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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고 말하고 꿈꾸는 여성들이 늘어나는 시대, 우리에게는 더 많은 롤모델이 필요합니다. '야망 있는 여자들을 위한 비밀사교클럽'은 사회 곳곳에서 자기만의 영역을 구축하며 마음껏 야망을 품고 살아가는 30대 이상 여성들을 인터뷰합니다.[편집자말]
"성공한 여성들이 힘들어하는 정도를 넘어 현업을 떠나는 경우가 있다. '공격을 너무 많이 받아서.' 이 얘기를 하면 남성들은 누구나 공격을 받는다고, 본인도 받는다고 말한다. 그 말도 맞다. 하지만 언제나 여자들은 남자들이 당하는 일에 플러스알파로 곤경을 겪는다. 일과 관련된 모든 욕지거리에 더해, 사생활과 여자다움을 빌미로 한 뒷담화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다혜 작가가 일하는 여성들을 위해 쓴 신작 에세이 <출근길의 주문>에 나온 문장이다. 이 대목에서 최근 악플러들에 의해 고통 받다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여자 연예인이 떠올랐다. 그가 여자가 아니었어도 그런 강도 높은 비난에 시달렸을까?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자유로운 여자는 없다. 그렇다고 미끄럼틀 타듯 내려갈 수는 없는 노릇. 여자로 일하려면 좀 더 많은 노하우가 필요한 사회에서 이다혜 작가는 말한다. "기울어진 운동장, 까짓것 올라봅시다!"

이다혜 작가 하면 떠오르는 건 역시 <씨네21> 기자이지만, 회사 밖에서도 그녀의 활동은 활발하다. <이주연의 영화음악> 등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영화와 책을 소개하고, 지금은 <이수정 이다혜의 범죄영화 프로파일>과 팟캐스트 <이다혜의 21세기 씨네픽스> 등을 진행 중이다. 이다혜 작가를 만나 '일터의 여성을 위한 질문'을 던져보았다. 

프리랜서 할까 말까 고민된다면
 
 씨네21 이다혜 기자 프로필
 씨네21 이다혜 기자 프로필
ⓒ 이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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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외에도 에세이스트, 방송인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신다. <출근길의 주문> 저자 소개에도 '아직은 회사원'이라고 적혀 있던데, 회사 밖에서 독립할 생각은 없나.
"나는 일을 하고 돈을 벌고 싶지 유명해지고 싶은 건 아니다. 다만 하는 일의 특성상 이름이 알려져야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름을 드러내고 일하게 된 쪽이다. 회사는 입사한 직후부터 그만두고 싶었고 지금도 계속 퇴직을 생각하고 있는데, 입사만큼 퇴직도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라 계속하고 있는 듯하다. 무엇보다도 같이 일하는 몇몇 동료들에 대한 호감은 회사를 계속 다니게 하는 큰 요인이 되고 있다."

그동안 인터뷰를 통해 만났던 많은 여자들은, 명성보다는 현실적인 대우의 상승을 원했다. 그러나 유명세가 없으면 임금 상승은커녕 회사에서의 자리보전도 힘들어지는 경우가 태반이다. 국내 2072개 상장기업 중 여성 임원 비율은 4%(1199명)에 불과하다. 그만큼 오래 버티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턱없이 적다는 뜻이다.

자기 브랜드를 쌓아 '회사 밖에서' 성공하는 일은 여자에게, 특히 나이 든 여자에게는 더 어려운 일 같아 보였다. 이다혜 작가도 비슷한 문제의식을 품고 있었다. 퇴직한 여성이 프리랜서나 자영업자로 3년 이상 성공적으로 지내다가, 이전 회사와 동급이거나 그 이상의 회사로 재취업이 되는 경우는 거의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 '30대 후반 이후의 여성들이 퇴사하면, 동급의 회사로 재입사가 거의 힘들다'고 책에 썼다. 여성들에게 웬만하면 회사에 붙어 있으라고 조언하고 싶은가?
"내가 아는 여성 중 프리랜서가 된 이후로 더 존재감을 드러내며 월급 받던 때보다 수입이 좋은 사람,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만들어가는 분도 많이 있다. 하지만 프리랜서로 할 수 있는 일이어야 가능하다. 프리랜서로 일하기 어려운 분들 중에서는 창업을 해서 성공한 분들도 있다. 하지만 일반화할 수 있는 방식은 아니다.

프리랜서나 창업을 해서 성공하시는 분들은 조직에서도 인정받는 분들인 경우가 많다. 회사를 그만두고 싶은 이유가 무엇이냐에 따라 회사에 붙어 있는 게 나은지 아닌지 정할 수 있다. 업계 자체가 상승세에 있다는 판단이 든다면 이직을 망설이지 않는 게 몸값을 올리는 데는 좋다. 업계가 하락세에 있다면 프리랜서는 도박에 가까운 판단일 수 있다."

- 그러나 이미 회사를 나와 활동을 하기로 결정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경력사항을 살피고 포트폴리오를 정리해 보라. 그중에 내세울 것이 무엇인지 체크해보라. 귀찮고 쑥스러워도 SNS 계정을 통해서 장기가 잘 드러나는 방식으로 자기 홍보를 시작해 보자.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을 찾아서 멘션을 보내고 현업의 가장 중요한 이슈들에 대해서 발언하라.

오프라인으로 당장 아는 사람이 적어도 일단 그렇게 온라인으로 스스로를 드러내는 편이 좋다. 업무용 계정을 아예 새로 만들어 관리하시는 것도 방법이다. 그리고 포트폴리오를 업데이트할 수 있는 경력사항을 우선으로 만들자. 적절한 교육을 받는 것도 여기 포함된다."

과연. 일터에서 많은 고민을 해본 사람만이 전할 수 있는 실질적인 조언이었다.

그는 <출근길의 주문>에서 혼자 일하는 사람을 위한 십계명을 따로 적어두기도 했다. '나대라', '재능기부 식의 일에 주의하라', '불안감은 돈이 다스린다', '느슨한 네트워킹을 유지하라' 등 밑줄을 박박 긋다 책이 찢어질 것 같은 명언들이 넘쳤다. 특히 '여성 네트워크'는 이다혜 작가가 꾸준히 강조해온 부분이다. 
 
 <출근길의 주문> 겉표지.
 <출근길의 주문> 겉표지.
ⓒ 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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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일하며 고립되지 않는 법

- 여성 네트워크가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이유는 뭘까?
"여성 네트워크의 일원이 되기를 권하는 가장 큰 이유는 오래 일하면서 고립되지 않기 위해서다. 여성 네트워크에 속해 있다고 해서 좋은 일을 얻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고립되진 않는다는 점이다.

일을 구할 때, 사람을 구할 때, 먼저 추천할 수 있는 사람 목록에 올라야 한다. 일을 시키면 제대로 해낸다는 믿음을 다른 사람들에게 주어라. 내가 여성 네트워크라고 말하는 것은, 같거나 비슷한 업계에 종사하는, 자신의 나이에서 위아래로 다섯 살 내외의 사람들과 꾸준히 교류하는 정도다. 아예 모임을 조직하는 것도 아주 좋은 생각이다."

- 네트워크의 필요성은 잘 알겠다. 그러나 힘을 가진 게 남성이므로, 남성들과의 네트워킹이 실질적으로 더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있다.
"파워를 가진 것이 남성이므로 남성과 잘 지내야 한다는 것은 충분히 합리적인 판단이다. 남성들과 일하는 판에 있으면 남성보다는 적게 받을지 몰라도 또래의 다른 여성들보다는 더 잘 벌게 된다. 기업체를 생각해 보아도 그렇다. 남성들이 많을수록 전반적인 급여, 복지 수준이 높다. 그런 전략, 즉 여성보다는 남성과 잘 지내자는 전략을 채택한 여성들은 이미 많이 있었고, 최종결정권을 지닌 남성의 인정을 받아 성공한 여성의 사례 또한 존재한다.

하지만 대체로 남자는 나이 들어도 계속 이십 대 후반과 삼십 대 초중반의 여성 동료를 '발탁'하는 기분을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어쨌든 균형을 맞추는 시늉을 하기 위해서라면 여성이 필요하고 그들은 '이왕이면' 젊은 여성에 기회를 주고 싶어 한다.

그 과정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도 많이 봐 왔다. 자신이 남성들 편에서 여성 동료들을 쳐냈던 것과 같은 일을 본인이 당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다르다'고 생각하는 여성들 역시 여전히 많이 있다. 나이 들어서 또래 여성 동료들, 여성 현업인들과의 왕래가 거의 없는 여성들이 대체로 이 경우다. 하지만 그들 역시 자신의 판단이 옳다고 믿었던 때가 분명 있었을 것이다."

(* 이다혜 작가 인터뷰 ②편으로 이어집니다.)

출근길의 주문 - 일터의 여성들에게 필요한 말, 글, 네트워킹

이다혜 (지은이), 한겨레출판(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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