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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 청소년을 지원하면 언제나 '피해자 지원도 부족한 마당에 왜 가해자를 돕냐'는 비판이 뒤따른다. 도대체 가해 청소년들은 왜 지원을 받아야 할까. 전국에서 유일하게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을 돕는 부천시청소년법률지원센터가 만난 청소년들의 사연에서 그 이유를 알아보고자 한다. 기사 내용은 실화를 토대로 했으나 등장인물은 모두 가명을 쓰고 세부 사항도 재구성했다. - 기자 말

서울시 양천구 목동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진 벽돌에 40대 주민이 숨졌다. 경찰은 곧 범인을 검거했다. 만 12세, 중학생 2명이었다. 이들은 촉법소년(형사처벌 대신 소년법 처분을 받음)이었다.

그러자 '사람이 죽었는데 어리다는 이유로 처벌하지 못하는 게 말이 되냐'며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언론도 발맞춰 촉법소년 문제를 다뤘고, 전국 각지에서 촉법소년이 일으킨 몇몇 강력범죄가 추가로 드러났다. 법무부는 촉법소년 연령을 만 10세로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경우에 따라 초등학교 5~6학년도 소년원에 갈 수 있다는 얘기였다. 국가인권위원회까지 반대하고 나섰지만 결국 소년법 개정안은 국회를 통과했고, 2009년부터 시행됐다.

만 12세에서 만 10세. 숫자는 단 하나 바뀌었지만, 많은 사람들의 운명이 달라졌다. 수혁과 그 가족도.

옥상서 스프레이 뿌린 그 소년

수혁이네 세 가족은 자그마한 임대아파트에 살았다. 삶은 팍팍했지만 성실한 부모님 덕에 가정은 화목했다. 특히 수혁이와 아버지의 사이는 각별했다. 육체노동을 하던 아버지는 일을 마치고 집에 오면 몸은 천근만근 무거웠지만, 초등학교 6학년 아들과 신나게 놀아주곤 했다.

어느 날 수혁은 친구네 아파트에 놀러 갔다. 이곳은 옥상이 개방돼 주민들이 여기에 올라와 쉴 수 있도록 편의시설도 마련돼 있었다. 친구와 함께 옥상에 간 수혁은 페인트 스프레이를 발견했다. 누군가 쓰다 버린 것 같았지만 절반 이상 남아 있었다. 호기심에 스프레이를 집어든 수혁은 페인트가 바닥 날 때까지 스프레이를 뿌리며 놀았다.

다음 날 바로 아파트 경비실에 민원이 빗발쳤다. CCTV를 돌려본 경비원은 곧 범인, 수혁을 찾아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수혁을 찾아내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수혁 부모님은 아파트에 원상복구 비용을 변상하기로 했다. 빠듯한 살림살이에 부담이 되긴 했지만, 11살이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해 수혁을 크게 나무라지 않았다.

그런데 한 달 반이 지날 즈음 법원에서 한 통의 우편물이 날아왔다. 조사명령이 떨어졌으니 한 달 반 후 출석하라는 내용이었다. 평생 법원이라고는 문턱도 넘어보지 않았던 수혁 부모님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수소문 끝에 이들은 내가 일하는 부천시청소년법률지원센터를 찾아왔다.
  
 "자식 하나라서 감당해야 할 것, 잃는 것을 받아들이려 한다. 그저 둘 키울 그릇과 역량, 환경이 안 되기에 낳지 않을 뿐이다."
 평생 법원이라고는 문턱도 넘어보지 않았던 수혁 부모님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수소문 끝에 이들은 내가 일하는 부천시청소년법률지원센터를 찾아왔다. 자초지종을 들은 나는 허탈했다.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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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초지종을 들은 나는 허탈했다.

경찰은 수혁이 촉법소년에 해당하자 기계적으로 이 사건을 소년법원에 넘겼다. 장난삼아 스프레이를 뿌려본 수혁은 졸지에 '재물손괴범'이 됐다. 하지만 사건을 살펴본 판사는 수혁을 법정에 세울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렇다고 아무런 조치 없이 종결 처리할 수 없어 조사관에게 살펴보도록 했다. 그래서 조사관이 소환장을 보낸 것이었다.

"별거 아니네요. 변상도 다 하셨고, 아파트 측도 처벌을 원하지 않고. 그냥 수혁이가 잘살고 있나 얼굴 한 번 보려고 하는 거예요. 걱정할 필요 없으세요."

"정말 그런 건가요? 그래도 혹시 소년원에 가거나 그러지는 않을까요?"


"아이고, 아버님! 이런 걸로 소년원 가면 소년원 넘쳐나서 운영도 못 해요. 걱정 마세요."

최대한 안심시켜드리려 했지만, 난생 처음 법원 소환장을 받은 부모님은 안절부절했다. 이후 법원에 출석하기까지 한 달 반, 다시 사건이 종결되기까지 한 달, 총 2개월 보름여 동안 수혁네 집 분위기는 살얼음판을 걷는 듯했다. 나는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는 수혁 아버지의 전화에 매번 안심하시라고 달랬다.

극도로 긴장했던 아버지는 수혁에게 자주 화를 냈다. 처음에는 어린애가 그럴 수 있다고 여겼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너는 도대체 왜 그런 장난을 쳐서 문제를 일으켜!"라고 윽박지르게 됐다. 친구 같던 아버지와 아들은 점점 멀어졌다.

수혁의 사건은 심리불개시 결정으로 끝났다. 형사사건으로 치면 공소 기각이다. 그제야 부모님은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지만 수혁은 아니었다. 초등학교 6학년, 한창 사춘기에 접어든 민감한 시기를 겪는 수혁에게 이 사건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2008년 법이 바뀌지 않았다면, 이 가족의 모습은 조금 달랐을지 모른다.

2008년 소년법 개정의 성적표

지난 19일 법무부는 '제1차 소년비행예방 기본계획(2019~2023)'을 발표했다. 핵심은 촉법소년과 형사미성년자 연령 기준(만 14세 → 만 13세)을 낮추는 것이었다. 법무부는 "부산 여중생 집단폭행, 서울 관악산 여고생 집단폭행 등 날로 흉포화·집단화되는 청소년 강력사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소년범죄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 여론과 실효성 있는 소년범죄 예방대책을 마련하라는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라고 설명했다. 10년 전과 같은 논리다.

그런데 2008년 결과를 살펴보면, 10년이 지난 지금 내놓은 방안이 '정답'인지 의문이다. 수현과 그 가족을 아프게 했던 2008년의 소년법 개정은 실패작이었다. 촉법소년의 범위가 만 12~13세에서 만 10~13세로 두 배 넓어졌지만, 처벌 건수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대검찰청 범죄백서에 따르면 경찰은 2008년 1만 781건, 2009년 1만 1609건의 촉법소년 사건을 소년재판부로 송치했다. 하지만 전체 소년보호사건 접수 인원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5.8%에서 24.2%로 다소 감소했다. 2010년에는 건수와 비율(9212건, 20.8%) 모두 줄었다. 이러한 감소세는 2012년(1만 2799건, 23.8%)을 제외하고는 계속 이어져 2016년에는 6788건(20.1%)으로까지 내려갔다.

나이가 어려 처벌하지 못하는 것이 부당하며 소년법을 개정했다. 그러나 막상 법을 바꿔놓고 보니 처벌할 대상이 없었다. 애초부터 촉법소년 문제가 과대 포장됐다는 반증 아닐까. 실제로 2008년 분위기는 정확한 실태 파악도 없이 '법부터 바꾸고 보자'는 식이었다.

'더 많은 소년을 처벌해야 한다'는 이들이 간과하는 것
 
 그런데 3년쯤 지났을 무렵, 어느 날부터인가 그분이 전에 없이 나에게 스킨십을 하기 시작했다
 법무부는 존재하지도 않는 만 13세 강력범죄자를 형사처벌하겠다며 법을 바꾸겠다고 나선 셈이다. 2008년과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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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이라고 다를까. 법무부는 촉법소년뿐 아니라 형사미성년자 연령도 현행 만 14세 미만에서 만 13세 미만으로 낮추려고 한다.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나이가 더 어려지면, 형법 대신 소년법에 따라 처리되는 촉법소년의 범위도 만 10~14세에서 만 10~13세로 더 좁아진다. 즉 만 13세 청소년이 새로 처벌대상이 된다는 뜻이다.

이 방안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만 13세 청소년 중 실제로 처벌 대상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소년강력범죄(폭력)에서 만 12~13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기준 0%다. 2015년에는 0.1%, 2016년에는 다시 0%였다. 최근 10년 중 가장 높았던 2012년에도 고작 0.6%였다.

실제 사례는 대부분 만 16~18세에 몰려있다(2016년 기준 73.1%). 이마저도 일부만 형사처벌되고, 다수는 소년법으로 처리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법이 바뀐다고 새로 처벌받을 청소년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법무부는 존재하지도 않는 만 13세 강력범죄자를 형사처벌하겠다며 법을 바꾸겠다고 나선 셈이다. 2008년과 똑같다.

딱 한 글자, 하지만 법이 바뀐다는 것은 누군가에게는 큰 상처가 될 수 있다. 어딘가에서 제2, 제3의 수현이 얼마든 나올 수 있다는 것, 단란한 가족의 일상이 하루아침에 흔들릴 수 있다는 것. '더 많은 소년을 처벌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은 이 점을 너무 쉽게 간과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김광민 변호사는 부천시청소년법률지원센터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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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이며 부천시청소년법률지원센터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헌법 쉽게 읽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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