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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첫째 주에 옥상집으로 이사했다. 비록 얼마 지나진 않았지만 40년 넘는 아파트 생활에서 얻지 못한 경험을 맛보고 있다. 그 이야기를 남기고 싶어졌다. - 기자말

[이전기사]강남 → 목동 → 분당 아파트... 지금은 옥상집에 삽니다

"어느 아파트에 사시죠?"

분당에 산다고 하면 꼭 듣게 되는 말이다. '분당'하면 떠오르는 게 아파트이긴 하지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주거 형태로 아파트가 자리 잡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통계를 보더라도 그렇다. 국토개발부 '주거 실태 조사'에 의하면 한국은 아파트가 전체 집 가운데 약 50%를 차지한다. 통계청 '인구 총조사'를 보더라도 아파트에 거주하는 가구는 52%가 넘는다. 인구로 따지면 60%에 육박한다고 한다.

대한민국에서 아무리 아파트가 많고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이 다수라 해도, 나머지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은 아파트 아닌 곳에서 산다. 하지만 얼마 전 아파트 아닌 다세대 주택을, 그것도 옥상층 집을 구하면서 아파트 중심으로 흘러가는 부동산 문화의 현실을 자주 경험했다. 
  
10년 가까이 가게 앞을 오가며 낯이 익은 동네 부동산을 찾았다. 옥상이 있는 꼭대기층 또는 복층형 다세대 주택 매물에 대해 상담받을 계획이었다. 이왕이면 조용한 동네였음 좋겠다는 희망사항도 덧붙였다. 그러나 부동산 사장의 첫 대답은 예상과 달랐다.

"아파트에 살던 사람들은 불편해서 못살아요. 비슷한 예산이면 그냥 아파트에 사세요."

그는 단호했다. 아파트 단지에 자리한 부동산 업소들은 아파트만을 다룰 거라며, 아파트 아닌 집을 볼 거면 포털 부동산 사이트에서 찾아보라고 했다. 그러고는 빌라, 혹은 다세대 주택의 단점을 쭉 늘어놓았다. 교통도 불편하고 편의 시설도 부족할 거라는 말이었다. 그는 모든 걸 아파트 단지와 비교했다. 불안과 공포를 부추기는 충고였지만 우리의 선택과 기준을 의심하거나 수정하진 않았다. 그런 불편함과 우려는 이미 각오하고 있던 바였다.  

산 너머 산... 집 구하기 참 어렵네  
 
다세대 주택 단지 아파트에 살던 사람은 다세대 주택에 살면 불편하다고 했다. 과연 그럴까?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 다세대 주택 단지 아파트에 살던 사람은 다세대 주택에 살면 불편하다고 했다. 과연 그럴까?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 용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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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사이트와 모바일 부동산 앱으로는 우리 가족이 원하는 집을 찾기 어려웠다. 간혹 옥상, 옥탑, 마당이라는 키워드로 내놓은 부동산에 연락해보면 마침 나갔다거나 사이트에 올린 설명과는 달랐다. 흔히 말하는 '미끼 매물'이었다. 그들은 부동산 사무실로 나오면 좋은 집을 볼 수 있다고도 했지만, 우리 가족이 내건 조건과는 너무나 다른 집을 권하기 일쑤였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발품을 팔기로 했다. 원하는 지역을 돌며 부동산 사무실을 방문한 것. 주택 단지에 자리한 그들에게서 다세대 주택의 장점도 들을 수 있었지만 단점과 우려도 곁들어 들어야 했다.
 
"왜 옥상에서 살려고 그래요? 여름엔 무지 덥고 겨울엔 또 얼마나 추운데. 그냥 다른 층으로 알아보셔. 좋은 물건 많으니까."


이 역시 각오한 바라서 우리를 흔들진 못했다. 그 와중에 우리의 이야기를 곰곰이 들어주고 적극적으로 알아보려는 부동산 중개인이 있었다. 우리는 그에게 모든 일을 맡겼다. 그는 다세대 주택 옥상에 집이 있는 물건은 많지도 않고 자주 나오지도 않는다면서 이리저리 뛰었다.

성실한 모습답게 그 중개인은 여러 집을 찾아내었다. 지역은 조금씩 달랐지만 모두 분당 어느 산 아래 동네였다. 다만 한 집은 너무 좁고 건물 자체도 큰 보수가 필요해 보여서 후보에서 제외했다. 남은 건 두 집이었다.

그런데 두 집 모두 문제가 있었다. 옥상 바로 아래층까지는 등기가 되어 있지만, 옥상 층은 미등기인 것. 다세대 주택의 경우 옥상을 주거 시설이 아닌 창고나 물탱크로 신고하고 건축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부동산 중개인은 '분명 문제가 있지만, 거의 모든 다세대 주택 건축 관행이 그렇고 대책도 있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걱정 안 할 수가 없어서 이리저리 알아보았다. 검사 출신 변호사 친구에게 물어봤더니 부동산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했다. 다른 신도시에서 부동산 중개 일을 하는 친구에게 물어보니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물어보라는 답이 돌아왔다. 믿을 건 인터넷밖에 없었다.

어느 부동산 고수에 의하면, 건물 자체가 주민등록을 할 수 있는 주택은 보호 장치가 있다고 했다. 등기가 안 된 층에 살더라도 주민등록을 이전할 수 있는 것. 주민등록을 할 수 있으면 확정일자를 받을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적용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원하던 집에서 살다
 
옥상에서 바라본 산 이사한 집은 분당 어느 산 바로 아래에 있다.
▲ 옥상에서 바라본 산 이사한 집은 분당 어느 산 바로 아래에 있다.
ⓒ 강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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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급한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하고 나서는 어떤 집으로 고르느냐를 두고 골몰했다. 두 집 모두 맘에 들었기 때문이다. 한 집은 디자인이 예쁘고 구조도 실용적이었다 다만 옥상이 좀 좁았다. 다른 집은 산 바로 아래 조용한 동네에 자리했고 옥상이 매우 넓었다.

난 아내에게 선택권을 넘겼다. 그녀는 구석구석 사진을 찍고 치수를 쟀다. 그리고 엑셀(excel)에 구조 그대로 그렸다. 집에 와서는 모든 가구의 치수도 재서 엑셀에 옮겼다. 아내는 소꿉놀이하듯 이래저래 구조를 옮겨가며 고민을 했다.  

그리고 후자로 결정을 내렸다. 산 바로 아래 동네의 옥상이 넓은 그 집이었다. 사실 나도 그 집으로 조금은 기울었었다. 내가 산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옥상이 넓기 때문이었다. 옥상 층 면적 절반이 집이고 나머지 절반이 마당이었다.

큰 문제들을 해결하고 나니까 또 다시 새로운 문제가 북상하고 있었다. 우리 가족이 이사하기로 한 즈음에 태풍 '링링' 소식이 들린 것. 태풍은 유례없는 바람과 비를 몰고 온다고 했다. 우리는 날짜를 당겨야 하나 미뤄야 하나 고민했다. 이삿짐센터에서는 이삿날 오전에 서둘러 마치면 괜찮을 거라 했다. 비가 내려도 꽁꽁 싸매니 걱정하지 말라면서.

그래도 걱정됐다. 가구가 젖으면 닦으면 되고 옷이 젖으면 말리면 되지만 책이 젖으면 어쩐단 말인가. 사실 난 이삿짐센터 직원이 한숨 쉴 정도로 책이 많다. 하지만 걱정한다고 해서 내릴 비가 피해가지는 않았다. 이사 당일 아파트에서 짐을 내릴 때는 날이 흐리기만 했지만 짐을 새 집으로 올릴 때부터 비가 억수로 내리기 시작한 것.

얄궂게도 짐을 다 옮길 즈음에야 비가 그쳤다. 책꽂이에 다시 꽂으며 살펴본 책들은 모두 무사했다. 홀딱 젖어가며 내 책을 지켜준 그분들이 고마웠다.
 
옥상에서 아침을 이사한 다음 날 아침 하늘을 보며 산을 바라보며 식사를 했다.
▲ 옥상에서 아침을 이사한 다음 날 아침 하늘을 보며 산을 바라보며 식사를 했다.
ⓒ 강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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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올라온다고 했지만 이튿날 아침엔 해를 볼 수 있었다. 옥상에 나가보니 공기의 냄새부터 달랐고 소리도 새로웠다. 눈을 감아도 산이 근처에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잠에서 깨자마자 밖으로 나와서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어서 좋았다. 아파트에서 창문을 연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우리 가족은 하늘을 보며 산을 바라보며 아침 식사를 즐겼다. 아직 정리하지 않아서 옥상이 휑 하지만 앞으로 차곡차곡 채워나갈 계획을 세웠다. 그렇게 우리는 아파트를 떠났고 옥상집 생활을 시작했다.

(* 다음 편에 계속)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강대호 시민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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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후반전을 위해 하프타임을 보내는 50대 남자. 월간문학 등단 수필가이자 동화 공부 중인 작가. 그리고 여러 매체에 글을 연재 중인 칼럼니스트.

네트워크부 에디터. "쓰는 일에, 그렇게 해서 당신을 만나는 일에 나는 어느 때보다 욕심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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