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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고 말하고 꿈꾸는 여성들이 늘어나는 시대, 우리에게는 더 많은 롤모델이 필요합니다. '야망 있는 여자들을 위한 비밀사교클럽'은 사회 곳곳에서 자기만의 영역을 구축하며 마음껏 야망을 품고 살아가는 30대 이상 여성들을 인터뷰합니다.[편집자말]
전문직. 소위 '사'자가 들어가는 직업을 가진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있다. 고소득, 안정성, 사무직, 야망. 하여 언젠가 전문직에 종사하는 여성을 만나 묻고 싶었다. 이 사회에서 일하는 여성이 살아남으려면 역시 전문직뿐이냐고. 

그러나 '야망 있는 여성을 위한 비밀 사교클럽'이 여덟 번째로 만난 김민아 노무사의 삶은 전문직에 따라오는 많은 키워드와 거리가 멀어 보였다. 야망을 제외하고 말이다.
   
법무법인 도담의 김민아(만 40세) 노무사는 노동교육센터 늘봄을 운영하며 사용자와 노동자에게 노동법 강의를 한다. 2007년부터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노무사로 일하면서, 그는 한 번도 사용자를 대리해서 일한 적이 없다. 그는 이력 대부분을 노동조합 안에서 쌓았다. 건설노조와 언론노조. 언뜻 남성 위주의 거친 분위기가 상상되는 곳이다. 전문직이라기보다는 사회적 활동가로 보이는 사람. 아직도 노동자 편에서만 일하는 김민아 노무사를 지난 6일 만나 노동과 여성에 대해 물었다.   

전문직이기는 하지만 키워드가 다른
  
 노동교육센터 늘봄 김민아 노무사
 노동교육센터 늘봄 김민아 노무사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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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교육센터 늘봄의 센터장이다. 2018년에 늘봄을 열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십년 넘게 노무사로 일하다 보니 알게 된 게 있다. 노동자고 경영자고 다들 노동법에 대해 너무 모른다. 학교에서 배운 적이 없지 않나. 지금도 중·고등학교에서 1년에 한 번 특강이 있을까 말까 할 정도다. 나도 대학 때 법학 전공이었는데 노동법은 선택과목이었다. 직장을 다니게 되든 내 사업을 하게 되든 반드시 알아야 하는데 다들 노동법에 대한 아무런 지식 없이 그냥 사회로 나온다. 앞으로 회사를 경영하실 분들이 경영학 공부할 때 노동법도 필수로 공부했으면 한다."

- 구체적으로 무엇을 교육하나.
"처음엔 '맛있는 노동법'이라고 해서, 일반 직장인에게 식사를 대접하며 노동법을 교육하는 프로그램부터 시작했다. 2018년부터 했는데 모집이 어려웠다. SNS에 광고를 올릴 때마다 '좋아요'는 엄청나게 눌렸다. 수천 명이 봤지만 신청은 별로 안 했다. 막상 노동법 교육을 받기로 결심하기엔 어려운 거다. 노동법을 알아도 내가 실제로 직장에서 요구할 수 있을까 싶은 우려가 아닐까. 어쩌면 아는 게 더 고통스러워서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나중엔 사용자 교육을 해야 하나 고민했다. 그들에게 법을 지키라고 해야 하나 싶었다. 그래서 소셜벤처, 사회적기업처럼 스스로 사회적 가치를 지향하고 있는 기업에 가서 강의했다. 나는 법을 모르니까, 열악하니까, 우린 다 동료니까, 친구처럼 일하니까, 동아리니까. 

그런 이유로 누가 누군가의 권리를 침해하지는 않았는지 알려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반응도 좋았다. 지금도 서울 성수동에 있는 '위커넥트(경력보유여성을 위한 채용 플랫폼)'랑 주기적으로 만나서 교육한다. 나이 많은 사장님보다 젊은 사장님들이 습득도 빠르고 필요성도 더 느낀다." 

- 대학생 때부터 학생회 활동을 활발히 했다고 들었다. 한 번도 사용자를 대리해서 일한 적이 없다는 이야기도 전해 들었다. 이렇게 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소위 '운동권'인가.
"세상에 나와 보니 공부 좀 잘했다고 차별이 없는 건 아니더라. 가만히 있으면 부당한 일을 당하는 상황에 노출된다. 그럴 때 가만히 있지 않는 태도를 취하는 걸 '운동권'이라고 한다면 운동권 맞다. 성격적으로 화가 많아서 그렇게 보이나?(웃음) 내가 분노가 좀 많다. 그게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은 게, 그럴 때 일을 더 잘하더라. 억울하면 일을 잘한다. 그 일을 해결해야 한다는 의지가 높아진다. 
  
 노동교육센터 늘봄 김민아 노무사
 노동교육센터 늘봄 김민아 노무사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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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착한 사람이라서 이렇게 사는 게 아니다. 억울한 사람이 화를 내면 같이 화가 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울고 있는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역할을 자처하지는 않는다. 울다가도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언가 행동하려고 하는 사람의 편에 선다. 그래서 누가 억울하다고 찾아와도 원하는 게 정확히 뭐냐고 물어본다. 무엇을 원하는지 마음을 먼저 확인하고 내 도움이 필요하다면 함께 한다."

노동자의 편에서만 일한다는 것. 낭만적으로 들리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을 것 같았다. 사용자를 대변해서 일하는 것보다 수익도 적지 않았을까. 전문직이라기보다는 활동가라고 봐야 하는 게 아닌가. 그런데도 계속 노동자를 대변해서 일하는 이유가 무엇일지 궁금했다. 

- 한번도 사용자측을 대리한 적이 없다고 들었다.
"노동조합에서 노무사를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노무사 대부분이 사용자 쪽 사건을 많이 담당한다."

- 노무사로서의 첫발도 노동조합에서 떼었다는 점이 독특하다.
"26살이었을 때 노동조합에서 일을 처음 시작했다. 건설 현장에 계신 노동자분들로 구성된 건설노조였다. 타워크레인 기사님, 덤프 운전하시는 분들, 목수, 용접공, 페인트공 등 주로 나이 많은 남성이라 처음엔 대하기도 어려웠다. 이전에 직장생활 한 것도 아닌데 내가 그때 뭘 알았겠나. 내가 법을 좀 안다고 해서 법을 운운하는 것도 현장에 맞지 않았다. 이분들은 몸으로 투쟁할 수밖에 없다.

물리적인 투쟁을 하는 이유가 있다. 일하던 건설 현장이 끝나면 자기를 고용하던 사장님이든 뭐든 다 없어지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에 신고하고 법원에서 소송하는 게 쉽지 않은 것이다. 어느 세월에 노동부 가서 임금이 체불됐다 신고하고 기다리고 법적 절차를 밟겠나. 그러다 보니 물리적 투쟁을 하는 거다. 그런 활동을 지원하다 보니, 노동법보다는 형법을 공부하게 되는 기이한 경험을 했다."

지금도 노동법이 노동현장에 딱 들어맞지 않는데, 앞으로 노동 형태가 변하면 법과 현실의 괴리는 더 커지지 않을까? 평생 직장의 개념이 사라지고, 모두가 'N잡러'이자 프리랜서가 될 거라는 미래학자들의 전망도 있다. 그런 미래에서는 노동자의 권익이 어떻게 보호될 수 있을지 궁금했다.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새로운 노동법이 필요할 것이다. 마침 김민아 노무사는 생존, 그 이상을 꿈꾸는 20·30대 노동 이야기를 다룬 <자비없네 잡이없어>라는 책의 공저자였다. 

노동조합이 꼭 하나의 모습일 필요는 없다
 
 노동교육센터 늘봄 김민아 노무사
 노동교육센터 늘봄 김민아 노무사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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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30대 세대 노동을 다룬 책에 공저자로 참여했다. 어떤 이야기를 담았나.
"<자비없네 잡이없어>는 당시 희망제작소의 황세원 선임연구원 제안으로 함께 작업한 책이다. 과연 이 시대에 '좋은 일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에서 시작했다. 대기업 정규직이 되는 것이 누구나 원하는 일 맞나, 대기업 정규직이 아니면 또는 취업 상태가 아니면 루저인가. 

실제로 들여다보면 요즘 대기업들도 이직률이 높다. 삼성도 이직하는 사람들을 관리하기 위한 고민을 할 정도다. 어렵게 공부해서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입사하지만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던 일의 과정, 보상, 조직의 모습이 아닌 것이다. 

사람마다 원하는 일의 모습, 일의 대가, 보상이 다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돈 많이 주고 정년만 보장되어 있으면 직장에서 다른 어떤 조건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프레임에서 좀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그 책을 만들면서 좋은 일에 대한 정의,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생각이 좀 바뀌었다. 어쩌면 대기업 정규직 노동조합 간부들을 중심으로 만나는 직업이었다 보니 더 나은 노동조건이란 임금인상이나 정년보장으로 한정되어 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 20·30대 세대가 주류가 될 때, 앞으로 노동 형태는 어떻게 변할까.
"산업의 변화에 맞춰 고용 방식이 더 다양해질 것 같다. 지금처럼 고정된 틀의 조직이 유지비용이 많이 든다고 생각할 수 있다. 고용관계인지 협업관계인지 확실하지 않은 관계들, 다양한 일을 한꺼번에 하는 N잡러 등 다른 방식의 노동이 등장할 것 같다."
 
- 그렇다면 그들을 위한 노동법이 준비돼 있을까? 

"노동법은 고용된 사람과 고용한 사람 사이의 관계를 규정하는 게 먼저다. 사업장이 있어야, 그 단위를 기준으로 노동법을 적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업장에 노동자가 5명 이상일 때와 300명 이상일 때 어떤 법이 어디까지 적용되는지가 다르다.

지금처럼 직접 고용된 정규직의 형태가 주류가 아니라면, 노동법이 새로운 지점을 고민해야 한다. 사용자와 노동자의 관계가 다층적일 수 있는데, 이것은 실제로 책임질 수 있는 사용자와 열악한 조건으로 일하는 노동자와의 관계가 더 멀어지게 되는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 그게 과연 지금의 노동법으로 해결될까에 대해 문제의식이 있다."

- 노동 형태가 많이 바뀌어도, 여전히 노동조합이 필요할까?
"책에서도 말했지만 여전히 청년들의 집단화된 힘이 필요하다. 노동 문제는 혼자 해결할 수 없다. 권리를 가지려면 조직이 필요하고, 노동조합이야말로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안정적인 조직이다. 사실 노동조합은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꼭 기존에 40·50대가 주도하는 노동조합 틀 안에 갇힐 필요 없다. 20·30대가 원하는 모습으로 만들고, 가입해서 공유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면 된다."

(* 김민아 노무사 인터뷰 ②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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