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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과 빈곤을 없애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최근 세계 곳곳에서 실험되고 있는 '기본소득'이 주목할 만합니다. 한편에서 기후변화는 인류의 운명을 가를 절체절명의 문제입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적극적인 '기후행동'이 필요합니다.

기본소득을 지급하면서 동시에 기후행동을 촉진하기 위한 방안으로 '녹색참여소득'을 제안합니다. 생태적 이동, 에너지 절약, 친환경 제품 사용 등을 조건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녹색참여소득의 개념, 기본소득과의 차이, 기대효과 등에 대해 연재합니다.

여쭤봅니다. 자동차 대신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을 조건으로 한 달에 수십 만 원의 기본소득이 지급된다면 독자 여러분들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만약 전기·가스·수도의 절약을 조건으로 한다면요? - 기자 말

 
미세먼지 강타한 여의도  초미세먼지에 휩싸인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바라 본 여의도.  연일 이어지고 있는 미세먼지 공습에 매캐한 안개가 뒤덮인 듯 한 치 앞도 뿌옇게 보인다.
▲ 미세먼지 강타한 여의도  초미세먼지에 휩싸인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바라 본 여의도. 연일 이어지고 있는 미세먼지 공습에 매캐한 안개가 뒤덮인 듯 한 치 앞도 뿌옇게 보인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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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2017년 9월, '미세먼지 관리 종합 대책'을 발표했었습니다. 2022년까지 국내에서 나오는 미세먼지를 30% 줄이겠다는 계획입니다.

이 계획에는 여러 중장기 대책이 들어 있었습니다. 우선 발전 부문에서는 짓고 있던 석탄화력발전소 9기 중 4기는 LNG 등 친환경연료로 전환하는 것을 협의하고, 5기는 최고 수준의 환경 관리를 하기로 하였습니다. 30년 이상 오래된 석탄발전소 7기는 대통령 임기 내 폐지하도록 했습니다.

산업 부문에서는 과거엔 배출총량제 등을 통해 수도권에 집중해 미세먼지 배출을 살폈는데, 수도권 말고 다른 지역도 같은 방식으로 관리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제철이나 석유정제 등 미세먼지가 다량으로 나오는 사업장의 배출허용 기준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수송 부문에서는 노후 경유차를 조기 폐차하고, 배출량 많은 화물차도 공해물질이 덜 나오도록 조치하기로 했습니다. 대책에는 전기차·수소차 등 친환경차 200만 대 보급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노력의 결과는... 최악의 미세먼지
 

이런 노력의 결과는 역대 최악의 미세먼지였습니다. 우리는 이걸 3월 초에 직접 겪었습니다. 정부의 실책이 곳곳에서 드러났습니다.

수도권에서 경유차는 미세먼지 배출 원인 1위입니다. 정부도 이를 당연히 알고 경유차 관련 대책을 추진했으나 성과는 미미합니다. 무엇보다 경윳값이 쌉니다. 소비자들이 경유차를 선호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지난해 11월, 2019년 5월까지 유류세를 한시적으로 15% 인하했습니다. 차를 더 타고 다니라는 이야기였습니다.

환경부 미세먼지 예산의 반 이상은 전기차를 지원하는 데 쓰입니다. 그러나 전기차와 내연기관차는 미세먼지 배출에서 큰 차이가 없습니다. 어차피 타이어와 브레이크 패드에서 미세먼지가 나오는 건 똑같고, 석탄화력발전소가 전기 생산의 상당량을 차지하는 한 전기차 사용은 발전소에서의 미세먼지 배출을 늘리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정부는 지금도 석탄화력발전소 7기를 계속 짓고 있습니다. 덕분에 2030년이 돼도 석탄발전은 전체 발전량 중 36%가량을 차지할 전망입니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전기차가 미세먼지 대책으로 추진된다면 새로운 악순환이 시작될 수도 있습니다.

전기차 보급 → 전력 수요 증가 → 석탄화력발전소 계속 가동 → 미세먼지 증가 → 전기차 보급. 이렇게 말이죠.

정부가 공기청정기를 유치원·초등학교 등에 상반기 중 설치를 마무리하기로 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공기청정기는 당장 급하니 단기대책으로 필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전기 사용도 늘어납니다. 공기청정기 증가 → 전력 수요 증가 → 석탄화력발전소 계속 가동 → 미세먼지 증가 → 공기청정기 증가. 역시 악순환입니다.

국회가 일반인이 살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한 LPG차도 타이어나 브레이크 패드에서 나오는 미세먼지까지 막지는 못합니다.

악순환을 끊어야
 
 미세먼지 매우나쁨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녹색연합이 방독면과 마스크를 쓰고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석탄발전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미세먼지 매우나쁨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녹색연합이 방독면과 마스크를 쓰고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석탄발전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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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악순환을 끊어내야 합니다. 경유차 운행을 금지해야 하고, 전기차는 보급하되 석탄화력발전소를 지금 계획보다 빨리 폐쇄해야 하며, 전기차‧LPG차 이용도 근본적으로는 최대한 줄이는 게 좋습니다.

유럽 여러 나라들은 경유차를 비롯해 화석 연료 차량 자체를 줄여나가기 위해 훨씬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프랑스와 영국은 2040년부터 경유차, 휘발유차 할 것 없이 모두 판매를 금지할 예정입니다.

탈석탄의 움직임도 활발합니다.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핀란드, 덴마크를 비롯해 캐나다, 멕시코 등 20개국은 2030년 경까지 석탄발전소를 모두 없애겠다면서 '탈석탄동맹'을 결성했습니다.

경유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경유차의 운행 자체를 막아야 합니다. 현실에서는 지난 10년간 경유차가 2배가 늘었습니다.

'녹색참여소득'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녹색참여소득으로 자동차 이용의 동기가 획기적으로 줄면 경유차뿐 아니라 전기차를 비롯한 자동차 전반의 이용이 당연히 감소할 것입니다.

앞으로 자동차가 더 늘어나고, 대중교통 이용자는 줄어들 것이라는 점에서 녹색참여소득은 더욱 진지하게 검토돼야 합니다.

1997년과 비교해서 2014년에 인구는 450만 명 늘었습니다. 늘어난 인구 중 350만 명은 승용차를 이용하고, 100만 명은 대중교통을 이용했습니다. 그러나 2040년이 되면, 인구는 오히려 약간 감소할 것으로 보입니다. 대중교통 이용자는 640만 명이 줄고, 이들은 모두 승용차를 이용할 것으로 예측됩니다(국토교통부, "제3차 대중교통 기본계획", 2017, 39~40쪽).

걷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의 힘 
 
 콜롬비아 보고타시.
 콜롬비아 보고타시.
ⓒ 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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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중반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시는 교통혼잡을 완화하고, 도시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도시 교통을 전면적으로 손 볼 계획을 세웁니다. 그때 일본 국제협력사업단이 6개 간선도로 및 지하철 건설 방안을 제안합니다.

도시의 주요 지점을 연결하는 간선도로는 우리에게도 매우 익숙합니다. 지하철은 물론이고요. 일본 국제협력단은, 건설은 민자유치로 하고, 통행료를 걷자는 제안도 함께했습니다. 당시 제안 내용은 매우 사업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한국에서라면 당장 시작하고도 남았을 텐데요.

보고타시의 엔리케 페냐로사 시장은 그러나 그 제안을 뿌리칩니다. 그리고 정반대로 걷기, 자전거 타기 및 간선급행버스 시스템을 중심으로 보고타시 교통 체계를 혁신합니다.

성과는 놀라웠습니다. 대중교통은 빨라지고, 도시의 공기는 깨끗해졌으며, 사람들은 건강해졌습니다. 이렇게 형성된 시민들의 집단 의지는 2000년 10월 29일 주민투표에서 빛을 발합니다.

2015년 1월 1일부터 평일 하루 6시간의 러시아워 동안 택시를 제외한 "모든 자동차의 통행을 제한한다"는 혁명적인 안이 주민투표를 통과한 것입니다. 이게 바로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의 힘입니다(박용남, <도시의 로빈후드>, 서해문집, 2014, 49-70쪽).

정부가 어떤 정책을 펼치느냐에 따라 시민들은 자동차 이용을 늘릴 수도 있고, 줄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형성된 시민의 집단적 힘은 자동차 주도 사회를 더 심화시킬 수도 있고, 근본적으로 바꿀 수도 있습니다. 미세먼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찔끔 대책'은 이제 그만 
 
 이 탈 것의 힘은 엄청나다.
 이 탈 것의 힘은 엄청나다.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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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대책 중 주목받진 못하지만 사실 매우 중요한 내용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교통수요관리 강화 대책이 대표적입니다. 녹색교통특별대책지역 지정을 활성화하고, 승용차 운행을 제한하는 대중교통전용지구 확대 등이 그 내용입니다.

미세먼지를 근본적으로 확실하게 줄일 수 있는 이런 대책은 다른 대책에 비해 비중이 떨어집니다. '찔끔 대책'에 불과합니다. 공론의 장에서 주요하게 다뤄지지 않습니다. 자동차 사용 자체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시민들의 삶의 변화가 없는 한 이러한 정책이 힘을 얻기는 어렵습니다.

고농도 미세먼지가 생겼을 때 주로 시행하는 공공기관 차량 2부제, 서울시 공공주차장폐쇄 같은 대책도, 2018년 시행했다가 철회한 무료대중교통도 마찬가지입니다.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개인의 차량도 모두 운행을 대폭 줄여야 합니다. 차량 운행이 줄면 도심 곳곳의 주차장 폐쇄도 상상해볼 수 있습니다.

무료대중교통 정책이 실패한 것은 아무리 무료라고 해도 '지옥철'을 타긴 싫기 때문인데, 이 문제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녹색참여소득으로 자발적 차량 미이용자가 대폭 늘어나면, 차량 이용이 대폭 줄어듭니다. 걷거나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확대될 것이므로 대중교통에 여유가 생겨 자가용 이용자들이 대중교통으로 넘어오는 것도 보다 수월해질 수 있습니다.

인센티브를 기본소득으로 
 
 맑은 날의 남산과 미세먼지 저감조치가 내려진 날의 남산
 맑은 날의 남산과 미세먼지 저감조치가 내려진 날의 남산
ⓒ 그린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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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아이디어가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서울에는 '승용차 마일리지 제도'라는 게 있습니다. 자동차 감축 운행을 한 이용자에게 마일리지를 줍니다. 마일리지는 현금으로 전환하거나 자동차세 등을 내는 데 사용할 수 있고, 상품권으로 받을 수도 있습니다. 서울시에서는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의 하나로 승용차 마일리지 회원이 미세먼지가 심한 날 차량을 운행하지 않을 경우 포인트를 더 주기도 합니다.

다만 승용차 마일리지 제도를 통해 받을 수 있는 혜택은 자동차 운행 거리를 대폭 줄였을 경우 최대 7만 원 상당에 해당하고, 그 이후부터는 매년 1만 원가량에 불과합니다. 녹색참여소득은 바로 이 인센티브를 기본소득으로 지급하자는 제안입니다.

녹색교통특별대책지역, 대중교통전용지구, 자동차 2부제, 공공주차장 폐쇄, 무료대중교통, 승용차 마일리지제도. 모두 자동차 운행을 줄여 미세먼지를 감소시키기 위한 정책들입니다. 그러나 다른 대책보다 덜 중요하게 취급되거나, 생각보다 효과가 크지 않습니다. 녹색참여소득은 이런 정책들에 극적인 활력을 불어넣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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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전 대변인, 팟캐스트 노유진의 정치까페2 진행자 정의당 교육연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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