉽게도 우리 정부가 거기까지는 가지 못하는 것 같아요. 우리 정부가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고 있지만, 뭔가 이벤트를 통해 북미 대화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역할은 열심히 하는데 실질적인 협상의 진전을 위해서 우리가 적극적으로 '안'을 만들어가는 부분은 여전히 부족한 게 아닌가 싶어요,"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먼 훗날 2018년이 어떻게 기록될까란 질문에 "한국 분단사가 끝나고 통일사가 시작되는 시점이었다고 기록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고 하셨거든요. 기자님은 2018년이 어떻게 기록될 거로 보세요?
"내년에 지금의 대화국면이 잘 이어져서 비핵화 협상도 진전되고 한반도 평화 체제가 진전되는 쪽으로 나간다면 올해가 통일사가 시작되는 시점이라고 기록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저는 내년 전망에 대해 아직은 조심스럽게 보고 있습니다. 대화와 협상 국면이 잘 이어져갈까에 대해 아직은 조심스럽게 보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2018년을 분단사가 끝나는 역사적 시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하는 데는 조심스럽습니다."

- 2020년 한국은 21대 총선이 있고 미국은 대선이 있기 때문에 성과를 내려고 하지 않을까라는 기대감도 있는데.
"그런 전망도 많이 하시더라고요. 그러나 북미 간 교착상태인 현재 상황을 보면, 북한은 미국이 제재 해제까지는 아니라도 완화는 해야 뭘 할 수 있다는 거고, 미국은 북한이 궁극적으로 핵탄두나 ICBM 같은 것을 어떻게 할지 보여줘야 움직일 수 있다는 식이기 때문에 협상의 간극은 존재하는 것이거든요. 그렇다면 내년 협상 국면에서 북한과 미국의 주장이 서로 부딪히면서 서로의 입장 차이가 더 커질 수 있거든요.

북한과 미국 어느 쪽도 먼저 협상을 깨려고는 안 하겠지만, 서로 입장 차이가 명확한 상태에서 '당신이 먼저 행동하지 않으면 우린 안 움직인다'라는 기 싸움이 격화되다 보면 위기가 조금씩 상승하면서 나쁜 국면으로 갈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내후년 선거가 있기 때문에 반드시 내년에 어떻게든 협상의 진전을 이룰 거라는 예측에 대해서는 좀 조심스럽게 평가합니다."

- 여기서 중요한 게 한국일 거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려운 국면이죠. 북한과 미국을 다 설득해서 협상의 타협점을 찾을 수 있도록 우리가 할 수 있으면 좋은데, 그 방식이라는 게 뭔가 정치적인 이벤트를 만들어냄으로써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정상 차원의 탑-다운 방식 협상이 국면을 돌파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는 건 분명합니다만, 실질적인 내용의 진전이 없으면 한계가 있다는 게 올해 사례에서 드러난 것 같습니다.

협상의 실질적인 진전을 위해서는 우리 정부라도 비핵화 로드맵을 만들어서 우리의 '안'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북미를 설득하는 방향으로 나가야지, 북미가 잘하도록 분위기만 조성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정부의 안 가지고 북미 설득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고 10월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방북할 때까지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던 거 같아요. 하지만 11월 중간 선거 후 북미 고위급 회담이 무산되면서 현재까지 온 건데 이유는 무엇으로 보세요?
"일단, 여전히 북미 간 협상의 끈을 놓지는 않고 있기 때문에 지금 이 시점에서 북미 관계가 나빠졌다고 보기는 이른 감이 있습니다. 다만 중간 선거 이전과 이후를 보면, 미국 입장에서 선거 전에는 외교정책의 성과를 선전하기 위해서 북한과 잘되고 있다고 해야 할 입장에 처해 있었던 거죠. 선거에서 표를 얻어야 하니까요. 그러나 선거가 끝난 뒤에는 급한 불이 꺼졌기 때문에 미국 입장에서는 한숨을 돌리게 됐고 북한 문제를 어떻게든 잘 되는 것처럼 포장해야 할 부담감은 줄어든 거죠,"

- 이달 초 한미 정상회담 직후부터 갑자기 김정은 위원장 연내 답방설이 떠올랐고 구체적인 날짜까지 제시되었지만 현재로서 연내 답방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운 것 같거든요. 이 과정 어떻게 보셨어요?
"김정은 위원장 연내 답방은 9월 정상회담에서 약속된 사안이었죠. 그리고 북미협상이 정체되면서 우리 정부가 어떻게든 연내 답방을 성사시켜서 교착국면을 풀어보려고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연내 답방 가능성 얘기를 했는데, 저는 청와대가 그런 이야기를 할 때 혹시 남북 간 물밑 교감이 있는 상태에서 일부러 분위기를 잡는 거 아닐까란 생각도 했었어요. 그런데 결과적으로 그렇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청와대 설명대로 적극적으로 북한을 푸쉬해서 답방을 성사시켜 보려고 했던 거 같은데 잘 안 됐다고 봐야겠죠."

- 김정은 위원장 답방은 김 위원장 결단으로 이뤄지는 거잖아요. 한편에서는 어차피 북미 관계가 교착상태인데 남한 온다고 실익이 없어서 안 온다는 얘기도 있었던 반면 그래도 약속한 것이니까 올 경우 북한이 약속을 지킨다는 의미가 있어서 그 이익이 더 크기 때문에 와야 한다는 얘기도 있었어요. 아마 김 위원장 고민도 이것이었을 거 같은데?
"약속을 지킨다는 의미도 중요하겠습니다만 저는 그 부분보다 북한이 김 위원장 답방을 고민한 포인트는 다른 쪽이었을 거라고 봐요. 일단 답방을 해도 제재 때문에 얻어갈 실익이 없지 않으냐는 문제 제기에 일정 정도 동의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따지면 9월 정상회담 때 문 대통령을 평양에 초청해서 북한이 얻은 실익이 뭐냐를 따져보면 그때도 제재 때문에 큰 실익은 없었거든요. 군사 합의만 여러 가지 한 것이지 경협은 못 했단 말이죠.

따라서, 9월 정상회담이 북한에 준 실익을 좀 넓게 봐야 한다고 봅니다. 그게 뭐냐면 문 대통령이 평양 가서 15만 군중 앞에서 연설하고 백두산 정상에서 두 정상이 손을 잡고 이런 이미지를 통해 남한 내에서 김 위원장 이미지가 개선됐거든요. 남북관계가 계속 우호적으로 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거죠. 그리고 그런 맥락에서 문 대통령이 해외에 가서 제재 완화 필요성에 대한 북한 입장을 잘 설명해주는 역할도 하게 된 거거든요.

따라서, 북한도 김 위원장 답방을 꼭 경협이 아니라 남북관계 유지라는 측면에서 고민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금 국제사회에서 북한 입장을 가장 잘 설명해줄 나라가 누구냐 바로 남한이에요. 그리고 내년에 혹시 북미 관계가 안 좋아질 경우에 남한이라는 안전판이 있으면 미국이 과격한 행동 하려는 걸 남한 정부가 어느 정도 제어할 수도 있거든요. 그렇게 본다면 남북관계를 유지하며 남한 정부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 가는 게 북한의 대외전략에서 중장기적으로 이득인 측면이 있는 거죠."

-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직전 남북 정상 간 핫라인이 개설되었잖아요. 그러나 핫라인은 무용지물이 된 거 같아요. 2차 정상회담 후 핫라인 이야기는 아예 언급이 없는 거 같은데.
"저도 사실 그게 궁금합니다. 올 초 핫라인 개설한 게 굉장한 성과라고 선전했는데 전혀 이야기가 없잖아요, 요즘처럼 일이 잘 안 풀리면 수시로 전화 통화해야 할 거 같은 데 저도 그 부분은 청와대 해명을 듣고 싶어요."

- 북한은 16일 미국이 대북제재·압박과 인권비판 강도를 전례없이 높여 핵을 포기시키려 한다면 비핵화를 향한 길이 '영원히' 막히는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는 담화를 미국연구소 정책연구실장의 개인 명의로 냈는데.
"개인 명의로 했는데 물론 기본적으로는 협상용 압박입니다. 협상용 압박이기는 한데 이렇게 볼 부분이 있어요. 뭐냐면 북한이 올해에도 여러 가지 협상용 밀당을 계속 해왔잖아요. 하지만, 올해 초나 중반까지는 협상용일지라도 비핵화의 길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얘기를 해오지는 않았다는 말이죠. 그러나 최근 들어서 이런 류의 얘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는 건 북한도 불만이 상당히 많다는 걸 보여주는 거죠. 그래서 '우리는 미국과 협상을 원하고 북미 관계 개선을 원하지만, 미국이 계속해서 입장변화 없이 제재를 계속하는 쪽으로 나온다면 우리가 생각을 바꿀 수 있다'는 일종의 경고성 입장 표명이 신년사에 들어가지 않을까 싶어요,"

- 2019년 예정대로라면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고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을 포함한 남북정상회담이 열려야 될 거 같은데 현재 분위기로는 낙관적이지 않은 거 같은데 어떻게 보세요?
"지금 협상의 교착상태로 보면 내년에 얼마나 진전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일차적으로 북한의 신년사와 미국의 반응이 첫 번째 판단 기준이 될 거 같고요.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내년 되자마자 북미 관계가 나빠질 것이라고 보지는 않고 그걸 타개하려는 노력은 계속될 거예요. 남북 간에도 김 위원장 답방은 계속 추진할 것이고 북미 간에도 계속 회담이 이뤄지지 않으면 폼페이오 장관이 다시 평양에 가는 식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노력이 이뤄지겠죠. 그리고 그런 걸 통해 조금씩 진전돼 갈 수도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볼 때, 내년에 대화와 협상 국면이 지속하더라도 획기적인 진전이 이뤄지기는 어렵지 않겠는가 싶고, 북미가 서로 자신의 입장을 강력히 얘기하고 기 싸움을 하는 과정에서 위기가 조금씩 악화되면서 안 좋은 방향으로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내년 초 교황의 북한 방문을 예상해 볼 수 있어요. 그럼 그게 분위기를 바꾸는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을까요?
"두 가지를 말씀드릴 수 있는데 첫째 김정은 위원장은 교황이 오시면 환영하겠다는 이야기를 했고 문재인 대통령도 교황에게 전달했고 교황이 가겠다는 의사를 표현했잖아요. 그럼 북한이 정말 교황 방북을 추진하려면 얘기가 나왔을 때 북한 관리를 통해서 교황청에 와달라는 초청을 정식으로 해야 하거든요. 그러나 북한이 교황을 정식으로 초청했다는 이야기는 전혀 안 나오거든요, 그래서 정말 교황 방문이 가능한 것인지를 생각해 봐야 할 거 같고요.

두 번째 교황이 방북하는 것도 역사적 이벤트입니다. 그러나 저는 역사적 이벤트가 일어나더라도 결국 협상이 진전되려면 협상의 실체적인 부분에 있어서 진전이 있어야지 이벤트로 비핵화의 진전을 끌어가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교황 방북도 중요하겠지만 구체적인 비핵화 현안을 어떻게 진전시켜 나가고 우리 정부가 어떻게 구체적으로 중재 역할을 할 것이냐가 중요한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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