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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절이 언제까지 이런식의 모습으로 남을 이유가 없다.
ⓒ pixabay
 
"왜 이렇게 차가 많아?"

경부고속도로 상행선에 진입해 내비게이션을 확인하는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분명 설날(5일) 아침 10시 무렵인데 기흥을 지나 수원신갈을 거쳐 마성 나들목 구간으로 빠지는 경로 곳곳에 '정체' 표시가 띄워져 있었습니다. 평소처럼 서행하지만 않을 뿐, 통행량은 결코 적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저 사람들은 몇 시에 차례를 지낸 걸까, 아니 차례를 지내긴 했을까 싶었습니다. 저희 가족도 그 중 하나니까요. 이번 명절을 앞두고 남편은 제주도의 부모님에게 근무 일정 등을 감안해 내려가지 않겠다고 연락드렸습니다. 예전부터 '설엔 오지 말라'던 시부모님은 별 다른 말씀 없으셨습니다.

잠깐 고민했지만, 큰집에 가는 친정부모님도 따라가지 않기로 했습니다. 전날 저녁을 먹으며 "그래도 같이 가자"고 하던 아버지는 명절 아침엔 정작 연락도 없었습니다. 몇 달 전 아버지는 오랜 세월 '맏이'의 무게를 짊어지고 온 큰아버지와 큰어머니께 제사도 최대한 줄이자고 제안하기도 하셨습니다.

설 당일 오전 11시쯤 도착한 놀이공원의 풍경도 의외였습니다. 중국 등 외국 관광객 태반이리라는 예상과 달리 절반 이상이 한국 사람이었고, 그들 중 상당수는 가족이었습니다. 어린 아이들이 탈 수 있는 놀이기구 입구에 마련된 유모차 보관대는 대부분 만원이었고요. 시간이 지날수록 이용객은 점점 늘어나기만 했습니다.

물론 모든 이들의 명절이 평화롭진 않았겠죠. 연휴 뒤 쏟아진 언론보도는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 성인 10명 중 7명 '명절 후유증'시달려…"체력 방전·집중력 저하"
- 시댁·친정 안 가서… 결혼 반대에… 싸우는 날이 된 명절


명절 아침을 각자 부모님과 보내기로 한 박은지 시민기자는 설날 시아버지에게 '전통이나 관습을 따르는 게 무난한 삶 아니냐'는 내용의 긴 문자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 각자 부모에게 효도하고 기분 좋게 다시 만나면 끝 http://omn.kr/1h8de
명절에 잠깐 '참으면' 굳이 갈등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시아버지가 언젠가 내가 말하는 '불평등한 전통'을 조금은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다. 이렇게 오히려 솔직하게 서로의 생각을 표현하고, 수차례 서로를 설득하는 것이 세대 간 거리를 조금씩은 좁혀줄지 모른다는 기대도 해 본다.

비혼인 홍혜은 시민기자는 아예 과감한 제안을 던졌습니다.

☞ 그냥, 명절을 없애면 안 될까요 http://omn.kr/1h2d5
명절은 지겨운 '원가족'에서 어렵게 분리되어 나와서 나름 자신의 삶을 용기 있게, 엉망진창, 뚝딱뚝딱 헤쳐 나가는 사람들이 가족이란 걸 까먹고 살다가도, 때만 되면 주기적으로 그걸 다시 한 번 생각하도록 강제하는 엄청난 장치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는 성평등한 명절만을 요구하는 것도 좋지만, 명절을 없애도 괜찮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이은주 시민기자는 지난 추석, 남편의 작은 어머니가 눈을 반짝거리며 말했다고 합니다.

☞ 장손인 남편이 호박전 부치자 벌어진 일 http://omn.kr/1h3bx
"이제 남자들도 같이해야 할 때가 됐어. 그 변화를 우리가 만들어가자. 그렇게 아이들을 키우자."

남자 형제만 넷인 오창균 시민기자는 장남인 자신의 집에서 설을, 바로 아랫동생네서 추석을 보냅니다. 제법 오래된 일입니다.

☞ 명절도 돌아가면서 하면 즐거워요 http://omn.kr/1h66z
10여 년 전, 동생의 제안에 누구의 반대도 없었고, 그것이 합리적으로 보였다. 그렇게 해서 나와 동생집에서 돌아가면서 명절을 지낸다. ...(중략)... 음식준비를 위한 장보기는 남편들의 일이고 재료손질과 준비까지 한다.

언젠가는 성평등한 명절이니, 비혼도 행복한 명절이니 하는 이야기들이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일이 되지 않을까요. 신소영 시민기자의 말처럼 조금씩, 조금씩, 명절은 분명 달라지고 있으니까요.

☞ 나보고 너희 가족 명절여행에 끼라고? 응 그럴게 http://omn.kr/1gz3q
이미 명절의 다양한 버전이 업그레이드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2019년 설날을 앞둔 지금, 여전히 용기가 부족한 나에게 누군가 이렇게 말하며 등을 떠미는 것만 같다.

"뭐가 문제야? 지금은 2019년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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