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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에 상처를 받는 사람이 늘지만, 악플을 쓰는 이는 줄지 않습니다. 그런데 악플을 쓰는 이도 스스로 마음에 생채기를 입히는 셈이 아닐까요? 오늘날 퍼지는 '분노의 언어'를 사전 한 자락이 어떻게 바꾸는 실마리가 될 수 있겠느냐고 묻는 청소년하고 이 문제를 놓고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 그 이야기를 고스란히 옮깁니다.

[물어봅니다]

오늘날에는 다들 '분노의 언어'로 표현하는 듯해요. 무슨 일만 있으면 무섭게 달라붙어서 악플을 달고, 이 악플도 엄청 화난 말씨에다가 공격적인 말씨예요. 그런데 샘님이 들려주는 말씨는 되게 낯설어요. 어쩐지 '평화의 언어' 같아요. 들려주는 말에 한자말이나 영어가 안 섞였다는 생각은 했는데, 그 때문은 아니지 싶어요. 샘님이 낱말에 붙인 뜻풀이 같은 '평화의 언어'는 어떤 단어로 표현을 하더라도 누구나 따뜻하게 사랑으로 껴안으려는 언어 같아요. 우리도 앞으로는 이런 '평화의 언어'를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요즈음에는 '정확한 의사표현·의사소통'을 밝히는 곳을 자주 봅니다. 이런 말씨도 나쁘지는 않다고 여기지만, 썩 아름답기는 어렵다고 여겨요. '정확한 의사표현·의사소통'이란 으레 '올바른 맞춤법·띄어쓰기·문장표현'에 기울기 일쑤예요.

가만히 생각해 보면 좋겠어요. 시골 할머니가 쓴 글이 무척 사랑을 받아요. 경상도 칠곡 할매가 쓴 글을 모은 <시고 뭐고?>(삶창, 2015)란 시집이 있고, 전남 순천 할매가 쓴 글을 갈무리한 <우리가 글을 몰랐지 인생을 몰랐나>(남해의봄날, 2019)가 있어요. 할매들은 할매 삶을 할매 말씨로 담아냅니다. 올바른 맞춤법이나 띄어쓰기가 아니라, 살아서 숨쉬는 이야기를 조곤조곤 들려줍니다.

할매가 쓴 글이 아닌 어린이가 쓴 글도 그렇지요. 이오덕 어른이 그러모은 어린이 글을 엮은 <우리도 크면 농부가 되겠지>(양철북, 2018)를 읽으면, 맞춤법도 띄어쓰기도 자주 틀리는 멧골 아이들이 멧골말로 저희 이야기를 고스란히 밝히는데, 눈시울을 적시는 슬픈 대목이나 이뻐서 함박웃음이 터지는 대목이 쏟아지는구나 싶습니다.

올바른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로 '정확한 의사표현·의사소통'을 해도 나쁘지 않겠지요. 그러나 우리 삶이, 우리 만남이, 우리 하루가, 우리 어울림이, 우리 오늘이, 빈틈없이 짜맞춘 틀에만 머문다면 어떤 빛이 될까요?

겉으로는 번듯해 보이지만 겉치레로 끝나는 말이 많아요. 언제부터인가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굴레가 된 터전인데요, '감정노동' 이른바 '억지웃음'을 지으면서 일해야 하는 자리에서는 속으로 곪습니다. '억지일'을 하면서 돈을 벌기만 해야 하는 얼개라면 마음이 타들어 갈밖에 없어요.

이때에 우리 입에서 어떤 말이 터져나올까요? 억지웃음을 더 짓지 않아도 되는, 억지일을 끝마친 하루라면, 이때부터 어떤 말을 마구 터뜨릴까요? 아무래도 '따스한 말(평화의 언어)'이 아닌 '매몰찬 말(분노의 언어)'가 되기 쉽지 않을까요? '포근한 말'하고 동떨어진 '사나운 말'이 되지 않을까요?

악플 → 막글
선플 → 꽃글


누리그물에서 덧글을 쓰는 분들이 으레 두 갈래로 간다고 합니다. 하나는 '악플'이요, 다른 하나는 '선플'이라 하더군요. 곰곰이 보면 예전에는 '덧글'이란 수수한 말 아닌 '리플' 같은 영어를 썼는데, '악플·선플'은 그냥 이대로 쓰곤 하더군요.

이 말씨도 생각해 봐요. '갑질'을 닮은 '악플'이에요. 갑질이란 서로 아끼거나 어깨동무하려는 몸짓이나 일이 아닌, 위아래를 가른 윽박질이에요. 말 그대로 '윽박질'이요 '막질·막짓'이랍니다. 곧 '악플'은 '막글(막말)'이에요. 이와 맞서는 '선플'은 무엇일까요? 서로 아끼자는 마음이요, 함께 어깨동무하자는 뜻이며, 같이 아름답게 보듬는 숨결이 되자는 생각으로 쓰는 글일 테지요. 이 결을 찬찬히 살린다면 '고운글'이자 '아름글'이자 '사랑글'이자 '꽃글'이라 할 만합니다.
 
[숲노래 사전]

막글 : 다른 사람한테 함부로 굴거나 제멋대로 하는 마음을 담아서 쓴 글. 다른 사람을 괴롭히거나 따돌리거나 놀리거나 비웃는 마음을 담아서 쓴 글이기도 할 텐데, 다른 사람에 앞서 이러한 글을 쓴 사람부터 스스로 다칠 수 있는 글. '악플·비방·폭언'을 가리킨다.

꽃글 : 늘 아름답고 빛나면서 즐거운 글. 꽃처럼 곱고 사랑을 담아서 쓴 글. 다른 사람을 돌보거나 감싸거나 아끼거나 달래거나 다독이려는 마음을 담아서 쓴 글이기도 할 텐데, 다른 사람에 앞서 이러한 글을 쓰는 사람부터 스스로 기쁘게 사랑이 샘솟을 수 있는 글. '선플'을 가리킨다.

오늘날 우리 사전은 '정확한 의사표현·의사소통'에 지나치게 갇혔구나 싶어요. 사전 뜻풀이인 만큼 어디에 치우치지 않아야 합니다만, 사전 말풀이인 터라 한켠으로 기울거나 휘둘려서는 안 되어야겠습니다만, 딱딱하거나 차가운 풀이는 이제 그만해도 되리라 여겨요. 차곡차곡 풀이를 하면서, 어느 낱말을 혀에 얹거나 손에 실어서 이야기를 하려는 사람들 마음에 새로운 기운과 생각을 심을 수 있는 '보탬말'을 들려주기도 하는 사전으로 거듭나야지 싶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제가 새로 쓰는 사전에 '막글·꽃글'이란 낱말을 새롭게 풀이해서 실으려 합니다. 이 말이 나쁘니 저 말로 좋게 고쳐쓰자는 얼개가 아닌, 이 말에 얽힌 마음이며 삶을 읽어서, 새롭게 사랑으로 보듬어 아름답게 삶을 가꾸는 길에 실마리가 될 만한 말을 마음에 씨앗으로 심도록 이끌어 보자는 사전으로 나아가기를 바라요.
 
 우리 입과 손에서 흘러나오는 말이 들꽃처럼 '꽃글'이나 '꽃말'이 될 수 있기를 빌어 마지 않습니다.
 우리 입과 손에서 흘러나오는 말이 들꽃처럼 "꽃글"이나 "꽃말"이 될 수 있기를 빌어 마지 않습니다.
ⓒ 최종규/숲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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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쓰는 사전을 따로 '아름말·사랑말·꽃말(평화의 언어)'로 엮으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모든 말은 우리 삶을 이루는 씨앗이 되기에, 어느 삶이나 몸짓이나 느낌을 나타내는 낱말을 풀이하거나 다루더라도 '함부로·가볍게·허술히·그냥그냥' 넘어가고 싶지 않습니다. 사전 올림말로 '전쟁·싸움'을 풀이하는 자리에서도, 이러한 일이 무엇인가를 속속들이 살피고 밝혀서, 앞으로 우리가 말을 바라보는 눈빛을 스스로 새로 가다듬는 징검다리가 되기를 바라요.

이런 마음이기에 요새는 노래꽃(동시)을 자주 씁니다. 낱말풀이하고 보기글을 열여섯 줄 노래꽃으로 뭉뚱그리는 셈입니다. 사전에 싣는 낱말풀이나 보기글은 언제나 노래꽃(동시·시)다울 때에 사전다운 얼거리이겠다고도 생각해요. 노래가 되는 말이 되도록, 노래로 피어나는 글이 되게끔, 우리가 쓰고 읽고 나누는 사전이 새길을 걸을 수 있으면 참말 즐거우리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나누는 말글은 꽃글도 될 수 있고 밉글(미운 글)도 될 수 있어요. 어느 말글이 될 적에 즐겁거나 아름다울는지, 처음부터 하나하나 새로 헤아릴 수 있기를 바라면서 노래꽃 한 자락을 붙입니다.
 
꽃글 (숲노래 동시)

놀리는 마음이니 놀림말
미워하는 마음이라 밉말
투정이 가득하여 투정글
시샘을 부려서 시샘글

아끼려는 뜻으로 아낌말
돌보려는 뜻이어서 돌봄말
사랑 듬뿍 실어 사랑글
웃음 잔뜩 심어 웃음글

너무 거칠구나 거친말
마구 퍼붓네 막말
싸울 듯 달려드는 싸움글
어거지 넘실넘실 억지글

아름다고 싶어 아름말
포근하게 함께 포근말
숲이 되려는 숲글
꽃다이 노래하는 꽃글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글쓴이 누리집(https://blog.naver.com/hbooklove)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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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사전을 새로 쓴다.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우리말 꾸러미 사전》《우리말 글쓰기 사전》《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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