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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5 희망나무. 창동골목골목 어귀와 가게마다 작고 예쁜 화분과 나무들이 자태를 뽐낸다. 마산사람들이 3.15 마산의거를 기념하기 위해 십시일반 
기금을 모아 골목을 정원으로 만들어 가꾸고 있다.
 3.15 희망나무. 창동골목골목 어귀와 가게마다 작고 예쁜 화분과 나무들이 자태를 뽐낸다. 마산사람들이 3.15 마산의거를 기념하기 위해 십시일반 기금을 모아 골목을 정원으로 만들어 가꾸고 있다.
ⓒ 김숙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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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향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나도 고향 마산을 사랑한다. 오늘도 좋아하는 잡채를 먹으러 부림시장에 갔다. 시장에서 창동 쪽으로 나가는 길에 위치한 먹자골목에서는 저렴한 가격에 국수, 비빔밥, 잡채, 냉면 등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세월의 흔적이 켜켜이 내려앉은 도심의 전통시장은 지난해 새로 지붕을 얹었을 뿐 예전 모습 그대로이다. 유난히 손님이 많은 할매집에서 잡채를 먹었다. 할매집의 옛주인은 아들, 며느리에게 가게를 물려주고 지금은 일이 바쁠 때 간혹 나와서 도와주고 있다. 손님의 식성까지 꼼꼼하게 기억하고 살뜰히 챙기던 할머니가 그립다.

요기를 했으니 이제는 창동을 한 바퀴 돌아볼 차례다. 거리에 사람들이 제법 많다.
화려했던 창동을 기억하는 나로서는 어느 순간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 텅빈
거리를 보며 참으로 쓸쓸하고 가슴아팠다.
 
 창동 상상길. '세계인 이름길'이라고도 불린다. 2015년 한국관광공사가 벌인 한국의 아름다움을 상상해보자는 캠페인에 전세계에서 30여만 명이 참가했고 그중에서 선정된 2만 3천명의 이름과 국적이 바닥타일에 빼곡하게 새겨져 있다.
 창동 상상길. "세계인 이름길"이라고도 불린다. 2015년 한국관광공사가 벌인 한국의 아름다움을 상상해보자는 캠페인에 전세계에서 30여만 명이 참가했고 그중에서 선정된 2만 3천명의 이름과 국적이 바닥타일에 빼곡하게 새겨져 있다.
ⓒ 김숙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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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꼴드창동골목으로 들어서면 특유의 천진무구한 웃음을 짓고 있는 천상병시인을 만난다.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고 말하리라.'.. 그가 쓴 詩, '귀천'을 좋아한다. 마산이 고향인 그는 1993년(63세)에 소풍을 끝내고 하늘로 돌아갔다.
 에꼴드창동골목으로 들어서면 특유의 천진무구한 웃음을 짓고 있는 천상병시인을 만난다.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고 말하리라.".. 그가 쓴 詩, "귀천"을 좋아한다. 마산이 고향인 그는 1993년(63세)에 소풍을 끝내고 하늘로 돌아갔다.
ⓒ 김숙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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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1980년대, 마산에 한일합섬이 들어서고, 봉암동 갯벌 매립지에 자유무역지역이 조성되면서 창동은 경남 제일의 상권으로 부상해 전성기를 누렸다. 영화관이 10여 개에 이를 정도로 많았고, 서점, 주점, 음악다방, 카페, 먹자골목 등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거리가 많아 주말이면 서로 어깨를 부딪힐 정도로 거리가 인파로 북적였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지역의 대기업이 문을 닫거나 창원지역으로 이전해 가면서 쇠락의 길을 걸었다. 긴 침체기를 지나 2012년 도시재생사업이 진행되면서 마산창동은 다시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 창동예술촌이 조성되고 빈 점포에 예술의 생기를 불어넣고 스토리텔링 예술골목을 조성하면서 교통량과 사람들의 발길이 부쩍 늘어났다.

내 발걸음은 습관처럼 사거리 아래쪽에 있는 옛 명곡사 쪽으로 향한다. 지금은 악기점으로 바뀌었지만 학창시절, LP레코드와 CD를 사러 자주 들렀던 곳이다. 50년 가까이 자리를 지키던 가게는 지난해 문을 닫았다. 짐을 챙기던 주인장의 쓸쓸한 얼굴이 잊히지가 않는다.

문을 닫기 전 마지막으로 산 'Simon $ Garfunkle' CD는 요즘도 아름다운 화음으로 옛 향수를 달래준다. 마산 출신의 세계적인 조각가 문신선생의 '개미'를 형상화한 작품이 서 있는 창동예술촌골목으로 들어서서 아고라광장을 지나면 헌책방, 영록서점이 있다. 백만 권의 장서와 빼곡하게 꽂힌 LP레코드를 둘러보며 대학 시절 청계천 헌책방을 뒤져 읽고 싶은 책을 찾았을 때의 기쁨을 떠올린다.

오래된 책에서는 그윽한 향내가 난다. 정물처럼 앉아있는 주인장에게 인사를 하고 골목을 나와 60년 동안 마산과 함께한 고려당 빵집에 간다. 늘 사람들로 북적이는 고려당에 올 때마다 신나고 즐겁다. 바로 곁에 '파리OOO'가 있지만 마산사람들은 고려당에서 빵을 산다.

나도 즐겨먹는 고구마빵을 산다. 250년 골목에 있는 복희집에서 냄비우동을 먹고 때로는 삐걱거리는 낡은 계단을 올라가 오래된 칵테일바 '해거름'에 들른다. 이곳에서 진토닉 한 잔 마시며 내가 적어준 신청곡을 보고 주인장이 LP레코드를 찾아 들려준다. 나나무스꾸리의 청량한 목소리에 제대로 힐링이라는 걸 하기도 한다.

창동은 내게 첫사랑과 같은 곳이다. 다시 돌아갈 수는 없지만 늘 그립다. 마치 어릴적 친구들과 숨바꼭질을 하듯 골목 여기저기를 살피고 거닐며 바쁜 일상에 쉼표를 찍는다. 마산예술촌 흔적골목, 에꼴드 창동골목, 문신예술골목, 쪽샘골목, 고갈비골목, 먹자골목까지. 매번 예스럽고 오밀조밀한 매력에 빠져든다.

1760년 마산에 조창(漕倉)이 생기면서 형성된 250년 골목 중 현재 그 일부가 원형 그대로 남아 있어 소중한 역사문화적 자산이 되고 있다. 누군가는 낡고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따뜻하고 사람 냄새 나는 이곳이 거센 발전의 물살에도 살짝 비껴있어주기를 간절하게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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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마치 숨을 쉬는 것처럼 나를 살아있게 한다. 그리고 아름다운 풍광과 객창감을 글로 풀어낼 때 나는 행복하다. 꽃잎에 매달린 이슬 한 방울, 삽상한 가을바람 한 자락, 허리를 굽혀야 보이는 한 송이 들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날마다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