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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난 후 한반도 분위가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 북한의 동창리 미사일 실험장 복구와 관련된 보도가 나와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북미관계가 다시 살얼음판 위에 놓인 것 같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북미 모두 대화의 판 자체를 깨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에 희망이 있다고 진단한다. 북한도 연일 선전매체를 통해 비핵화 메시지를 보내고 있고, 미국 또한 대북 강경파인 볼턴 백악관 안보 보좌관이 목소리를 내긴 하지만 선을 지키고 있는 모양새다.

북한 전문가인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현재 이 상황 어떻게 보고 있을까. 지난 12일 동국대에서 김 교수를 만나봤다. 다음은 김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 

"트럼프, 국내 위기 때문에 보수적 여론 행보 보이는 듯"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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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차 북미정상회담이 아무 소득 없이 끝난 뒤 현재 한반도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나요?
"지금 상황을 보면, 미국 쪽에서 강경 발언들이 조금 나오고 있죠. 그렇지만 저는 완전히 판이 깨졌거나, 결렬이라고는 보지 않습니다. 일종의 휴지기 같은 느낌이죠. 지금 상황에서 한반도 비핵화 평화 프로세스를 당장 진전시키기는 어렵지만, 북미간 솔직한 대화가 오갔습니다.

예를 들어 연락사무소 문제도 의견 접근을 했잖아요. 저는 한반도 비핵화 평화 프로세스를 굉장히 긴 과정으로 본다면 이번 회담은 완전히 판이 깨진 게 아니고 비 온 뒤 땅이 굳어지는 차원으로 해석합니다. 크게 보면 하노이 회담은 넘어가야 할 산이죠. 그리고 (이번 회담을 통해) 서로간 입장 차이를 극복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 합의를 못한 걸까요, 아니면 안 한 걸까요?
"합의를 못 본 건 맞죠. 하노이 회담까지 오는 과정에서 북미간 실무 차원의 합의문은 만들어졌다고 봐요. 그건 우리가 '스몰딜'이라고 말하는 단계적이고 동시행동에 따른 단계적 접근으로 정리가 됐다고 봅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안을 하나 더 가지고 있었다고 봅니다. 단계적이고 동시 행동에 따라서 스몰딜을 하는 게 하나 있었고, 또 하나는 북한과 미국이 전체적인 걸 합의할 수 있는 안을 가지고 있었다고 봅니다.

코언 청문회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상당히 긴장했습니다. 북미가 (하노이 회담에서) 어정쩡한 합의를 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 돌아가면 국내 비난 여론이 코언 청문회와 연결돼 부정적 효과를 낳을 것이라는 부담이 분명히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저는 트럼프 대통령이 두 개의 안을 갖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 미국이 원래 빅딜을 원한 걸까요? 아니면 단계적 합의를 하려다가 빅딜로 간 걸까요?
"과거엔 빅딜을 생각했죠. 북한 비핵화가 전체적으로 이뤄져야 미국이 줄 수 있는 게 가능하다고 본 것 아니예요? 그러나 실무회담을 해오는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상당 부분 현실을 직시한 측면이 있죠. 그러면서 단계적이고, 동시 행동에 따라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받아들였다고 봅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에서 정치적으로 위기에 몰리면서 보수 여론이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합니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일시적으로 보수여론을 받아들이는 행보를 보이는 것 같아요. 

그럼 보수여론이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하는 것에 대해 편승할 것이냐는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그러지만은 않을 것이라 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편으로 보수여론을 의식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이 현 시국을 돌파하겠다는 의지도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3차 북미정상회담'의 의지가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현재로서는 어느 한쪽을 판단하지 못하는 어정쩡한 모습을 보이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갈등의 반복, 김정은이 그렇게 까지 하지 않을 것"
 
합의 불발로 끝났건만, 환하게 웃고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2차 북미정상회담이 아무런 합의 없이 끝난 후 새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대변인은 이렇게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마치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있다. 워싱턴늘 향해 출발!"
▲ 합의 불발로 끝났건만, 환하게 웃고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2차 북미정상회담이 아무런 합의 없이 끝난 후 새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대변인은 이렇게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마치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있다. 워싱턴을 향해 출발!"
ⓒ 사라 샌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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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구 움직임은 미국 압박용이라는 해석이 우세한 것 같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만약 미국이 현재와 같이 압박한다면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다"라고 했잖아요.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구가 새로운 길일 가능성도 있어 보이는데.
"ICBM 실험장 복구가 어느 수준에서 이뤄지는지 모르겠는데, 오늘(12일)자 북한 언론을 보면 비핵화 의지를 다시 한 번 강조하잖아요. 저는 동창리 시설의 복구를 '포켓 속 카드'로 보는데, 미국 압박용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ICBM을 발사하겠다는 차원은 아닌 것 같아요. 

만약 북한이 그렇게 가면 미국은 군사훈련을 재개할 겁니다. 그뿐만 아니라 미국은 제재를 더 강화할 거란 말이에요. 이런 걸 반복하는 식으로 북한도 반복적으로 대응할 것이냐, 저는 김정은 위원장이 그렇게까지는 판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 사실 동창리는 미국과 합의해서 폐쇄한 건 아니잖아요.
"그렇죠. 동창리는 북한이 먼저 (폐쇄)한 거잖아요. 그런데 지금 미국이 상응 조치를 안 내놓은 상황입니다. 북한의 동창리 시설 완전 재가동이 아니라 일부 지붕이나 문짝을 새로 한다는 거 아니예요? 

1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명확히 밝힌 건 사실이기 때문에 북한이 동창리 시설의 복구를 두고 미국 입장에서는 비판할 소지는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런 정도 조치가 동창리 완전 복구 신호로 읽을 수 있는 단계는 아니죠. 설령 그렇다치더라도 북한 스스로 폐쇄하는 절차를 밟았습니다. 미국의 상응 조치가 안 나온 상황에서 북한의 동창리 부분 복구를 두고 마치 북한이 약속을 안 지키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 2차 북미정상회담이 합의 불발로 결론 나고 김정은 위원장이 처음 내놓은 메시지가 "경제발전과 인민 생활 향상보다 더 절박한 혁명 임무는 없다"였습니다. 어떤 의미일까요?
"북한 주민 입장에서도 하노이 회담에 대한 기대치가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합의문을 내놓지 못하면서 북한 내부에서도 허탈감이라든지 아쉬움이 분명 있을 것이에요. 그런 기류에 대해 김 위원장이 '경제발전' 등의 메시지를 내면서 '인민의 생활을 최대한 좋아지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어필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또 다른 측면에서 저는 이걸 미국을 향한 한편의 시위라고 봅니다. 경제발전과 인민 생활 향상은 결국 미국과의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풀지 않으면 해결이 안 되는 것인데 '우리는 경제발전 의지가 있는데 미국이 한반도 비핵화에 더 나서야 한다, 우리에게 요구하지 말고 너희들도 나서야 한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거죠. 이런 두 가지 측면이 다 있다고 봅니다."

"FFVD만 말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미국 동부시각으로 10일 <ABC뉴스>에 출연한 존 볼턴 미국 백악관 NSC 보좌관
 미국 동부시각으로 10일 에 출연한 존 볼턴 미국 백악관 NSC 보좌관
ⓒ ABC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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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강경파' 존 볼턴이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을 등장시켜 노리는 건 뭘까요?
"폼페이오가 비둘기라면 볼턴은 매란 말이죠. 트럼프 대통령이 그걸 매 상황에 맞게 활용한다고 봐요. 그러나 말씀드린 것처럼 북한과 미국의 비핵화 평화 프로세스를 풀어가는 데 있어서 미국 내 여러 보수여론을 트럼프 대통령이 감당하기 어려워요. 

지금은 볼턴의 입장을 미국의 모든 입장이라고는 볼 수 없어요. 그러나 지금 국면에서는 볼턴 목소리로 대표되는 비핵화 평화 체제에 대한 보수적 입장을 갖고 접근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래야 미국 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향하는 강경 여론을 누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지금 김정은 위원장을 더 압박해 북한이 비핵화 평화 프로세스에 적극적으로 나오게 한다는 구상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니라고 봐요. 트럼프 대통령은 몇 가지 방식을 갖고, 지금은 볼턴으로 대표되는 보수적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봅니다. 제가 볼 때 이건 미국의 변하지 않는 입장이라기보다는 현재 국면에 맞게 전술적으로 활용하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 지금 북미가 강대강으로 가고 있잖아요. 그럼 상황이 악화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물론 그런 측면도 있죠. 그러나 북미 두 지도자가 끝까지 강대강으로 갈 것이라고는 보지 않아요. 전 김정은 위원장도 호랑이 등에 올라 탔다고 봅니다. 이젠 비핵화 평화 체제 프로세스에서 뒤로 물러나기 어려워요. 트럼프 대통령도 완전히 뒤로 가서 과거로 회귀하는 건 쉽지 않다고 봅니다."

- 스티브 비건은 북한이 FFVD(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 하기 전까지 제재완화는 없다고 하던데.
"미국이 영변 플러스 알파를 얘기했잖아요. 저는 미국의 최종적인 입장이라기보다는 협상을 하는 데 있어서 미국이 최대치로 자신들의 입장을 높인 것이라고 봅니다. 북한을 흔들고 압박하기 위한 용도로 활용하는 것이죠.

FFVD가 최종적인 미국 입장인 것으로 접근했을 때, 북한이 이걸 받아들일 여지는 별로 없다는 것이죠. 그렇게 가면 평행선으로 갈 수밖에 없어요. 저는 시간이 지나면 트럼프 대통령도 전술적 차원에서 입장 변화를 점진적으로 내놓을 것 같고, 김정은 위원장도 반 발짝 물러서는 쪽으로 갈 거라고 봅니다. FFVD만 말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된다고 보진 않습니다."

- 그럼 단계적 접근으로 갈 여지는 있다고 보나요?
"현재 구도로만 보면 잘 안 보이는데 미국이 처음부터 FFVD를 드러내놓고 북한과 협상하는 건 북한이 못 받아들인다고 봐요. 발가벗으라는 건 데 그걸 북한이 어떻게 합니까?

예를 들어 북한에 핵이 30개 있다고 신고했어요. 그러나 미국은 그걸 못 믿고 10개 더 있다고 얘기하면 북한으로서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북한에게 발가벗으라고 해선 문제가 안 풀려요. 때문에 단계적이고 동시행동에 따라 가는 게 맞다고 봅니다."

"문 대통령, 외교력과 정치력 보여줘야 할 시기"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선릉로 '디 캠프(D camp)'에서 열린 '제2벤처 붐 확산 전략 보고회' 사전 간담회에서 입주 벤처 기업 대표들의 건의를 듣고 있는 모습.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선릉로 "디 캠프(D camp)"에서 열린 "제2벤처 붐 확산 전략 보고회" 사전 간담회에서 입주 벤처 기업 대표들의 건의를 듣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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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정부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것 같아요. 교수님을 비롯한 많은 전문가들은 특사 파견이나 판문점 정상회담을 주문하던데.
"저는 이렇게 봐요. 대북특사 파견과 판문점에서 실무형 정상회담이죠. 서울 답방은 조금 힘든 거 같고 한미정상회담을 빨리 할 필요가 있어요.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진의를 매개할 수밖에 없다고 봐요. 적극적으로 노력하면 불가능할 거라고 보진 않아요.

왜냐면 그동안 남북은 정상회담 세 차례나 했고 한미간 충분히 그런 부분에 있어 대화할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자-촉진자 역할이 본격적으로 드러나야 할 시점이 도달했어요. 

문 대통령이 외교력과 정치력을 보여주면서 김정은 위원장-트럼프 대통령과의 충분한 대화를 통해서 상호입장을 중재하는, 그것을 통해 제3차 북미정상회담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죠.

저는 3차 북미정상회담이 늦어져서는 안 된다고 봐요. 최대한 빨리 돼야죠. 자칫 상호간 인내하지 않고 감정싸움을 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어요. 지금은 중간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열기를 식힐 필요가 있습니다. 특사 파견이나 판문점 정상회담 또는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해야죠."

- 그렇다면 북미정상회담이 언제 열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나요?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가능하면 4월이나 5월 정상회담이 이뤄질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해야 합니다. 비핵화 평화 프로세스를 지난해부터 우리가 끌고 왔는데, 중간에 단절되지 않고 이어지면서 상황을 반전시키고 점진적으로 개선해야 하는 쪽으로 가야죠."

- 문 대통령이 남북관계로 북미관계를 이끌겠다고 하던데.
"그 부분은 지켜봐야 해요. 대통령이 의지를 밝힌 것이고, 남북관계가 북미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남북관계 요소가 북미관계에 지금의 상황 바꾸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면 해야죠. 미국과 북한 문제를 풀어가는 데 있어서 조금 더 차분하고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그러면서 남북간 할 수 있는 건 해야죠.

예를 들어 이산가족 화상 상봉 같은 경우, 이미 유엔에서 OK 됐으니까 그것도 하고 남북관계 차원에서 제재 범위를 벗어난 것은 최대한 사업을 하고, 그것에 비핵화 평화 프로세스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 해야죠."

-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드려요,
"지금은 북미가 인내해야 하고 서로 감정싸움으로 가면 안 됩니다. 그리고 대화 국면을 최대한 빨리 다시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차원의 노력이 필요해요. 그래서 북미가 서로 너무 큰 것을 원하기보다는 실제 눈에 보이면서, 뭔가 하나의 성과로서 보여지는 걸 찾는 게 중요합니다. 그 성과를 기반으로 다음 어려운 것을 풀어가는, 구동존이(求同存異,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서 공동의 이익을 추구한다)의 자세가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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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너뷰'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