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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적으로 청산해야 할 적폐가 있지만, 국민의 약 70%가 거주하는 아파트의 적폐도 만만치 않습니다. 경험해보니 국가 적폐보다 마을(아파트) 적폐의 청산이 더 힘들게 느껴집니다. 4년간 아파트 회장을 하면서 겪었던 파란만장한 경험과 성취한 작은 성공의 이야기들을 시민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 기자말

2016년 9월 30일, 부정한 방법으로 선관위를 장악한 저들은 나의 '회장'직이 아니라 '동대표'직 해임을 향해 질주했다. 동대표 해임의 첫 단계는 내가 사는 동의 입주민 1/10의 해임동의서를 받는 것인데, 저들은 또다시 경비원을 통해 해임동의서를 받으려 했으나 입주민의 제보와 나의 제지로 실패했다. 그러자 저들은 자기들이 직접 동의서를 받으려 하였다.

하여 나는 내가 사는 동 주민들에게 저들의 만행을 알리고 해임동의서에 서명해 달라는 부탁에 응하지 말 것을 부탁하기 위해 만든 유인물을 들고 90세대 전체를 방문했다. 문을 열어주고 무심하게 유인물을 받아든 입주민도 있었지만, '어떻게 되어가는 거냐' '저들은 왜 남기업을 자르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거냐' '힘들어서 어쩌냐'며 질문을 하고 위로를 전하는 입주민도 있었다. 이런 입주민에게 나는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친절하게 하나하나 설명을 했다. 그러나 마음이 놓이진 않았다.

아버지 상(喪) 중에도 해임 걱정을 해야 했던 비참함
  
  부친이 돌아가셨다. 슬픔이 나를 뒤덮었다. 상주로서 장례 절차를 밟아야 하는 상황에서도 나는 해임을 걱정해야 했다.
  부친이 돌아가셨다. 슬픔이 나를 뒤덮었다. 상주로서 장례 절차를 밟아야 하는 상황에서도 나는 해임을 걱정해야 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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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 27일 갑자기 부친이 돌아가셨다. 슬픔이 나를 뒤덮었다. 상주로서 장례 절차를 밟아야 하는 상황에서도 나는 해임을 걱정해야 했다. 장례를 마치려면 최소 1주일 이상은 걸리는데, 내가 상(喪) 중이라는 걸 저들이 알면 내가 없는 틈을 이용해서 해임투표를 밀어붙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불안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겠냐고 생각하겠지만, 내가 경험해본 적폐 세력들은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위인들이었다.

장례 이튿날이 마침 결재일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상복을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단장을 한 후 직접 차를 몰고 관리사무소로 갔다. 관리사무소에 도착한 나는 아무 일 없는 것처럼 결재 서류를 검토하고 경리에게 몇 가지 질문, 확인한 후 결재를 마치고 관리사무소를 조용히 빠져나와 차를 몰고 장례식장으로 돌아왔다. 다행히 저들은 눈치채지 못했다.

장례식장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눈물이 마구 쏟아져 운전하기가 힘들었다. 아버지를 잃은 슬픔도 컸지만, 한편으론 이런 상황에서까지 해임을 걱정해야 한다는 내 신세가 비참하고 처량했기 때문이다.

또다시 가처분 신청
  
2016년 9월 30일 선관위원 부정 추첨을 현장에서 목격한 6명의 지원자는 분노했다. 특히 이들은 추첨함에 몇 장의 표가 남아 있는지 확인하자는 요구를 뿌리치고 남아 있는 표를 찢어버린 관리소장의 만행에 치를 떨었다. 분개하던 그들은 결국 부정 추첨을 통해 선관위원으로 위촉된 그 노인의 직무를 정지시키는 가처분 신청을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다행히 지원자 중 한 명이 당시 추첨상황을 핸드폰으로 녹화했다. 영상에는 당첨 표를 뽑은 노인이 한 손에 무엇인가를 쥔 채 추첨함에 손을 넣는 장면이 고스란히 들어 있었다. 추첨 전에도 그 노인의 얼굴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가처분 재판에서 지원자 대표는 동영상을 상영하면서 설명했고, 결국 2016년 11월 3일에 노인의 선관위원 직무가 정지되는 판결이 내려졌다.

이렇게 해서 저들의 불법적 선관위 장악도 실패로 돌아갔다. 처음에는 남기업의 회장직을 해임하려고 하다가 법원과 수원시의 저지로 못 하게 되자, 동 대표직을 날리는 작전으로 변경해 선관위원 부정 추첨과 경비원을 통해 해임동의서를 받으려 했으나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이것이 2016년 1월에서 11월 초까지 무려 10개월 동안 진행된 일이다.

회의 때 괴롭혀서 쫓아내기

회장이든 동대표든 해임투표라는 공식적인 절차를 통한 남기업 자르기가 실패하자 저들은 '괴롭혀서 쫓아내기'에 돌입했다. 매월 1~2회 열리는 입주자대표회의에서 모욕을 주면 그만둘 것이라는 작전이다. '남기업 저 친구 가만히 보니 하는 일이 매우 많네', '괴롭히면 분명히 때려치울 거야', '뭐 돈 때문에 회장에 나선 것도 아닌 거 같은데 버틸 이유가 있겠어?'라고 생각한 듯했다.

선봉에 선 행동대장은 해임을 주도했던 감사였고, 적폐의 몸통과 관리소장은 이 모든 일의 기획 및 감독으로 보였다. 본래 감사의 역할은 입주자대표회의가 의결한 사항을 관리사무소가 규약에 맞게 잘 집행하고 있는지, 입주민들의 민원을 잘 처리하고 있는지를 감시하는 것인데, 그 감사는 '남기업 괴롭히기'에 올인했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간판.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간판.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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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말도 안 되는 걸 가지고 나에게 검찰 취조하듯 몰아붙이기 일쑤였다. 그런 식의 질문을 중단해 달라고 요청하면 다른 사람들이 벌떼처럼 일어나 왜 사회를 그렇게 보냐며 삿대질을 해댔다. 그는 또 회의 때마다 나를 '남씨'라고 불렀다. 나를 회장이라고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공식회의이니 직함을 불러 달라고 요청하면 "남씨를 남씨라고 부르는 게 뭐가 잘못되었냐?"며 비웃었다. 적폐 세력들은 감사의  언행과 나의 당황함을 보면서 깔깔대며 웃었다.

그 감사만 그런 게 아니었다. 또 다른 감사는 발언하다가 갑자기 내 쪽으로 뛰어와서는 멱살을 잡으며 위협하기도 했다. 어떤 때는 발언하는 나를 향해 혀를 날름거리며 조롱하기도 했으니, 저질도 이런 저질이 없다.

적폐 세력의 하수인이 되어버린 80세의 동대표도 있었다. 그 노인은 말도 안 되는 내용을 큰소리로 장황하게 말하다가 회의 자료를 내 쪽을 향해서 던지는 것이 주특기였다. 자료를 던지지 말고 발언을 줄여달라고 요청하면 그들은 노인을 폄훼한다며 나를 공격했다. 그 노인은 가끔 회의를 마치고 돌아가는 나의 뒤를 쫓아와 손으로 등짝을 후려치기도 했다. 관리사무소에서 결재하다 가끔 만난 그 노인이 내게 "나는 밥 사주는 사람이 좋더라"라고 해서 밥을 사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해보았지만, 그의 만행은 그치지 않았다.

그들 중엔 내가 아는 60대 초반의 여성도 있었다. 같은 동 같은 라인에 살았던 적이 있었고 회장이 되기 전에는 오가다 만나면 서로 인사도 하는 사이였다. 나는 그가 저들의 일원이라고 하더라도 최소한 회의에서는 공격하지는 않을 거로 생각했으나 그건 내 착각이었다. 그녀의 주특기는 회의하다가 벌떡 일어나 "야, 네가 회장이야, 똑바로 해"라며 호통을 치는 것이었다.

이 모든 것을 기획하고 역할을 분담시킨 것으로 보이는 적폐의 몸통은 회의가 이렇게 아수라장이 되는 게 나 때문이라며 점잖게(?) 쏘아붙였다. 내가 회의를 편파적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회의가 개판이 되었다는 것이다. 자기가 회장을 할 때는 모든 동대표의 의견을 존중해줬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저주 기도를 드리다

이렇듯 회의는 거의 짐승의 시간이었다. 저들은 경쟁적으로 나를 모욕하고 위협했다. 내가 곤혹스러워하면 자기네들끼리 낄낄대며 비웃었다. 십자가에 매달리는 기분이었다.

이렇게 3~4시간 동안 회의에서 시달린 후 집에 돌아가면 회의의 잔상 때문에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때마다 거실로 나와 성서를 읽으며 기도했는데, 기도의 내용은 거의 저주(?)에 가까웠다. 특히 구약성서의 시편을 많이 읽었다. "저들의 아내가 과부가 되게 해주십시오" "저들의 자녀가 고아가 되게 해 주십시오" 라는 시편의 기도문대로 기도를 드렸다. 그러나 절망스럽게도 저들의 모욕과 능멸의 정도는 커져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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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자유연구소(landliberty.or.kr) 소장. 토지 불로소득을 완전히 환수하는 토지공개념과 기본소득, 그리고 통일을 염두에 둔 대안 국가모델에 관심을 갖고 연구와 운동을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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