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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은 공공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투자해 소유권을 갖거나 통제권을 행사하는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기타 공공기관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공공기관을 지정하고 운영한다. 공공기관은 공공서비스 제공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 기관과 다른 운영원리와 조직 형태를 인정하고 있다. 민간기업의 경영기법이 사용되면서 수익성이 강조되기도 한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민간기업의 성격과 논리를 어느 정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공공기관이 지향해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는 '공공성'이다. 최종 산출물이 공익 가치에 부합해야 하는 것은 물론 이를 생산하는 방식과 절차 또한 공공성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보통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민간기업과 구별하여 공공기관을 설립하는 이유이자 존재 목적이다. 공익을 위한 공공성과 수익을 위한 효율성이 균형을 이뤄야 하지만, 충돌할 때는 공공성의 손을 잡아야 한다.

공공기관의 존재 이유가 이론과 법률로 합의됐더라도 현실은 이와 다르게 굴러가기도 한다. 최근 사례를 살펴보자.
  
한국도로공사가 노동자를 대하는 방식
  
지난 8월 29일 '한국도로공사는 요금수납원을 직접 고용할 의무가 있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그동안 톨게이트 요금수납노동자들에게 불합리한 대우를 한 도로공사의 태도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도로공사는 요금수납노동자들에게 기존 업무가 아닌 청소, 조경 등 업무를 부여하겠다고 했다.

앞서 지난 7월부터 자회사 근무를 거부한 요금수납노동자들이 농성을 해왔지만,  도로공사 측은 일방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지난 15일 밤에는 도로공사 본사 점거 농성 중이던 50대 요금수납노동자가 호흡곤란으로 병원에 이송되기도 했다.

도로의 설치, 관리, 도로 교통의 발달을 목적으로 설립된 공기업인 도로공사가 소속 톨게이트 요금수납노동자를 이런 방식으로 대하는 건 분명 문제가 있다. 조직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수익 창출을 위해 자회사를 만들 수 있다. 소속 노동자들의 업무 환경에 변화를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를 현실화하는 방식과 절차는 공공성을 담보해야 한다. 민주적 절차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말이다. 노동자들과 의견을 나누고, 합의해야 한다. 돈에 눈먼 악덕 업주와 같은 행태는 멀리해야 한다.

한국서부발전이 내부고발자를 대하는 방식

한국전력공사의 자회사인 한국서부발전의 문제가 국정감사에서 지적됐다. 서부발전이 석탄을 수입하는 과정에 유착과 비리 사건이 있었다. 특정 석탄 공급계약사가 파산한 것처럼 허위 문서를 작성했고 불투명한 금전거래도 확인됐다. 이와 관련한 문제로 서부발전의 곽아무개 부장은 지난 9월 법원으로부터 2년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더 심각한 것은 수입한 석탄이 문제가 있다고 내부 보고를 올린 김아무개 부장은 징계처분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김아무개 부장은 석탄 비리신고에 따른 회사의 징계 절차가 부당하다고 소송을 제기하여 1심에서 승소했다.

"어떻게 공기업인 한국서부발전은 인도산 저질탄의 비리에 관련된 직원은 비호하고 오히려 품질의 개선을 요구하는 공익제보 직원은 부당징계합니까? 법원으로부터 공익제보 직원의 징계가 부당하다는 판결을 받았으면 인정하면 되지 다시 항소합니까?"

지난 1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김성환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 국감에서 한 말이다. 공공기관의 설립 목적과 운영원리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인식하고, 서부발전의 문제를 지적한 발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반부패 개혁을 위해 '내부고발자 등 공익신고자에 대한 보고 강화' '공직자의 민간에 대한 부정한 청탁에 대한 규제 강화'를 내세웠다. 이런 약속은 당연히 공공기관에도 적용되어야 하고, 조직의 운영 방식에도 스며들어야 마땅하다. 서부발전은 이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움직여 온 것 같다. 서부발전의 사례에서 공공기관이 어떻게 대통령의 공약을 생각하고 있는지 잘 확인할 수 있다.

한국철도공사 위험의 외주화, 최저임금법 위반
  
지난 9월 2일, 서울 지하철 1호선 금천구청역과 석수역 사이 철로에서 사전 조사 작업을 하던 코레일 하청업체 노동자 정아무개씨가 전동차에 치여 사망했다. 공공부문에서도 여전히 안전사고가 멈추지 않고, 위험의 외주화 문제는 계속 제기되고 있다. 2017년 12월 온수역 선로에서, 지난 22일 밀양역 인근 선로에서도 작업하던 노동자가 숨졌다. 전문가들은 선로 유지·보수 작업은 대단히 위험한 업무이며 이의 외주화는 대형참사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지만, 철도공사 하청업체 노동자의 선로 작업 중 사망 사건은 끊이질 않고 있다.

철도공사의 공공기관답지 못한 행태는 자회사에서도 발견된다. 철도공사 자회사인 코레일테크 현장 노동자 68.3%에 해당하는 2242명이 올해 두 달간 최저임금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지난 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윤호중 의원은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해 발표했다. 이로 인해 최저임금법을 위반한 공공기관이란 오명을 쓰게 됐다. 최저임금 인상이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라는 사실을 애써 무시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공공기관 평가 방식 변해야

국가의 존재 근거를 공공성에서 찾는 것과 마찬가지로 공공기관 또한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자율성, 효율성에만 초점을 맞추고 공공성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기획재정부가 실시하는 공공기관 경영실적평가 기준도 중요하다. 최근 수익 중심에서 윤리경영, 일자리 창출, 상생협력 등 사회적 가치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 방향으로 평가 방식을 바꾼 건 긍정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월 18일, 태안화력발전소 사고로 목숨을 잃은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 등을 만나 "생명과 안전을 이익보다 중시하도록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며 "공공기관 평가 때도 생명과 안전이 제1의 평가 기준이 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공공기관이 지향해야 할 가치에 부합하는 평가 설계도 필요할 것이다. 수익성에만 매몰되어 안전·생명, 노동, 인권, 형평의 가치를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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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공무원노동조합 정책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사회 이슈, 사람의 먹고 사는 문제에 관심 많은 시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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