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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프랑스는 피임과 낙태가 모두 금지였다. 343명의 여성 지식인이 자신의 낙태를 인정한 선언 이후 낙태 합법화 운동이 활발히 일어났고 1975년 임신 12주까지의 낙태를 허용하게 됐다. 한국은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조항인 제269조와 제270조에 대해 헌법 불합치를 선고했다.

헌법재판소의 역사적 진전만큼 중요한 과제가 여전히 남아있다. 헌법재판소의 결과가 임신중지의 제도화와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인식 제고로 이어지기 위해 노력하는 이가현 불꽃페미액션 활동가를 만나보았다.

- 4월 11일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 불합치 선고가 있던 순간 어디에 있었나
"아침 일찍 집을 나서 헌법재판소 앞에서 헌재 발표를 기다리려고 했다. 그렇게 헌법재판소 앞에 앉아있는데 뜻밖에도 선착순 20명까지 방청권을 얻을 수 있어서, 헌법재판소 안에 들어가 낙태죄 헌법 불합치 선고를 들을 수 있었다."
  
 '카운트다운' 낙태죄 폐지 이후의 세계 집회
 "카운트다운" 낙태죄 폐지 이후의 세계 집회
ⓒ 불꽃페미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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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재의 헌법 불합치 결정은 어떤 의미를 갖는다고 보는가
"헌법재판관 9명 중 2명이 합헌, 3명이 위헌, 4명이 헌법 불합치 의견을 내어 '헌법 불합치'가 선언됐다. 2020년 12월 31까지 법률을 개정해야 하는 것으로 결정된 것이다. 단순 위헌 결정이 나기를 개인적으로 바랐다. 단순 위헌 결정이 되면 2012년까지 법을 소급해서 그때부터 지금까지 처벌받은 사람들이 행정소송을 걸고 무죄를 선고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헌법 불합치 결정으로 그쳐 아쉽다.

그러나 태아와 여성의 생명권을 대립하는 것으로 보지 않고 태아가 여성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므로 태아의 생명권이 여성의 생명권보다 우선한다 볼 수 없다라는 결정이 이 판결의 핵심이고 가장 중요한 진전이라고 생각한다. 2012년, 대립적 구조로 헌재가 판결한 이후 낙태죄 폐지를 반대하는 단체들과 사람들이 대립적으로 사고하고 그 논리에 갇혀있었는데, 이번의 결정으로 사회적 논의를 진전시켰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 헌재의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 이후 어떤 일을 해야 할까
"내년 말까지 법을 개정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불꽃페미액션도 함께하고 있는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에서 개정방안에 대한 여러 가지 방식을 논의했다. 낙태와 관련한 법안을 완전 폐기하고 부녀의 승낙 없이 임신을 중단하게 하는 부동의 낙태에 대한 처벌은 상해죄로 포함시키고 판례를 만드는 운동을 해보자는 것이 가장 원하는 시나리오이다."

- 4월 15일,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대표발의한 낙태죄 폐지를 골자로 하는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안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있는데
"이번에 정의당이 발의한 개정안의 한계는 임신중단을 여전히 법의 틀에 따라 제한하고 징벌한다는 것이다. 주수에 따라 허용범위를 제한하고 여성 개개인의 건강과 필요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괄적으로 결정권을 박탈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수로 나누는 기준은 성년과 미성년을 나누는 기준처럼 인위적인 기준이다. 사람에 따라 당연히 주수, 산모의 건강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획일적인 기준으로 통일하고 있다. 14주와 14주 1일의 차이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그리고 주수를 굳이 정하지 않더라도 95%가 초기에 임신중단을 선택한다. 초기에 선택하지 못하는 경우는 대부분 어쩔 수 없는, 불가피한 경우에 미뤄지는 것이다."

- 정의당이 발의한 개정안에는 사회적, 경제적 사유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정미 의원이 발의한 모자보건법 개정안에는 임신 14주에서 22주 기간에는 태아의 건강상태에 대한 손상 염려와 사회적, 경제적 사유로 임신중단이 가능하다고 하고 있다. 기존의 사유에서 추가된 사회적, 경제적 사유를 추가한 것이다. 2010년 프로라이프 의사회에서 불법 낙태 단속을 요구하며 인공 임신중절 수술을 하는 병원을 고발하는 것을 계기로 낙태죄 처벌이 강화되는 '낙태 고발 정국' 당시, 여성단체들도 사회·경제적 사유를 추가해 낙태의 허용범위를 넓히자는 주장을 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우생학적 사유와 다를 것이 없다는 반대의견도 존재한다. 헌법재판소는 논의를 진전시켰는데 정의당 개정안은 오히려 사회적, 경제적 사유라는 오래된 해묵은 논쟁을 되풀이하며, 2012년 전으로 논의를 되돌리는 법안이라고 생각한다."

- 그렇다면 시민사회의 최근 논의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어떤 점들을 개선해야 할까
"그동안 낙태가 불법이었기 때문에 의료보험 적용이 전혀 안되어 부르는 게 값이었다. 의료접근성이 없는 사람들이나 돈이 없는 청소년의 경우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의료보험적용이 반드시 필요하다. 정보의 부족도 매우 심각하다. 전문적이고 다양한 의료·산부인과 기술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 약물 사용법과 약물 사용 이후 의사의 관리가 필요한 것들, 정말 수술이 필요한 경우에도 최대한 안전하게 시술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교육 등이 필요하겠다. 지역의 경우, 의료접근성이 낮은 것도 문제이다. 아이를 낳으려고 해도 이동이 오래 걸리는 문제도 있다. 산부인과 시설들도 확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까지 출산하지 않을 권리 이야기했지만, 출산할 권리를 박탈당했던 청소년, 장애인, 미혼모 등의 출산할 권리도 보장되어야 한다. 청소년이 출산할 경우 정학처분을 당하거나, 주변의 따가운 시선에 자퇴하는 경우가 많은데, 출산을 하더라도 교육과정을 그대로 받을 수 있게 보장하는 절차 마련도 필요하다. 우생학적 사유의 낙태허용도 없어져야 한다. 산모가 원할 시 낙태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장애 여성이 임신을 해서 산부인과 병원에 가면 출산을 염두에 두고 있음에도 의사가 먼저 언제 낙태할거냐고 묻기도 한다. 인식개선도 필요하다."

- 약물이든, 병원이든, 정보든 접근 자체가 어려운 것 같다
"성교육도 아직도 성폭력 중심의 교육, 순결중심 교육이 남아있어서 실제로 피임방법이나 피임을 못했을 때 그 이후의 일에 대한 교육이 부족하다. 현재 보건교사에 할당되어 있는데 그마저도 시수가 많지 않다. 1년에 10시간 교육하라는 지침도 교장 재량이어서 제대로 지켜지는 곳이 거의 없고, 교과 과정이 끝났을 때 외부 강연으로 짧게 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최근 불꽃페미액션 단체 메시지방에도 사례가 올라왔다. 고등학교에 성폭행 예방 강사가 와서 '얘들아~ 강간하면 뭐가 문제인줄 아니? 10년 동안 취업을 못해요. 걔 뭐 먹고 사니?'라고 가해자 입장에서 이야기를 하며 결론적으로 여성이 '하지 말라'고 거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내용의 강의를 했다는 것이다. 이뿐이 아니다. 성관계 후 콘돔이 찢어진 것을 발견한 사람이 72시간 이내 사후피임약을 처방받아 1차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모르고, 바로 낙태약을 구하려고 연락해온 적도 있다.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성교육 공백이 너무 크다는 것을 느껴, 지금 전문 강사 자격증을 따려고 교육 받는 중이다."

- 교육에서는 주로 어떤 내용을 다루나
"탈코르셋에 대한 주제를 주로 교육한다. 여성에게 요구되어 왔던 '아름다움'은 전적으로 사회적 기준임을 이야기하고 있다. 하얀 피부와 마른 몸과 같은 획일적인 몸의 기준이 미디어를 통해 강요되고 이러한 '아름다움'에 자신을 욱여넣기 위해서 브래지어, 다이어트 등을 하는 사이 건강을 해치게  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인식은 사회적으로 반복·경험된 남성들의 욕망을 내면화하는 것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우선 자신이 갇혀있다고 생각하는 코르셋을 써보고 버릴 수 있는 것을 우선적으로 버려보자고 교육한다."

- 탈코르셋 교육을 받은 학생들의 반응은 어떤가
"학생들의 반응은 어떤 집단이냐에 따라 다르다. 학교에서 초청한 경우에는 '코르셋에 대해 알 수 있었다' 같은 평가를 남기기도 하지만, 고등학교 인권동아리, 페미니즘 동아리 같은 경우는 보다 깊이 있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코르셋을 다 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남은 것이 있었고 앞으로 버려 나가야겠다.', '내가 원하는 것이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었을 수 있겠다.'는 평가를 주기도 한다."

- 성교육 외 다른 활동은 무엇을 하고 있나
"처음 여성운동하면서 계획한 것은 나의 세대에 맞춘 운동을 하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지금은 젊은 여성의 몸에 가해지는 억압에 대해, 좀 더 나이가 들게 되면 경력단절 양육에 대한 이야기나 결혼관계 내 차별적 문화 개선에 대해 이야기 해야겠고, 좀 더 나이가 들면 나이 든 여성의 생계, 의료복지에 대한 운동을 쭉쭉 해나가려는 생각이 있었다.

지금은 불꽃페미액션 활동을 주로 하고 있고 페미당 창당 준비도 하고 있다. 사회적 인식은 바뀌는데 제도가 못 따라가고 있다. 여자들이 정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직접 정치를 한다면 확실히 달라질 것이라 생각한다. '어떻게 해' 하고 생각하지만, 홍준표도 하는데 우리는 너무 잘 할 수 있다. 국회가 더욱 바뀌어야 한다. 지금 이정미 의원도 한계가 많은 법안을 내놓는데 다른 국회의원들은 어떻겠나. 여성이자 페미니스트인 국회의원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

생계로는 대안학교에서 페미니즘 강사를 하고 있다. 일주일에 1회 수업을 하고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거나 퀴어퍼레이드에 참여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있는데, 나같이 평범한 사람도 공개된 곳에서 발언하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보고 '어, 쟤도 하네.' 하는 생각을 갖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나를 본 다른 여성분들이 활동이나 정치에 더 참여할 수 있지 않을까."
 
 '투표는 되는데 낙태는 왜 안 돼?' 대선후보 낙태죄 폐지 공약 촉구 기자회견
 "투표는 되는데 낙태는 왜 안 돼?" 대선후보 낙태죄 폐지 공약 촉구 기자회견
ⓒ 불꽃페미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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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는 어떤 활동을 이어갈 계획인가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강사활동을 하려고 한다. 성교육 시장에 페미니스트가 더 많이 참여하면 좋겠다. 불꽃페미액션 활동도 이어갈 계획이다. 최근 불꽃페미액션은 버닝썬과 아레나의 여성착취 구조도를 그렸고, 불꽃페미액션 유튜브팀에서는 페미니즘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의 활동을 찍어서 올리는 것도 하고, 여혐랩을 바꿔서 부르는 것도 준비중이다. 오프라인으로 활동하는 것과 동시에 온라인 작업도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시작하게 되었다. 어떻게 하면 여성혐오 콘텐츠에만 눈을 돌렸던 사람들이 페미니즘 콘텐츠를 돌아보게 할까 고민하고 있다."

- 그런 상황에서 자신을 드러내고 이야기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있을 것 같다
"신상을 밝히고 페미니즘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위험이 많다. 누군가는 살해 협박도 받고, 온갖 악플로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숨지 않고 계속해서 존재를 드러낼 것이다."

불꽃페미액션(https://www.facebook.com/flaming.feminist.action/)은 강남역 여성혐오살인사건을 시작으로 매주 농구를 하던 여자들이 모여 강남역사건이 혐오범죄임을 사회에 알리고 언론의 보도행태에 문제제기하며 만들어졌다. 지금은 겨드랑이 털, 생리대, 브래지어와 같은 여성의 몸과 섹슈얼리티에 집중해, 아름다움을 이유로 여성을 제약하는 것들을 없애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또한 성교육사업 등을 통해 사회적 전반적인 성차별적 인식을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가 발간하는 월간 <복지동향> 2019년 6월호의 '복지톡' 코너에 실린 인터뷰입니다. 인터뷰 및 정리는 김경희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가 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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