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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새 연호 발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이 1일 오전 총리관저에서 일본의 새 연호 '레이와'(令和)를 발표하고 있다.
▲ 일본 새 연호 발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이 1일 오전 총리관저에서 일본의 새 연호 "레이와"(令和)를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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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일본에서는 '아키히토(明仁) 일왕(日王)'의 '헤이세이(平成)' 시대가 종료되고 '나루히토(德仁) 왕세자'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시절이 시작될 예정이다. 이에 진작부터 일본 정부는 각계 지식인들과 일본 사학, 국문학, 한문학 등 사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취합, 새로운 연호 수립에 착수했고 국무회의를 거쳐 얼마 전 4월 1일, 새로운 연호를 국제사회에 공식 발표했다. 새롭게 지정된 연호는 바로 '레이와(令和)'. 
  
커다란 이변이 없는 한 우리는 상당히 긴 시간 동안 '레이와(令和)'라는 연호 아래 일사분란 움직이는 일본의 모습을 지켜보게 될 것이다.

시간까지도 지배한다는 통치의 상징, 연호(年號)

'연호(年號)'란 군주국가(중국을 중심으로 한)에서 쓰이던 기년법으로 당대 재위하던 군주의 치세년차(治世年次)에 붙이던 '칭호'라 할 수 있다. 고대 중국에서부터 기원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우리나라 삼국시대, 발해-고려시대, 대한제국기에서도 연호 사용의 역사를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연호는 근현대적 민중의 시야에서 다소 억압적이고 권위적인 관념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해(年), 즉 시간을 군주가 정하는 기준에 따라 세어나간다는 점에서 '군주의 통치권이 영토와 사람을 넘어 시간까지도 지배함'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물론 연호에 담기는 '긍정적 의미'에 -평화, 행복, 국가안녕 등- 초점을 두면 연호가 단순히 '위로부터의 권위'를 상징한다고만은 할 수 없겠지만, 짧디 짧은 사람의 일생을 두고 시대를 '일몰(日沒)'시킨다는 것이 다소 보수적이라 여겨질 수는 있다고 본다. 그래서인지, 현재로서 이런 방식의 연호를 사용하는 국가는 세계에서 일본이 유일무이하다.

"메이지, 다이쇼, 쇼와..." 

일제 침략의 원흉 '무쓰히토 일왕'의 연호는 '메이지(明治)', 군국주의 일본의 우상 '히로히토 일왕'의 연호는 '쇼와(昭和)'였다. 일제 식민지로 전락한 당시 우리 국민들은 이들 일왕의 연호를 강제적으로 사용해야만 했다. 이러한 측면에서 연호, 특히 일본이 지정하고 사용하는 연호의 이미지가 우리에게 기분 좋게 와 닿을 리는 만무하다.
 
 메이지 일왕(좌)과 쇼와 일왕(우)
 메이지 일왕(좌)과 쇼와 일왕(우)
ⓒ 퍼블릭 도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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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쇼와(昭和)'에 대한 역사적 이미지는 대단히 부정적이다. 그 시절 우리 국민들은 민족말살과 태평양 전쟁의 참화 속으로 내몰렸다. 기관과 학교에서는 일왕을 향한 궁성요배를 강요당했고 기미가요를 불러야 했으며 일왕가의 이름으로 반포된 각종 칙어, 칙유를 외워야 했다.

그나마 현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전대 일왕들에 비해 적극적으로 전쟁범죄를 사과하고 반성하는 행보를 보임으로써 일본의 연호 '헤이세이(平成)'를 바라보는 적대적 의미가 다소나마 옅어진 점은 있다고 본다. 그렇다고는 해도 새 연호 '레이와(令和)'에 열광하고 기뻐하며 거기에 자신들의 정체성을 부여잡는 일본 총리와 국민들을 보면 뭔가 체한 듯 불편한 감정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레이와(令和)'는 무슨 뜻?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새 연호 '레이와(令和)'는 일본의 고전 '만요슈'(萬葉集)의 '매화가'(梅花歌)에서 따왔다. 그 '만요슈'에서도 '레이와(令和)'가 도출된 해당 부분은 다음과 같다. (사람에 따라 일부 해석이 다를 수도 있음을 미리 밝혀 둔다)
 
"초봄의 상서롭고 좋은 달(令月)로서, 그 기운 맑고 바람은 온화(和) 하니, 매화는 거울 앞의 분처럼 헤쳐지고 난초는 향기를 풍기네"

『初春の令月(れいげつ)にして 気淑(きよ)く風和(やわら)ぎ 梅は鏡前(きょうぜん)の粉(こ)を披(ひら)き 蘭は珮後(はいご)の香を薫(かお)らす』  
        
 
 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 최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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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답게 담백하고 화려한 문장이다. 단순 해석만 봐서는 '레이와(令和)'를 도출하는 데 특별한 의의와 의도는 없어 보인다. 그저 좋은 글자를 하나 씩 따와서 새로운 단어를 조합해 만들어 낸 것으로 말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 일본 정부 역시 '레이와(令和)'의 의미를 '아름다운 조화'(beautiful harmony) 정도로 설명하고 있다. 레이(令)의 문맥적 의미인 '좋고 상서로움'과 화(和)의 '조화로움'을 결부시킨 것이다. 새 연호가 부정적, 정치적으로 활용할 우려를 사전에 차단하고자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 측이 설명하는 표면적 해석은 아무래도 관계없다. 다시말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말이다. 기본적으로 '연호'란 국제적, 대외적 활용을 목적으로 한 성격의 개념이 아니라 국내적, 대내적 통제와 결속을 위해 존재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속에 담긴 진정한 의미를 느끼고 영향을 받는 것은 결국 '일본 국민'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연호를 바라보는 초점은 '일본 내(內)'로 향해야 한다. 그리고 두 글자 중에서도 '레이(令)'보다는 '화(和)'에 강조를 둬야한다. 해석이 분분하지만 대략적으로 '화(和)'란 일본인의 심층에 자리하는 '혼(魂)'과도 같은 의미의 단어로 쓰이기 때문이다. 일본인들이 이 '화(和)'를 활용해 자신들 스스로를 고양시키는 가장 대표적인 말이 바로  '야마토 타마시이(大和魂)'다.
  
실상, '야마토 타마시이(大和魂)'는 대동아 공영론의 실질적 창시자 '요시다 쇼인'과 '니토베 이나조' 등 군국·식민주의 사상가들에 의해 열렬히 주창된 일종의 '선동구'로 다분히 파시즘적 성향을 띄고 있다. 2차 대전에서는 '일왕 만세'와 함께 일본군 병사들을 사생결단의 전의(戰意)로 몰아가는 문구로, 일제 침략의 상처가 있는 국가들 입장에서는 다분히 자극적으로 들리기도 한다.  

거기에 더해 '야마토 타마시이(大和魂)'는 일본 우익들이 즐겨 사용하는 단어로 알려져 있다. 실제 아베 신조 총리가 직접 언급했던 사례도 볼 수 있다. 아래는 지난 1월 28일 일본 국회 시정연설에 나선 아베 총리의 발언이다.
 
*일본 민족정신(大和魂)의 기개는 어려울 때 나타난다. *しきしまの 大和心のをゝしさはことある時ぞあらはれにける).

이러니 당연히 저변에 깔린 정치적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주변국으로서는 합리적인 물음이자 의심이다.

아직은 우려, 그러나...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너무 급히 '레이와(令和)'의 의미에 적대를 중첩할 필요는 없다. 연호의 결론적인 해석은 어쨌거나 일왕(日王)이 평생 어떤 가치관으로 살아갔는지에 의해 대체로 판가름 난다. 쇼와(昭和) 당시도 그랬지만 '헤이세이(平成)'도 결국은 '아키히토 일왕'의 생애에 초점을 맞추며 저물어 가지 않는가. 특히 아키히토 일왕이 보여준 인격적 태도는(전대 일왕에 비해서) 아베 총리의 무분별한 우경화와 군국주의 회귀 움직임 앞에 어느 정도 제동이 되어주기도 했다. 해서 아직은 적대보다는 우려 정도의 시선으로 그들의 '5월 1일', '레이와(令和)' 시작을 관찰해보자.

먼 과거 고대 일본 야마토 정권의 '쇼토쿠 태자'가 발표한 일본 최초의 성문법인 '17조헌법' 제1조가 바로 '이화이귀(以和爲貴)다. 즉 '화(和)로써 귀함을 이룬다'는 뜻인데 결국 일본 스스로의 정체성(和)으로 진정한 평화를 이루자는 좋은 의미로도 받아들여진다. 이 쇼토쿠 태자가 우리 고구려, 백제와 교류하며 화려한 아스카 문화를 꽃피운 것처럼, 일본이 새로 지정한  '레이와(令和)'의 화(和)도 그렇게 평화를 위해 만들어 갈 수 있길 간곡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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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칼럼니스트, 작가 한국 근현대사 및 일본 역사/정치 관련 글을 쓰고 있습니다. ○ 역사 팟캐스트 채널 <역사와 사람 이야기>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