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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가 '전기차의 섬'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정부는 제주도를 전기차 규제자유특구 지정 1차 협의대상 지자체로 선정했다. 향후 전기차 미래의 가늠쇠 역할을 할 곳으로 제주도를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꼽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 7일에는 (사)세계전기차협의회가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법인 설립 허가를 받고 사무국을 제주도에 개설하기로 했다. 이례적인 일로 비칠 수도 있다. 아직 제주도하면 관광지란 이미지가 더 강하다.

물론 제주도가 다른 지역에 비해 전기차 운행이 매우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2019년 4월 기준 제주도 내 전기자동차 등록대수는 1만5600여대에 이른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통계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3만1154대(2018년 기준)가 있으니 우리나라 전기차 세 대 중 한 대는 제주도에 있다는 말이 된다. 지난 해 전기차를 가장 많이 보급한 곳도 제주도였다. 약 7000대를 보급해 서울(5600대)보다도 많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특구의 당위성으로 꼭 연결되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내실 있고 실행 가능한 전략이 있어야 한다. 지역 여건을 무시하고 유행만 쫓아서는 정작 사업에 참여할 기업 발굴이 그만큼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노희섭 제주특별자치도 미래전략국장(44세, 남)을 지난 8일 만났다. 마침 그 날은 제주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가 열리는 날이기도 했다.

전기차 세 대 중 한 대는 제주도에
 
 지난 달 15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벤처기업부 주최 규제자유특구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 간담회 모습. 사진 오른쪽 하단, 노희섭 제주도 미래전략국장 뒷모습이 보인다.
 지난 달 15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벤처기업부 주최 규제자유특구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 간담회 모습. 사진 오른쪽 하단, 노희섭 제주도 미래전략국장 뒷모습이 보인다.
ⓒ 중소벤처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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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그의 이력이 관심을 끌었다. 숭실대학교 컴퓨터학과 졸업, 2009년까지 다음(Daum) 커뮤니케이션 팀장으로 일했다고 했다. 그 다음에는 SK M&C 팀장, 신세계 I&C TF 총괄팀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OK캐시백과 T맵에 마케팅을 접목하는 일을 하다 물류 유통에 관심이 생겨 신세계로 옮겼다, 그 때 데이터를 많이 봤다"고 소개했다. KT에서도 일했다. KT NexR CTO(Chief Technology Officer)란 생소한 직함, "데이터를 좀 더 제대로 다뤄봐야겠다"는 생각에 옮긴 자리였다고 한다.

그 경력을 인정받아 노 국장은 원희룡 제주지사가 개방형 직위로 지정한 정보화담당관으로 2015년 9월부터 도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경쟁사로 전공을 살려 옮길 수는 없었고, 평소 제주도에 살고 싶었고, 본인이 생각하는 공무원 모델을 구현하고자"란 생각이 모여 면접에 응시했다고 한다. 미래전략국장으로 승진한 것은 2018년 9월. '굳이 제주도로 왜?'란 말로 선입견을 내비치자 그는 최근 일화를 하나 소개했다.

"얼마 전 규제자유특구 회의할 때 박영선 장관님 앞에서 중앙정부가 제주도를 관광지라는 스테레오 타입(고정 관념)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고 했어요. 최근 외지인이 많이 들어오고, 육지에서 일하다 오는 리턴족도 늘고, 깨어 있는 청년들도 나오면서 새로운 시도들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거든요. 제주도를 역동적인 공간으로 인식해줬으면 좋겠다고요."

'선빵' 맞은 영상 내놓더니... "문제를 알아야 문제를 해결하죠"

물론 전기차도 제주도를 역동적으로 만드는 요소임에는 분명하다. 노 국장은 "전기차가 이만큼 운행이 많이 되고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지자체가 없다"며 여러 차례 "선행(先行)"이란 말을 자주 썼다. 그의 말대로 '앞서 가는' 경험을 하는 관광객들도 많다. 전기차를 빌려 직접 운행한 경험을 후기로 남기는 이들이 적지 않다.

노 국장은 "전기차 렌터카도 2500대 정도 운행되고 있다, 택시 중에도 전기차가 많아 관광객들이 와서 첫 경험을 하고 (전기차에 대한) 확신이 서면 돌아가서 구입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적으로 전기차 운행을 확장시킬 수 있는 "쇼케이스 모델"로도 '제주 전기차 특구'가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었다. 반면 "몇 발자국 앞서 나가다보니 먼저 겪는 문제"도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는 "선빵을 맞을 때도 있다"면서 잠시 말을 멈추더니 자신의 태플릿 PC에 담겨 있는 영상 하나를 보여줬다. 제주도에서 전기차를 렌트했다가 충전에 불편을 겪어 고생을 한 사례를 담고 있는 보도물이었다. "충전소 여행"이란 표현도 눈에 띄었다. 이런 보도를 대뜸 꺼내놓는 이유를 물었다. 그는 "문제를 알아야 문제를 해결하지 않냐"면서 말을 이어갔다.

"불편함을 해소해줘야죠. 전기차 사는 사람들이 가장 걱정하는 게 충전 문제입니다. 전기차 민원의 80% 정도가 충전 관련된 거예요. 서구권 같은 경우는 큰 문제없어요. 단독주택 사는 경우가 많으니까, 완속 충전기 꽂아놓고 자다가 아침에 일어나서 몰고 나오면 되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 경우는 다르잖아요."

그러면서 노 국장은 "운행 인센티브를 높여야 한다, 운행하면서 '이게 좋구나'는 걸 느끼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온실 가스 저감 효과가 큰 만큼 연말 정산 때 환급해준다거나, 충전할 때 마일리지 혜택을 주고 이를 지역 화폐랑 연결해서 쓸 수 있게 해준다거나, 다양한 모델이 가능할 것 같다"는 다소 평범한 아이디어들이 나왔다. 그에게 좀 더 '선행적인' 전략을 물었다.
 
 지난 8일 개막한 제주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 행사 당시 원희룡 제주지사가 관계자로부터 전기자동차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지난 8일 개막한 제주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 행사 당시 원희룡 제주지사가 관계자로부터 전기자동차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제주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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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노 국장은 공동주택 충전 인프라 구축에서 가장 큰 문제가 "전기 비용에 대한 부담"이라면서 "전기료가 관리비에 합산해 나오는 상황에서는 주민회에서 반대하기 마련이고, 그로 인해 전기차 이용자는 아파트란 주거 공간을 떠나 공용 충전소로 이동해야 하는 불편함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분리 과금이 가능한 제품 모델이 있다"면서 "관련 기관과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관광객을 위한 충전 인프라에 대해서는 핵심을 이렇게 짚었다.

"숙박업소입니다. 관광객 입장에서는 잠자기 전에 충전기에 꽂아두고 다음날 몰면 되는데, 숙박업소에 충전기가 없는 겁니다. (충전기를) 안 다는 거야. 왜냐? 전기세를 내야 하니까. 결국 이걸 해결하려면 숙박업소가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줘야 해요. 중간자가 과도하게 가져가는 수입구조 또는 그 권한을 없애는 게 블록체인이잖아요. 고민 중입니다."

제주도는 전기차 폐배터리 이력 관리에 역시 블록체인을 적용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노 국장은 "배터리가 얼마나 충·방전됐고 이력이 어떻게 되는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면서 "누군가 그 이력을 사기 치거나 하면 굉장히 큰 위험이 생길 수 있다, 또한 배터리의 해당 이력은 재활용 가격을 결정하는 중대한 데이터"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지방 소멸이란 말의 '루트 코즈'가 뭘까요?"

충전기 통합 관리 시스템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7월부터 시범 운영될 예정이다. 노 국장은 "환경부가 설치한 것, 지자체나 각 사업체가 설치한 충전기 등 다 제각각이라 통합 관리 플랫폼을 만들었다"며 "어느 곳에서 고장이 잦은지, 어느 곳에서 충전이 많이 이뤄지는지 등을 알 수 있으니 운행자들의 편의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런 빅 데이터를 민간에 개방해서 원하는 사업자로 하여금 수익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이어진 설명에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 정책의 투명성과 신뢰도가 높아져야 운행에 대한 궁극적인 인센티브도 높아진다는 건가요? 또 그래야 사업성도 생긴다는?
"그렇습니다. 저희가 노하우가 있거든요. 다른 지자체에서는 전기차 운행으로 발생하는 충전이나 정비 문제, 부가서비스에 대한 요구사항 등을 잘 모릅니다. 제주도만 아는 거예요. 선행적으로 겪고 있기 때문에 뭘 해결해야 하는지 알고 있는 것이죠."

노 국장은 이어 "누군가 선행적으로 대비하고 준비하지 않으면 나중에 뒷수습하는데 엄청난 손실이 발생하는데, 이런 시급성을 잘 이해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런 마음이 컸기에 박 장관 앞에서 '스테레오 타입'을 얘기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잠시 스쳤다. 앞서 그는 이런 말도 했었다.

"예전 대전으로 자주 출장을 갔었어요. 저녁에 술을 먹는데, 옆에 앉아있던 청년이 '자기는 서울로 갈 거'라고 하는 거예요. 자신들이 원하는 창의적이거나 뭔가 비전을 가진 것들은 서울이나 판교에 있다는 겁니다. 떠나겠다고요. 지방 소멸이란 말의 '루트 코즈(Root Cause, 근본 원인)가 뭘까요. 역동성을 가진 젊은 경제 인구가 자꾸 벗어나면 그 도시는 결국 소멸할 수밖에 없는 거 아니겠어요? 저는 개발자 출신입니다. 개발자들에게는 버그를 유발하는 루트 코즈를 해결하는 게 숙명인 거 같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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