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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검찰총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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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훼손된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한다고 같은 지면에 해 주신다면 고소를 계속 유지할지에 대해서는 한번 재고를 해보겠습니다."(10월 17일, 대검 국감)

17일, 윤석열 검찰총장은 검찰의 별장 접대 진술 덮기 의혹을 보도한 한겨레신문에 대한 국감 법사위 의원들의 고소 취하 권고를 사실상 거부했다.

한겨레 보도는 윤 총장이 접대를 받았다고 한 게 아니라, 접대 의혹이 제기됐는데도 검찰이 수사하지 않은 점을 지적한 것이다. 언론중재위 제소 등 잘못된 보도를 바로잡을 수 있는 절차를 생략한 채 검찰총장이 직접 언론사 해당 기자와 기사에 관여한 이들을 고소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러기에 언론 길들이기라는 비판도 충분히 가능하다.

만약 조국 전 장관이 정경심 교수가 검찰소환에 불응한다고 오보를 낸 언론사를 고소고발 했더라면 어땠을까.

조국 장관 임명에 언론이 '불가하다'는 목소리를 강조한 것은, 공정과 정의에 반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였다. 그러나 공정이나 정의는 문재인 정부만 지켜야 하고, 조국 전 장관의 결격사유로만 제시될 것은 아니다. 검찰총장의 한겨레신문 고소에 대한 언론의 침묵을 보면, 언론들이 공정과 정의의 기반 위에 서 있는 건지 묻고 싶다.

검찰총장의 한겨레 고소, 그리고 언론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국민의 명령, 국정대전환 촉구 국민보고대회'를 마친뒤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지난 19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국민의 명령, 국정대전환 촉구 국민보고대회"를 마친뒤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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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초동과 광화문에서 세 대결 하듯 이뤄지는 집회에서 언론들은 앞 다투어 숫자 추산에 바빴다. 서초동과 광화문의 집회 인파를 비교하면서 조국반대가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여론을 압도했다며 조국 사퇴 당위성 기사를 끊임없이 쏟아냈다.

자유한국당이 광화문 집회 때 지역위원장에게 참가 인원을 할당하고 인증샷 제출까지 요구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전광훈 목사가 돈 통을 돌리는 볼썽사나운 광경도 방송에서 몇 번이나 반복되었다. 이런 게 모 인사가 말했던 중우정치다.

중우정치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직접민주주의 현장을 참가 규모만 단순 비교해 언론사의 논조를 합리화하는 것, 언론이 가짜 뉴스 진원지라는 비난을 듣는 이유다. 만약, 민주당이 검찰개혁 집회에 강제로 당원을 참가시키고 인증샷을 요구했다면 언론들은 어떤 기사를 냈을까.

조국사태는 언론의 민낮을 여실히 드러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부터 장관 사퇴 후 지금까지 상당수의 언론은 대놓고 검찰발 뉴스만 진실인 것처럼 사실 확인도 없이 단독과 특종으로 올렸다. 정경심 교수의 페이스북 글을 두고 공정한 수사를 해칠 수 있는 행위라며 피의자의 반론권조차 부정하는 언론도 있었다. 진보적이고 객관적이라고 평가를 받아오던 언론들조차도 공정과 정의의 가치보다는 기계적인 중립을 중심에 두다보니 같은 지면에서 서로 다른 논조가 부딪히기도 했다.

중우정치와 직접 민주주의
 
 여상규 국회 법사위원장이 21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종합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여상규 국회 법사위원장이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종합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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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대검찰청 국정감사 자리에서 법사위원장인 자유한국당 여상규 의원의 발언이 도마에 올랐다. 패스트트랙 사태 당시 채이배 의원을 감금한 게 아니라 설득하러 간 것이었다는 셀프 변론이었다. 지난 7일엔 패스트트랙 수사는 정치문제이니 검찰에서 손댈 일이 아니라고도 했다.

이는 명백히 검찰 수사에 대한 외압 행위다. 정경심 교수를 조사 없이 기소했다는 대안신당 박지원 의원 지적에 "국감에서 특정인을 여론상으로(부터) 보호하는 듯한 그런 말씀을 자꾸 하신다"며 불쾌감을 나타냈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법사위원장의 도를 넘는 셀프 변명에 대해서는 듣고만 있었던 이유가 궁금하다. "출석이 어려우면 의견서나 진술서를 제출해달라"던 검찰총장. 조국 일가 수사 태도와 달라도 너무 다르다.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니 기다려 달라지만, 과정의 공정이 이해되지 않는데 결과의 정의가 얼마나 신빙성 있을지 의문이다.

나경원 원내대표의 자녀를 둘러싼 의혹이 조국 전 장관과 다르지 않은데 검찰이 수사는커녕 고발한 시민단체의 조사 일정 공개 요구에도 침묵하는 이유도 이해되지 않는다. 좌파이건 우파이건 특권을 자식의 스펙으로 이용했다면 같은 잣대로 죄의 경중을 물어야 한다.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 조국 전 장관의 각종 의혹이 문재인 정부가 내세웠던 캐치프레이즈를 무색하게 만든 건 사실이다. 때문에 문재인 정부를 향해 공정과 정의가 거짓이었냐고 묻는 건 탓할 바가 못 된다. 더불어 언론의 불공정과 검찰의 선택된 정의도 당연히 고치고 바로 잡아야 한다. 언론개혁과 검찰개혁, 다른 게 아니다. 과정의 공정을 통해 결과의 정의를 담보해 달라는 게 국민의 요구다.

'조국+윤석열' 아니라 '검찰+언론'

 
 엄마와 함께 5일 서울시 서초역 일대에서 열린 제8차 사법적폐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에 온 초등학생 오하랑(6학년)양과 오하은(4학년)양. 경기도 김포시에서 온 이들은 "역사가 될 수 있다고 해서 가보고 싶었다(오하은)"며 "참가자들이 똘똘 뭉친 것 같다(오하랑)"고 했다.
 엄마와 함께 지난 5일 서울시 서초역 일대에서 열린 제8차 사법적폐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에 온 초등학생 오하랑(6학년)양과 오하은(4학년)양. 경기도 김포시에서 온 이들은 "역사가 될 수 있다고 해서 가보고 싶었다(오하은)"며 "참가자들이 똘똘 뭉친 것 같다(오하랑)"고 했다.
ⓒ 박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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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원을 동원시키고 돈 통을 돌려도 집회규모만 비교해 여론의 방향을 판단하려는 언론. 피의자의 입은 틀어막고 검찰 발 기사를 받아쓰는 언론. 과정은 궁금해 할 필요도, 알 필요도 없으니 결과의 정의만 믿어달라는 듯한 검찰. 강남좌파 의혹에는 서슬 퍼런 칼날부터 들이대고 나경원 원내대표의 고소고발 사건은 한 달 넘게 뭉개는 검찰. 닮아도 너무 닮았다. 조국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환상적인 조합은 대통령의 꿈으로 끝났지만 긴장관계여야 할 검찰과 언론의 환상적인 조합(?)은 믿기 힘들지만 현재진행형인 듯하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국정감사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을 "쿨했다"고 표현해 논란이 됐다. 그러나 이명박 전 대통령이 공정하고 정의로웠더라면 자원외교에 숱한 혈세를 낭비하고, 4대강을 저 지경으로 망쳐 놓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검찰이 공정하고 정의로웠다면 용산참사 유가족들이 긴 세월 동안 거리에 서는 일도, 참사의 책임자가 국회의원이 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또 KBS 정연주 전 사장과 PD수첩 수사 등도 없었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 때 언론이 공정하고 정의로웠다면 미네르바가 언론의 역할을 대신하다가 고초를 겪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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