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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이주노동 현장 이슈를 통해 차별이 정당하지 않음과 외국인력 제도 운용상의 문제점들을 살펴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기자 말]
 
 김도균 제주출입국외국인청장이 14일 오전 제주시 용담동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서 예멘 난민 지위 신청자 심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18.12.14
 2018년 12월 14일 김도균 제주출입국외국인청장이 제주시 용담동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서 예멘 난민 지위 신청자 심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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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제주로 입국한 예멘 난민 신청자 484명 중 난민으로 인정받은 사람은 단 두 명이었다. 그 외에 인도적 체류허가 412명, 단순불인정 56명, 직권종료 14명 심사가 마무리됐을 때, 난민수용을 찬성하는 시민단체들은 국제 인권 기준에 부합하도록 난민 보호 정책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 가운데 약 8개월 동안 세 차례에 걸친 심사에서 턱없이 부족한 난민심사 인력과 통역인의 자질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됐던 걸 감안하면 '통역은 제대로 제공했느냐'는 질문은 당연했다. 

법무부가 난민심사 전담 공무원에 의한 심도 있는 면접과 사실검증 등을 거쳤다고 밝혔지만, 난민 신청자들을 접했던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통역의 편향성과 자질에 의문을 제기했다. 사실상 신청자 대비 난민 인정 비율이 고작 0.41%에 불과한 결과는 통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심증을 굳히게 했다.

외국인 문제에 있어서 통역 문제는 난민 심사 과정에서만 불거지는 것은 아니다. 공장 등의 일상에서 언어 소통에 문제가 있을 때는 시간을 두고 서로 맞춰 갈 수 있지만, 법정에서는 한 사람의 인생이 걸린 문제가 통역에 의해 좌지우지되기도 한다.
 
① "*월 *일 판사에게 반성문을 보낸 적이 있는가?"
② "*월 *일 편지를 쓴 적이 있는가?"

예멘 난민 문제가 사회적으로 민감하게 대두되고 있을 즈음, 대구지방법원에서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주노동자 S는 재판이 끝난 후, 통역이 제대로 됐는지 의문을 표했다. 반성문도 편지의 일종이니 큰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질문이 법정에서 판사가 피고에게 묻는 거라면 좀 더 정확할 필요가 있다.

통역인은 S에게 ①번 문장으로 물어야 하는데도 ②와 같이 질문했다. 구치소에서 많은 편지를 썼던 S는 질문을 이해하지 못했다. 결국 피고인이 재판장에게 마지막으로 호소할 기회는 엉터리 통역과 함께 사라져 버렸다. 같은 재판에서 판사는 S가 하루빨리 강제출국을 시켜 달라'는 마지막 청원에 대해 답변을 유보하겠다고 했는데, 통역인은 '거부한다'고 했다. S는 통역이 전달한 거부한다는 말에 고개를 숙였다. 

프랑스 문학 사회학자인 로베스 에스카르피는 "번역은 반역이다"라고 했다. 번역이 그만큼 어렵다는 말이다. 번역보다 더 어려운 게 통역이다. 번역은 생각을 곱씹으며 바로잡을 수 있지만, 통역은 거의 동시간대에 이뤄지는 일이기 때문에 상당한 훈련과 사전 지식을 필요로 한다. 난민 등과 같은 외국인 문제에 있어서 통역의 적절성을 따지다 보면 결국 예산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문제는 외국인의 정당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예산이 투입될 때 불거질 수 있는 국민 세금 논란이다. 

다문화, 외국인 이주 정책은 반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어려운 과제

체류 외국인 200만이 넘는 대한민국은 현재 외국인 관련 예산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국민 세금도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작년 제주 예멘 난민 관련한 청와대 국민 청원 등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외국인·난민 등에 대한 지원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국민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다문화, 외국인 반대를 표방하는 단체와 개인들은 체류외국인 증가에 따라 자연스럽게 증가하는 외국인 지원 예산을 두고 국민 역차별 주장을 펼치며 세금 투입 중지를 요구하고 나서는 실정이다.

제주 예멘 난민 사태 같은 경우 난민신청자들을 위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예산 부족으로 관련단체와 시민들이 숙소와 취업, 의료 지원에 있어서 주된 역할을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민 반대 청원이 있었다는 사실은 무조건 다문화, 외국인 반대를 외치는 이들을 설득함이 녹록지 않은 정치적 문제임을 말해 준다.
 
"국민건강보험과 세금으로 외국인 및 난민에게 무분별하게 의료비를 지원하지 마세요"  -난민 반대 청와대 청원 글

지난 2월 7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행정연구원은 고용노동부에 제출한 '신산업 지원을 위한 고용노동부 소관 규제의 네거티브 개선 과제 발굴 연구'에서 외국인 고용 빗장을 풀라고 권고했다.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은 외국인 취업 가능 업종을 △건설업 △서비스업 △제조업 △농·어업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이런 제한을 없애고, 국무총리 소속 외국인력정책위원회 등의 심의만 거치면 어떤 업종에서든 외국인 근로자가 일할 수 있도록 법을 바꾸라는 권고였다. 

행정연구원이 이런 권고를 내린 이유는 외국인 고용 사업장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유연한 체계로 개선할 필요성이 대두되기 때문이다. 결국 인력난 해소를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는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내국인들이 기피하는 업종에서 인력난 해소를 위해 도입된 정책 취지에 맞지 않다. 만일 한국행정연구원 권고대로 이주노동자 취업 가능 업종이 도·소매업, 광업, 숙박·음식점업 등 전체로 확대될 경우 내국인 일자리 잠식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입법 취지에 맞지도 않는 권고안이 관련부서 연구용역을 통해 제시됐다는 것은 어쩌면 단순히 규제 완화를 위한 시도가 아니라, 시대적 상황이 그렇다는 방증일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이제는 이주노동, 외국인 이민자들이 대한민국 사회경제 발전에 얼마만 한 기여를 할 수 있는지를 다각적으로 살피며 국내 상황에 맞는 노동과 사회복지교육정책 등이 수립되어야 함을 말하고 있다. 

그렇다고 외국인 정책에 국민 세금을 마냥 투입할 수도 없는 이유는 앞서 언급했듯이 반대 여론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반외국인 정서에 기댄 반다문화 담론이 정치화하며 사회 논쟁과 갈등 요소가 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다문화, 외국인 이주 관련 정책은 아무리 잘 만들어도 반대 의견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어려운 과제다. 그렇다고 사회갈등을 방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외국인정책 수립 과정에서 선주민과 이주민이 차별과 배제, 갈등을 극복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사회통합으로 이끌어내는 세밀함이 필요한 이유다.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른 사회통합기금 마련돼야 

사회통합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면서도 역차별이나 세금낭비 논란을 벗어나려면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른 정책 수립이 검토되어야 한다. 가령, 외국인 등록과 국적 취득 등 출입국 관련 수수료 등을 사회통합기금으로 활용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미국 이민국(USCIS)은 출입국 관련 수수료를 국고로 귀속시키지 않고 외국인 관리를 위한 특별회계인 이민심사 수수료 계정으로 활용하고 있다. 캐나다도 수익자부담 원칙에 따라 체류허가 신청할 때 추가로 이민자 정착수수료 490달러(50만 원)를 부과, 이민자 사회정착비용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밖에 뉴질랜드도 이민 부담금 310달러(23만 원)를 부과해 이민자 영어교육, 구직 서비스 등 이민자 사회통합비용으로 활용하고 있다. 

해외사례에서 보듯, 출입국 관련 각종 수수료와 범칙금 등은 이민자 조기정착과 사회통합을 위한 기금으로 쓰이고 있다. 대한민국은 수익자 부담원칙에 따른 기금을 조성할 경우, 2018년 기준 1325억 원에 이르는 만큼, 재원 조성에는 큰 문제가 없다. 문제는 어느 부서가 주도할 것인가이다.

역차별, 세금 낭비라는 국민 정서를 해소하고 외국인 국내 조기 적응과 사회통합에 기여할 수 있는 이런 정책은 부처별, 지자체별 외국인 지원 사업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국무총리실 산하 통합 관리부서가 주도할 필요가 있다. 그를 통해 유사, 중복사업의 문제를 해소하고, 효율성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체류 외국인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이주노동자 관련 부서인 고용노동부는 외국인 취업훈련과 고용 알선 등을 위한 고용보험 기금을 추진 중이다. 여성가족부는 다문화가족의 결혼이민자 및 귀화자를 대상으로 하는 지원사업을 양성평등기금으로 추진하고 있어 사회통합기금에서 제외시켜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지금처럼 사회통합기금의 주요 부분을 담당할 고용노동부와 여성가족부의 반대와 각 지자체의 예산 운영까지 살피다 보면, 기금 조성은 시작도 못 한다. 사실상 지금까지 이민자 사회통합기금을 위한 입법 시도만 살펴봐도 그 어려움이 어떠한지 알 수 있다. 

어떻게 반외국인 정서, 국민세금 투입 논란 줄일지 지혜 모아야

2013년 국무조정실이 기금설치 시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 개정이 타당한지를 한국법제연구원에 연구용역 의뢰한 것을 시작으로 2014년 새누리당 김회선 의원 등이 '외국인 사회통합기금'을 위한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지만 부처 간 이견을 줄이지 못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 등은 작년 8월에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 개정안으로 이민통합기금 설치안을 발의했다. 작년 11월, 법사위 1소위 상정 후 계류 중인데, 재한외국인 인권옹호와 사회적응 지원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2014년 기획재정부가 한국행정학회에 중기재정계획 연구용역 의뢰한 결과에 따르면, 외국인 사회통합기금은 법무부장관을 관리주체로 한 기금 운용이 적절하다고 한다. 이는 출입국·국적 관리에 따른 수수료, 과태료, 범칙금 등을 기금으로 귀속한다는 기금 조성방식과 현재 체류 외국인의 조기적응과 사회통합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는 현실성 때문이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여러 부처에 분산된 사업들을 통합하여 통합기금으로 활용하는 것이 마땅하다. '사회통합'이라는 취지에 맞게 외국인, 이주민만이 아니라 내국인도 사회통합교육 등을 통해 다문화 이주 인권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예산 운영 범위 등을 확대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정부 여당은 외국인 200만 시대, 외국인 주민과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을 지향하며, 사회통합기금 마련을 위해 관련단체와 학계, 시민 등의 의견을 청취하여야 한다. 그 과정을 통해 사회통합이라는 당위성을 만족시키면서 어떻게 반외국인 정서, 국민세금 투입 논란을 줄일 수 있을지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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