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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 청소년을 지원하면 언제나 '피해자 지원도 부족한 마당에 왜 가해자를 돕냐'는 비판이 뒤따른다. 도대체 가해 청소년들은 왜 지원을 받아야 할까. 전국에서 유일하게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을 돕는 부천시청소년법률지원센터가 만난 청소년들의 사연에서 그 이유를 알아보고자 한다. 기사 내용은 실화를 토대로 했으나 등장인물은 모두 가명을 쓰고 세부 사항도 재구성했다. - 기자 말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자료사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자료사진)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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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와 당당히 검찰청을 찾아갔다. 신문을 받는 피의자 옆에 앉아 "이따위 일로 아직 어린 피의자를 소환하고 있어!"라는 눈빛으로 검사를 노려봤다. 하지만 그 당당함은 채 10분을 넘기지 못했다. 마치 검사가 "변호사씩이나 되어서 피의자한테 이렇게 말하라고 시킨 거야?"라는 것 같았다.

변호사로서 이처럼 자존심이 상하고 부끄러운 일이 있을까? 조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 피의자에게 버럭 짜증을 냈다. 하지만 피의자에 대한 감정보다 지나치게 순진했고 조금은 무능했던 스스로의 모습을 감추기 위해 자기방어가 더 컸다.

"민석아! 최소한 나한테는 똑바로 얘기했어야지!"
"그게... 저기..."
"이러면 내가 널 전혀 도와줄 수가 없잖아!"


민석은 중고차 딜러였다. 아직 수습 기간이라 사장님이 딜러로 등록해 주지는 않았다. 다섯 대는 팔아야 정식 딜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날은 참 재수 없던 날이었다. 출근길 우연히 인근의 다른 자동차 매매단지 앞에서 어슬렁거리는 한 무리의 사람들을 봤다. "아! 중고차를 사려는 사람들이구나!" 한 대라도 더 팔아 하루라도 빨리 정식 딜러가 되고 싶었던 민석은 곧바로 차를 세웠다.

"혹시 중고차 보러 오셨나요?"
"네, 그런데요."
"여긴 차가 별로 없어요. 제가 ○○자동차 매매단지 딜러인데요. 거기로 가시죠. 제가 싸게 잘해 드릴게요."
"어... 그래요."
"그런데, 거기는 주차장이 좁아서요. 제 차로 이동하시죠. 일 다 보시면 다시 모셔다드릴게요."


손님을 태운 민석은 한껏 들뜬 마음에 중고차매매단지로 달려갔다. 하지만 중고차매매단지에 도착한 손님들은 그들의 마음에 드는 차가 없자 이내 태도가 돌변했다. 원하는 차가 없다며 화를 내더니 급기야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난동을 부렸다. 민석은 연신 죄송하다고 머리를 숙이며 다시 모셔다 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은 기어코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손님들의 이야기를 듣고는 민석에게 '자동차관리법 위반', '감금', '공갈 미수' 혐의를 적용했다.

"아니! 경찰에서도 지금 말한 것처럼 똑바로 진술했어?"
"당연하죠!"
"그런데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거야? 도대체 경찰이 수사를 어떻게 하는 거야! 문제 될 거 없어. 검찰에 가서도 지금 한 이야기만 그대로 하면 돼!"


민석의 이야기를 들은 나는 경찰의 안일한 수사에 분통이 터졌다. 이제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청소년이 돈을 벌겠다고 중고자동차매매단지에서 열심히 일했다. 그런데 경찰은 악의적인 손님들의 신고만 받고 민석을 입건했다. 무죄야 당연하고 손님들을 무고혐의로 고소하는 것까지 고려해볼 만한 사건이었다.

검찰 조사에서 민석은 청소년답지 않게 당당하고 차분히 진술했다. 하지만 민석의 이야기를 듣던 검사는 시종일관 한심하다는 눈빛이었다. 그리고는 한숨을 쉬며 한마디를 내뱉었다.

"거기에 무슨 시나리오 있어요? 아니, 어떻게 여기 오는 사람마다 다 똑같은 말만 해요? 하나 같이 우연히 손님들을 만났고, 주차장이 복잡해서 자기 차로 데려갔고, 갑자기 손님들이 이유도 없이 흥분해서 경찰에 신고했다고 해요?"

검사의 말을 들은 민석은 고개를 숙였고 나는 부끄러움에 얼굴이 붉어졌다.

성인은 위험한 일 안 하려 하지만, 후기청소년들은 그렇지 않아

민석은 재민이를 따라 중고차매매단지에 취업했다. 재민이는 민석이보다 세 살 많은 동네 형이었다. 공익근무요원이었던 재민은 저녁이 되면 학교를 다녀온 민석을 데리고 동네를 어슬렁거렸다. 여자들과 호프집을 가거나 노래방을 다녔다.

신분증 검사를 하면 재민은 신분증을 보여주며 민석이 자신의 친구라고 둘러댔다. 재민이는 옷도 잘 입었고 카리스마도 있었다. 항상 주위엔 친구와 후배들이 따랐고 여자들에게 인기도 많았다. 민석이에게 그런 재민은 우상이었다.

어느 날 공익근무요원이 소집 해제된 재민은 돈을 벌겠다며 동네를 떠났다. 그리고선 2년 만에 다시 나타난 재민은 완전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말끔한 양복 차림에 헤어스타일도 단정했다. 거기다 중형 세단까지 몰고 있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중고차 딜러로 취업해 승승장구했다고 했다.

"너도 중고차 팔아 볼래?"
"형... 나도 잘할 수 있을까?"
"그럼, 한 번 해봐! 내가 도와줄게!"


그렇게 민석이는 중고차매매단지에서 일하게 되었다. 재민이 소개해준 사장님은 중고차매매단지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밟아야 할 절차인 딜러등록을 해주지 않았다. 원래 수습 기간에는 등록하지 않고 일한다고 했다. 다섯 대를 팔면 수습 딱지를 떼고 정식 딜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재민이는 아직 단골이 없는 민석이를 도와주기 위해 손님을 소개해 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재민이 소개해 주는 이들은 허위매물에 찾아온 손님들이었다. 홈페이지에 시가보다 50%가량 낮은 가격에 미끼 매물을 올려 놓고 연락해 온 손님에게는 다른 매물을 판매하는 방식이었다.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홈페이지에서 보신 매물은 방금 팔렸다'고 하면 그만이었다.

손님이 그냥 돌아가지 못하게 인근 다른 매매단지로 유인한 후 딜러의 차로 데려오는 방법을 동원했다. 딜러는 데려다 주겠다는 핑계로 차가 없는 손님에게 계속 다른 매물을 소개했다. 그러다 한두 명이 걸리면 손쉽게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허위매물은 엄연한 자동차관리법을 위반한 위법행위였다. 처벌도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당히 무거웠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한 중고차 시장에서 허위매물만큼 손님을 끌어모으기 좋은 방법도 없었다. 때문에 사업장에서는 처벌을 피하고자 민석처럼 등록되지 않은 딜러들을 이용해 허위매물을 다루고는 했다.

특히나 민석같이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기청소년(만 20~24세)은 중고차 사업장이 가장 선호하는 연령대였다. 성인들은 섣불리 위험성 있는 일을 하려 하지 않지만, 후기청소년들은 그렇지 않았다. 특히 재민처럼 따르는 이들이 많은 이를 채용해 적절한 대우를 해주며 후배들을 불러오도록 하면 모집도, 관리도 쉬웠다.

사장은 민석에게 단속에 걸렸을 경우 대처하는 방식을 알려 주었다. 일러준 대로만 하면 아무 문제 없을 것이라 안심을 시켰다. 민석이 변호사와 검사 앞에서 당당히 말했던 그 스토리였다. 허위매물이 범죄행위인지조차 알지 못했던 민석은 사장의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하지만 그런 꼼수가 대한민국 수사기관에서 통할 리 없었다.

많은 청소년 범죄들이 직간접적으로 성인에게 영향받아 일어나
 
 영화 <강철중: 공공의 적 1-1>의 한 장면. 이 영화에는 조직폭력배가 청소년들을 스카우트해 훈련시킨 후 일회용 범죄자로 소비하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 <강철중: 공공의 적 1-1>의 한 장면. 이 영화에는 조직폭력배가 청소년들을 스카우트해 훈련시킨 후 일회용 범죄자로 소비하는 장면이 나온다.
ⓒ Kn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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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청소년들은 중고차 시장에서 일회용품으로 쓰이다 적발되면 버려지고는 했다. 민석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민석의 경우는 좀 더 일이 꼬였다. 허위매물에 화가 난 손님은 민석과 다투게 되었고 약간의 실랑이가 벌어졌다. 주먹이 오가지는 않았지만 서로 멱살잡이를 했다. 손님은 민석에게 허위매물 외에 폭행과 감금 혐의를 추가했다. 민석이 자신을 데려오던 차와 매매단지에서 나가지 못하게 했다는 것이었다.

폭행과 감금이 추가되자 불안했던 민석은 변호사를 찾았다. 사장이 일러준 이야기에 변호사도 속아 넘어가자 자신감이 붙었다. 변호사는 처음 접해 본 사건이었지만, 검사는 자동차 허위매물 사건 전담이었다. 사장이 일러준 내용은 중고자동차매매단지에서 공공연히 퍼져 있는 스토리였다. 검사는 자신 앞에만 오면 앵무새처럼 똑같은 사연을 늘어놓는 허위매물 사범들의 머리 꼭대기에 앉아 있었다.

검사 앞에서 민석은 허위매물 혐의를 자백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폭행과 감금 혐의는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사장은 민석을 보지도 못했다고 발뺌했다. 그저 직원인 재민이 실적을 올리기 위해 독단적으로 저지른 범행이라고 우겼다. 재민이도 사장에게는 그저 일회용품이었을 뿐이었다. 다만 민석과 재민이 달랐던 점은 재민의 값이 좀 더 나갔다는 정도였다.

자신의 매출을 위해 청소년들이야 전과자가 되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일회용품처럼 쓰고 버리는 사장을 반드시 처벌하고 싶었다. 하지만 민석은 딜러로 등록되어 있지도 않았다. 손님도 단지 내 휴게소와 차량 보관소에서 민석의 안내를 받았을 뿐 사무실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사장은 거래가 성사되어 계약서를 작성할 단계에 이르러서야 손님을 사무실로 모시고 오도록 교육시켰다. 사장이 민석을 고용하고 위법행위를 사주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었다. 민석을 보지도 못했다고 발뺌하는 그를 처벌하기는 쉽지 않았다.

'공공의적 3'으로 더 잘 알려진 영화 <강철중: 공공의 적 1-1>에는 조폭이 청소년들을 스카우트해 훈련시킨 후 일회용 범죄자로 소비하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 <내 깡패 같은 애인>에도 조폭이 가장 어린 조직원에게 출소하면 에이스를 시켜주겠다며 살인을 사주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두 영화에서 모두 청소년은 조직의 명령에 충실히 따른다. 물론 영화적 상상력 속에서 어느 정도 과장된 장면이겠지만, 민석을 생각하면 마냥 허구만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2018년 인기리에 종영한 tvN 드라마 <라이브>에선 청소년이 형사처분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만 10~13세)을 사주해 범죄를 저지르는 내용이 다뤄졌다. 드라마의 내용은 청소년 범죄보다는 청소년이 범죄에 이르게 되는 사회의 책임을 더 강조하고 있었다. 하지만 많은 시청자는 촉법소년이 형사처분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해 범죄에 동원된다는 점에 더 관심을 보였다. 

과연 촉법소년이 범죄에 악용되는 사례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존재한다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남는다. 오히려 민석이와 같이 성인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청소년을 범죄의 도구로 사용하는 경우가 훨씬 많을 것이다.

민석이와 같이 성인에 의해 직접 범죄의 도구로 사용되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많은 청소년 범죄들이 직간접적으로 성인에게 영향을 받아 일어나고 있다. 범죄를 저지를 청소년을 비난하기 전에 한 번 더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하는 이유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자마자 어른들에 의해 범죄에 쓰이고 버려진 청소년들에게 우리 사회는 그저 정글일 뿐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김광민 변호사는 부천시청소년법률지원센터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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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이며 부천시청소년법률지원센터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헌법 쉽게 읽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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