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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군대·축구·게임에 시간을 뺏기는데 여자들은 그 시간에 공부해 자기들에게 불리하다고 말한다." 

유시민 작가가 2018년 12월 '나는 왜 역사를 공부하는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유 작가는 이 자리에서 '20대 남녀의 문 대통령 지지율이 엇갈린다'는 질문에 대해 이처럼 답했다. 

20대 남성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표현한 것이다. 하지만 '노력'을 해도 포기할 게 더 많은 청년의 현실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발언인지도 모른다. 기성세대가 청춘에게 요구하는 '노력'은 하면 할수록 꿈에서 더 멀어진다. 그런데도 청년들은 노력할 수밖에 없다. 아니 '노오오력'을.
 
전현건씨의 모습이 담긴 팟캐스트 대화창 화면 스푼라디오에서 DJ로 활동하고 있는 전현건 프리랜서 아나운서
▲ 전현건씨의 모습이 담긴 팟캐스트 대화창 화면 스푼라디오에서 DJ로 활동하고 있는 전현건 프리랜서 아나운서
ⓒ 조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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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째 노력을 하고 있지만 정착하지 못한 삶을 사는 한 청년이 있다. 현재 프리랜서 아나운서로 활동하면서 '정규직 아나운서'를 꿈꾸는 전현건씨다. 포기를 권하는 사회지만 꿈만큼은 놓지 않는다.

"훗날 인생을 돌아봤을 때 후회하고 싶지 않아요. 아나운서가 돼 뉴스를 진행하는 '앵커' 직책을 맡고 싶어요. 손석희 앵커처럼 기자들과 함께 시청자들에게 공정하고 정확한 뉴스를 전달하고 싶습니다."

그는 '에코 세대(1979년부터 1992년 사이에 태어난 20~30대)'다. 정규직을 꿈꾸지만 아르바이트로 살아가는 '88만 원 세대', 연애·결혼·출산·자가 등을 포기하고 인간관계마저 선을 긋고 살아가는 'N포 세대'라고도 불리는 세대다.

"1980년대 생은 구시대와 신세대 사이의 '다리'라고 생각해요. 양다리를 걸쳤지만 어느 쪽에도 완벽히 섞이지 못해 갈팡질팡해요. 이 모습은 1980년대 후반 출생한 사람들의 전형적인 특징이죠."

'스페로 스페라(spero spera)', 전씨가 좋아하는 말이다. '살아 있는 한 희망이 있고 꿈을 꿀 수 있다'는 뜻이다.

"살아 있는 한 노력하는 만큼 기회가 올 거라 믿어요. 어떻게든 버티면서 살고 있습니다."

대형 언론사 아나운서는 에베레스트산 정상에 깃발을 꽂는 것만큼이나 합격하기 어렵다. 공채는 4차까지 진행되는데 카메라 테스트에 대비해 '아나운싱'을 연습해야 하고 '논술, 작문, 시사교양, 방송학' 등의 이론도 공부해야 한다. 토익과 KBS한국어능력시험 준비는 기본이다. 그러나 그는 이 모든 걸 준비했다.

"대형사 공채는 일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해요. 채용인원은 적은데 지원하는 사람은 아주 많죠. 더군다나 1차도 합격하기 어려워요. 그래서 준비생들끼리는 '운이 좋다'는 표현을 쓰죠."

프리랜서 아나운서 생활도 녹록지 않았다.

"매번 면접과 오디션을 보러 다녀야 해요. 처음 16회 차 교양 방송을 맡았는데 2회로 끝났어요. 이력서에 한 줄이라도 더 채워야하는 절박한 심정에 열정페이나 무상으로 일한 적도 있어요."

아나운서를 준비하는 사람을 그는 '백조'라 표현한다.

"지적이고 우아해요. 항상 웃고 몸가짐도 늘 바르지만 보이지 않는 물속에서는 가라앉지 않으려 죽어라 물갈퀴질을 합니다. 아나운서는 대형사를 제외하면 박봉에 시달리는 계약직 또는 프리랜서예요. 외적인 모습도 중요해 수입보다 지출이 더 많아요. 장기간 준비하다 보면 자존감이 떨어져 좌절감에 빠지고 무기력해지죠."

전씨는 취업 시장에서 '장수생(長修生)'이 됐다. 장수생인 만큼 실력과 지식을 쌓아 성장도 했다. 7개월 전 그는 스푼라디오(개인 라디오 방송 플랫폼)를 시작했다. 아나운서에게 필요한 순발력을 키우려던 참에 스푼라디오 광고를 보게 됐다. 결국 청취자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라디오 DJ가 됐다.

오후 10시가 되면 음악이 흐르고 중저음인 그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대화창은 청취자들의 댓글이 달린다. 그는 청취자의 닉네임을 불러준다. 방송 콘셉트는 시사·교양과 책 방송이다. 정통 라디오 방송을 추구한다. 재편집한 기사를 출처를 밝혀 낭독하고 사회적 이슈에 대해 청취자와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여행·축제·맛집·영화 정보도 제공한다. 게스트를 초대해 인터뷰도 한다. 지인을 섭외하기도 하고 인연이 닿은 청취자와 인터뷰할 때도 있다.

"고정 청취자 중에 서양화가가 계세요. 미술에 관심이 있어 그분을 게스트로 모셔서 인터뷰했습니다." 

스푼라디오 운영진의 제의로 라디오 광고도 찍었다. 한 출판사와 책 방송도 진행한다.

"책을 낭독하고 싶어 목소리가 녹음된 파일과 포트폴리오를 보내 저작권을 얻었고 그 출판사의 공식 아나운서 타이틀을 받아 책 방송을 할 수 있게 됐죠." 

우연히 시작한 개인 방송으로 여러 기회를 잡은 것이다. 500명의 팬도 생겼다. 

"제 방송을 기다려주는 사람들이 있어 행복합니다. 제 얘기에 귀 기울여 주는 청취자들에게 늘 감사해요." 

그는 다음 기회를 얻으려 또 다른 도전을 한다. '아나운싱이 되는 기자'다.

"정확히 아는 것을 정확히 말해야 제대로 전할 수 있어요. 아나운서는 생각하고 말하는 사람, 기자는 생각하고 쓰는 사람입니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정리해 정확하게 전하는 아나운서이자 기자가 되고 싶어요."

이 시대 청춘에겐 '정착'이 허락되지 않는다. 공무원이 되지 않는 한 방랑자로 살아가야 한다. '영원한 직장'이라는 개념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불안정한 시대인 만큼 그의 꿈도 마침표가 찍히지 않는다. 오늘도 그는 더 많은 꿈을 꾸고 주체적인 삶을 살기 위해 노력을 한다.

"꿈을 위해 살면 가치 있는 삶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니체는 '하루의 3분의 2를 자신을 위해 쓰지 않는 사람은 노예'라고 말했습니다. 자유인으로 살고 싶어요. 십 년 후에도 글을 쓰고 방송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이 넓은 세상에 내 자린 없나? 붐비는 거리에 나 혼자인가? 날 위한 빈자리가 하나 없나? 내가 해야 할 일, 벌어야 할 돈 말고도 뭐가 있었는데. 내가 가야 할 길, 나에게도 꿈같은 게 뭐가 있었는데.' 에픽하이의 노래 <빈차>의 가사다. 청춘들은 안정적인 삶을 위해 정규직을 꿈꾸지만 그들이 앉을 빈자리는 부족한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안 힘든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그래도 계속 꿈꾸면서 웃고 살려고 해요. 힘드니까. 어차피 힘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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