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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산 청도숲체원에서 자연물로 물든 나만의 손수건, 쉼표의 숲을 진행하던 장소
▲ 운문산 청도숲체원에서 자연물로 물든 나만의 손수건, 쉼표의 숲을 진행하던 장소
ⓒ 김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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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준 선물

"악~!" 한껏 상기된 한 아이의 외마디 비명소리가 들렸다. 그 아이 주변으로 금세 다른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들어 무엇인가를 열심히 보고 있었다. 궁금한 마음에 가까이 다가가 바닥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메뚜기 한 마리가 추위에 둔해진 몸으로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도시 아이들에겐 신기한 생명체. 호기심 가득한 손을 살짝 뻗어 조심스레 신기한 생명체를 만지려는데 위험을 감지하고 다급하게 메뚜기가 살짝 뛰어 오른다. 그 모습에 아이들은 "악" 소리를 내며 발을 동동 구른다. 해발 1000m 이상 고봉에 둘러싸인 10월의 찬바람에 둔해진 몸으로 메뚜기가 조금씩 움직일 때마다 아이들도 함께 점프를 했다.

"엄마, 이게 뭐에요?"
"메뚜기란다."

얼음 땡 놀이를 하는 것처럼 아이들은 누가 땡을 외쳐줄 때까지 그 곳에 있을 태세로 꼼짝도 하지 않고 메뚜기를 만지고 관찰했다. 숲 캠프 일정 2박 3일 동안 아이들은 하늘소와 메뚜기와 같은 새로운 생명체를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느라 폰에 빠져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청도 숲체원에서 준비된 2일차 오전 프로그램 '쉼표의 숲'이 시작되었다. 캠프 참가자들이 줄을 서서 운문산 위쪽 평원으로 향했다. 산꼭대기 가까운 곳에 시원하게 펼쳐진 초원과 10명은 족히 앉을 수 있는 평평한 돌이 보였다. 돌 위에 걸터 앉은 참가자들에게 노루 선생님(한국복지진흥원 직원분)이 새하얀 손수건을 하나씩 나눠주셨다.

"이 손수건에 풀잎이나 꽃잎 같은 자연물로 물을 들이면 돼요. 각자 하고 싶은 자연물을 가져오세요."

엉덩이를 가볍게 들며 "네!!" 아이들은 자연물 찾기 게임을 시작했다. '쿵쿵딱딱 쿵쿵딱딱' 참가자들이 찾아온 나뭇잎과 꽃잎을 흰 손수건에 올려놓고 돌로 찧는 소리가 운문산에 울려퍼졌다. 우리가 가져온 나뭇잎은 흰 손수건 안에서 예쁜 나비가 되었다.

이렇게 좋은 캠프가 모두 무료라니
 
칠곡 숲체원 산책로 칠곡숲체원에서 2일차 프로그램 산책테라피를 진행하던 곳
▲ 칠곡 숲체원 산책로 칠곡숲체원에서 2일차 프로그램 산책테라피를 진행하던 곳
ⓒ 김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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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우체국과 함께하는 "아토피 등 환경성질환 숲 캠프". 올해 처음 시작된 이 캠프는 아토피, 알레르기성 비염, 천식과 같은 환경성 질환을 앓고 있는 저소득층 아동과 그 가족 및 우체국 보험 계약자와 그 가족을 대상으로 한다. 2박 3일 동안 숙박비와 식사비, 다양한 힐링 프로그램이 모두 무료이다. 신청 서류는 한국산림복지진흥원 홈페이지에서 다운 받을 수 있다(의료질환확인서 필요).

국립횡성치유원, 국립산림치유원, 국립칠곡숲체원, 국립장성숲체원 총 5곳에서 진행되며 현재 자리가 남아있는 곳은 경북 예천에 있는 국립산림치유원과 전남 장성에 있는 국립장성숲체원 2곳이다. 국립산림치유원은 11월 8일 금요일부터 10일 일요일까지 진행되는 44차, 11월 22일 금요일부터 24일 일요일까지 진행되는 47차 캠프가 남아 있다. 국립장성숲체원은 11월 22일 금요일부터 24일 일요일까지 진행되는 48차가 남아있다. 관심이 있는 분은 11월 15일 금요일까지 접수할 수 있다.

참가자들의 반응이 정말 좋아 나머지는 모두 연간 일정 모두 접수 마감된 상태다. 칠곡숲체원은 대기자만 100팀이 넘는다고 했다. 강원도, 서울, 부산, 경산 전국 각지에서 오신 참가자들은 한 번 와보고 좋아서 다시 오신 분들도 계셨고, 다음 달 캠프에 참가하실 거라는 분도 계셨다. 산딸기 선생님(한국산림복지진흥원 직원분)은 내년 4월에 한국산림복지진흥원 홈페이지에 신청자를 모집하는 공고를 올릴 예정이라고 말씀해주셨다.

환경성 질환 치료

아토피나 알레르기성 비염과 같은 환경성 질환을 앓는 참가자와 그 가족들은 숲에서 좋은 공기를 마시고 좋은 음식을 먹으니 상태가 호전되었다고 했다. 1년 째 아토피로 고생 중인 우리 작은 아이도 숲에서 지내는 동안 상태가 제법 좋아졌다. 어디 아토피뿐이겠는가? 알레르기성 비염도 함께 앓고 있는 우리 아이들이 산 속 큰 일교차에 코감기가 더 심해지지 않을까 걱정을 했지만 기우였다. 숲 속 맑고 깨끗한 공기 덕분에 코가 더 좋아졌다.

집에선 심한 아토피 때문에 잠들기 전 벅벅 피가 날 때까지 긁어대다 아프다고 울면 아이가 잠이 들 때까지 입으로 '후후후' 하고 바람을 불어 주었다. 조금이라도 시원한 바람이 닿으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바람을 불어주니 아이도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었는지 덜 간지럽다고 했다. 그런 작은 아이가 숲에서는 피부를 긁지 않고 곤히 잠들었다. 신기한 일이었다. 스테로이드 연고를 발라줄 때 마다 내성이 생길까 봐 걱정이 됐는데 숲이 연고였구나.

숲체원 안에 식당이 있었다. 자연에서 놀다보니 어느새 밥 먹을 시간이 되었다. "돌아다니지 말고 앉아서 먹자. 식사 예절 지켜야지!! 밥 먹다 돌아다니지 말라고!!" 집에서 밥을 먹을 때면 단골 반찬처럼 잔소리를 꼭 한마디씩 얹게 된다. 하지만 여기가 어딘가? 내겐 꿀잠을 선물해 준 마법의 숲이다. 숲에서 하루 종일 뛰어노느라 배가 고팠던 아이들이 알아서 혼자서 스스로 밥을 잘 먹고 있었다. 덕분에 온전히 내 밥에만 집중할 수 있는 호사를 누렸다.

한 번도 안 갈 순 있어도 한 번 만 갈 순 없는 숲 캠프

지난 6월 우체국에 볼 일이 있어 갔다가 우연히 숲캠프 팸플릿을 보고 칠곡과 청도로 신청을 했다. 8월에 아무 생각 없이 찾은 칠곡 숲체원. 2박 3일 일정이지만 개인 사정상 1박 2일만 하고 오기로 했다. 이 캠프의 좋은 점! 진행 중인 일정 중간에 언제든지 참가할 수 있다. 돌아가는 것도 참가자가 편한 시간에 가면 된다. 프로그램도 하고 싶은 것만 할 수 있다. 참가자의 편의를 생각해주니 더 없이 좋았다.

금요일에 도착해 풍등을 만들었다. 한지로 된 풍등에 아이들이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꾸몄다. 한지를 왜 닥종이라 부르는지도 그 곳에서 알게 되었다. 닥나무 껍질을 벗겨 만든 것이 한지란다.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선생님의 설명에 집중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귀여웠다. 칠곡숲체원의 숙소는 작은 펜션 같은 건물이 한 채 씩 따로 따로 떨어져 있었다. 한 가족이 한 건물을 통째로 써서 방간 소음, 층간 소음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게다가 복층으로 되어 있어 아이들은 숙소에 들어가자마자 계단 위 지붕이 있는 방으로 달려갔다. 아이들이 직접 만든 한지 풍등을 손에 꼭 쥐고 숙소에 있는 불이란 불은 다 끄고 풍등에 불을 켰다. 어둠속에서 밝게 켜진 자기 풍등을 들고 계단 위에 비밀의 장소에서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숲에 도착하기까지 멀미 때문에 힘들어하던 아이들이었지만 숲에 와서는 줄곧 에너지가 넘쳤다. 그날처럼 하루 종일 아이들과 함께 웃고 함께 시간을 보냈던 때가 또 있을까?

"아들~, 내일은 집에 가야 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큰 아이가 울먹였다. "집에 안 가. 여기 더 있을 거야." 나도 숲에 와보니 공기도 좋고 집에서 안고 있던 고민도 생각나지 않아 좋았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됐다. 결국 일요일 일정을 바꾸고 2박 3일 모두 다 참여하기로 했다. 아이가 정말 좋아하며 잠이 들었다.

칠곡에서 2일차, 토요일 저녁을 먹고 산책 테라피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진행자 선생님이 "산책로를 걸으면서 아이가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을 알아오세요"라고 말씀하셨다. 우리 가족은 해가 떨어져 더 깜깜해진 숲 속 산책로 위에서 서로에게 의지하며 손을 꼭 잡은 채 앞으로 걸어갔다. '우리 아이가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라고?' "혹시 양치해?" "아니." "앉아서 밥 먹어?" "아니." "그럼 뭔데?" "어제 엄마가 한 말, 이제 그만 집에 가자고 한 말."

숲이 정말 좋았나보다. 1박 2일만 하고 집으로 가자는 그 말이 가장 끔찍했다는 우리 아이의 말을 듣고 청도도 신청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원도에서 청도까지 온 참가자 가족은 횡성숲체원에 다녀 오셨다고 했다. 경산에서 오신 분도 칠곡에 다녀 온 후 좋아서 다시 청도를 찾았다고 했다. 몰라서 못 온 가족은 있을지 몰라도 한 번 와 본 참가자들은 꼭 다시 찾게 되는 좋은 곳이다.

칠곡 숲체원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고 10월에 다시 찾은 청도 숲체원. 칠곡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가족마다 숙소를 한 동씩 통째로 쓸 수 있게 펜션처럼 된 칠곡 숙소와 달리 커다란 컨테이너 안에 벽을 나눠 각자 잘 곳을 구분해 둔 청도 숲체원은 교육관 느낌이 강했다. 노루 선생님께서 "여긴 원래 숲 해설가 선생님들이 쓸 교육관으로 만들어졌다가 갑자기 용도가 변경됐어요"라고 말씀해 주셨다. 생긴 지 1년 밖에 안 된 곳이라고 했다.

숙소와 프로그램은 달라도 숲이 좋은 것은 같았다. 생전 처음 이 곳에서 다래라는 것을 먹어 봤다. 땅콩만큼 작고 동그란 열매, 아토피나 비염에 좋은 음식을 설명해 주시던 선생님께서 챙겨온 다래였다. 먹어도 된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하나씩 입에 쏙 넣었다. 한 입 베어 무니 초록색에 까만 씨가 박힌 것이 키위 같았다. 칠곡에서는 모기를 쫓아준다는 초피 나무를 처음 보고 너도나도 이마에 팔에 붙이고 돌아다녔었다. 숲체원마다 프로그램이 달라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어 좋았다.

청도에서 준비한 희망등 만들기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교육 목적으로 지어졌다는 청도 숲체원에는 나무 도마 만들기, 냄비 받침 만들기, 희망등 만들기 등 다양한 나무 공예 프로그램이 있었다. 그 중에서 이번 숲 캠프 참가자들은 침대 옆에 둘 수 있는 무드등인 희망등을 만들 수 있었다. 
 
아이들이 직접 만든 무드등, 희망등 청도 숲체원에서 진행된 숲캠프 프로그램 중 아이들이 직접 만든 희망등
▲ 아이들이 직접 만든 무드등, 희망등 청도 숲체원에서 진행된 숲캠프 프로그램 중 아이들이 직접 만든 희망등
ⓒ 김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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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자연에서 찾아온 솔방울과 돌멩이, 나뭇가지로 직접 만든 희망등에 불을 켜니 저마다 하나의 예술 작품이 되었다. 칠곡에서의 한지 풍등도 청도에서의 희망등도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았다. 아이들의 아토피와 알레르기성 비염 때문에 찾은 숲캠프에서 아이들과 함께 웃을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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