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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으로 풀려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법행정권 남용, 재판 개입 등 '사법농단'으로 구속되었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2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재판부 직권보석 결정으로 석방되고 있다.
▲ 보석으로 풀려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법행정권 남용, 재판 개입 등 "사법농단"으로 구속되었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2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재판부 직권보석 결정으로 석방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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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22일 오후 6시 30분]

사법농단으로 구속된 지 179일 만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풀려났다. 조건부 보석을 받아들이지 않을 듯한 태도를 보였던 그는, 22일 서울구치소 문을 나설 때 옅은 미소를 지으며 "성실하게 재판에 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박남천)는 직권으로 양 전 대법원장의 보석을 허가했다. 8월 10일 아무 제약 없이 구속기한 만료로 풀려나기 전에 어느 정도 조건을 붙여 석방하겠다는 취지였다.

풀려난 그의 미소... "성실히 재판 응할 것"

오후 5시 5분, 노타이에 정장을 입은 양 전 대법원장이 서울구치소 밖으로 나왔다. 여유로운 표정으로 그는 취재진에게 "한창 재판이 진행 중이니까 제 신병 관계가 어떻게 됐든 달라진 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소송을 지연했다는 혐의를 두고는 "더이상 이야기하는 건 적절하지 않을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보석 허가 결정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 양 전 대법원장 주거지를 성남시 수정구 자택으로 제한하고, 법원이 도주 방지를 위해 행하는 조치를 받아들여야 하며 ▲ 그가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해서도 사건 관련 사실을 알고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 또는 그 친족을 만나거나 전화, 서신, 팩스, 이메일, 휴대전화, 문자 전송, SNS 등 어떠한 방법으로도 연락을 주고받아서는 안 된다고 정했다. 

또 양 전 대법원장은 ▲ 보증금 3억 원을 납입하고(단 배우자나 변호인이 제출하는 보석보증보험증권으로 대신할 수 있음) ▲ 법원이 정한 날짜와 장소에 반드시 출석해야 하며 ▲ 3일 이상 여행하거나 출국할 때는 법원 허가를 받아야 한다. 재판부는 이 조건들을 위반하면 보석을 취소하거나 보증금을 몰취할 수 있고, 양 전 대법원장에게 1천만 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그를 최대 20일까지 감치할 수 있다.

이날 법원의 보석 허가 결정은 오전 11시 50분쯤 알려졌다. 재판부가 이미 지난 19일 법정에서 "다음주 월요일(22일)에 결정을 하도록 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소식은 아니었다. 문제는 양 전 대법원장이 이 보석을 받아들이느냐였다. 

그의 변호인은 재판부가 직권보석을 언급하자 구속기한 만료가 다가온 만큼 구속 취소에 준하는, 불이익 없는 보석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가 보석 조건에 명시할 주거지나 보증인 정보를 제공해달라는 요청에도 "저희가 특별히 신청한 게 아니라 재판부가 직권으로 보석을 하는 것이니 재판부가 적절한 방법으로 확인하는 게 타당하다"고 하는 등 '조건부 보석 거부'를 시사했다(관련 기사 : 일찍 풀어준다는데도... '그런 보석 싫다'는 양승태의 억지 http://omn.kr/1k3ko).

MB보다 느슨한 조건... 외출 제한 등 빠져
   
보석 석방 소감 밝히는 양승태 사법행정권 남용, 재판 개입 등 '사법농단'으로 구속되었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2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재판부 직권보석 결정으로 석방되고 있다.
▲ 보석 석방 소감 밝히는 양승태 사법행정권 남용, 재판 개입 등 "사법농단"으로 구속되었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2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재판부 직권보석 결정으로 석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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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전 대법원장 쪽 '강경 발언'은 재판부의 결정에 반영됐다. 검찰은 이명박 전 대통령처럼 자택 구금 수준의 엄격한 조건을 요구했지만, 22일 법원이 내건 보석조건에는 외출 제한이나 지정기관의 상시감독, 보석 준수 회의 개최 등이 빠져있다. 재판부로선 양 전 대법원장이 보석을 거부하는 최악의 사태를 염려해 이 전 대통령보다는 느슨한 조건을 제시한 셈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아래 민변)은 양 전 대법원장 석방 직후 논평을 내 "본격적으로 증인신문이 시작되는 공판 단계에서 그가 불구속상태에 놓이게 되면서 향후 출석할 증인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여 증거 등을 인멸할 우려 등이 있다"고 했다. 민변은 '말 맞추기' 등을 방지하기 위해 양 전 대법원장이 주거지 제한, 사건관계자 접촉 금지 등을 잘 지키고 있는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그동안 구속을 빌미로 재판을 지연시킨다는 비판도 받아왔다. 변호인단은 접견 등을 이유로 기록 검토나 의견서 제출에 더 많은 시간을 요구했고, 양 전 대법원장이 풀려날 때까지 재판 진행을 늦추기 위해 불필요한 공방까지 만들어내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22일 기자들이 이 질문을 던지자 그는 "비켜주겠냐"며 취재진을 물리치고는 대기하던 차량에 올라탔다.

민변은 이 문제도 지적하며 '더이상 재판 지연이 없어야 한다'고 했다. 또 "재판부는 비록 양승태 피고인이 석방된 이후라도 재판의 장기 지연 우려가 현실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검찰도 앞서 양 전 대법원장이 풀려날 경우 원활한 재판 진행을 위해 주3회 기일을 잡아달라는 의견을 냈다. 재판부는 7월 넷째 주는 23일과 24일, 26일 세 차례 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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