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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최순실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 취임식 연설문 작성에 개입한 정황을 보여주는 녹취록이 공개돼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어 며칠 후 박근혜 정부 당시 박 전 대통령과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 또 최순실씨와 정 전 비서관의 전화 통화 녹음파일까지 공개돼 파문은 더욱 확대됐다.

주간지 <시사저널>에서 지난달 17일과 23일 공개한 이 녹음파일은 유튜브에서 수십만 명이 들었고, 동시에 많은 언론이 인용 보도했다. 녹음 파일을 보도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해 지난달 29일 서울 신용산역 근처 시사저널 사무실에서 녹음 파일을 취재해 보도한 오종탁 시사저널 기자를 만났다. 다음은 오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팩트를 통해 이성적인 사고 힘 얻었으면"
 
 오종탁 시사저널 기자
 오종탁 시사저널 기자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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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의 녹음 파일을 공개하셨잖아요. 이렇게 뜨거운 반응이 있을 거라고 예상하셨어요?
"열심히 관련 기사와 유튜브 영상을 준비했어요. 열심히 했으니 영향력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은 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보도하기 전 독자들이 국정 농단을 '지나간 이슈'로 생각하지는 않을까 조금 우려했던 것도 사실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기우였어요. 국정 농단을 글이나 전언으로만 이해해 왔던 국민들이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습니다."

- 어떻게 입수했는지 말씀 부탁드려요.
"이번 녹음파일은 저희가 3개월여 전부터 입수한 수많은 국정 농단 관련 자료 중 일부였어요. 5명의 특별취재팀이 구성되어서 방대한 자료를 검토해 왔고, 녹음 파일은 가장 선명한 팩트라고 판단해서 먼저 보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 처음 녹음 파일 들었을 때 어떠셨나요?
"개인적으로는 녹음 파일 부분을 맡으면서 충격에 휩싸이거나 하진 않았던 것 같아요. 황당하다는 느낌은 있었어요. 이번에 저희 목표는 놀라거나 충격받을 시간도 아껴서 생생한 육성을 독자에게 제대로 잘 알려야 한다는 거였습니다. 사회가 혼란스럽잖아요. 명백한 증거를 들이밀어도 부인하거나 믿지 않는 일도 다반사고요. 그저 정확하고 진실되게 보도하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 국정 농단 사건이 일어난 지 3년이 지났잖아요. 왜 또 이걸 내보내느냐는 비판도 있을 법하고, 그 부분에 대한 고민을 하셨을 거 같은데.
"댓글 중에 인상 깊은 게 있었어요. 뭐냐면 '야 이놈들아, 지금은 좌우로 찢어진 민심을 하나로 뭉쳐서 한 발이라도 더 나아가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해도 될까 말까인데 기삿거리가 그렇게 없냐'였어요. 저희의 보도가 사회의 진보를 막고 있다는 말이잖아요. 그런데 정확히 제 생각과 반대라서 좀 안타까웠습니다.

아시다시피 국정농단과 탄핵을 부정하는 목소리가 간간이 들리더니 시사저널 보도 직전까지는 꽤 높아졌거든요. 지금도 잠시 잦아들었을 뿐 언제든 다시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가운데 밝혀내야 할 '사실 너머 진실'이 아직 수두룩하죠. 시사저널이 제공하는 팩트를 통해 이성적인 사고가 힘을 얻어, 우리나라가 아픈 과거를 딛고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박 전 대통령 지지자인 태극기 부대의 공격이 걱정되진 않으셨나요?
"그런 고민은 전혀 없었습니다. 시사저널 자체가 정파성을 갖거나 정치적인 고려를 하거나 시기를 저울질하며 보도하는 매체가 아니기 때문에, 비판이 무서워 보도할지 말지를 고민하는 건 당연히 없었습니다. 저희는 저널리즘 가치가 있거나 보도 가치가 있고 역사적 의미가 있다면 언제든 보도할 생각입니다."

- 공개 후 이른바 태극기 부대로 불리는 박근혜 대통령 지지층으로부터 공격이 없었나요?
"제가 아는 한에서는 없었습니다."
 
 대한애국당 조원진 대표와 당원들이 13일 오후 서울 세종로 네거리에서 박근혜 석방을 요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대한애국당 조원진 대표와 당원들이 13일 오후 서울 세종로 네거리에서 박근혜 석방을 요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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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음 파일을 두 차례 90분짜리와 30분짜리로 나눠서 올렸는데 이유는 무엇인가요?
"각각 5월 17일과 23일 두 차례에 걸쳐 공개했어요. 1탄 보도에서 공개한 파일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취임식이 열리기 직전인 2013년 2월 서울 모처에서 취임사를 논의한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2탄의 파일은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최순실-정호성' '박근혜-정호성' 간 전화 통화 녹음이었죠.

90여 분 짜리 파일 보도는 취임 전 일이었잖아요. 때문에 일각에서 '왜 대통령 취임 전 일을 갖고 가타부타 논하느냐. 지인에게 조언 들을 수도 있지 않느냐'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대통령 취임 후, 재임 기간에도 국정 농단이 활발하게 일어난 정황을 전달하고, 음모론과 억측도 사실이 아님을 밝히기 위해 30여 분 짜리 녹음파일 추가 공개를 결정하게 됐습니다."

- 그럼 30분짜리 녹음파일 공개는 계획된 보도가 아닌가요?
"이걸 바로 연달아 보도할 생각은 안 했고요. 자료가 방대하게 있으니까 나머지 자료는 시차를 두고 취재하며 진행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취임 전 이야기로 왜 그러느냐는 소리가 들리니 곧바로 공개한 겁니다."

- 자막이 있었으면 좀 더 좋았겠다는 느낌도 있던데.
"그런 얘기 들었어요. 저희도 이번에 밤을 새워가며 열심히 하긴 했는데, 한정된 인력 하에서 자막을 넣으면 일이 대폭 늘어나요. 자막을 넣자는 의견이 없었던 건 아니에요. 그러나 못했죠. 차후에는 좀 더 고민해볼 생각입니다."

- 요약본이 전달하기에는 더 효과적이었던 거 같은데
"요약본만 공개하면 편집해서 왜곡됐다고 하실 수 있으니까 전체를 그대로 올린 거죠."

- 2탄은 전화 통화잖아요. 편집하셨죠? 전화가 끝나지 않고 오가던데.
"저희가 전화 통화를 녹음한 게 아니라 취재원에게서 받은 파일을 손 안 대고 전달하려다 보니 그렇게 나왔어요. 입수한 그대로 독자에게 전달해 드려야 해서요."

- 검증은 어떻게 하셨어요?
"국정농단 이슈가 한창 불거졌을 때 많은 보도가 나왔잖아요. 최씨와 정호성 전 비서관의 대화 일부는 텍스트로 공개된 것이 있었거든요. 그런 것과 비교도 했고. 2017년 12월 즈음 재판정에서 저희가 입수한 파일 일부분이 짤막하게 공개된 적이 있습니다. 그때 보도도 났었어요. 그런 것과 대비를 하며 확인하니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이 저희가 입수한 녹음 파일에 그대로 담겨 있더라고요.

아울러 이 녹음파일 전체를 틀리지 않고 정확하게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듣고 또 들으면서 녹취를 풀려고 노력했어요. 풀고 나서는 분석을 하잖아요. 언제쯤인지, 그 당시 무슨 일들이 벌어졌는지, 이 상황과 발언이 왜 문제인지, 실제에는 얼마나 반영됐는지 등을 알아보는 검증 과정을 거쳤습니다."

- 성문 분석은 안 하셨어요?
"정호성 녹음파일은 법원에서 증거로 채택한 증거입니다. 언론을 통해 사회에 제대로 드러난 건 이번이 처음이지만, 앞서 박근혜·최순실 재판 과정에서 일부가 법정에서 짤막하게 공개된 적도 있었고요. 범죄과학 수사에 쓰이는 성문분석을 따로 하지는 않았습니다."

- 정 전 비서관이 녹음한 거 같은데 왜 했을까요?
"저희가 최순실씨 검찰 피의자 신문 조서도 분석했는데, 정호성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사이에서 매개체 역할을 했던 사람이고 나름 부지런하고 일 열심히 하려고 했던 사람인 것 같아요. 물론 그렇다고 그가 한 역할이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한 글자도 놓치지 않고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녹음한 거 같더라고요. 저희가 보기에는 나중에 증거로 삼기 위해 의도적으로 녹음했다거나 하는 개연성은 부족해 보였습니다. 당시 업무 처리를 위해 하지 않았나 싶어요."

녹음 파일은 일부, 그 외에 자료 많다
 
 시사저널 녹음파일 공개 영상 캡처. 최순실씨가 정호성 비서관에게 호통치고 있다
 시사저널 녹음파일 공개 영상 캡처. 최순실씨가 정호성 비서관에게 호통치고 있다
ⓒ 시시저널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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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7일 입수 전말을 대담 형식으로 업로드하셨잖아요. 이유가 있을까요?
"관심이 뜨겁다 보니 자연스레 취재 과정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는 모습이었어요. 특히 입수 경위, 즉 '어떻게 녹음파일을 구했냐'는 질문을 주변에서 해오는 경우가 많았죠.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등에서도 마찬가지였어요. 이런 궁금증을 넘어 '현 정부의 공작(工作) 아니냐'는 등의 억측을 제기하는 이들도 일부 있었습니다.

녹음파일을 공개한 것에 어떤 정치적인 속셈, 배후가 있지 않겠느냐는 근거 없는 주장이었습니다. 당연히 저희는 어떤 정파적인 고려나 시기에 대한 특별한 고려 없이 그야말로 보도 가치가 있는가,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내용인가의 측면에 주목해 보도했어요. 취재 과정을 설명하는 독자 서비스 차원, 또 억측이 확대되는 상황을 방지하는 차원 등 여러 가지를 위해 지난 5월 27일 시사저널TV를 통해 '박근혜·최순실·정호성 녹음파일 입수의 전말을 밝힌다'라는 대담 영상을 내보내게 됐어요."

- 대담 영상에 대한 반응은 어때요?
"유튜브 영상에 달린 댓글을 봤는데 '수고했다' '응원한다'는 좋은 반응이 많았던 것 같아요. '녹음파일 또 없느냐'고 하신 분들도 있었고요. 포털사이트에도 대담 영상을 올렸는데, 거기에는 여전히 억측을 제기하는 댓글도 있더군요."

- 충격적인 부분이 없다고 하신 거 같던데 그럼에도 놀란 부분이 있으시다면?
"정호성 전 비서관은 최씨에게 '선생님'이라고 호칭하며 쩔쩔매고, 최씨는 정 전 비서관에게 '정 과장'이라고 불렀잖아요. 그러면서 호통을 치기도 하는 그런 모습도 생경했어요. 그리고 최씨가 대통령 앞에서 자신 있게 자기 생각을 어필하는 상황 자체가 이상하다고 하는 분도 있었어요."

- 앞서 일부라고 하셨잖아요. 그럼 더 있다는 얘기인데 얼마나 있나요?
"녹음파일이 저희가 확보한 국정 농단 관련 자료 중 일부인데 그 외에 많은 자료가 있어요. 얼마나 있는지 말씀드리긴 힘들고 추가 취재를 진행 중이고요. 그걸 기사화할 수 있느냐 또는 기사 가치가 있느냐를 판단하기 위해선 좀 더 확인 작업이 필요해요. 확인되면 기사로 출고할 계획입니다. 어느 정도 준비해서 출고 가능성이 있는 부분도 있는데, 출고 시점을 명시하지 못하는 점은 양해 부탁드려요."

- 녹음파일은 이게 다인가요?
"그 부분에 대해서도 말씀드리기가 어려운 점 이해 부탁드립니다."

- 검증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일 있나요?
"최순실씨나 박근혜 전 대통령 말하는 게 애매모호하잖아요. 처음엔 뭐라고 하는지 잘 모르겠던 부분도 일부 있었습니다. 듣고 또 듣고 함께 취재한 선배에게 어떻게 들리는지 묻기도 하며 많이 맞춰봤어요.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다면?
"계속 말씀드리지만 요즘 시대에 조금만 부실하게 보도해도 불신이나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십상입니다. 또 한편에서는 팩트가 부실한 뉴스가 많이 양산되고, 그런 걸 그대로 믿는 경우도 많습니다. 때문에 정말 조심해서 제대로 전달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 사면론이나 탄핵 부정론도 그렇지만, 한 사람을 두고 너무 많은 국민이 반목하고 있잖아요. 이런 가운데 정확히 (자료를) 제시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고 겸허한 마음으로 일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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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너뷰'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