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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오후 7시쯤 혜화역 2번 출구 앞에 수 십명이 삼삼오오 무리를 이루어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연극으로 인생을 맛보는 수업을 위해 모인 인생삼모작 인생나눔학교 학생들의 모습이다. 

모두 나이가 지긋해 보였지만 하나같이 갈래머리 여고생이나 대학 새내기들처럼 풋풋한 설렘이 느껴진다. 노년의 부부, 지긋한 연배의 수강 동기생들은 연극관람 표를 손에 쥐고 젊은이들처럼 들떠 환한 웃음을 지으며 하하호호 즐거운 대화를 나눈다. 가을 대학로를 수놓은 그림처럼 아름다운 사람의 숲 풍경이다.
  
마로니에 공원 낭만과 젊음의 거리의 상징 마로니에
▲ 마로니에 공원 낭만과 젊음의 거리의 상징 마로니에
ⓒ 인생삼모작 인생나눔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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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삼모작 인생나눔학교를 대학로에서 연다는 것은 여러 가지로 의미가 있다. 대학로가 이제 젊은이들만의 거리가 아니라 노년을 준비하는 이들의 추억의 거리로 되돌아 온 것이다. 인생삼모작을 준비하는 이들은 일주일 한 번씩 대학로의 예술가의 집, 아르코미술관, 연극전용 극장과 근처 카페를 드나들며 타임머신을 타고 세월을 거슬러 되돌려 사는 기분일 것이다.

삼모작 인생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니 나이도 삶의 연륜도 만만치 않다. 모두 지나온 삶을 차분하게 되돌아보고 삶의 지혜와 연륜을 나누고, 비우며, 이별의 순간을 어떻게 품위있게 맞이할 것인지 배워야 하는 세대인 것이다.

첫 강의를 죽음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자기 성찰과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한 이유이리라. 수업의 모든 맥락은 삼모작 살이에 맞춰 자기 성찰을 통한 삶을 정신적 육체적 사회적으로 건강하고 헹복한 삶을 일구도록 설계되었다.
 
뷰티플 라이프  노년 부부의  인생을 그린 연극
▲ 뷰티플 라이프  노년 부부의 인생을 그린 연극
ⓒ 인생삼모작 인생나눔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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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수업으로 강사단이 준비한 과정은 노년 부부의 삶을 그린 <뷰티플 라이프>라는 연극이다.

노부부의 삶을 통해 인생의 기쁨과 슬픔, 만남과 헤어짐, 사랑과 미움, 부부간의 갈등과 화해, 사랑과 추억을 통해  연시처럼 익어가는 인생 전반을 되돌아보게 만든 극이다.

극은 노년 부부의 일상으로 시작된다. 눈 먼 아내와  마음 표현에 서툰 남편이 보여주는 일상은 나이들어가는 여느 노년의 부부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연애를 하던 풋풋한 젊은 시절, 결혼 후 겪는 시집 식구, 남편, 자식과의 갈등과 아픔도 보여준다.

마지막 장면은 긴 이별을 준비하는 남편이 보여 준 사랑의 증거들이다. 눈 먼 아내가 깜깜한 집에 혼자 있을 것을 염려해 전기 콘텐츠를 손보고, 꽃을 좋아하는 아내에게 꽃을 선물하고, 아내가 좋아하는 색깔의 귀마개를 선물한다, 마지막 선물은 남편인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해  아내에게 남겨 준 것이다. 아내는 남편의 목소리를 통해 그의 숨결을 느끼고 아름다운 과거를 추억한다.
 
 연극이 끝난 후 출연 배우와 연극을  괌람한 인생삼모작 인생나눔학교 학생들이 단체 사진을 찍얶다.
▲ 연극이 끝난 후 출연 배우와 연극을 괌람한 인생삼모작 인생나눔학교 학생들이 단체 사진을 찍얶다.
ⓒ 인생삼모작 인생나눔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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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을 보며 웃고 울던 인생삼모작 나눔학교 학생들은 밴드에 다음과 같은 후기들을 남겼다.

"항상 나를 옆에서 지켜봐주는 사람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연극이었습니다."-이현희

"오랫만에 소극장에서 누려본 호사였습니다. 어제만큼은 우리의 인생이 '뷰티플 라이프'임을 알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김영미

"잔잔한 울림을 주는 참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 류재창

"우리에게 주어진 소중한 사람들과 행복했던 순간들을 되새겨 봅니다. 고마운 이들과 함께" -김혜경

"감동과 웃음이 함께한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김연제

"지란지교" -김진


그렇다. 인생은 누구나 굴곡이 있다. 때로 앞을 막아선 벼랑도 있고, 깊은 터널을 혼자 걸어가야 하는 경우도 있다. 아무리 사랑해도 상대의 아픔을 대신 하거나 대신 죽어 줄 수  없다. 하지만 곁에서 손을 잡아주고 마음을 살펴주고 함께 하는 것만으로 아픔의 순간에도 죽음의 긴 이별의 순간에도 인생은 아름답고 살아볼만 한 것이 될지도 모른다.

연극은 노부부의 일상으로 시작된다. 장면이 바뀌면서 첫 만남의 설렘, 프로포즈를 받을 때의 두근거림, 오해와 갈등을 풀어가는 과정, 부부로 살아가며 무심해 아픔을 살피지 못하고 상대에게 상처를 준 순간들을 펼쳐 보여준다. 우리네 일상과 다르지 않은 삶을 연극을 통해 되새김질 하며 연극 속 부부처럼 다시 사랑과 관심과 배려의 마음을 회복하고 행복은 먼데 있지 않음을 알게 됐으리라.

공기처럼 늘 곁에 있어 무심했던 아내와 남편의 손길과 숨결의 소중함을 깨우쳤으리라. 쑥쓰러워 무뚝뚝하게 굴었던 남편이라면 사랑은 마음 속 언어가 아니라  드러내 표현해야 하는 것임을 깨닫았을 것이다.  아내가 바라는 것은 작은 관심과 배려와 말 한 마디임을 배웠으리라.

연극은 끝났지만 인생의 막은 닫히지 않았다.  연극을 관람한 모두의 인생극장은 아름답고 감동적으로 이어질 것이다. 서로의 사랑의 텃밭에 소중하게 심겨진 인생들은 각자의 색깔과 향기와 맛을 잃지 않고 아름답게 익어갈 것이다. 모든 인생은 귀하고 아름답고 소중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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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