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다양한 몸들과 함께 만드는 움직임교육연구소 '변화의 월담'.
 "변화의 월담" 리조 대표 "몸을 움직이고 몸이 좀 더 편안하고 자유로워지는 경험을 하고 나니, 좀 더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오는 걸 느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 인터뷰 ①편에서 이어집니다.)

- 변화의 월담은 단순 스포츠가 아니라 사회운동의 성향을 띠고 있는 것 같다. 몸을 움직이는 것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있나?
"우리 사회에서는 자기 몸을 부정하고 사회생활을 해야 하는 압박이 있다. '엉덩이가 무거운 것'이 미덕이고, 밤을 새우거나 장시간 일하는 게 '능력'이고, 특정 근육을 수축시켜 식스팩을 이루는 몸을 만들어야 한다.

많은 미덕과 능력들이 자기 몸을 파괴하고 부정하는 습관을 체화하거나 건강하거나 높은 삶의 질과 전혀 괴리된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일을 하든, 육아를 하든, 여가 활동을 하든,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고 호흡에 집중하든, 고통스러운 월경 첫날을 겪어내든 사람은 몸으로 살고 무언가를 하지 않나. 그러니 내 몸에 대해서 잘 알고, 내 몸을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타인을 대할 때도 어떤 도구로나 수단, 대상으로 대하지 않게 된다. 사회가 변하는 시작점이 된다.

사회가 어떻게 변해야 하나 이야기할 때, 기존 시스템에 대응하는 새로운 규칙이나 체계를 만들어내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기도 하지만, 나는 사람을 사람으로서 존중하는 '감각'을 회복하는 것을 우선 과제로 삼았다. 형언하기 어려울 때가 많지만 경험하는 몸은 먼저 알 수 있는 아주 근본적인 형태의 관계 맺기, 문화 형성의 작업이다. 몸을 움직이며 배우는 게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몸을 움직이며 깨닫게 된 것들

- 변화의 월담에 대한 설명에서 '정상성에 대한 도전'이라는 표현을 발견했다.
"그렇다. 변화의 월담은 근본적인 질문을 자주 던진다. 사람들은 어떤 정상성의 준거를 가지고 사람과 사물을 바라보는지, 다양한 사람들과 복잡한 세상을 어떤 이분법으로 판단하려 하는지 질문하는 것이다. 몸으로 이야기할 때는 언어로만 할 때 느껴지는 경직성을 풀 수 있다.

탈코르셋 담론을 예로 들 수 있을까. 탈코르셋이 여성 몸에 알게 모르게 강요된 코르셋, 유무형의 족쇄를 탈피하는 것인데, 이상하게 탈코르셋 자체가 어떤 획일화된 이미지와 실천 강령들을 낳는 아이러니를 목격했다. 브라를 하지 않거나 치마를 입지 않거나, 핑크색을 멀리하고 머리는 짧게 자르는 등 또 하나의 정언명령이 되어 의도치 않게 또 다른 프레임에 여성들을 붙잡아 놓는 것이다.

그렇지만 탈코르셋에 대해 우리의 몸을 억압하는 다양한 요소들은 무엇이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몸을 움직이고 몸이 좀 더 편안하고 자유로워지는 경험을 하고 나니, 좀 더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오는 걸 느꼈다. 아토피 상처가 심해서 긴 소매만 입었던 분이 짧은 소매 옷을 입는 것도, 뒤늦게 원피스가 참 편안한 걸 느끼고 치마를 즐겨 입기 시작한 것도 하나의 탈코르셋 이야기다.

나도 운동을 하면서 내 몸이 월경 주기를 탄다는 걸 받아들이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다. 군대처럼 맨날 같은 시간에 몇 시간씩 훈련하는 게 내 몸에 맞지 않았다. 내 몸은 주기를 타는 몸이고, 몸에 따라 기분도 변하고, 기분에 따라 몸 상태도 변하는 거다. '운동하는 여자/사람' '파쿠르 수련자' 따위의 이미지에 갇히지 않고, 다양한 몸의 변수들을 인지하고 포괄할 수 있는 교육 방법론과 체계를 찾는 게 나에게는 탈코르셋의 확장이라 할 수 있겠다."

- 그렇다면 여성의 몸의 주기, 상태에 따라 교육방식도 달라질까?
"여성뿐 아니라 참가자들의 몸의 맥락에 따라 움직임은 달라져야 한다. 파쿠르 교육을 하면서 느낀 점이기도 한데, 가르치는 사람 몸이 지도 방식의 기준이 되면 안 된다. 건장한 20대 남자 몸을 기준으로 교육하면, 다른 몸을 마주 대했을 때 충돌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계속 할 수 있다는 막연한 격려(혹은 푸시)와 자기 경험에 대한 믿음만 가지고 교육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 교육방식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감각을 가진 사람은 여러 불편함과 한계를 느낄 수 있다. 그런 분들이 안전한 장이라고 느끼는 곳을 찾아 월담에 올 때가 많다.

여자가 운동을 시작한다고 하면 사회적 편견에 부딪친다. 다이어트 목적이냐고 먼저 물어보며 접근하는 식이다. 각자 몸의 한계에 도전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론을 제공할 사회적 능력도 없다. 움직임 교육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끊임없이 다양한 경험과 실험, 배움을 해야 한다. 개개인의 우주에 맞는 언어, 접근방법을 제안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상황에서 두려움을 느끼는지, 힘든지를 알게 될수록, 타인에 대한 조심스러운 호기심과 섬세한 접근법도 생긴다."
 
 다양한 몸들과 함께 만드는 움직임교육연구소 '변화의 월담'.
 "변화의 월담" 리조 대표 "움직이는 건 곧 "살아있음"이다. 세포, 액체, 장기, 뼈, 근육 등 몸의 구성요소들이 움직이는 한 몸은, 존재는 변화하고, 회복하고, 살아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만약 건축가가 파쿠르를 경험한다면

- 리조의 야망은 무엇인가?
"나는 야망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다(웃음). 일차적인 고민은 어떻게 하면 내 몸이 지속가능한 일을 만들 수 있을까다. 앞으로의 바람 혹은 미션도 내 몸과 내 협력자들의 몸이 솔직해질 수 있고, 그걸 통해 일이 지속가능해지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 그 일은 '직업(job)'을 말하는 건가?
"작업, 직장 다 아우른다. 지속가능한 일터는 몇 년째 학계, 산업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화두인데, 서서 일할 수 있는 책상과 모니터 스탠드를 들여놓고는 별 진전이 없다. 몸에 대한 탐구가 바탕이 돼야 하고, 실천적 상상력, 실험이 계속 일어나야 한다.

예를 들어 다양한 자세 변화와 움직임을 촉진하거나 바이오리듬을 존중할 수 있는 업무 문화와 환경을 조성하는 것, 목과 상체를 경직되게 하고 호흡과 소화를 방해하는 회의 방식의 변화 등을 고민해야 한다. 건축가, 관료들이 파쿠르를 경험한다면 공간 디자인이나 도시 설계가 어떻게 달라질까 또한 상상해본다. 사람의 몸과 놀이를 더 고려한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움직이는 건 곧 '살아있음'이다. 세포, 액체, 장기, 뼈, 근육 등 몸의 구성요소들이 움직이는 한 몸은, 존재는 변화하고, 회복하고, 살아있다. 사람 몸이 여러 변화에 대응하고 회복하는 본연의 능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장려하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한다. 그게 내 비전이 아닐까. 디자인적으로, 공학적으로, 문화적으로 풀어나가기 위해 여러 공부와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그것을 변화의 월담 교육장에서 차차 풀어나갈 것이다."

- 마지막으로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 
"당신 몸은 항상 옳다고 말하고 싶다. 몸으로 아는 것, 피부로 느끼는 앎. 그게 가장 확실한 형태의 '앎'인 것 같다. 가끔 머리는 몰라도 몸은 먼저 아는 것들이 있다. 몸은 늘 신호를 보낸다. 아프다거나 경직된다거나, 호흡이 희미해진다거나, 힘을 받는다거나, 몸이 신기하게 흐르는 느낌이라거나 등. 몸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 어떻게 몸의 소리에 귀 기울일까?
"여유가 필요하다. 그 여유는 물리적인 시간과 환경도 중요하지만, 그걸 또 초월할 수 있는 '관계'에서 나온다.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사람'에 대한 사랑이 순환하는 관계. 종종 자신 스스로를 먼저 사랑하라고들 이야기하지만, 사랑을 받아야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도 알게 된다고 생각한다. 관계를 통해 다양한 형태와 방식의 사랑을 배워갈 수 있다."

- 앞으로의 활동 계획도 궁금하다.
"8월에 여러 활동이 있다. 2030 활동가들이 몸의 움직임과 언어로 꾸리는 청소년 페미니스트 캠프, 발달장애청소년들과 부모님들과 함께 하는 워크숍,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작품 주제들과 관련해 몸으로 하는 워크숍을 같이 해 보기로 했다. 예를 들면 디지털과 여성의 몸이 주제라면, 그걸 주제로 몸을 움직이고 대화를 나누는 세션을 꾸리게 될 것이다. 내가 어떤 이야기를 전파하기보다는 다양한 몸들의 이야기들이 모여 함께 연대할 수 있는 장을 기다리고 있다."


그녀들을 '파쿠르 하는 여성들'이라 명명하고 싶지는 않다. 위험한 스포츠를 즐기는 여자라는 이미지로 소비시키고 싶지 않았다. 한 문장으로 정리될 수 있는 이야기는 얼마나 쉽고, 또 그만큼 위험한가. 보다 정확한 인터뷰를 하기 위해 우리는 서면으로, 영상통화로 다시 만났다. 해외에서도 인터뷰를 위해 기꺼이 여러 번 시간을 내준 리조 대표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움직이는 여자들을 상상해 본다. 지난 주말에 한 조기 축구 때문에 무릎에 상처가 난 여자, 파쿠르를 배우다 팔에 시퍼렇게 멍이 든 여자, 겨드랑이 털을 기른 여자, 커다란 핑크색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도심 속을 달리는 장면을. 리조의 말대로 페미니스트들이 몸을 움직이는 법을 즐겼더라면 어땠을까 상상해 본다. 좋은 상상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글로 밥 벌어 먹고 사는 프리랜서 작가 딴짓매거진 발행인

네트워크부 에디터. "쓰는 일에, 그렇게 해서 당신을 만나는 일에 나는 어느 때보다 욕심이 생긴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