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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27일 오전 10시 서울역 KTX 대회의실에서 대한상하수도학회와 수돗물시민네트워크 주최로 '인천 수돗물 사태 재발 방지 대책 토론회'가 열렸다.
 6월 27일 오전 10시 서울역 KTX 대회의실에서 대한상하수도학회와 수돗물시민네트워크 주최로 "인천 수돗물 사태 재발 방지 대책 토론회"가 열렸다.
ⓒ 이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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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면 인천 서구·영종의 '붉은 수돗물(적수)' 사태가 발생한 지 한 달이 된다. 애초 예상보다 수돗물 정상화 작업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 문래동 등에서도 인천과 같은 적수 현상이 발생해 지방자치단체들의 수돗물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27일 오전 10시 서울역 KTX 대회의실에서 대한상하수도학회와 수돗물시민네트워크 주최로 '인천 수돗물 사태 재발 방지 대책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박옥희 인천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염형철 수돗물네트워크 이사장, 구자용 서울시립대 교수(대한상하수도학회 부회장) 등 전문가들은 진단과 해법에 있어서 다소 입장 차를 보였다. 다만, 지자체나 정부가 이번 수돗물 사태의 원인과 해결책을 '노후 관로'에만 집중하는 건 문제라는 지적은 일치했다.

인천의 수돗물 사태와 관련해서는 발제자와 토론자 모두 '인재'라는데 이견이 없었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박옥희 사무처장은 "인천 서구의 수도 관로는 설치된 지 20년 안팎이라 노후 관로의 문제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사전에 물 문제를 알 수 있는데) 탁도계가 고장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뒤늦게 그런 사실을 인지했다는 것만으로도 인재"라고 목소릴 높였다. 박 사무처장은 "서울은 100%인 고도정수처리장도 인천은 현재 4개 정수장 가운데 하나뿐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덧붙였다.

박 처장은 해결 방안과 관련해 △ 상수도사업본부 조직 쇄신안 마련 - 전문가 확보 및 시민참여 확대 △ 상수도 사고 관련 대응체계 정비 - 초기 대응 매뉴얼 정비 및 교육 △ 관로 교체보다 침전물과 물때 제거 등 대책 수립이 우선 △ 중앙 정부는 노후 상하수관로 대안 마련 △ 행정정보 공개와 시민 모니터링 통한 피드백 시스템 구축 등을 제안했다.
 
 염형철 수돗물네트워크 이사장이 27일 오후 서울역 대회의실에서 대한상하수도학회와 수돗물시민네트워크 주최로 열린 인천 수돗물 사태 재발 방지대책 토론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염형철 수돗물네트워크 이사장이 27일 오후 서울역 대회의실에서 대한상하수도학회와 수돗물시민네트워크 주최로 열린 인천 수돗물 사태 재발 방지대책 토론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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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 이어 발제에 나선 염형철 이사장은 수돗물 사태의 원인 진단을 제대로 하지 못해 엉뚱한 해결책을 내놓고 있다며 인천보다 서울에서 더 심각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염 이사장은 "어제 박원순 서울시장이 연내 138Km 노후 상수도관 전면 교체하겠다고 밝혔는데, 문래동의 수도 관로는 12년밖에 안 된 것"이라면서 "물론 그 관로에도 노폐물이 심각하지만 그건 관로가 낡아서가 아니라 관리를 잘 못해서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염 이사장은 "서울시가 수돗물 사태 발생한 뒤 수질 측정값을 제대로 공식 발표한 적이 없다"면서 "박 시장은 수질이 안정화되고 있다고 하지만 안정화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환경부 장관도 인천만 비판하는데, 그동안 환경부는 무엇을 했는지 되묻고 싶다"면서 "예산의 60% 가량을 상하수도에 쓰고 있으면서도 환경부가 수돗물에 대한 제대로 된 관리나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고 질타했다.

염 이사장은 "이번 인천·서울의 수돗물 사태는 노후 관로만 교체하면 해결되는 문제가 결코 아니"라면서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100년 이상된 수도 관로를 쓰는 곳도 적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1990년대초 발생한 페놀 오염 사태의 충격이 이후 환경에 대한 인식과 정책에 큰 영향을 미쳤듯이 이번 수돗물 사태를 계기로 향후 수도와 물 정책이 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 발제를 맡은 구자용 교수는 "(염형철 이사장이 예로 든 미국 사례처럼) 관로를 100년 이상 사용하는 건 처리 약품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하면서도, 이번 수돗물 사태의 원인과 해결방안이 '노후 관로' 문제로만 인식되는 걸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구 교수는 "50대도 70대의 체력을 가진 이가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면서 "수도 관로도 '내용연수'보다는 '내구연수'를 따져보는 게 더 적절한다"고 밝혔다. '내용연수'는 감가상각의 기준으로 건물이나 기계 등 고정자산을 계속해서 쓸 수 있는 기간을 뜻한다. 반면, '내구연수(내구연한)'는 시설물로서 사용할 수 있는 연수 또는 그 기능을 상실할 때까지의 기간을 뜻한다.

구 교수는 "그런 의미에서 '노후관'이라고 부르는 것도 문제가 있다"면서 "예전부터 상하수도 학계에서는 '불량관'이라는 단어를 쓰자고 했다"고 밝혔다. 구 교수는 "노후 상수도관 관리를 잘 못하면 물이 새고 생산원가가 상승한다"면서 "그런데도 지난 2008년에 비해 2017년에는 전국 상수도 분야 직원 수가 약 15% 가량 줄었다"고 꼬집었다. 그런데도 수도관 길이는 꾸준히 늘어 직원 한 사람이 담당하는 수도관은 75.8%나 늘었다는 것이다.

인천 맘 카페지기 "토론자로 나섰지만 질문할 게 더 많다"
인천시 기조실장 "원인·문제점 100% 인정... 숨기는 건 없다"

  
 27일 오후 서울역 대회의실에서 대한상하수도학회와 수돗물시민네트워크 주최로 인천 수돗물 사태 재발 방지대책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27일 오후 서울역 대회의실에서 대한상하수도학회와 수돗물시민네트워크 주최로 인천 수돗물 사태 재발 방지대책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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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의 발제가 끝난 뒤에는 피해지역 주민인 맘 카페지기와 인천시, 환경부 등 관련 공무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토론이 이어졌다.

애초 인천의 수돗물 문제를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문제제기했던 너나들이 검단·검암맘 카페지기인 이수진씨는 "초반에는 (맘 카페가) 유난을 떤다고 비판을 많이 들었다"면서 "이 자리에 토론자로 나왔지만 사실 질문할 게 훨씬 더 많다"고 말했다. 그는 "수계전환 매뉴얼이 왜 안 지켜졌는지 지금도 의문"이라면서 "탁도계가 고장난 것도 왜 뒤늦게 알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수진씨는 "인천 서구는 54만 명이고 검단·검암은 20만명이 넘는다"면서 "물통도 물때가 끼면 닦는데, 왜 수도배관 청소는 법적 의무가 없다고 얘기하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한 신경을 내비쳤다. 그는 "우리(인천지역)의 고통과 피해가 헛되지 않도록 이번 사태를 계기로 수돗물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피해를 입었던 인천지역이 전국 최고의 수돗물 청정 지역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두 번째 토론자로 나선 이두진 한국수자원공사(k-water) 맑은물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낡은 노후관이 문제냐, 오랫동안 관리하지 않았던 관이 문제냐"고 질문으로 말문을 열었다. 이 연구원은 "하수처리장의 수질은 끝까지 관리하고 문제가 되면 즉각 조처를 취하는데, 먹는 물인 상수도는 정수장까지만 관리한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그 이후 관로는 실시간 관측도 안 되고, 계측에 문제가 발생해도 즉시 대응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수도)관로 세척을 법제화 하자는 주장은 맞지만, 우리나라에는 세척하기 어려운 관로가 많다"면서 "(관로 세척을 하려면) 시간과 돈이 많이 들고 단수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수도사업자들은 '중단없는 용수'에 대한 스트레스를 갖고 있다"면서 "제대로 된 관로 청소를 하려면 때로는 단수도 감내해줘야 하는데, 민원 발생 등으로 최대한 단수를 안 하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27일 오후 서울역 대회의실에서 대한상하수도학회와 수돗물시민네트워크 주최로 인천 수돗물 사태 재발 방지대책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27일 오후 서울역 대회의실에서 대한상하수도학회와 수돗물시민네트워크 주최로 인천 수돗물 사태 재발 방지대책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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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일 고려대 교수는 "이번 수돗물 사태의 책임은 상수도사업본부장을 직위해제하고 인천시장이 사죄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라면서 "진짜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시장이고, 그보다 더 큰 책임은 환경부와 예산을 책정하는 기획재정부에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상하수도 연구·개발(R&D)에 투자되는 재정이 매우 적고, 외국에 비해 수도요금이 싼 것도 바로 잡아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토론이 진행되는 동안 고개를 제대로 들지 못했던 김광용 인천시 기획조정실장은 거듭 죄송하다며 머리를 숙였다. 김 실장은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할지 많이 고민했다"면서 "지금까지 토론회에서 나온 원인과 문제점 지적을 100% 인정한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다만 한 가지 변명하고 싶은 건, '인천시가 (수돗물 사태와 관련해) 뭔가 숨기려고 하는 것 아니냐, 은폐하려고 하느냐'는 지적도 있는데, 결코 그런 일은 없다"고 덧붙였다.

김 실장은 "현재 인천시는 환경부, 수자원공사 등과 협력해 최우선적으로 수돗물 정상화 복구에 힘을 쏟고 있다"면서 "현재 상황은 정수장, 송수관로, 배수지 청소를 마무리했고 마지막 가정 등으로 가는 급수로 청소를 불록별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전문성 있는 인력 확보와 새로운 조직체계, 노후 관로 교체, 고도정수처리시설 등에도 최대한 신경을 쓰도록 하겠다"면서 초기 위기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에 대해 거듭 사과했다.

한편, 이번 토론회에 참석한 한명실 환경부 물이용기획과 서기관은 이번 수돗물 사태와 관련된 종합적인 백서를 7월 중에 발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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