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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8월25일, 복지부장관이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 광화문공동행동> 농성장을 방문하여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약속하고 있다.
 2017년 8월25일, 복지부장관이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 광화문공동행동> 농성장을 방문하여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약속하고 있다.
ⓒ 빈곤사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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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한겨레> 이창곤 논설위원이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을 인터뷰한 기사가 보도됐다. 박능후 장관은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체감도 높고 과감한 정책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내년에 발표될 <제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21'~23')>(아래 제2차 계획)에 부양의무자기준의 전면폐지를 담을 것'이라는 요지의 답을 내놨다.

이에 빈곤사회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에서 환영성명을 발표했다. 부양의무자기준은 한국사회의 공공부조이며 마지막 안전망이라고도 불리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선정기준 중 하나이다.

가난하지만 존엄할 권리에서 배제된 사람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권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수급권을 신청하는 가구의 소득과 재산이 선정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또, 부양의무자(1촌의 직계혈족 및 배우자)의 소득과 재산 또한 선정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부양의무자의 소득과 재산이 선정기준보다 높으면 수급권을 보장받지 못한다.

기초생활보장제도에는 크게 생계급여, 주거급여, 의료급여, 교육급여가 있는데 2015년 6월에 교육급여, 2018년 10월에 주거급여에서 부양의무자기준이 폐지되었고 현재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에 남아있다.

<한겨레>의 보도에 따르면 "기초생활수급자보다 가난하지만 수급을 받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은 93만 명(63만 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2017년 실태조사). "이들 다수는 부양의무자인 자녀가 존재한다는 이유 등으로 수급을 받지 못한 노인 가구인 것으로 추정"된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부양의무자기준이 끼치는 해악은 크고 짙다. 거대한 사각지대를 만들기 때문이다. 가난에 처한 사람들의 최저 생활을 사회가 함께 책임진다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IMF 외환위기 이후 만들어졌다. 개인의 노력과는 별개로 누구든 가난해질 수 있기 때문에 사회가 모두의 최저생활, 존엄을 함께 책임지자는 합의였다. 하지만 이러한 합의가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제정된 지 20년이 지난 현재까지 부양의무자기준 때문에 제대로 지켜지지 못하고 있다.

부양의무자기준은 실제 부양 여부와 관계없이 작동한다. 관계가 소홀해져서 명절에 얼굴만 보는 가족이나 연락처조차 알지 못하거나 혹은 알고 싶지 않은 가족, (자녀가 있는 경우) 이혼한 전 배우자에게도 부양의무를 강제한다.

이러한 경우 심의를 통해서 수급권을 보장받을 수도 있지만 폭력‧방임 등 관계가 해체된 구체적인 사유를 써 내야 한다. 그 과정에는 수치심과 모멸감이 동반된다. 부양의무자기준 때문에 가족에게 자신의 가난한 상황을 알리는 것이 싫거나 두려워서 신청 중 포기하거나 신청조차 하지 않는 이들이 생겨나고 있다.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는 빈곤 문제 해결의 시작일 뿐

복지부장관의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2년 8월 21일부터 2017년 9월 5일까지 빈곤사회연대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이 광화문 지하도에서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요구하며 1842일 동안 농성했다.

농성을 통해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으로 이끌어냈다. 또,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박능후 복지부장관이 농성장에 방문해 다시 한 번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 후에 민관이 함께 참여하는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방안마련을 위한 협의체'가 꾸려져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는 그 자체로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닌 시작일 뿐이다. 사회보장제도의 역할은 제도가 대상으로 하는 사람들을 포괄하여 제도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역할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최저생활을 보장하는 것이다.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하는 것은 20년 동안 기초생활보장제도가 포괄했어야 할 대상, 그중에서도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가족의 소득과 재산을 이유로 제도에서 탈락하거나 접근조차 하지 못했던 가난한 사람들을 제도 안으로 포섭하는 지극히 당연한 조치다. 이 외에도 기초생활보장제도가 갖고 있는 까다로운 선정 기준과 현실에 맞지 않는 보장 수준의 개선이 함께 따라오지 않는다면 빈곤 해결은 요원하다.

박능후 장관이 언급한 제2차 계획은 2017년 8월에 발표된 <제1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18'~20')>(아래 제1차 계획)의 연장이다. 제1차 계획을 발표 당시 정부는 빈곤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국민 최저선 보장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제1차 계획 발표 이후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급여 인상률은 역대 최저수준을 연신 경신했다. 2019년 1인 가구가 최대로 받을 수 있는 생계급여는 51만 원에 불과하다. 식료품비를 포함해 의복비와 통신비, 전기‧가스‧수도비가 포함된 금액이다. 기초생활보장제도가 목적으로 하는 '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소한의 생활'은 커녕 제대로 된 영양 섭취도 하기 힘든, 터무니 없이 적은 액수다.

이뿐만 아니다. 낮은 기본재산액과 과도한 소득환산률은 이 액수마저 전부 보장받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집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반면, 수급자에게 인정되는 보증금을 포함한 기본재산액은 대도시인 서울 기준 5400만 원으로 10년째 요지부동이다. 적금통장 이율은 연 4%가 되지도 않는 반면, 수급자가 갖고 있는 기본재산액 이상의 재산가액은 매 월 4.17%씩 수급자의 소득으로 반영되고 있다.

또한 실제 노동할 수 없는 사람에게 노동을 강제하는 근로능력평가 역시 개선하지 않고 있고, 노인빈곤을 해소하겠다며 도입한 기초연금이 되레 수급자노인들의 '소득'으로 계산돼 수급비가 그만큼 재삭감되는 문제 또한 방치하고 있다(관련 기사: 돈 줬다 뺏는 국가... 노인들은 리어카를 끌고 나왔다).
 
 [사진_02] 2019년 2월 28일, 송파 세 모녀 5주기 추모제 날,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이 가난 때문에 죽음을 선택하는 사회를 끝장내기 위해 부양의무자기준의 조속한 완전폐지를 촉구하며 정부의 3.1절 행사 무대 뒤편에서 대형현수막을 펼치고 있다.
 [사진_02] 2019년 2월 28일, 송파 세 모녀 5주기 추모제 날,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이 가난 때문에 죽음을 선택하는 사회를 끝장내기 위해 부양의무자기준의 조속한 완전폐지를 촉구하며 정부의 3.1절 행사 무대 뒤편에서 대형현수막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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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저울질' 아닌 모두의 존엄을 위한 실천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는 포용국가를 천명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 공적 사회지출이 확대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가장 가난한 사람들은 정부의 포용 정책에서 배제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 계속되는 빈곤층의 소득 하락과 불평등의 확대가 이를 방증한다.

소득 하락 통계가 발표됨에 따라 정부의 대책이 계속 나왔지만 효과는 없었다. 발표되는 대책이 실제 가난한 사람들의 삶에 변화를 이끌어 내기에 미미했기 때문이다.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도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지만,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생계‧의료급여에서의 폐지는 구체적인 방안 없이 '제2차 계획에 담겠다'는 과거의 약속을 재확인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

부양의무자기준 폐지의 요구는 현재 사각지대 안에 있는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맞닥뜨릴지 모르는 가난이 두려운 사람, 가족의 가난 때문에 내 삶이 제한되는 세상이 잘못됐다고 믿는 사람, 가난 때문에 죽음을 택하게 만드는 사회가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모두가 지적하는 문제다.

가난은 촌각을 다투는 실존하는 위험이다. 당장의 지금을 살아내기 어려운 상태를 마주한 사람들의 삶을 예산과 저울질하고 협상하는 것이 과연 정부의 역할인가. 심각해지는 불평등과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단과 실천이 필요하다.

조속하게 부양의무자기준을 전면 폐지해야 한다. 또, 수급권을 보장받는 경우 낮은 급여 수준을 현실화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낮은 재산 기준과 과도한 소득환산액, 노동할 수 없는 사람에게 노동을 강제하는 근로능력평가, 줬다 뺏는 기초연금 등 산적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정성철씨는 빈곤사회연대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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