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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신문 없는 정부보다 정부 없는 신문을 택하겠다."

미국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이 남긴 명언이다. 그만큼 한 사회에서 중요하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 한 말로 보인다. 언론의 중요성은 백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우리는 그것을 짧게는 10년 길게는 70년 동안 몸으로 체득했다.

지난해는 언론 특히 방송 정상화의 원년인 셈이었다. 공영 방송인 MBC와 KBS는 경영진 교체되어 옛 명성을 되찾으려 노력했고 신문도 나름 생존 고민을 했다. 지난 1년 언론을 평가하고 올해 언론을 전망해 보고자 지난 2일 서울 목동 CBS에서 변상욱 대기자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다음은 변 대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콘텐츠 포맷과 전달 방식에서 혁신 이뤄내는 게 중요"
 
 변상욱 CBS 대기자
 변상욱 CBS 대기자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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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새해가 밝았어요. <오마이뉴스> 독자 여러분께 새해 인사 부탁드려요.
"<오마이뉴스> 독자 여러분께 새해 인사드립니다. 새해 모두 강건하시고 기쁜 일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촛불 혁명에 이어 우리가 바라던 새로운 시대가 조금씩 이뤄지고 있지만 흡족하기보단 답답함을 느끼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

시민들이 힘을 모으고 단단히 결속하고 거대한 개혁의 여론으로 존재하는 것만이 촛불 혁명을 이어가는 힘입니다. 어쩌면 아직 남아있는 그 과정까지를 통틀어 촛불혁명이라 부르는 것이 옳을 듯합니다. 2019년 힘차게 나아가는 우리가 되도록 언론이 큰 힘을 보태겠다는 말씀을 자신 있게 드릴 수 없어 송구합니다. 뉴스 저널리즘이 본령을 되찾는 일에 열심히 힘을 보태겠다는 다짐으로 새해 인사를 대신합니다."

- 지난해 언론을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요?
"간략히 말씀드리면 신문의 몰락, 지상파 방송의 쇠퇴 이 두 가지는 속도가 더욱 빨라졌습니다. 신문을 가진 방송채널인 종편군은 방송과 신문의 시너지 효과로 성공한 한 해였습니다. 특히 보수진영 언론으로 분류되는 TV조선, 채널A, MBN은 촛불 정권 교체 이후가 쉽지 않을 거로 보았는데 악착같이 보수진영을 묶고 우파 성향을 강화해 성공했습니다. 우파 성향을 드러내는 것도 직설적이 아닌 우회하는 전략들을 등장시켜 촛불 정권 시대에 적응하고 있습니다.

케이블 방송을 갖지 못한 신문들의 약세가 그래서 더욱 두드러집니다. 개인적으로는 방송을 보유하지 못한 신문들, 한겨레, 경향, 서울, 한국 등 신문군이 변혁과 쇄신에 성공해 전통 저널리즘의 가치를 회복하는 데 힘이 되길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지난 한 해 역부족임을 느꼈습니다.

지상파 방송에서는 KBS가 일단 달라진 모습을 선보이는 데 성공하고 있습니다. MBC는 과거의 명성을 회복하는데 기대만큼 속도를 내지 못했습니다. KBS와 비교해 엉킨 것들이 더 많아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SBS는 별 주목받을 일이 없이 지나간 듯 보이지만 흔히 보이지 않는 칼이 무섭다고 합니다. 이미 발 빠르게 노사가 시스템 개혁에 나섰고, 디지털 쪽은 꾸준히 성과를 냅니다. 위기 때는 이렇게 무탈하게 나아가는 게 무서운 거라 느낍니다. 2018년 지상파 텔레비전의 시청률은  KBS1 - SBS - MBC - KBS2 순입니다.

뉴스전문 채널군으로 연합뉴스TV와 YTN이 있는데 연합뉴스TV는 지난해 여러 차례 질책을 받았다고 할 수 있죠. YTN은 후반기 들어 새로운 경영진과 지휘부가 꾸려졌기 때문에 올해 승부수를 던질 거로 봅니다. 그리고 기성 언론의 포털 의존 문제는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포털 중에서도 네이버 쪽으로 독자의 이용, 여론 영향력 등이 극도로 집중되어 독점이 더욱 심해졌습니다."

- 그럼 포털이 너무 커진 건가요?
"포털을 통해 뉴스를 읽는 비중이 커진 거로 보입니다. 최근 3개월 동안의 뉴스 경로를 젊은 사람들에게 다수 선택으로 물어본 결과가 있습니다. 네이버가 85.6%로 나타났습니다. 그다음 TV와 페이스북이 40% 안팎. 카카오톡 탭과 유튜브가 뉴스를 보는 데에서 30% 안팎으로 나와요.

커뮤니티 채팅방 가서 본다는 응답 비중이 15%, 트위터가 11%, 언론사 홈페이지 9.8%, 종이신문 9.3%, 라디오는 4.6%였습니다. 연령대에 따라 차이가 나겠지만 젊은 세대에게 물어본 거니 언론 이용자의 흐름과 미래를 읽어 볼 수 있죠. 어떻게 대응할 건지 해답을 못 찾은 채로 2019년으로 넘어왔습니다."

- 종편이 성장했다고 하셨는데 이유는 아무래도 JTBC의 활약 덕분일까요?
"JTBC와 교통방송은 뭐라 규정하기 어려운 한국적 특수상황처럼 보입니다. JTBC를 빼놓고 따져도 나머지 보수 종편은 앞서 말씀드린 대로 선방이고 발전했습니다. 뉴스에서 연예, 오락, 드라마까지 여러 장르가 밸런스를 이뤄간다는 의미입니다. 본방 경쟁에서는 JTBC가 앵커의 인지도를 내세워 앞서 나갔고 뉴스 분량이 훨씬 많은 보수 종편도 시청자층을 계속 결속시키고 예능·오락 연계시키고 있습니다. 지상파와 종이신문 이용자들을 종편이 흡수해 갔다고 봐야죠. 종편이 뉴스, 드라마, 예능의 선순환을 이뤄 시청률에서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지상파는 더욱 어려워질 겁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뉴스에서 실시간 방송 시청, 메인 뉴스 경쟁이라는 개념이 흐려지는 걸 주목해야죠. 정시 뉴스로 승부하는 걸 넘어 콘텐츠의 포맷과 전달 방식에서 혁신을 이뤄내는 게 중요합니다. 모바일을 통한 저널리즘 생태계의 변화, 즉 고정형 미디어에서 이동형 미디어로 바뀌는 시청행태에 적응하는 게 과제입니다.

언론진흥재단 '수용자 의식 조사' 결과가 나왔는데 모바일 인터넷 이용률이 2011년 36.7%에서 2018년 86.7%로 치솟았습니다. 텔레비전 이용률은 97.6%에서 93.1%로, PC 인터넷은 64.7%에서 45.4%까지 떨어졌습니다. 적자생존이 어느 영역에서 결정될까를 보여주는 거죠."

"공영방송, 새 시대 새 역할에 맞는 쪽으로 구조조정해야"

- 2009년 당시 정부·여당이 방송법을 통과시키려고 할 때 든 이유 중 하나가 여론의 다양성이었잖아요. 지금 와서 평가해보면 어떤가요?
"성격상 보수적인 종편만 잔뜩 만들어 놓았고 JTBC 정도만 중도적인 성격을 띠기 때문에 다양성에서는 실패작입니다. 냉정히 종편 한두 곳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탄생부터 정치적 정파적으로 왜곡된 것이어서 바로 잡아야 하죠. 종편이 줄고 지상파가 몸집을 줄여야 시장규모에 맞습니다. 이들을 줄여서 나오는 자원을 대안 미디어, 혁신 미디어에 흘려 넣어야 합니다.

다양성을 이야기하자면 지역방송 지역신문을 살리는 문제가 큰 고민입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된 문제인데도 답을 못 찾고 있습니다. 기존의 언론들을 그 형태로 살려내 끌고 갈 수는 없습니다. 지역의 문화와 전통, 정치적 이해를 대변하려면 작은 사이즈에 다양하고 전문적인 지역 언론들로 개편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들고 아니면 과감한 광역화와 역할 조정이 필요할 수도 있고요. 지역 언론 스스로 새로운 콜라보를 창의적으로 시도해볼 수도 있을 겁니다."

- 요즘 방송사들이 평양 지국 설립에 관심 많은 거 같은데.
"누구를 위해서 평양에 몰려가느냐부터 따지고 싶습니다. 북한 전역을 자유롭게 오가고 여기저기 훑으며 취재할 수 있으면 몰라도 그전까지는 연합뉴스와 KBS만 가 있으면 된다고 봅니다. 기간 방송사와 통신사가 제 역할을 하면 간단한 문제고, 자유 왕래와 취재 이후는 언론사 능력에 맡기면 그만입니다."

- 유튜브 활약도 있는 거 같은데.
"유튜브와 저널리즘은 연구를 더 해봐야 알 수 있는 분야입니다. 속보와 깊이 있는 뉴스 전달에서 유튜브 역할은 아직 미미합니다. 젊은이들도 유튜브를 뉴스의 경로로 이용하는 건 아니고 속보나 쟁점, 사회이슈에 대한 담론도 유튜브에서 펼쳐지진 않습니다. 변하지 않는다면 유튜브도 떠밀려날 겁니다. 저널리즘 기준으로는 저급하니까요. 유튜브가 그대로 있지는 않겠죠, 어떤 식의 뉴스 플랫폼으로 발전해 나갈지 예측은 어렵지만 예의주시할 관심 주제입니다.

문제는 지상파 채널들이 뭔가를 해 낼 수 있을까 하는 겁니다. 시간을 갖고 노력하면 적응하고 추격할 수 있겠지만 그렇기에 지상파는 비대해 유지 자체가 힘겨운데 새로운 투자 여력이 없습니다. 해답을 못 찾고 힘을 모으지 않으면 종이신문처럼 위기에서 몰락으로 접어들 수도 있습니다.

뭐든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2018년에 실험적으로 이뤄진 <뉴스타파>와 MBC, YTN의 콜라보가 돋보입니다. 열정과 능력, 콘텐츠를 갖춘 대안매체와 지상파가 결합해 기획과 결과물을 공유하는 형태인데 기대할 만합니다. 이것 외에도 지상파가 힘을 빼고 대안을 찾아 나서면 여러 방법이 있을 거라 봅니다."

- 공영방송인 KBS와 MBC의 정상화 1년은 어떻게 평가하세요?
"그 두 방송이 국민의 방송이 되고 싶다면 두 가지를 고민해야죠. 첫 번째가 사장 뽑는 방식과 경영구조입니다. 사장 인선 과정에 참여하는 그룹은 지금으로서는 정치권과 MBC, KBS 노조입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그 두 그룹 사이에 끼어 중개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국민은 여기에 시민대표의 사장 후보 공청회 참석과 의견 개진 정도입니다. 시민사회 대표가 사장 인선과 이후 경영에 더 참여해야 합니다. 이사진을 늘려야죠. 10여 명 놓고 정치권이 추천권을 나눠 가지는 게 아니라 이사진 중 정치권 추천 비율이 10~20%에 그쳐야 합니다.

두 번째는 당연히 방대한 덩치를 줄이는 겁니다. 역할과 기능에서 비중이 크게 줄었는데 규모와 비용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습니다. 새 시대의 새 역할에 맞는 쪽으로 구조조정해야 합니다. 저는 그것이 글로벌화와 공영성 강화라고 봅니다. 그리고 그 목표와 로드맵이 확실하다면 수신료 인상도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다만 KBS에 쏠린 시청료 배분은 EBS와 지역방송 등을 배려해 재조정되어야 합니다. "

"언론들이 구태의연한 보도 틀에서 벗어나길 기대"

- 올해 언론은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KBS, MBC 구조개편과 개혁의 성과에 따라 언론계 지형이 달라질 거라 봅니다. 두 지상파 채널이 성공하면 시청률도 변화가 오겠지만 디지털 플랫폼 영역에서도 새로운 경쟁이 치열해 질 겁니다. 지상파나 신문들은 분발해야 합니다. 2019년엔 JTBC의 독주에 제동을 거는 선의의 경쟁들이 치열하게 펼쳐졌으면 합니다.

큰 그림을 그리자면 예전에는 '언론사는 죽어도 뉴스는 살아남는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뉴스는 죽어도 저널리즘은 살아남는다'가 더 적확한 표현이라 생각합니다. 기성 언론이 전달해 온 뉴스가 아닌 다른 저널리즘이 번지고 있습니다. 블로그들은 전문성을 더하고 있고, 유튜브는 동영상 영역을 장악하고, 팟캐스트는 일상에 파고들어 자리 잡았습니다. 김어준, 김용민, 최욱씨 등 새로운 저널리스트들이 지상파로 건너와 전하는 게 '뉴스기사'는 아닐지 몰라도 '강력한 저널리즘'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뉴스타파나 '알릴레오' 등으로 정보와 제보가 모이고 전문가들의 출연도 몰립니다. 이건 '뉴스'는 아니어도 분명 '저널리즘'입니다. 뉴스를 생산하는 게 아니라 저널리즘을 구축한다는 의식의 전환이 있어야 할 겁니다."

- 남북관계가 달라지고 있잖아요. 여기에 언론도 발맞춰야 할 텐데요.
"남북관계 보도에서 보수 언론이 보여준 문제의식 중 첫 번째가 북한은 절대 못 믿는다는 것이었지만 이건 지난해 깨뜨려졌습니다. 남북미 정상회담이 잇따라 열리고 철도가 이어지고 기찻길을 함께 점검하고 비무장 지대에서 군사적 충돌요인이 제거되었습니다.

두 번째로 보수 언론이 붙잡고 늘어지는 건 교착상태입니다. 더 이상 풀리지 않고 교착상태로 길게 가다 허무하게 끝난다는 거죠. 이것이 2018년엔 먹혔지만 2차 북미 회담에서 안 되면 3차에서 이것도 깨질 겁니다. 그다음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이 희생을 무릅쓰고 세계의 경찰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대로 '이만하면 주한미군도 필요 없겠다'는 언급이 나올 겁니다.

보수언론은 '미군 없이 안보 없다'고 들고 일어서겠죠. 미국 정부를 상대로 싸워야 할 텐데 갈수록 궁색해 질 겁니다. 이건 진보 진영도 마찬가지예요. 미국과 한반도 남북의 새로운 상황에 맞춘 세계관과 논리가 나와야 할 겁니다.

이 시점에서 '통일'이란 말이 아주 적절치는 않다고 보지만 편의상 쓰겠습니다. 언론은 군사대결의 해소 아니면 정치적 통일만 얘기합니다. 평화를 이루고 통일로 가자는 것이죠. 그러나 통일을 이루고 평화를 확보한다는 역순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산업공단이 공유되고 자연재해에 공동으로 대처하고, 평화적인 원자력을 북한에 공동개발하고, 도로를 뚫고 식량과 전기와 물도 서로 나누고, 군사와 정치 아닌 다른 분야에서의 일치를 통해 경제와 화폐의 공유까지 간다면 평화는 굳어지는 거라 봅니다. 이걸 녹색 통일 혹은 느슨한 민족공동체. 뭐라 부르든 좋습니다. 창의적인 공동체론, 통일론이 등장하고 언론들이 구태의연한 보도 틀에서 벗어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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