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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만개한 가지 위에서 알을 품고 있는 멧비둘기 .
▲ 벚꽃 만개한 가지 위에서 알을 품고 있는 멧비둘기 .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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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봄에도 집 앞 벚꽃 한 그루가 제게 가없는 기쁨을 주고 있습니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죽은 듯 검은 가지의 실루엣으로 존재했던 그 나무가 꽃봉오리를 맺어 설레게 했고 열흘 전에 만개해서 축제처럼 기쁘게 했으며 나흘 전부터는 꽃잎을 흩날리며 현재의 시간을 축복해 주고 있습니다.

한낱 꽃이 핀 벚꽃나무 아래에 서면 화사함으로 눈을 즐겁게 하고 아름다운 소리로 귀를 흥겹게 합니다. 그 화사함과 화음을 한 번에 감당할 수 없어 차라리 눈을 감습니다. 꿀과 꽃가루를 얻기 위해 몰려든 벌들의 비행이 내는 소리는 색과 향과 빛이 어우러져 아름다움의 지극을 경험하게 합니다.

벚나무에 봉오리가 맺힐 때쯤 멧비둘기 한 쌍이 정원에서 사랑을 나누고 잔가지들을 물어갔습니다. 부부가 집을 지은 곳은 그 벚나무 가운데 가지. 벚꽃이 한창일 때 알을 낳아 교대로 품고 있습니다. 성긴 그 집을 만개한 꽃잎이 가려주었고 꽃잎이 어지간히 바닥으로 내려앉은 지금은 연둣빛 잎이 나와 멧비둘기 부부를 안심하게 합니다.

힌두교에서는 인생을 구분하는 네 단계가 있습니다. 학습기(學習期), 가주기(家住期), 임서기(林棲期), 유행기(遊行期)가 그것입니다. 25세가 될 때까지 스승을 모시고 경전을 공부를 하고, 50세까지는 가정을 꾸리고 사회적 역할을 합니다. 그 후에는 홀로 숲으로 들어가 멧비둘기같이 성글게 집을 짓고 홀로의 시간의 삽니다.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인지에 대한 홀로의 사색이 끝난 75세가 되면 숲에서 나와 방랑을 시작합니다. 도포와 지팡이 하나가 모두인 방랑기에 재산이라 할 만한 것은 손가락의 금반지 하나. 누군가 주검을 발견하면 그 금반지로 장작을 사서 화장을 하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멧비둘기의 집 짓는 솜씨는 까치에 비하면 아주 볼품이 없습니다. 사실 부화한 새끼가 이소할 때까지만 사용할 집이니 천년만년 살 것처럼 공을 들일 이유도 없습니다. 꼭 필요한 만큼. 그것이 자연 순환의 원리입니다.

벚나무 가지 위에서 가주기의 삶을 살고 있는 멧비둘기 부부는 임서기를 사는 내가 가진 것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상기시킵니다. 자연의 원리를 위반한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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