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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협점을 찾아가는 듯 보였던 박치형 EBS 부사장 임명 문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지난 4월 24일만 해도 EBS 노사는 신임 투표로 박 부사장의 거취를 결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5일 후인 4월 29일 김명중 사장은 2013년 반민특위 다큐멘터리 제작 중단 사태를 놓고 EBS 독립기구인 EBS 감사에게 특별감사를 청구했다. 이에 언론노조 EBS 지부(이하 EBS 노조)는 크게 반발했다.

특별감사 청구에 대한 EBS 노조의 대응 방안을 듣기 위해 이종풍 노조위원장과 박혜숙 사무처장을 5월 2일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주엽역 근처 커피숍에서 만났다.  
 
 EBS 노조 이종풍 위원장(좌)과 박혜숙 사무국장(우)
 EBS 노조 이종풍 위원장(좌)과 박혜숙 사무국장(우)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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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년 반민특위 다큐멘터리 제작 중단 사태 당시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박치형 본부장이 4월 5일 부사장으로 임명됐잖아요. 2013년 무슨 일이 있었는지 간략하게 설명해 주세요.
이: "<다큐프라임-나는 독립유공자의 후손입니다> 제작 중단 사태를 정리한 내용을 보면 2013년 1월 초에 박치형 당시 제작본부장이 휴가 중인 제작 PD인 김진혁에게 전화해 인사발령을 언급합니다. 김진혁 PD가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2013년 1월 15일에 수학교육팀으로 인사발령을 강행했고 그로 인해 프로그램 제작이 중단됐습니다. EBS PD 협회, EBS 노조가 문제를 제기하자 제작부서로 다시 파견발령을 냈지만 4월 8일에 다시 수학교육팀으로 복직발령이 났습니다. 이후 <다큐프라임> PD들을 대상으로 표적 감사를 진행했습니다."

- 당시 EBS 노조는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했나요?
박혜숙 사무처장(이하 박): "회사에는 방송의 공정성 훼손을 막기 위한 공식적인 제도인 공정방송위원회(이하 공방위)가 있습니다. 당시 EBS 노조가 공방위 개최를 2회에 걸쳐 요구했지만 사측은 이를 거부했습니다."

- 거부할 수도 있나요?
박: "사실 거부하면 안 됩니다. 노사 중 한쪽이라도 요구하면 개최하게 되어 있습니다. 부당한 외압을 막기 위해 있는 것인데 사측은 이 건을 인사발령 건이라는 이유로 거부했습니다. 왜 비정상적인 인사발령을 했는지 묻겠다는데 인사발령 문제라서 개최할 수가 없다는 것은 이해가 안 됩니다. 그러나 이번 박 부사장 임명에 EBS 노조가 문제를 제기하자 사측은 공방위를 열자고 했습니다. 그때는 거부했으면서 지금은 왜 하겠다는 걸까요. 아마도 공방위 위원장이 박 부사장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 그 당시 사측의 공방위 거부에 문제제기를 했었나요?
박: "EBS 노조는 여러 번 성명을 발표하고 3주간 릴레이 피켓 시위를 했습니다. 당시 피케팅 구호는 '<나는 독립유공자의 후손입니다> 제작 중단을 철회하라' '<나는 독립유공자의 후손입니다> 부당 인사를 철회하라!' '윤문상·박치형 선배님! <나는 독립유공자의 후손입니다> 제작 중단이 부끄럽습니다!' 등이었습니다. 그리고 당시 윤문상 부사장과 박치형 본부장을 항의 방문하고 공개질의서를 전달했습니다. 그러나 결론은 나지 않았습니다. 사측이 무시로 일관했기 때문입니다."

- 박치형 부사장은 미디어오늘과 한 인터뷰에서 자신을 제작 중단 사태 책임자로 지목하는 건 억울하다고 했습니다.
이: "박치형 부사장은 '경영진이 시켜서 했다'며 '억울하다'고 했는데 우리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개입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김진혁 PD가 박치형 본부장으로부터 인사발령 통보 전화를 받은 게 2013년 1월 초입니다.  박 부사장은 해당 프로그램이 교육다큐위원회(이하 교육다큐위)를 통해 공식 선정되었고, 같은 해 8월 15일 방송 예정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으면서도 김 PD를 수학교육팀으로 발령냈습니다. 신용섭 전 사장은 2012년 11월 30일 임명됐습니다. 한 달 정도 지난 시점에 일어난 일이라 먼저 나서서 지시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 신용섭 전 사장의 지시가 아닌 박치형 부사장의 단독 플레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 "2013년 1월 초 박 본부장의 인사발령 통보를 보면서 합리적 의심을 했습니다. 같은 해 2월 19일 봄 편성 기자설명회를 보면 <다큐프라임-나는 독립유공자의 후손입니다>에 대한 소개가 있었는데, 당시 신 전 사장이 별 이야기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해당 프로그램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신 사장의 탄압은 같은 해 3월부터 본격화되었습니다."

- 박치형 부사장은 당시 인사발령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하는데요.  
박: "방송 제작본부장(당시 평생교육본부장)이라는 자리는 방송의 독립성을 지키라고 있는 자리입니다. 의지가 있었다면 여러 방법을 통해 해결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우선 제작을 완료하고 심의를 거치는 방법도 있고 방송 시점을 논의할 수도 있습니다. 이마저도 어렵다면 교육다큐위나 공방위를 통할 수도 있습니다. 인사발령 내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는 박 부사장의 주장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 박치형 부사장에 따르면 EBS 경영진은 수학 교육과 관련한 정부 지원 예산 50억 원을 받는 데 주력했고, 이를 위해 김 PD를 포함해 역량 있는 EBS PD들을 수학교육팀에 발령하기로 했다던데. 
이: "편성 기자설명회에서도 소개했듯 방영이 얼마 남지 않았고 이미 70%나 제작이 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제작 중인 PD의 의사를 무시하고 후임 제작자도 배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비정상적으로 부서 발령을 내지는 않습니다. 또한 다큐프라임 관련 공식 기구인 교육다큐위를 거치지도 않았습니다. 제작을 중단시키기 위해 인사발령을 낸 것으로 생각합니다. 2012년 12월 수학교육팀 편성 문서에는 PD 인력이 1명으로 기재되어 있었고, 이미 수학교육팀에는 발령된 PD 1명이 있었습니다."

- EBS 노사는 지난주부터 박치형 부사장이 연루된 반민특위 다큐멘터리 제작중단 문제를 비롯해 과거 방송 공정성 훼손 논란의 해결책을 놓고 협의를 진행했습니다. 다큐멘터리 제작중단의 책임자로 지목된 박치형 부사장에 대한 신임투표를 하기로 의견 접근을 한 상태였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별감사 이야기가 나오기 전 어떤 이야기가 오갔나요? 
이: "사측은 처음에 공방위를 열자고 했습니다. 그 당시엔 거절하더니 지금은 개최하자고 합니다. 다음으로 노사 동수 진상규명위원회 개최를 요구했습니다. EBS 노조는 '명확한 사안으로 진상조사의 대상조차 되지 않으며, 박치형 부사장의 '셀프 면죄부'를 수용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이후 협상을 일방적으로 결렬 선언함과 동시에 특별감사를 지시했습니다."

- 4월 29일 사측이 일방적으로 특별감사를 청구한 건가요?
이: "김명중 사장이 직권으로 청구해버린 것입니다. 신임투표를 두고 노사가 협상할 때 김 사장은 노사 동수 진상위원회와 신임투표에 동의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원점, 아니 더 후퇴하는 특별감사를 지시했습니다. 특별감사는 정해진 기한도 없습니다. 그리고 이 건 하나만 하는 것도 아닙니다. 이는 명백한 시간 끌기입니다."

- 김명중 사장이 "공영성 훼손에 관한 문제 제기는 현재의 재정 적자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라며 "다시는 이러한 논란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제도 개선과 더불어 필요한 조처를 하도록 하겠다"고 했는데 여기에는 박치형 부사장 문제도 포함된 것인가요? 
이: "특별감사 청구 자체가 물타기, 시간 끌기라고 봅니다. 사측의 언론 대응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필요한 조치에 부사장 해임도 포함되는 것이냐 묻는다면, 전혀 아니라고 봅니다."

- 왜죠?
박 : "감사라는 것이 그렇습니다. 구조상 노조 측의 의견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습니다. 사측이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것입니다. 더구나 관련자가 다 퇴사한 상태라 제대로 진행될 수가 없습니다. 박 부사장 말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게 지금의 현실입니다. 그리고 이번 특별감사에는 '반민특위 다큐멘터리' 건뿐만 아니라 다른 건도 포함되어 있다는 걸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 '이번 사태의 책임은 모두 김명중 사장에 있다고 보고 단체 행동에 나설 계획'이라고 했는데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요? 
이: "노사가 진지하게 진행하던 협상을 사측이 일방적으로 깼습니다. 막중한 책임감과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협상을 진행해야 하는데 당사자가 안 받는다는 이유로 사측은 협상을 결렬했습니다. 김 사장은 가장 중요한 신뢰를 취임 후 2달 동안 스스로 여러 번 무너뜨렸습니다. 이에 저희는 다음 주부터 농성장을 운영할 예정입니다."

- 파업도 고려하나요?
이: "우선 파업까지 가지 않고 이 사태가 잘 해결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측의 변화된 모습과 김 사장의 책임 있는 자세가 없다면, 특히 반민특위 프로그램을 제작 중단한 박근혜 부역 인사를 부활시킨 것도 모자라 적폐를 계속 두둔한다면 제작 거부 및 파업을 할 예정입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 "정상화를 위해서는 보은 인사, 줄 대기 인사 등이 사라져야 합니다. 대신 임명동의제를 통해 능력 있고 신망 있는 인사를 임명해야 합니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봅니다. 사장은 잘못된 인사를 하루빨리 철회하고 책임 있는 리더로서 '노사가 함께 손잡고 일하자'는 선언을 해야 합니다." 

박: "이번 인사는 김명중 사장이 3월 취임 후에 보인 첫 인사입니다. 김 사장은 방송의 제작 자율성을 훼손한 박 부사장을 비롯해 성 비위 인사 등 교육 공영방송에 부적합한 인사들을 임명했습니다. 첫 인사는 사장의 인사 철학, 경영철학을 보여주는 아주 중요한 지표입니다. 그런데 이를 진행하는 동안 '구성원들의 의견은 묻지 않겠다'며 철저히 무시했습니다. 이 사태의 근본적인 책임은 김 사장에게 있습니다. 그러나 인사 참사 해결 과정에서 김 사장의 적극적인 모습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사장은 공영방송의 리더로서 책임 있는 자세로 이 사태를 직접 해결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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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너뷰'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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