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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빈
 김영빈
ⓒ 이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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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학동 서당의 풍월을 오래 들어왔을 테니
지리산이 붓글씨를 쓴 대도 이상할 게 없다
머리 위 하늘에 힘주어 쓴 '뫼 산' 한 글자
제 이름 석 자를 쓸 날도 멀지 않아 보였다
- 김영빈 '붓글씨'
 
2017 제3회 이병주하동국제문학제 디카시공모전 최우수작이다. 왜 디카시인가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사진 없이 문자만 읽으면 이건 시적 완결성을 지니지 못한다. "머리 위 하늘에 힘주어 쓴 '뫼 산' 한 글자"라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도 알 수 없다. 포토포엠과는 달리 사진에 시를 엮은 것이 아니라 사진과 문자가 한 덩어리로 시가 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를 이 디카시는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구름이 뫼 산 자 모양으로 지리산 정상에 떠 있는 걸 시인은 지리산이 청학동 서당의 풍월을 오래 듣고 붓글씨를 쓴 것이라고 언술한다. 지리산에 뫼 산 자 모양의 구름을 보면서 순간 지리산이 쓴 붓글씨이고, 그건 지라산이 청학동 서당의 풍월을 오래 들어서 그런 것이라고, 나아가 지리산이라는 자기 이름도 쓸 날이 멀지 않았다고 시인 자신의 견해를 피력한 것이다.

이 디카시는 사물을 주관적으로 인식하고 해석하는 바, 그것이 보편성을 획득함으로써 무릎을 치게 만든다. 아무도 잠시 떠 있는 구름을 뫼 산 자로 읽어 주지도 않았을뿐더러 그것을 청학동 서당과의 관계성으로 풀어내지는 않았지만, 오직 김영빈 시인이 그걸 포착한 것이다. 그렇지 않았으면 금방 구름은 흩어져 무의미한 존재로 돌아갔을 터이다.

디카시는 사물과 부딪치는 즉흥적 감흥을 스마트폰 디카로 찍고 써서 표현하는 극순간의 멀티 언어 예술이어서 순간의 느낌이 일반 문자시보다 더욱 중시된다. 사물에서 받는 특별한 감흥 그 자체가 영상과 함께 시가 되는 것이 디카시다. 그런 측면에서 디카시는 문자시의 미학과는 분명히 다르다 할 것이다.

디카시는 발견의 시학이라 해도 좋다. 일상에서 특별한 의미를 포착해내는 것으로 관습적 의미 체계를 깨트려 사물을 새롭게 재인식하게 만든다. 지리산 위의 떠 있는 일상의 구름을 김영빈 시인은 재해석하고 그것도 지리산의 청학동 서당과 재코드화함으로써 독자들의 무릎을 치게 만드는 신선한 인식을 선사한다. 이것은 영상 이미지가 동반함으로써 가능한 새로운 감각이다.

구름을 지리산이 쓴 글씨라고 초점화

디카시는 문자시의 다층적 코드가 제공하는 심오한 철학적 깊이나 인식의 틀보다는 촌철살인의 순간적이고 기발한 착상을 초첨화하여 강렬한 정서적 임펙트를 준다., 김영빈의 디카시 <붓글씨>는 디카시로는 언술이 비교적 긴 편이지만 그렇다고 문자시처럼 복잡한 코드로 이미지를 확장하기보다는 구름을 지리산이 쓴 글씨라고 초점화라는 쪽으로 구조화하는 것으로 그친다.

이 디카시는 사물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해석 그 자체를 보여줄 뿐 무슨 대단한 시적 메시지를 따로 준비해주는 것은 아니다. 이 디카시는 사물을 영상으로 가져와 그것을 새로운 사물로 재해석해주는 것만으로도 매혹적이다.
 

덧붙이는 글 |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디지털카메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을 포착하여 찍은 영상과 함께 문자를 한 덩어리의 시로 표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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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로서 계간 '디카시'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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