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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그 아버지 밥을 해주러 가야는데, 의사놈이 못나가게 헌다이~."

토요일 아침, 엄마는 세상 슬픈 목소리로 나한테 전화를 했다. 감기 걸려서 외박 금지령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엄마는 벌써 9년째 병원 생활을 하고 있다. 파킨슨이란 나쁜 병 때문에.

병원에 사는 엄마는 토요일 아침에 외박을 나가서 월요일 아침 다시 병원으로 돌아온다. 나머지 화, 수, 목, 금요일은 아버지가 병원으로 오신다. 9년째 변함없는 아버지의 일상이다. 

9년째 같은 일상... 엄마 만나러 병원에 가시는 아버지
 
원앙부부 남원 광한루
▲ 원앙부부 남원 광한루
ⓒ 이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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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외박 금지령을 내리면, 엄마는 나한테 전화를 건다. 의사와 간호사 욕을 실컷 하고 나서야 포기를 한다. 그리고는 내게 부탁을 한다.

"아버지 좋아하시는 폭 삭힌 홍어탕도 해주고, 봄동 사서 버물러 주고 와야. 내가 가야는데 못 간 게 너무 아쉬워야."

아버지 밥을 당신이 해준다는 건 엄마의 바람일 뿐이다. 실상은 아버지가 다 하신다. 엄마는 거동도 겨우 겨우 하시는 상태니까. 그래도 혼자 걸을 수 있는 것에 감사한다. 화장실에 혼자 갈 수 있는 것에도 감사하고, 숟가락질을 혼자 할 수 있는 것에도 감사한다.

아버지가 사는 곳은 임실군이고, 엄마가 입원한 병원은 전주에 있다. 버스로 1시간 정도 걸리고, 버스 시간도 자주 없어서 오고가기가 힘이 든다.

우리 아버지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하루도 빠짐없이 엄마를 보러 병원에 가신다. 9년을 그렇게 해오고 계신다. 엄마 컨디션이 급격하게 안 좋으면 아버지도 그냥 병원에 계신다.
 
웨딩드레스 60년만에 올린 결혼식
▲ 웨딩드레스 60년만에 올린 결혼식
ⓒ 이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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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그 엄마 건강이 더 나빠지기 전에 웨딩드레스를 입혀 주얀디..."

아버지는 어머니와 4년 전, 아버지 팔순 때 리마인드 결혼식을 올리셨다. 아버지는 엄마 형제분들과 아버지 형제분들을 초대하셨다. 사회는 막내딸이 보고, 국악을 하는 지인이 노래를 불러주었다. 아버지의 손녀손자가 가야금 연주를 했다. 완벽한 결혼식이었다.

"이렇게라도 옆에 있어줘서 고맙고, 앞으로도 이렇게 두 손 꼭 잡고 살자."

아버지는 식이 끝나갈 무렵 엄마 손을 잡고 말씀하셨다. 그 간절한 말을 들은 하객들은 다 흐느끼듯 울었고, 예식장은 눈물바다가 되었다.

두 분 만나는 토요일은 항상 맑음이었으면

엄마는 여전히 토요일 아침이면 주섬주섬 짐을 싸신다. 병원을 벗어나는 유일한 날이니까 얼마나 들뜨실까. 아버지한테 밥해 줄 마음에 몸은 이미 임실 집에 가 있다.

그 토요일 아침, 아버지는 무척 분주하시다. 먹을 수 있는 것은 다 찌고, 삶고, 볶고, 끓여놓고, 엄마를 모시러 버스를 타러 나온다.

병원에서 엄마 손을 잡고 나온 아버지는 평소에 타지 않는 택시를 탄다. 일주일에 한 번, 병원을 벗어나는 날이니까 외식도 한다. 주로 팥죽이나 국밥이나 갈비탕을 먹으면서 두 분은 흐뭇해하신다. 그런 모습을 그려보는 나 또한 행복하다. 이보다 더한 행복이 또 어디 있겠는가.

우리 식구들이 처음 엄마가 앓는 병을 알게 되었을 때는 '3년만, 딱 3년만 엄마 스스로 움직일 수 있게 해주세요' 하고 기도했다.

"정신 멀쩡해 가지고 누워서 똥오줌을 쌀까 무서워야."

이제는 엄마가 느끼는 두려움을 달래줄 수 있다면 뭐라도 하고 싶다. 그래서 엄마가 사시는 날까지 몸과 마음을 온전하게 해주라고 날마다 기도한다. 엄마, 아버지가 행복한 토요일은 항상 맑음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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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에디터.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은경의 그림책 편지',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를 연재합니다. 2017년 그림책에세이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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