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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구속기소 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보석(보증금 등 조건을 내건 석방) 여부를 가릴 심문기일에 참석하기 위해 26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도착, 호송차에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19.2.26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구속기소 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보석(보증금 등 조건을 내건 석방) 여부를 가릴 심문기일에 참석하기 위해 26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도착, 호송차에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19.2.26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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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3일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된 지 딱 90일이 된다. 하지만 그는 지난 2월 26일 보석심문기일에 출석한 이후 두 달 가까이 감감무소식이다. 재판 진행이 너무 더디기 때문이다.

박남천 부장판사(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5부)는 22일 법정에서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날로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사법농단 재판 3차 공판준비기일이 열렸지만, 검찰과 변호인단의 공방은 여전히 '증거 채택 동의냐 아니냐'에서 나아가지 못했다.

했던 얘기 또 하고, 또 하고...

양 전 대법원장 변호인 이상원 변호사는 검찰이 법원에 낸 수사기록 목록과 증거목록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일주일 전, 2차 준비기일에 이어 똑같이 주장하자 박 부장판사는 "아직까지 해결이 안 되고 있냐"고 물었다. 그러자 이 변호사는 "증거목록 17만 7373쪽을 보면 별책 밑에 쭉 나열된 증거들이 수사기록 목록에 없다"며 "이런 건 수사기록 목록이 제출되지 않은 거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미 변호인에게 제공한 자료라며 반박했다. 박주성 검사는 "수사기록 목록은 수사 당시 작성하는데 해당 기록들은 법원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실 압수수색 자료"라며 "오랜 기간 압수수색영장 집행이 이뤄져 수사기록 목록 당시엔 분석 전 자료라 빠졌다"고 말했다. 이어 "분석 전 자료는 목록에서 누락돼도 증거로 제출되면 (피고인 쪽이) 열람등사할 수 있고, (문제의 기록은) 이미 열람 등사가 이뤄진 기록에 대해 주장하는 것이라 (피고인의) 방어권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증거목록 기재를 문제 삼는 게 아니라 검사가 (법원에) 제출 안 한 자료가 뭔지 알아야 한다"며 거듭 '검찰 때문에 증거 의견을 못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부장판사는 "증거의견 진술을 받기 위해 그 부분을 해결하려고 했는데 이번 기일까지 해결이 안 됐다"며 얼굴을 찌푸렸다. 그는 짧게 탄식하더니 "증거의견 진술을 받으려고 기일이 엄청 오래 간다는 게..."라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법원노조 '양승태 접근금지' 사법농단 피의자로 검찰소환을 앞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서울중앙지검 소환 직전 서초동 대법원 정문앞에서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하자, 법원노조 조합원들이 규탄시위를 벌이고 있다.
▲ 법원노조 "양승태 접근금지" 지난 1월 11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서울중앙지검 소환 직전 서초동 대법원 정문앞에서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하자, 법원노조 조합원들이 규탄시위를 벌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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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측에 좀 수고로움을 더 끼쳐드리는 것 같긴 한데, 일단 재판을 좀 진도를 나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진도를 나가야 하니까 협조해주세요."

단성한 검사는 "일부러 숨기는 게 아니고 그때그때 제공했는데 누락됐다는 걸 저희로선 납득 못한다"며 "설사 누락됐다고 하더라도 증거 의견 내는 것과 무슨 관련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변호인이 검토하다 재판부에 의견 내거나 저희에게 직접 물어볼 수 있는데 기일마다 '검찰이 안 줬다'고 해 진행을 못한다"며 '지연 전략'이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겨우 재판부가 정리에 나섰지만,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변호인들의 주장도 비슷했다. 이들은 계속 검찰에서 안 준 자료가 있다, 기록이 너무 많아서 시간이 부족하다 등등을 대며 재판을 빨리 진행하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가 아직 증거 채택 여부를 정하지 않은 자료들을 빨리, 구체적으로 정리해 4월 26일까지 제출해달라고 하자 노영보 변호사는 "하여튼 해보고 안 되면 말씀드리겠다"며 확답을 피했다.

피고인 구속 후 3개월 가까이 시간이 흘렀는데도 1차 공판조차 열리지 못한 것은 매우 드물다. 박 부장판사는 이날 여러 차례 "조속한 심리 계획", "신속한 기일 진행"이란 표현을 써가며 답답함을 에둘러 표현했다. 그는 변호인단을 차마 재촉하진 않았지만 피고인 측 증인신청서도 "가급적 빨리 내달라"고 당부했다. 조사방식을 논의하면서도 "하여튼 증거인부서(검찰이 신청한 증거의 채택 여부에 관한 피고인쪽 의견서)를 좀 빨리 제출해줘야 된다"고 덧붙였다.

진도 못 빼는 재판, 판사도 답답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김지미 변호사(사법위원장)는 22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이런 전례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재판장이었으면 이런 진행을 놔뒀겠냐"며 "일반사건에서도 이렇게 피고인의 방어권을 철저히 보장해줬냐"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변호인단이 검찰의 수사기록·증거목록을 문제 삼는 일도 "증거 의견 내는 것과 무슨 상관이냐, 구체적으로 어떤 측면이 문제인지 잘 이해 안 가는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양 전 대법원장의 남은 구속 기한 내에는 재판을 못 할 것 같다"며 "재판부가 너무 끌려다니는 측면도 있고, 피고인 전관예우가 지나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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